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0.7-8.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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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2 서울 교육감 선거 평가와 향후 과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과 학교현장을 바꾸기 위한 대중운동을 활성화하자

이현대 | 사회진보연대 공동운영위원장
이번 6ㆍ2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전국 12개 시ㆍ도 교육감, 교육위원 선거와 동시에 진행되었다. 교육감은 2006년 12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이후 이미 주민 직선으로 뽑은 바 있다. 하지만 법 개정 시점 때문에 대부분 임기가 1~2년에 불과한 반쪽짜리 교육감이었다. 이번에 비로소 임기 4년을 꽉 채울 교육감을 선출한 것이다. 교육의원 선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09년 9월 관련 법률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는 교육의원은 각 시·도 의회에서 교육·학예에 관한 의안 등을 심사·의결하는 ‘교육위원회’의 과반수를 구성한다. (나머지는 시·도 의원이 차지한다.) 교육의원은 전국 77개 선거구별로 1명씩 선출하는데, 서울의 경우 8개 선거구에서 8명을 뽑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교육감, 교육의원 선거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시민들이 부지기수였다. 5월 20일 본 선거가 시작된 이후에도 주요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결과 60% 이상의 유권자가 교육감 후보에 대해 ‘무응답 또는 모름’이라고 답변했고, 20% 내외만이 ‘교육감 후보를 알고 있다’고 답변했을 정도로 낮은 관심 속에 진행되었다. 반면 각종 여론조사 결과 진보성향의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50%를 넘어 보수성향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두 배 이상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진보진영 교육감, 교육의원 선거 대거 출마와 당선

진보진영은 서울을 필두로 하여 경기, 인천, 강원, 충북, 전남, 전북, 경남, 경북, 광주, 부산, 대구, 울산에서 12명의 교육감 후보(8명 전교조 출신, 4명 교수 출신)와 26명의 교육의원 후보를 출마시켰다. 그 결과 서울 곽노현(방통대 교수), 경기 김상곤(현 교육감), 강원 민병희(도 교육위원), 광주 장휘국(현 교육위원), 전북 김승환(전북대 교수), 전남 장만채(전 순천대 총장) 등 6명의 교육감이 당선되었다. 교육의원도 서울 3명을 비롯하여 전국에서 16명이 당선되었다.
진보진영은 교육감, 교육의원 선거에 상당한 역량을 투여했는데, 이는 전교조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이라는 정세와 함께 교육감, 교육의원 선거제도의 몇 가지 유리한 지형을 배경으로 한다. 시국선언교사 탄압, 단체협상 시정명령, 조합원 명단 공개, 정당가입과 정치자금 후원 탄압 등 전면적인 전교조 탄압 상황에서 이번 교육감 선거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선거 공간에서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들이 전교조에 대한 마녀사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엄호할 필요성이 절박했다. 특목고와 자율형 사립고, 일제고사 등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면서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향후 대중투쟁에 유리한 지형 확보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정당의 선거개입 금지규정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당체제 하에서 대중운동을 기반으로 한 진보진영의 개입공간을 열어주었고, 교육감 및 교육의원 후보자 선정에 있어서도 정당 개입금지와 교육 경력 규정이 상대적으로 진보진영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한편 이번 선거는 보수후보가 난립하고 보수후보들의 단일화 가능성도 높지 않아 민주진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았다. 따라서 조ㆍ중ㆍ동을 필두로 한 보수 세력은 ‘전교조 없는 학교’, ‘교원평가 전면시행’ 등 반전교조 공세를 강화했고 좌파 교육감 후보진영에 대한 경찰의 직접적인 개입의혹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무원칙한 반MB연대’의 강력한 규정 속에서 진행된 교육감 선거

일각에서는 서울 교육감 선거를 두고 진보대연합의 성공적 사례로 거론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번 지자체 선거는 반신자유주의를 명확히 하지 않는 ‘무원칙한 반MB연대’, 이른바 ‘나눠 먹기식 반MB연대’의 구도가 주도했다. 서울지역의 경우 민주노총 서울본부를 중심으로 노동조합과 진보 3당, 사회단체들이 진보진영의 서울시장 후보단일화를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했으나,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의 일방적 사퇴와 민주당 한명숙 후보 지지선언으로 무산되었다. 이런 구도 하에서 서울 교육감 선거구도는 ‘노동자운동, 진보진영의 대단결과 강화’라는 원칙보다도 당선가능성을 중심으로 반MB연대의 중심인 민주당 한명숙 후보와의 공조를 중심으로 선거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교육감 선거에 대한 낮은 관심과 인지도, 이른바 ‘로또 교육감 선거’에 따른 정당 줄 투표 효과로 인한 어려움 등으로 인해 민주당과의 공조를 중심으로 한 ‘반MB연대’의 경향이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구도 하에서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와의 선거공조는 현실적으로 장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반MB연대’의 구도 하에서 진보진영의 교육감 선거목표는 최소한의 방어와 당선을 중심으로 설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교원평가 등 노동조합운동의 중요한 쟁점에 대해서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선본의 입장을 합의, 방어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였다. 또한 전교조에 대한 강력한 탄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민주진보교육감을 당선시켜 대중투쟁의 유리한 지형을 형성하는 것이 2차적인 목표였다. 결론적으로 진보진영의 최소한의 목표는 달성된 셈이다.

범시민추대위 구성과 경선과정에 대한 평가: 진보진영 독자적 역량 구축의 실패

지자체 선거 구도와 별도로 서울 교육감 선거가 진보진영 주도로 진행되지 못한 것은 내적인 원인과 한계가 존재한다. 근본적인 원인은 진보진영의 내적 역량의 취약함이다. 범시민추대위 경선 과정에서 진보테이블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추진한 지배계급의 일부로서 민주당’에 대한 원칙적 입장에 근거해서 이른바 민주당 성향의 직접적인 범시민추대위 참여에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관철했다. 하지만 이러한 원칙은 본선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중앙, 지역 선본을 책임질 수 없는 진보진영의 취약한 역량으로 인해 다양한 경향의 선본 참여를 반대할 수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우선 범시민추대위원회 구성과 경선과정에 대해서 살펴보자. 지난 해 12월부터 ‘교육희망네트워크’(전교조와 주류 시민단체ㆍ지역교육시민단체 중심의 전국적 규모의 연대단위)와 ‘서울교육공공성추진본부’(민주노총 서울본부와 전교조 서울지부, 진보정당, 서울지역 시민운동단위를 포괄하는 연대단위)를 중심으로 진보진영과 시민운동진영의 정치적 균형을 고려한 회의 틀을 통해서 서울시 교육감 선거 관련 공동대응 논의를 진행하였다. 이후 2010년 1월 13일 60여 개 단체가 참가한 ‘2010 서울시 민주진보 교육감 교육위원 후보 범시민추대위원회’가 출범하여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추진했다. 민주당과의 반MB연대는 곧 바로 당선 가능성과 연결되기 때문에 초기부터 민주당의 개입을 둘러싸고 시민운동진영과 진보운동진영 간에 팽팽한 갈등이 형성되었다. 진보테이블의 경우 민주당이 실질적으로 교육감 선거에 대한 후보 개입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전교조 탄압과 교원평가를 포함한 주요한 쟁점에 원칙 있게 대응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하고자 움직였으나, 시민운동의 경우 당선 가능성을 중심으로 야당과의 폭넓은 공감대를 고려한 행보를 지속했다. 단일화 방식(시민공천단, 운영위원 단체 투표, 여론조사 반영 비율), 단일화 일정(조기 단일화와 4월 말 단일화)을 둘러싸고 끊임없는 갈등과 논란이 지속되었다. 당초 2월 중순, 늦어도 3월 초 경선을 완료하고 전국교육감 선거 및 교육의원 선거 등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자 하였으나 최종적으로 3월 18일 곽노현 후보, 이부영 후보, 최홍이 후보, 박명기 후보, 이삼열 후보 등 5명이 후보등록을 완료하였다. 4월 14일에서야 시민공천단 투표 30%(3.29 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운영위원 단체 시민공천단 미배정), 운영위원 단체투표 20%, 여론조사 50%를 반영하여 교수, 노동, 인권, 장애운동의 지지를 받은 곽노현 후보가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로 선출되었다.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의 과열과 후보 선출 일정의 지연 탓으로 4.29에서야 교육감 선본이 꾸려졌다. 따라서 교육감 선거와 교육의원 선거의 체계적인 공조와 지원은커녕 각각의 선거대응도 시간에 쫓겨 급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범시민추대위의 구성과 관련하여 첫 번째 평가의 지점은 진보진영의 독자적인 교육감 선거대응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부재했다는 것이다. 2008년 선거에서 양 진영 간의 내부 갈등이 심각했고 상반된 선거평가로 인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독자적 대응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했다. 설사 양 진영이 참가하는 범시민추대위원회 건설이 불가피한 측면이 존재했다고 해도 진보진영의 주도권을 형성하기 위해서 민주노총 서울본부를 중심으로 진보진영 내부의 선거대응 체계구축과 후보선정을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못한 지점은 명확히 평가되어야 한다. (물론 서울본부 임원선거 및 집행부 교체 문제 등 현실적 난관이 존재했다.) 후보 단일화를 위한 경선방법과 시기를 둘러싼 논란 과정에서 경선 이탈을 염두에 둔 세력에게 지속적으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던 원인은 진보진영의 내적인 준비와 실력의 부족이었다. 이는 이후 선거 전 과정에 거쳐 최소한의 방어적 개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기도 했다. 두 번째로는 진보진영 전체가 동의할 만한 자신의 후보를 선정하는데 실패한 상황에서 민교협, 교수노조 등이 추대한 곽노현 후보의 경선 캠프 구성 과정에 신속히 결합하지 못한 점이 평가되어야 한다. 물론 대중조직 내부의 입장정리가 어려운 여러 가지 조건이 있었으나, 진보진영이 긴밀히 결합하지 않고 곽노현 후보의 내부 경선캠프가 꾸려진 후에는 후보에 대한 진보진영의 개입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여 신속히 움직였어야 했다.

후보의 강력한 주도권, 진보진영의 취약한 선본 결합

곽노현 선본의 경우, 선거자금 차용과 선본 구성 전반에 걸쳐 후보 주도권이 강력하게 관철되었다. 특히 선본이 후보를 중심으로 7-8개 그룹 이상의 광범위한 연합세력으로 구성되다보니 후보 중심의 구도가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당초 진보테이블은 범시민추대위가 추천하는 단일 집행위원장 체계와 전략기획회의(컨트롤 타워)의 설치를 골자로 한 선본 구성안을 제안하였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반대로 다수 연합세력의 참여로 인해 다수의 공동선본장과 공동집행위원장 체계가 계속 확대되는 양상이었다. 한편 지역선본을 구성할 때 48개 지역연락사무소 중 노동조합과 진보진영의 참여가 지극히 저조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지구협의회가 지역선본을 주도할 역량이 부재했고 전교조의 경우 법적인 제약으로 직접적인 결합이 어려웠다. 민주노동당ㆍ진보신당의 경우 직접적인 정당개입이 금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자체 동시 선거로 인해 실질적 역량이 부재했다. 또한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각각 교육희망네트워크와 서울교육공공성추진본부 단위로 참여하여 공동된 행보가 어려웠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진보진영이 선본을 주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선본체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핵심 사업이 선본의 공식적인 체계인 집행위위원회와 각 집행단위의 논의, 결정을 거치지 않고 후보를 중심으로 추진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후보-정책위원장을 중심으로 교원평가 등 주요 핵심 쟁점과 관련한 사업이 일방적으로 추진되어 내적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 이와 동시에 ‘김대중, 노무현과 함께 하겠습니다’ 현수막 사건의 원인이기도 했던 홍보전략회의가 집행위원회의 통제도 받지 않고 후보가 추천한 다수의 외부 전문가 집단 주도로 운영된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공동집행위원장도 6명으로 지속적으로 확대, 공동선본장도 임의로 다수 확대하는 등 갈등적인 쟁점을 선본 체계에서 책임 있게 결정하기 어려운 조건이 형성되었고 따라서 대중조직의 외부적, 정치적 개입이 불가피했다. 이러한 선본체계의 문제점으로 인해 교원평가를 둘러싼 선본 내 갈등이 반복되었고 급기야 진보테이블이 철수했다 복귀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진보테이블의 선본 철수

선본 내에서 ‘교원평가’를 둘러싼 세 차례의 갈등이 있었다. 진보테이블의 선본 철수는 3차 갈등시 발생한 사건이다.
(1) 1차 갈등은 4월 29일 조선일보 정책설문지에 대한 곽노현 선본의 답변(교원평가 찬반을 묻는 조선일보 질의에 선본의 입장을 글로 작성하여 답변) 이후 4월 30일 조선일보에서 재차 정책설문지에 답변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조선일보는 설문지를 구체화하여 학생, 학부모가 참여하는 교원평가에 동의하는가(7번 문항), 현행 MB가 추진하는 교원평가에 동의하는가(8번 문항)라고 재질문했다.) 4월 30일 선본 집행위원회에서 찬성 혹은 반대 어느 것에 답하더라도 선본 내부 갈등을 초래하거나 조선일보의 공격에 노출될 것이므로 답변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정책위원장이 조선일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판단 하에 진보테이블 멤버가 빠진 채로 5.1 정책위원회를 소집하여 조선일보 정책설문지 답변서를 작성하였다. (이때 후보와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증폭되었고 5월 2일 집행위원회를 소집하여 장시간 논란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합의하지 못했다. 결국 밤까지 후보와 공동선본장들의 토론 끝에 교원평가 관련 문항에 답변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2) 선본 내 교원평가 관련 갈등을 해소하고 단결을 강화하기 위해 상임선본장, 공동선본장, 정책위원장 등이 1-2주 동안의 논의를 거쳐 합의 문구를 마련하였고, 5월 13일 12차 집행위원회를 통해 내용을 공유하였다. 정확한 합의 문구는 “MB 교원평가 반대, 새로운 교원평가 대안 마련. 세부적으로 법률적 근거 없는 현행 교원평가제 전면 재검토, 점수화ㆍ서열화 평가 방식 지양,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수업의 질 향상을 위한 교육적 교원평가제 도입, 교육환경 전반을 평가하는 학교조합진단시스템 도입”이었다.
(3) 2차 갈등은 5월 19일 수도권 교육혁신벨트 공동기자회견 준비 과정에서 선본 내 합의 없이 정책위원장이 경기도 선본과 4개의 공통공약(혁신학교 도입, 친환경 무상급식, 교육적 교원평가, 보수교육비리 척결)을 합의하면서 불거졌다. 공동선본장 1인이 경기도 선본 관계자와 ‘교원평가’를 뺀 3대 핵심공약과 10대 공약으로 정리하고, 10대 공약에 ‘교원평가’를 포함하되 서울 선본에서 합의된 문구를 그대로 넣는 것으로 의견을 조율했으나, 경기도 선본에서 자신의 입장이 관철되지 않자 공동기자회견을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했다.
(4) 5월 15일 정책위원장이 정책 공약서 내용 중 교원평가 관련 선본 내 합의사항을 무시한 문구를 삽입하려다 인쇄를 중단시키고 수정하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당일 아침 후보 토론 준비를 위한 정책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정책수행을 맡은 진보테이블 측 인사의 참가를 일방적으로 막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공동집행위원장 1인이 당일 14차 집행위원회에 정책위원장 교체안을 제출하기에 이른다. 5월 16일 진보테이블은 최소한 정책위원장이 사퇴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도 선본 내 투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공유하였고 공동선본장 1인에게 사건의 처리를 일임하였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앞두고 선본 철수 등 극단적인 방법은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다만 동일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어떠한 정치적 부담이 발생하더라도 명확히 대응할 것을 결의했다.
(5) 3차 갈등은 경기도 선본에 의해 일방적으로 취소되었던 수도권 공동기자회견이 5월 27일로 재추진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정책위원장이 동일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고, 기자회견 하루 전인 5월 26일 기자회견문 내용 중 ‘고등학교의 대학입시 경쟁력 강화’와 ‘교육적 교원평가제 실시’ 관련 문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선본 내 합의사항을 존중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문안의 수정 없이 5월 27일 기자회견을 강행하였다.
(6) 3차 갈등이 발생한 5월 26일 밤 24차 집행위원회를 앞두고 책임 있는 공동선본장에게 사태의 조율을 요구하였으나 최종적으로 거부했다. 이를 계기로 진보테이블은 선본에서 전면 철수했다. 5월 27일 밤과 5월 28일 상임선본장, 공동선본장 1인, 상임집행위원장, 최종적으로 후보와의 협의를 거쳐 5월 27일 선본 내 합의사항 파기에 대해 책임자의 인사 조치를 요구했고 상임집행위원장이 사퇴하고, 정책위원장을 사실상 업무정지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또한 진보테이블이 철수한 상황에서 5월 27일에 기획된 ‘김대중, 노무현과 함께 하겠습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철거한 사실을 확인하고 5월 28일 집행위원회에 참가하여 선본에 복귀했다. 진보테이블 내부적으로 선본에 복귀하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도 다수 있었으나, 곽노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정치적 책임감을 갖고 복귀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 사건은 진보테이블로서도 선거 패배시 각종 비난에 노출될 수 있는 정치적 부담감을 안으면서도 불가피하게 철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당혹스러운 처지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진보 단일후보 대 보수 다수후보’ 유리한 선거구도, 핵심 쟁점을 이슈화하는데 실패

이번 교육감 선거는 단일 민주진보 후보와 다수의 보수후보가 대결하는 유리한 구도였다. 서울의 경우 내부 경선의 과열과 후유증으로 인해 선본 구성과 교육의원 선거 준비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발생했으나, 5월 20일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앞두고 민주진보진영의 후보 단일화를 달성했다. 하지만 보수진영의 경우 바른교육국민연합을 중심으로 반전교조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추진했으나, 당초 단일화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후보를 비롯하여 경선 이탈과 결과 불복 등으로 다수의 후보가 난립했다. 공정택 전 교육감의 비리사건으로 인해 진보성향에 대한 지지가 50%를 넘어서는 것도 유리한 구도였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 및 후보에 대한 낮은 인지도, 1번과 2번 정당번호 줄 투표 효과로 인해 선거막바지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선거가 막바지까지 고전을 면치 못한 원인은 앞서 살펴본 교육감 선거의 지형이 한축이라면, 다른 한축은 핵심 정책 혹은 쟁점을 이슈화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유리한 선거구도와 선거 막판 선관위의 공보물 누락 사건 등의 변수가 없었다면 선거승리를 낙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책이슈와 관련하여 진보진영은 뚜렷한 핵심 이슈를 제기하지 못했다. 시민추대위 경선과정이나 선본 활동과정에서 교원평가 등 민감한 쟁점에 대한 대략적인 합의는 존재했으나 핵심 쟁점과 이슈에 대한 적극적인 기획이 부재했다. 교육감 권한 밖에 사안이라도 전국적인 민주진보 교육감 공조 차원에서 현행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핵심적인 문제와 대안(특히 국립대 법인화, 입시제도 등)을 여론화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조직하지 못했다. 이원희의 ‘부적격교원 10% 퇴출’, 김영숙의 ‘사교육 없는 학교’라는 정책메시지에 비해 곽노현 후보가 비중 있게 제기했던 ‘서울형 혁신학교’ 정책메시지는 그다지 파괴력을 갖지 못했다. ‘단 한 명의 학생도 결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은 내용에 있어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현 정세에서 메인 슬로건으로 부적절했다. 오히려 예비공보물에서 사용된 ‘MB 특권교육 심판, 공정택 부패교육 심판’을 강조해야 했다. 반전교조 프레임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과 소위 명문대 입학을 갈구하는 학부모층의 표심을 고려한 ‘교육적 교원평가 시행, 대학입시 대응능력 강화’ 등 내부의 우경화된 정책메시지는 사회적으로 이슈도 되지 못하고 선본 내의 갈등만 양산했다. 한편 진보테이블은 각 분야의 정책역량을 결집시키고 풍부한 대안을 제출하지 못한 한계가 존재했으나, 선본 내 정책위원회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인간교육실현을 위한 학부모연대, 좋은 교사운동’ 등으로 구성된 ‘2010 서울교육감 시민선택의 공약평가’에서 곽노현 후보가 가장 우수한 등급을 받기도 하였다.

반전교조 프레임에 대한 과도한 강박과 전국민주진보교육감후보 선거공조의 중도반단

3월 24일 ‘친환경무상급식 풀뿌리국민연대’와 전국 교육감 예비후보 16인의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 협약식을 시작으로 전국의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들의 정책공조가 시작되었다. 이어 4월 16일 경기도교육청에서 전국의 범민주 진보개혁 교육감ㆍ교육의원(총 22명 참여)과 함께 6ㆍ2 지방선거에서 제시할 10개 교육개혁 방향과 11개 정책과제를 담은 공동제안서를 발표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전국교육자치포럼 주최로 ‘전국 범민주진보개혁 교육감 교육의원 예비후보 합동 세미나’가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이 자리에는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도 함께 참여했다. 이후 본격적인 선거를 앞두고 5월 7일 12개 민주진보 교육감 공동정책발표 기자회견이 추진되었으나 불현듯이 취소되었다. 기자회견이 취소된 것은 ‘반전교조 프레임’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는 경기도 김상곤 선본의 입장이 주요 원인이었다. 경기도 선본은 자연스런 접촉이 아닌 경우 전국 혹은 수도권 민주진보교육감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조ㆍ중ㆍ동 등 보수 세력의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있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교원평가 등 주요 정책에 대해 ‘합리적 교원평가’ 수준의 공동입장 표명이 전제되지 않으면 공동행보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5월 7일 기자회견 준비과정에서 전교조 및 대부분의 시도교육감 후보는 민감한 쟁점인 교원평가를 10대 공약에 넣는 것에 반대했으나, 경기도 선본의 입장은 달랐다. 결국 기자회견문까지 작성된 상황에서 경기도 김상곤 후보의 불참통보로 기자회견이 취소된 것이다. 동일한 인식 탓에 김상곤 후보는 5월 16일 전국교사대회에도 불참했다. 이는 5월 19일 ‘수도권 혁신교육 벨트 추진 민주진보단일 교육감후보 공동기자회견’의 추진과정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되었다. 당초 경기도 선본 담당자와 서울 선본 정책위원장 간에 4개의 공통공약(혁신학교 도입, 친환경 무상급식, 교육적 교원평가, 보수교육비리 척결)을 합의하고 기자회견을 추진했다. 그러나 서울 선본에서의 이견으로 ‘교육적 교원평가’를 뺀 3대 핵심공약과 10대 공약으로 조정하기 위한 협의를 다시 진행했는데, 경기도 선본의 입장과 맞지 않자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취소하였다. 5월 27일에 취소되었던 기자회견이 다시 추진되었는데, 이때는 서울 선본의 내부적 합의사항을 무시하고 경기도 선본의 입장을 관철하는 과정에서 서울 선본에서 진보테이블이 철수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곽노현 후보는 선거 막바지 고전하는 상황에서 경기 김상곤 후보와의 공조인가, 내부적 합의의 존중인가 양자택일 상황에서 경기 김상곤 후보를 선택했다.) 이번 선거에서 교원평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도 아닌 상황에서, 경기도 선본의 반전교조 프레임에 대한 과도한 강박이 오히려 전국적인 민주진보 교육감 선거공조와 파급효과를 만드는데 커다란 갈등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민주진보교육감 당선, 대중운동 활성화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6월 9일 곽노현 서울교육감 당선자는 박재동 화백을 취임준비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준비위원 43명, 고문 10명, 자문그룹인 지도위원 15명 등 모두 83명으로 취임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최민희 전 방통위 부위원장(행정), 김용일 부산해양대 교육학과 교수(공약실현), 김진욱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취임준비·대외협력) 등이 각 분과위원장을 맡았고 김윤태 우석대 사범대 교수가 비서실장을 맡았다. 전교조 출신 교사들이 향후 분과위원으로 결합하긴 하였으나 진보진영이 포함되지 않은 채 후보의 측근과 주류 시민운동 중심의 인선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현재 곽노현 당선자의 행보를 둘러싸고 좌파, 우파 양측에서 여러 가지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진보테이블은 ‘곽노현 당선자’가 일정한 강점과 한계를 동시에 지닌다고 평가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당선자 본인의 입장이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으며, 이것은 실망할 성질의 것이 아니고 객관적인 사실이자 조건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당선자의 행보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과 학교현장을 바꾸어 내기 위해서 끈기 있고 일관성 있게 대중운동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중앙정부 정책과 제도적 장벽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주진보 교육감의 당선 이후 전교조 운동의 환경은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현장 교사들에게 현 정부의 강경한 전교조 탄압공세에 비해 민주진보 교육감의 작은 개혁의 성과가 너무도 커 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작은 과실들로 인해 학교 현장으로부터 민주진보교육감을 지켜내야 한다는 강한 압박이 있을 수도 있다. 현장 조합원을 수동화시키는 상층 협상 중심의 청원형 운동이 강화될 수도 있다. 또한 민주진보 교육감 시대는 각급 학교현장의 문제에 대해 많은 정책전문성이 요구될 것이다. 따라서 제한된 역량 속에서 활동가들을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아주 중요한 상황이 될 것이다. 그저 주어진 요구에 따라 사람을 배치하다보면 정책대응 중심으로 치우칠 것인 뻔하다. 학교현장과 지역에서 조합원과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학습하고 실천하며 새로운 활동가들을 재생산하는 역량의 공백이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다.
민주진보 교육감의 당선은 일정한 제도적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제도개혁은 운동의 주체적 역량의 강화를 동반하지 않는다면 ‘모래 위의 성’일 뿐이다. 전교조를 중심으로 교육감과의 시의적절한 토론과 논쟁에 유능하게 개입하면서도, 교육감과의 상층협상에 의존하기보다는 일관된 계획을 가지고 학교현장을 바꾸어내고, 지역 차원의 대중운동을 활성화시키는 대중사업과 대중투쟁을 배치해야 한다. 또한 곽노현 교육감 시대 교육정책에 대한 진보운동의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서 전교조 서울지부를 중심으로 ‘서울교육공공성추진본부’의 재편 혹은 확대강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교육의 문제는 전사회적인 문제이다. 비정규직이 일반적 고용형태가 되고, 노동자의 기본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는 (최저)임금 수준, 바닥을 향한 경쟁이 지배하는 사회구조 하에서 ‘교육을 통한 평등’은 몽상에 불과하다. 따라서 교육의 문제는 사회구조의 변혁과 분리되어 사고할 수 없다. 또한 교육감의 권한 밖이지만 대학의 구조와 대학입시제도를 떼어 놓고 초중고등학교의 개혁은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진보진영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전체 노동자운동 차원에서, 전국적인 민주진보 교육감들의 공조를 통해 교육감 권한을 넘나들며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맞서 사회적 논쟁과 대안을 제출하기 위한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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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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