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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9.11-12. 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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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파업참여자에 대한 수사과정의 문제점

김상은 | 새날 법률사무소 변호사
2009년 8월 6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의 “77일간의 점거파업”이 종료되었지만 쌍용자동차 지부 및 정치사회단체 소속 동지들의 “법적 투쟁”은 그들이 구속되어 있는 구치소와 법원에서 세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쌍용자동차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대오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의 의의 및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하여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쌍용자동차 파업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의 의의

현재 진행 중인 수사 및 재판현황은 점거파업과정에서 수사기관 및 사법부가 취한 파업대오에 대한 적대성 및 폭력성을 최종적으로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는 쌍용자동차 점거파업으로 인한 구속자의 현황에서 우선 확인된다.
지금까지 단일 파업사건으로 최대 구속자를 기록한 사건은 2006년 포항건설노조 파업이다. 당시 파업으로 인하여 조합원 70명이 구속되고 200명이 불구속 입건되었다. 그런데 쌍용자동차 파업은 이미 이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6월 29일 쌍용자동차 지부 김정욱 부장이 구속된 이래 10월 말까지 구속자의 숫자는 80명을 넘어섰고 1심 재판 결과 이미 6명(쌍용자동차 조합원 4명, 정치사회단체 회원 2명)이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여전히 소환수사가 계속되어 11월 초까지 구속영장실질심사가 계속될 것을 예상케 한다. 이에 비하여 노조원을 폭행하여 상해를 가한 사측 직원 및 용역들 중 구속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없으며 단지 8월 6일 공장진입을 거부한 경찰간부 1명에 대한 파면소식만이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은 파업대오에 대한 구속자 및 재판의 현황은 그동안 노동자운동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었던 정리해고에 맞선 ‘점거파업’ 형식의 노동자들의 저항에 대하여 수사기관과 사법부로 대표되는 국가권력이 이를 불허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수사과정에서의 문제점

수사의 공정성 상실: 사측의 사병으로 전락한 수사기관
수사기관이 노사문제에 개입함에 있어 공정한 수사권을 행사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쌍용자동차 파업의 본질이 노동자 대 국가권력이라는 운동진영의 주장에 대하여 수사기관은 사건의 본질을 노사문제로 축소하면서 자신이 이를 조정하는 중간자의 위치에 있음을 강조했기에 이에 대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파업진압과정에서 공권력은 그 동안 노동자운동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사측 관리자들 및 용역직원들과의 대대적이고 공개적인 합동작전을 펼쳤다. 이러한 공권력과 사측의 합동작업이 위법행위임에 분명하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해 보면 파업기간 동안 쌍용자동차 공장안에는 공권력이란 존재하지 않았고 존재했다면 사측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병만이 있었을 뿐이다.
문제는 불공정한 공권력의 행사가 수사과정에서도 지속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 단적인 예가 이른바 “지게차 사건”에 대한 인지수사이다.
“지게차 사건”이란 지난 6월 26일 오후 3시경 사측관리자 및 용역들이 쌍용자동차 본관 및 공장 일부를 장악한 채 파업대오에 대하여 공격을 감행하자 이에 대항하여 파업대오가 지게차 6대를 선두에 앞세우고 반격을 시작하여 사측 대오를 공장 밖으로 퇴각시키면서 비롯된 충돌을 말한다. 당시 지게차를 운전한 조합원 5명이 구속되었고, 지게차 주변 호위조로 지목된 조합원 및 옥상에서 새총을 발사한 혐의로 다수의 조합원이 구속되었다. 파업기간 중 단일사건으로는 “8월 5일 조립공장 옥상 사건”으로 연행된 11명 중 9명이 구속된 것과 함께 가장 많은 구속자를 발생케 한 사건이다. “지게차 사건”이 발생하자 언론 및 수사기관은 “살인미수” 혐의 적용 운운하면서 파업대오의 폭력성을 강조하여 쌍용자동차 파업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이데올로기 공세의 소재로 활용하였다.
그런데 파업과정에서 일어난 노사 충돌에 대한 수사가 대부분 사측의 고소에 의하여 개시된 수사임에 비하여 이른바 “지게차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의 인지수사였음이 수사기록에 의하여 드러났다. 지게차 사건은 파업기간 동안 노사 충돌 중 가장 큰 것에 속하며, 노사 양측은 모두 상당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다. 지게차 사건 직후 쌍용차자동차 지부 변호인단은 노조 측 피해자들로부터 사측 가해자에 대한 고소 고발에 대한 문의를 받고 당일 상호폭력 행사가 있었음을 확인하고 노조측 피해자들이 상당수 발생하였음에도 사측 관리자를 가해자로 고소할 경우 오히려 피해자인 노조원들이 가해자로 지목될 점을 우려하여 고소 고발을 자제토록 하였고, 사측 또한 고소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지체없이 평택인근 3~4개 병원의 상해피해자 현황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병원치료기록에 기재되어 노조원들의 신원을 확인하여 검거에 나섰으며, 그 과정에서 양측의 피해자들이 다수 존재함을 인지하였음에도 오로지 노조 측 피해자만을 수사선상에 놓고 “당일 지게차 운전자 및 호위조”로 지목하여 수사를 진행했다. 따라서 검찰이 지게차 사건을 기소하면서 피해자로 거론한 23명의 사측 직원들은 당일 현장에서 상호 충돌시 맨 선두에서 지게차 운전자들에게 쇠파이프, 볼트 등으로 공격한 가해자임에도 재판과정에서는 무고한 피해자로만 다루어졌다.
참고로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에 의하면 당일 지게차 운전으로 인하여 직접 상해를 입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럼에도 검찰은 지게차 운전자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및 구속적부심에서 지게차 운전에 의한 상해피해자가 존재한다고 주장하여 결국 지게차 운전자 4명을 구속시켰고 기소단계에서도 이와 관련된 주장을 유지하였으나, 상해피해자로 지목된 김00의 진술서 및 목격자의 진술서에 의하더라도 김00은 피해경위가 “지게차가 아닌 새총발사에 의하여 볼트가 어깨에 충격을 가한 것”이라는 변호인의 지적이 있자 재판과정에서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한 공소사실을 변경한 바 있다.

조합원의 진술에 의존한 수사관행의 문제점
수사기관이 사건관련자들의(점거파업의 경우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 진술을 통해 혐의사실에 대하여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일반적인 수사방법이라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자백을 유도하거나 다른 동료의 혐의사실에 대한 진술을 확보함에 있어 자신에게 처분권한이 없는 “복직에 대한 약속”을 하거나, “구속 내지 입건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등 이익의 제공을 통해 자백 내지 진술을 확보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이는 위법한 수사이며 이와 같은 수사과정에서 획득한 진술의 증거능력 및 증거력이 문제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것과 같이 참고인으로 소환된 조합원에게 다른 동료의 혐의사실 진술을 강요하였고, 이에 따라 동료 조합원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조합원은 결국 자책감을 견디지 못해 자살시도에 이르게 되었다. 이와 같은 과정을 살펴보면 쌍용자동차 파업대오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기법은 쌍용자동차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연대의식을 약화시키는 것에서 머무르지 않고 수사과정에서도 보존되어야 할 인간의 존엄성을 파멸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의 조력 받을 권리의 방해
진술거부권은 헌법상 규정된 기본권이며(제12조 2항), 형사피고인(형사소송법 제289조)과 피의자(제200조 2항)에게도 인정된다. 피고인에게 진술거부권이 인정되는 근거는 피고인은 소송주체로서 검사와 대등한 지위에서 공격과 방어를 해야 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즉 피고인에게 진술거부권이 인정되지 않아서 진실한 사실을 진술할 의무가 있다고 한다면, 이는 반대당사자인 검사에게 공격의 무기를 제공하는 결과가 되어 무기대등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이 인정되는 근거 역시 아직 소송주체는 아니지만 장래 소송주체로서 검사와 대등한 지위에서 자기의 이익을 위해 공격과 방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상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에 대해 진술을 듣기 전에 미리 진술거부권이 있음을 고지해야 하며(제200조 2항), 피고인에 대해서는 형사소송규칙(제127조)에서 진술거부권의 고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현행법상 피의자 및 피고인은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음에도 쌍용자동차 파업사건을 담당한 수사기관은 장시간 수사(소환된 조합원 중에는 14시간을 수사받은 조합원도 있다) 및 심야수사를 강행함으로써 조합원들에게 정신적 육체적인 스트레스를 가중시켰고, 회유 및 협박에 의한 자백강요를 통해 헌법상 기본권인 진술거부권의 행사를 방해하였다.
적극적으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려는 조합원들에게 수사기관은 “파업기간 중 수사시 유의사항에 대한 교육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 “파업기간 중 형사대응 교육을 한 변호사가 누구냐?”, “수사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라고 말한 변호사가 누구냐”고 다그쳤고, 그 결과 구속자들의 검찰수사기록에 체포된 조합원들에게 진술거부권 행사를 조력한 변호인의 사진 및 신상명세서가 첨부되고, 피의자신문조서에 변호인의 이름이 거론되는 일이 발생했다.
수사기관이 여론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의 조력받을 권리를 방해한 것은 수사 초기 초점이었던 외부대오의 관여 및 무기제조(화염병, 화포, 쇠파이프, 화염방사기)등의 사실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위법한 수사과정에서 확보된 진술이 구속자들의 재판과정에서 여과없이 증거능력 및 증명력이 인정되어 유죄의 증거로 채택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결어

정상적인 재판과정이라면 증거에 의하여 사실이 인정되고 이를 근거로 유죄가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진행된 일부 재판과정에서 나타난 선고형량을 검토해 보면 증거에 의해 혐의사실을 인정하고 양형을 고려하여 선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점거파업에 대한 정치적인 고려에서 재판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구속 또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거파업 참여자들에게 위에서 살펴본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의 문제점은 이미 공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위법행위를 인정하고 재판부에게 선처를 구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주제어
노동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