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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11.7-8.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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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흐름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과제

노동자민중운동의 급격한 해체를 제어하고, 좌파운동의 공조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현대 | 공동운영위원장
지난 5월 31일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는 2011년 1월 20일 연석회의 1차 대표자회의를 시작한지 5개월여 만에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과 관련한 최종합의문을 이끌어 냈고, 사회당을 제외한 12개 단체가 이에 서명했다. 6월말 7월초까지 최종합의문에 대한 참여단체 내부의 의결과정을 거쳐 9월까지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연석회의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흐름과 관련하여 민중운동 내부에 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 ▲민중운동의 중차대한 과제로 적극 지지하는 입장 ▲진보정당들의 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라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2012년 총선, 대선에서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선거연합’에 경도된 진보정당의 우경화 경향을 비판하는 입장 ▲2012년 총선, 대선에서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선거연합에 경도된 진보정당의 우경화 경향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유보 혹은 반대하는 입장 ▲진보정당운동 전반의 의회주의, 개량주의를 비판하며 사회주의 노동자정당을 건설하자는 입장 등 각 운동세력의 정세인식과 운동 전략에 따라 상이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현재 진보정치통합과 관련된 대체적 흐름은 자본주의의 장기불황,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위기라는 조건에서 체제대안의 전망으로서 사회변혁전략 논의는 부재한 채, 복지국가담론과 총선·대선 국면을 겨냥한 단기적 구상과 그에 따른 진보정당들의 정치공학적인 통합을 중심으로 논의가 과잉되어 있다. 또한 현재의 취약한 운동역량을 복원·혁신하기 위한 논의는 과소한 채로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통한 정권교체와 연립정부 구성’이라는 우경화된 흐름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를 제어해야 할 좌파운동의 경우 운동 전략과 조직노선의 차이로 인해 공조흐름 형성에 곤란을 겪고 있다.
진보정당운동이 노동자민중운동을 과잉대표하고 있는 현실적 조건에서 연석회의를 중심으로 한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은 민주노조운동을 비롯한 대중운동과 전체 민중운동의 향후 진로와 관련하여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대한 동의 및 참가여부를 떠나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과정에서 노동자민중운동의 급격한 해체를 제어하고, 변혁적 대중운동의 재건과 대안좌파를 형성할 수 있는 토대를 유지·강화하는 것이 노동자민중운동의 사활적인 과제다.


민주노조운동의 쇠퇴와 대안좌파 형성의 실패, 진보정당운동의 급격한 우경화 경향

그렇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진보정당운동의 급격한 우경화 경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는 물론 세계자본주의와 한국자본주의의 객관적 조건, 정권과 자본의 전략, 운동주체들의 이념과 운동전략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상호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여러 계기를 통한 반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화되어온 변혁적 운동진영의 무능과 민주노조운동을 중심으로 한 대중운동의 쇠퇴가 진보정당운동의 우경화 경향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다.
87년 6월 항쟁과 7-9월 노동자대투쟁으로 강력한 사회적 운동세력으로 등장한 한국의 민중운동은 90년대 초반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사회변혁적 이념과 운동의 동요와 퇴조기, 1997-98년 IMF 경제위기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기 ‘대안사회를 지향하는 반신자유주의 운동’과 ‘사회제도적 타협을 지향하는 코포러티즘적 운동’의 경쟁과 갈등의 시기를 거쳐왔다. 이후 민중운동은 이명박 정권의 노골적인 재벌 중심의 경제정책과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광폭한 탄압, 억압적인 국가기구를 동원한 비민주적 통치스타일에 맞서 자신의 투쟁력에 근거한 돌파구를 찾지 못해왔다. 이에 따라 현장의 패배주의와 실리주의를 배경으로 ‘반MB-반한나라당 연합’이라는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선거연합 노선이 민중운동 내에서 광범위하게 수용되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노총의 총노동 전선 구축의 방기와 야권연대 의존적인 활동, 현장의 패배주의-실리주의 확산
이명박 정권은 출범 이후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노동조합 활동의 근간을 무너뜨리기 위한 대대적인 공세를 펼쳐왔다. ▲제조업(특히 자동차산업)과 공공부문 대사업장의 강성 노동조합을 무너뜨리기 위해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제도와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노사관계 선진화 법안, ▲단체협약 개악 및 해지-연봉제 도입-경영평가 등을 통해 임금삭감-인원감축 등을 통한 노동자 간 경쟁강화, ▲노조 무력화를 통해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 등을 통해 노동조합의 손발을 묶고 노조 활동을 위축시켰다. 또한 ▲법치주의, 불관용의 원칙을 내세우며 업무방해, 손해배상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고, ▲전교조, 공무원노조의 정치활동을 탄압하고 금속, 공공운수, 공무원, 교원노조 등 민주노총 내 거대 산별노조(연맹)를 무력화시켜왔다. 반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조운동진영은 이러한 이명박 정권의 공세에 맞서 전국적인 투쟁전선을 구축하지 못한 채 산별만의 투쟁, 개별 사업장의 투쟁으로 대응하면서 각개격파 당했다. 그나마 민주노조운동의 기풍과 투쟁동력이 살아 있는 사업장들도 자본의 파업유도와 공격적 직장폐쇄, 정권의 경찰력을 동원한 무력진압을 통해 하나 둘씩 무너져 가고 있다. 경주 발레오, 대구 상신브레이크, 구미 KEC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민주노총 지도부는 노동자민중운동의 단결과 현장투쟁 동력의 복원에 주안점을 두기보다는 2012년 총선, 대선에서 민주당과의 반MB·반한나라당 선거연합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려 하고 있다. 반MB·반한나라당 선거연합을 통해 진보정당이 원내교섭단체를 확보(야권의 과반의석 확보)하고, 정권교체를 통해 각종 법·제도를 개선하여 현재의 위기를 넘어서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2010년 6.2 지방자치제 선거에서 민주노총의 ‘무원칙한 반MB연대 선거방침’과 지난 4.27 보궐선거에서 민주노총 강원본부의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 단일화 거부 기자회견에 대한 논란을 통해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또한 노조법 전면개정을 위한 민주노총의 투쟁계획은 부재한 채, ‘노동대책 및 노동관련법 재개정을 위한 야5당-민주노총 회의’(노동대책회의, 2011년 1월 7일 구성)를 구성하고 입법 발의를 추진하며, 한국노총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등 이러한 경향이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자체의 투쟁동력과 노동자민중진영의 역량에 근거하여 투쟁을 주도하지 못하고 민주당-한국노총에 의존하게 될 경우, 국회 입법 협상 과정에서 한나라당, 민주당, 한국노총의 정치적 계산법에 따라 민주노총은 언제라도 소외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노조법 개정의 내용 자체가 심각하게 후퇴할 뿐 아니라 어떠한 운동적 성과도 남기지 못할 것이다. 이는 지난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교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민주노총 지부도의 이러한 행보가 현장의 패배주의와 실리주의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정권과 자본의 공세와 탄압에 맞선 전국적인 투쟁전선 구축을 방기하고 야권연대 의존적인 활동에 치중하면서 산별노조(연맹)와 단위 사업장 차원에서 투쟁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공공운수노조(준)의 ‘의정포럼’ 발족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권에 의존한 대응은 노동조합 지도부의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 협의과정에서 신자유주의 야당과 NGO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혹은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노조가 자신의 요구를 낮추어 조정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은 명확하다. 의정포럼과 같은 구조가 노조의 임금투쟁, 단체협약 투쟁 등 현장투쟁을 대체해간다면 이후에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노조의 파업이나, ‘세금부담을 늘이는’ 임금인상 요구는 점점 더 회피해야할 것으로 간주될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일부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들은 정치적 영향력이 미약한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연대하기 보다는 좀 더 영향력 있는 민주당, 더 나아가 한나라당을 통해 자신의 실리를 얻고자하는 흐름이 확장되고 있다. 노조의 실리를 얻기 위해 민주당과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정치 후원이 공공연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투쟁의 지도부로서 자신의 원칙을 명확히 하지 않을 때 현장의 패배주의와 실리주의는 확대될 수밖에 없으며,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라는 민주노총의 방침조차도 약화될 수 있는 것이다.

변혁적 전망의 소실, 복지국가담론의 확대와 급격한 통치정당화
진보정당운동의 급격한 우경화 경향은 세계자본주의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대안적인 운동(세력)이 등장하지 못하고 있는 현 정세에서 자본주의를 변혁하는 운동전망의 불투명함과 연관되어 있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복지국가 담론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다. 복지국가 담론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폐해가 드러나면서 빈곤이 심화되고 민중의 삶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소위 양육, 교육, 주거, 고용, 의료, 노후의 6대 불안)을 직접적인 배경으로 한다. 세계경제 장기불황의 지속,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적 변수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한국의 경제구조, 한반도 위기의 지속 등의 객관적 현실을 고려할 때, 북유럽 선진자본주의의 호황기라는 특수한 조건에서 가능했던 복지국가를 한국사회의 전망으로 제기하는 것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사회적 역관계 상으로도 실현 불가능한 주장이다. 복지국가 논자들은 대중들의 구체적인 불만과 요구를 복지국가라는 프레임으로 묶어둠으로써 고용, 교육, 의료, 주거, 양육, 노후 등 각각의 쟁점들이 갖고 있는 사회구조적 문제점들을 은폐하며, 국가재정 확보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호도한다. 또한 복지국가론은 "민주당,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이 힘을 합쳐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저지하고 2012년 정권을 교체하자"라는 야권연대의 맥락에서 다뤄지고 있다. 반MB라는 네거티브 전략을 넘어 복지국가라는 포지티브한 가치를 중심으로 연대하여(복지동맹) 민주·진보 정권을 세우고 복지국가를 현실화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복지국가론자들이 말하는 복지국가론은 현실 불가능할 뿐만아니라 복지정책의 실현이라는 정책연대를 중심으로 노동자민중운동을 신자유주의 세력인 민주당의 하위파트너로 전락시킬 위험성이 농후하다는 점에서 지극히 위험하다. 또한 복지국가론의 숨겨진 실체는 ‘유연안정성’이라는 이름으로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의 핵심인 비정규직의 유지 및 확대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민주노조운동과 노동자민중운동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진보정당들의 수정된 복지담론은 노동유연화를 비판하며, 반전평화, 금융자본의 통제 등 몇 가지 핵심적 지점들을 적절히 포함하고 있지만, 복지의 문제를 정책대안과 재원마련의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야권연대를 통한 복지정책 실현이라는 위험한 선택에 빠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대중들의 불만과 고통은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 포퓰리즘적인 대중동원 전략으로 해결될 수 없다. ‘대중의 구체적 요구와 투쟁에 근거한 대중운동의 주체형성’을 통해서 대안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사회변혁운동을 강화할 때만이 진정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세계자본주의의 장기불황, 이에 대한 부르주아적 해법으로 제시된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불거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위기라는 정세에도 불구하고 이에 맞서는 강력한 대중운동이 촉발되지 않는 정세 속에서 진보정당운동의 급격한 통치정당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통치정당화’란 정당이 체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변혁적 운동전략을 포기하고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집권을 통해 제도적 틀 안에서 자신의 정책을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급격한 ‘통치정당화’가 대중운동의 쇠퇴라는 것을 배경으로 한다면,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기 사회제도적 타협노선을 견지하고 각종 정부기구 참여했거나 정부지원을 받았던 주류 시민운동과 노동운동 일부 세력의 자기 생존을 위한 전망 ▲한국 노동자민중운동의 다수 세력인 자민통 그룹 다수파의 단계론적 변혁론에서 변혁적 전망과 대중운동전략이 삭제된 집권전략으로서 자주적 민주정부 노선으로 수렴 ▲정치계급의 독자화는 급격한 통치정당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정치계급의 독자화는 정당 활동을 하는 정치인 및 활동가들이 독자적인 자신의 이해관계를 형성하면서 조직의 운동노선이나 대중운동의 전략적 이해보다도 정당 내부에서의 권력·지분 보전 혹은 의회 진출을 위한 자신의 이해를 우선하게 되는 경향을 말한다. 정치계급의 독자화는 선거주의·의회주의 경향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선거주의?의회주의가 강화되면 정당의 운동적 활동은 감소하고 제도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당 활동가들의 운동도 선거홍보를 위한 활동으로 축소된다. 정당이 선거에 관해 부르주아와 똑같은 기술을 사용하고(심지어 스타 정치인에 의존하거나 이들에 대한 개인숭배를 자극), 당의 재정과 활동이 정부기구, 의회, 지방정부, 선거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간부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강화되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선거주의·의회주의의 강화 혹은 통치정당화는 역동적인 대중운동의 부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다시 말해서 노동자대중운동이 당의 성장과 직접적인 득표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당의 지지를 높이기 위한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활동을 진보정당에 맡겨두고 노조는 ‘돈 걷어주고 표 찍어주는’ 정치적 대리주의는 노조가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노조운동이 자신의 독자적 역량을 구축하여 현장조합원을 주체로 세우는 정치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지 않는다면 진보정당운동과 노조운동 모두 비극적 결과를 맞이할 수 밖에 없다.

변혁적 운동세력(좌파)의 무능과 대안좌파 형성의 실패
노동자민중운동의 급격한 우경화 경향이라는 현 정세적 조건은 우선 지배계급, 정권과 자본의 전략에 대한 노동자민중운동진영의 대응이 실패한 결과이다. 운동진영 내적으로는 민중운동 내 다수 세력인 자민통 그룹 다수파의 운동노선과 구체적인 실천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자민통 다수파의 경우 노선적인 문제점을 논외로 하더라도, 민주노총 선거과정에서 어용세력을 포함하여 민주노조로 볼 수 없는 세력들을 지지기반으로 삼아 당선되는 등 현실운동에서도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주도권을 잡는 과정이 운동의 우경화와 사회적 협조주의를 강화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변혁적 운동세력(좌파)이 이들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어떠한 전망과 대안을 형성해왔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 운동의 주도세력에 대한 비판이 대안적 운동 전략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좌파운동 스스로의 무능에 대한 비판과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우선 좌파운동(이념적 통일성은 약하더라도 현장 조합원의 의식화·조직화와 현장투쟁을 강조하고, 민주노조운동의 계급성, 자주성, 민주성, 투쟁성, 연대성의 원칙을 견지하고 실천하고자하는 노동운동의 현장파를 포함)은 민주노총의 사회적 영향력과 투쟁역량이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최근 발생하고 있는 주요 투쟁들을 책임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이고 향후 운동의 혁신과 변혁적 대중운동, 대안좌파를 형성하기 위한 주요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좌파운동의 경우 이념과 조직노선, 실천전략 등에서 매우 다양한 입장 차이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협력과 공조를 위한 구체적 전략을 마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자민통의 경우 그 내부에 입장에 따라 다양한 그룹들이 존재하지만, ‘전선운동과 당 운동, 대중운동’이라는 동일한 조직노선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갈등적 쟁점이 존재하지만 전선운동으로 결집하면서 당 운동과 대중운동 내부에서 공조와 협력이 가능하다. 하지만 좌파운동의 경우, 전선운동이라는 관점이 부재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당 운동을 중심으로 한 노선이 압도적 다수이다. 운동노선 상 전선운동에 동의하더라도 현실 운동역량이 취약하여 실질적 책임을 지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당 운동을 기본전략으로 할 경우에도 레닌주의적인 전위당 노선의 연장으로서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노선(현재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공동실천위원회와 기타 비공개 활동가조직)과 제도정당 노선(진보신당 내 좌파, 사회당)으로 그 지향점이 명확히 분화되어 있다. 그 조직적 수렴점이 다르기 때문에 공조와 협력을 위한 공동전선 혹은 정파연합적인 조직틀을 만들기가 어렵다. 또한 최근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공동실천위원회의 갈등적인 논쟁과정은 ‘정파통합과 최대강령 합의를 통한 (전위)당 건설 노선’이 갖는 고유한 난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수의 정파가 함께 하는 당 건설 과정에서 이견이 존재하는 강령이나 실천방침을 합의하지 못할 경우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조직분리 혹은 상호 정치실천의 발목을 잡는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좌파운동은 운동기풍 상으로 소수파적인 기질이 강하다. 입장이 다른 정치세력과 공조와 협력을 형성하는데 취약하며, 입장이 맞는 세력끼리 일을 추진하는 데 익숙하다. 노조 집행부 혹은 상층은 관료, 조합원은 역동적이라는 이분법적 관념을 전제로, 입장의 동요가 있는 노조 집행부를 설득하고 견인하기 보다는 타격의 대상으로 삼아 갈등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종종 자신의 조직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객관적인 투쟁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당위적인 주장으로 노동조합 내부의 갈등을 확대하기도 한다. 물론 구체적인 투쟁과정에 대한 평가 없이 일반론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좌파운동이 투쟁의 핵심 주체들을 구성하고 헌신적으로 투쟁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요소들이 투쟁을 승리로 이끌고 운동적, 도덕적 헤게모니를 형성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명확한 현실이다.
좌파운동이 소수세력으로서 비판자를 넘어 변혁적 대중운동을 재건하고 대안좌파로서 노동자민중운동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사회변혁이념과 조직노선, 실천전략과 운동기풍 차원에서 부단한 상호토론과 혁신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동시에 서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선운동, 당 운동, 대중운동 차원에서 상호 공조와 협력을 위한 일관된 노력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하다.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둘러싼 각 세력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

2009년 임성규 위원장 시절 건설된 민주노총의 ‘진보정당세력의 단결과 통합을 위한 추진위원회(통추위)’ 를 통한 진보정당 간 통합추진운동은 진보정당들(사회당과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 준비모임을 포함)의 단결과 연대에 초점이 있었다. 그러나 2010년 6기 김영훈 위원장 당선 이후 진보대통합운동은 신자유주의 세력인 민주당과의 반MB 선거연합이라는 전술적 목표에 종속된 진보정당들의 통합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6.2 지방자치제 선거에서 민주노총의 무원칙한 반MB 선거연합 방침의 효과는 매우 컸다. 반MB 야권연대에 동참하지 않고 독자 출마한 진보신당의 광역·기초단체장 후보가 반MB연합 후보와 동시 출마할 경우 민주노총의 공식적인 지지를 받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야권연대로 선출된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강력한 사퇴압박에 봉착했다. 민주노총 선거방침의 효과는 ‘先 전면적인 선거연합 실현과 공동 활동을 통한 신뢰 회복 이후 정당 통합’이라는 진보신당의 기본입장을 무력하게 만들었고, 생존을 위한 강압적인 진보정당들의 통합국면을 형성했다. 현재 추진 중인 진보정당들의 통합과정 혹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과정은 진보정당들의 공동실천을 통한 신뢰형성, 단결의 확대가 아니라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외부적 압력에 의해 추진된다는 한계와 동시에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둔 단기적이고 선거공학적인 정당통합이라는 점에서 정당 간의 서로 다른 입장과 이해관계로 인해 많은 갈등을 동반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당권파-민주노총 집행부 주도세력의 우경적인 선거연합 방침
현재의 구도를 주도하고 있는 세력은 민주노동당 당권파와 민주노총 집행부의 주도세력이다. 이들은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과의 반MB-반한나라당 선거연합을 통한 진보정당의 원내 교섭단체 확보(민주당 등 범야권의 과반의석 확보), 대선에서의 정권교체와 연립정부 수립을 핵심 목표로 진보정당들의 통합을 사고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판단은 총선, 대선에서 영향력 있는 진보신당의 유명 정치인들과의 통합이 중요할 뿐, 진보신당의 독자파 혹은 사회당과의 통합은 중요하게 사고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통한 목표 달성이기 때문에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이라는 큰 틀에서 명분을 유지하면서도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에 반대하는 정치세력들의 결합을 원치 않고 있다. 연석회의 최종합의문 중 대북 관련 문구 해석을 둘러싸고 조승수 대표에게 보낸 페이스북 공개편지 논란이나 연석회의 최종합의 이후 각 정당의 의견수렴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는 등 최근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의 행보는 진보신당 내부의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기 위한 의도된 노림수일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동당은 6월 19일 당 대회를 통해 연석회의 최종합의문(부속합의서1 포함)을 만장일치로 승인하고, 신설합당 방식으로 진보신당 등 타 정당을 포함한 진보진영과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신설합당 방식이 불가능할 경우 다른 방식으로 이를 추진한다’는 단서조항을 함께 결정했는데, 진보신당에서 통합안이 부결되면 연석회의 참여단위 중심으로 통합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고, 진보신당 통합파의 거취에 따라 민주노동당 재창당, 제3지대 백지신당 방식 등도 열어놓고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 사업을 담당하는 수임기관을 구성하고, 수임기관이 제출하는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의 당명, 강령, 당헌 등을 포함한 합의안을 8월 안에 개최되는 임시 당 대회에서 승인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민주노동당의 수임기관은 형식적으로는 정당법 상 수임기관을 구성하되, ‘당명, 강령, 당헌 등을 포함한 합의안’을 8월 당 대회에서 승인하게 함으로써 내용적으로는 실질적 권한이 없는 협상기구의 성격이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에 동의하는 세력과 개인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아래로부터 대중적인 참여운동을 전개하며, 9월 안에 창당대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진보신당의 노선적 분화와 통합을 둘러싼 극한 대립
진보신당의 경우 내적 합의가 취약한 조건에서 외부적 상황에 의해 ‘통합’으로 내몰리면서 통합에 대한 입장을 둘러싸고 독자파와 통합파 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현재 진보신당 내부는 진보정당통합에 대한 입장과 노선적 차이에 따라 크게 ▲‘진보작당’(독자파) ▲구 전진 그룹(독자파) ▲진보신당 하나로 그룹(독자파, 중간파) ▲A그룹(통합파) ▲심상정 그룹(통합파) ▲복지국가 진보정치연대(복지국가 노선에 동의하는 세력의 결집주장)로 분화되어 있다. 진보신당의 논의지형은 향후 운동전망 혹은 생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 자민통 세력의 패권주의에서 기인하는 자민통 세력에 대한 극도의 거부, 정치계급의 독자화라고 할 수 있는 유명 정치인의 정치적 전망, 민주노동당과 통합할 경우 자체 활동 전망이 불투명해지는 운동역량이 취약한 지역의 정치인·활동가들의 생존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현실적인 운동주체 형성과 전망을 위한 논의라기보다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한 분열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때문에 소위 ‘합리적 독자파’와 ‘좌파적 통합파’의 공조를 통한 운동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내외부의 노력은 끊임없이 좌절될 수밖에 없었다.
진보신당은 6월 26일 당 대회를 개최하여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에 대한 승인여부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수임위원회’ 구성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6월 19일 민주노동당 당 대회에서 ‘8월 임시 당 대회에서 당명, 강령, 당헌 등을 포함한 합의문 승인’을 결정함에 따라 진보신당 또한 파국적인 표 대결 양상을 벗어나서 “연석회의 합의문에 대한 조건부 승인과 추가 협상 및 8월 당 대회에서 최종 결정”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갖고 조정할 수 있는 일정한 조건이 형성된 셈이다. 하지만, 현재 진보신당 내부 논의구도를 볼 때,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까지 구 전진 그룹의 경우 극소수 인사를 제외하면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을 부결시키고 ‘지도부 사퇴-비상대책위 구성-재협상’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의 구상은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이 부결될 경우 민주노동당에서 재협상을 할 의사가 없다는 점(6.19 당 대회에서의 신설합당 방식이 불가능할 경우의 단서조항을 결정한 것)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없다. 또한 '진보작당' 그룹의 경우도 최종합의문을 부결시키고 일부 인사를 앞세워 독자적인 새로운 진보정당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진보의 합창’을 주도하고 있는 심상정 그룹의 경우 당 대회에서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이 부결될 경우 민주노동당과 제 3지대 백지창당 등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복지국가 진보정치연대는 복지국가 노선을 중심으로 민주당 등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진보정당운동을 이탈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6월 26일 당 대회를 앞두고 노동자민중운동의 일환으로서 운동정당의 고민을 가지고 있는 구 전진 그룹, 진보신당 하나로 그룹, A그룹 등이 통합을 둘러싼 극단적 대립을 완화하고 상호 공조를 통한 운동전망을 함께 모색하지 못한다면, 진보신당의 파괴적 분할을 막을 수 없을 것이며 이는 노동자민중운동의 미래에도 커다란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원칙한 반MB 선거연합 방침과 당원 가입운동의 한계에 갇힌 민주노총의 활동
민주노총의 6.2 지방자치제 선거방침은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에 경도되면서 노동자민중운동의 단결과 역량강화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는 그 동안 민주노총이 추진했던 진보대통합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정신에도 크게 위배되는 것이다. 한편 최근 민주노총은 공식기구로서 ‘진보정치 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민주노총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1만 추진위원, 10만 당원 가입운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상층 차원에서 주도하는 당원 가입 중심의 민주노총의 활동은 그 동안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핵심적 한계로 지적되었던 정치적 대리주의의 문제, 즉 현장 조합원의 정치활동을 강화하는 프로그램 없이 ‘진보정당 당원 가입, 선거기금 납부, 진보정당에 대한 투표’로 동원하는 민주노총 정치활동의 한계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다. 지난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으로 민주노동당을 건설하고 10여 년간의 진보정당운동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정치의식이 일반시민들의 정치적 성향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은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한계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한편 김영훈 위원장은 6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을 통한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중요 고리 중 하나로 현장분회 건설을 강조한 바 있다. 그 동안 노동자들이 지역위원회에 편재돼 지역운동을 활성화 한다는 순기능도 있었지만 당내 계급성을 강화하는 강력한 노동 블록이나 좌파블록에 미약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 내 의사를 결정할 때 당내 일상적 의사결정을 1/n 일로 해왔던 것과 관련해서 노동블록 형성을 통한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관련하여, 새로운 진보정당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민주노총의 개입이 당의 계급성과 운동적 성격을 강화하는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현재 민주노총의 무원칙한 반MB 연합 선거방침에 대한 수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또한 민주노총 내 좌파적 정치세력과의 공조를 통해 민주노조운동의 투쟁역량을 강화해야 하며, 노동운동 좌파세력의 새로운 진보정당 참여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만일 이러한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현재 민주노총을 주도하고 있는 노사협조주의적인 세력을 중심으로 새로운 진보정당에 대한 개입이 추진될 것이고, 민주노총의 개입의 효과가 진보정당의 우경화를 확대하는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좌파운동의 각개약진
‘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 연구자 모임’(진보교연, 상임대표 김세균 서울대 교수)은 6월 11일 임시총회를 열고 연석회의 합의문을 추인했다. 진보교연은 특별결의문을 통해 “5.31 연석회의 합의문은 △‘3대 세습’ 등 북한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입장이 미흡하고 △패권주의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았으며 △앞으로 쟁점이 될 국민참여당 문제에 대해 명확한 선을 긋지 못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진보교연 일부 교수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방향에서 진보신당과 노동운동 중앙파와의 협력과 공조를 통해 새로운 진보정당 내부의 좌파블럭 형성을 위해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운동의 중앙파는 민주노동당 당권파와 민주노총 집행부 주도세력의 진보정당통합에 대한 소극적 태도를 견제하고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노동운동의 국민파와의 공조 하에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 승리를 위한 제안자 모임’을 결성했다. 최근에는 민주노총 공식기구인 ‘진보정치 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민주노총추진위원회’가 결성되면서 민주노총 추진위를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중앙파는 진보신당의 갈등적 분열에 대해 극히 우려하고 있으며, 좌파적 통합파와 합리적 독자파의 공동행보를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접촉하고 있다. 진보신당에서 최종합의문이 부결되고 이들이 분열될 경우 새로운 진보정당 내 좌파블럭 형성의 곤란으로 인해 합류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진보신당 독자파와 사회당, 새노추 등의 당 건설 흐름에는 합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당은 진보신당과의 소통합 혹은 독자노선에 무게를 두며 연석회의에 개입해온 것으로 보인다. 5월 21일 사회당과 전국노동자회를 주축으로 허영구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새노추 상임대표),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 김은주 진보신당 부대표 등이 참가하여 새로운 노동자정당 추진위원회(새노추)를 발족했다. 새노추는 ‘진보의 합창’과 ‘제2의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진보의 노동자 중심성 강화와 비정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신자유주의 극복의 대안과 전략으로 진보정치에 헌신하는 운동’을 표방하고, 노동운동 좌파 세력과의 연대 및 교류 활성화를 통해 민주노조운동과 진보정치 혁신의 주체를 광범위하게 결집한다는 구상이다. 새노추는 연석회의의 논의의 한계와 민주노총의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의 한계에 대한 타당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지만, 기존 사회당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좌파운동의 광범위한 결집을 이루기에는 여러 가지 난점이 존재한다. 노동운동진영의 주요 좌파진영인 사노위 혹은 노동전선의 주요 활동가들이 추진하는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 노선을 부정하고 있으며, 노동운동의 중앙파와의 협력에 대해서도 부정적이기 때문에 진보신당이 분열할 경우 ‘진보작당’ 혹은 구 전진 그룹 정도와의 연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라는 방향은 진보신당 독자파와 유사하게 비정규직 주체가 미약한 조건에서 현실적 실현경로가 희박하며, 탈-민주노총이라는 부정적 효과와 민주노조운동으로부터의 고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사노위는 최근 내부 강령 논쟁 및 일부 세력의 이탈 등으로 본격적인 당 건설 운동을 전개하지 못하고 있으며, 2012년 총선, 대선을 겨냥한 구체적인 구상을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전선 또한 주요 활동가들이 사노위에 결합하고 있으나 내부 조건으로 인해 별도의 정치방침을 결정하고 있지 못하다. 최근 연석회의 중심의 새로운 정당 건설 흐름에서 나타나는 신자유주의 정치세력과의 선거연합과 복지국가 노선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변혁적 대중운동의 재건과 대안좌파 형성을 위한 당면과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회진보연대는 현재의 정세를 세계자본주의의 장기불황 국면에서 대안적 운동이 미약한 조건으로 인식하며 ▲노동자운동을 비롯한 대중운동의 위기 ▲이를 구실로 한 무원칙한 반MB연대로 인한 진보정당운동의 급격한 우경화 혹은 해체 ▲이로 인한 노동자민중운동 내부의 갈등 확대와 고립주의 확산 및 운동세력의 지리멸렬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다.
사회진보연대는 연석회의 논의 지형에 대해서는 ▲진보정당 통합 논의가 정당 자체의 생존이라는 목적에서 제기된 측면이 크기 때문에 이념과 노선에 대한 논의보다는 정치공학적 논의가 상황을 압도 ▲2012년 선거 국면에서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제휴를 추구하는 등 새로운 진보정당의 이념이 대폭 우경화 ▲진보정당 통합 논의 과정에서 대중운동이나 전선운동의 발전적 재편에 관한 논의 부재 ▲선거주의·의회주의와 결합된 진보정당운동의 급격한 통치정당화, 정치계급의 독자화 경향 강화 등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현재의 정세는 향후 변혁적 대중운동을 재건하고 대안좌파를 형성하기 위한 기본적 토대를 유실하지 않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대중운동의 패배주의-실리주의를 배경으로 한 진보정당운동의 급격한 우경화와 그로 인한 노동자민중운동 전반의 해체적 경향에 대해서 최대한 저지선을 치면서 향후 운동의 재개를 위한 좌파운동의 공조와 협력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좌파운동이 운동노선과 실천전략의 차이로 인해 각개약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서로의 노선적 차이를 인정하고 공조와 협력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상설연대체인 ‘민중의 힘’ 건설을 계기로 결성된 좌파단체 집행책임자 연석회의의 공동기획, 공동토론과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투쟁 등 정세적 투쟁을 매개로 한 공동투쟁을 강화하고, 참가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이와 병행하여 주요한 운동공간으로서 민주노조운동 안에서 공조와 협력을 위한 조직적인 논의틀을 구성해야 한다. 현장투쟁 역량 강화, 정세적 투쟁에 대한 공동투쟁 강화, 무원칙한 반MB 선거연합 방침 전면 수정 등 핵심적인 과제를 중심으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중앙집행위원회에 대한 체계적 개입을 포함한 공동실천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국, 지역, 산별 차원에서 조직적인 논의틀을 시급히 구성해야 한다. 당면 정치적 목표를 중심으로 좌파운동 내부의 정파적 갈등을 완화·조정하면서 전국적인 공조흐름을 확장해나가야 한다. 이러한 전국적인 공조흐름을 확대, 강화할 때 ‘금속활동가모임’, ‘공공운수 현장조직·활동가 연대회의’와 같은 현실적인 흐름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지만 당 운동과 관련해서는 조직노선의 차이로 인해 좌파들의 공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적으로 존재하는 노선의 차이를 쉽게 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노선의 문제는 중장기적 전망을 갖고 상호 토론과 논쟁을 강화해야 한다. 당면해서는 서로의 노선 차이를 인정한 속에서 실천적 공조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우선 현재 운동의 우경화 흐름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통합진보정당 내부에서의 노선 및 정치방침을 둘러싼 경쟁과 민주노총 내부의 정치방침을 둘러싼 논쟁을 우회할 수 없다. 가장 큰 운동 동력인 양대 조직에서 운동 주류세력의 우경화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전체 노동자민중운동의 급격한 우경화를 실질적으로 제어할 수 없을 것이다. 자민통 세력 주류가 정치적으로 우경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현실적으로 자민통과의 많은 부분에서 공조와 논쟁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자민통 내부의 분화와 혁신을 촉구하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이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민주당과의 연합정부’ 수립으로 경도될 경우 현재 좌파운동의 영향력이 미약한 조건에서 민주노총과 노동자민중운동 전반의 급속한 우경화를 제어하기도 어려운 조건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신당 내부의 좌파적 경향이 통합진보정당 내부에서 좌파적 블록을 강화하고, 노동운동의 중앙파 등과 협력하여 ‘민주당과의 선거연합’ 중심의 방침을 최대한 제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만약 진보신당의 좌파적 경향이 통합파와 독자파로 분열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통합정당 내 좌파적 경향과 진보신당 독자파-사회당-새노추의 흐름 그리고 사노위를 비롯한 좌파운동의 공조와 협력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2012년 총선, 대선에서 좌파공조의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고 민주노총의 정치방침 변화를 위한 투쟁을 진행함으로써, 이후 운동 재건을 위한 정치적 기반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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