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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1.10.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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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세계화는 금융사기술의 또 다른 이름인가

윤여헙 | 공공팀
신문을 펼쳐들면 보이는 것은

주요 (경제)신문을 펼쳐들면, 정렬되어있는 각종펀드상품들. 그리고 수익률의 변동치가 나열되어있고, 뒤이어 장식된 시장에 들어온 새로운 정보들.. 이 펀드에 '큰손'이 개입했다고 허위 악선전을 퍼부어 대며, 마치 여기에 투자해야한다는 기대를 부풀리는 사기성 기사들.. 이름도 듣도보도 못한 각종 펀드회사들이 요즘 잘 나간다는데, 게다가 수익률도 높고, 안정성도 훌륭하고, 비과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는 금상첨화 상품들. 대체 그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리고, 유명무실한 종이껍데기 법인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들은 누가 신용을 보증해주고 있는 것일까? 아는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은 한번 당해봐야 알 수 있다는데.. 금융시장 정보를 알려주는 언론에서는 사기술까지 첨단기법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한편, 지난달부터 제기된 하이닉스반도체의 회사채부실처리는 어느새 미궁에 빠지고, 경제위기의 심화에 따라 정부는 하반기 한 손에는 경기부양책과 또 다른 한 손에는 구조조정을 병행하겠다고 공언하였다. 그러나, 또 다시 터진 이용호 금융비리사건, 사건을 주도한 총체적 집단적 범죄집단이 정·관계 지배세력들임이 밝혀졌는데... 이 나라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관계 집단적 금융사기사건의 스토리

비리사건으로 비화된 본 사건은 정·관계인사들이 뇌물수수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정·관계 고위인사들은 지앤지(G&G)그룹 이용호 회장의 사설펀드에 가입하여 해외전환사채 매입과 주식투자를 통해 수십∼수백억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거뒀다. 지앤지그룹은 부실기업들을 인수하여 계열사 (주)지앤지 구조조정전문회사(CRC)를 통해 구조조정 자금을 빼돌렸으며, 이를 은폐하기 위하여 검찰총장의 동생을 취직시켜 6,666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공여했다고 밝혀졌다. 한편, 검은 돈세탁 과정에 동참해온 사기꾼(검찰, 국세청, 금감원, 산업은행, 정계)들은 서로간에 뇌물제공과 로비인사를 영입하는 등 공생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는 구조조정 과정과 주식시장이 뇌물을 주는 창고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것이었다.
또한, 지난해 12월 한국디지탈라인(KDL) 정현준 사장의 불법대출 사건에 관련되어 검찰이 정·관계 비리사실을 확인하고도 사건을 은폐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모든 사건의 전모가 단지 경제적 사건이 아닌 정치적 사건임을 재차 확인시켜주었으며, 한국산업은행을 상대로한 조사과정에서, 코스닥업체 90%가량이 해외CB를 통해 자본을 차입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이 사건이 일회성 금융조작이 아닌 지속되어온 자본유통시장 및 금융시장의 총체적 부패 실상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금융사기 사건의 성격

98년부터 집중되어온 대형 금융사건들의 행태를 보면, 한결같이 '해외 주식연계채권'을 통한 사기였다는 점, 수년간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일정과 묘하게(?) 궤를 같이하면서 터져나왔다는 것, 그리고 정·관계 실력자들과 '검은공생'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들을 주목하게 된다.

해외주식 연계채권은 말 그대로 일정기간이 지난 후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원금과 이자를 갚도록 요구할 수 있는 채권이다. 이러한 채권은 유가증권 신고서가 면제되고 외자를 유치했다는 홍보 효과도 있어 발행 회사로서는 달콤한 사탕이다. 뿐만 아니라 위험이 적은 반면, 기대수익이 높다는 점에서 감지덕지한 격이다. 이러한 장점을 이용하여, 사설펀드회사로 묶인 금융·정치관료들은 힘을 합쳐 Win-Win 게임을 벌인다. 금융관료들은 부실덩어리인 기업들의 회사채발생을 책임져주는 한편, 해외투기펀드들과의 약속 하에 사채를 팔고 다시 사주는 방식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이들이 서로간에 머니게임을 벌이는 동안, 주가전환을 앞두고 각종미디어와 거짓루머를 동원하여 주가를 끌어올림을 통해 단기시세차익을 나눠갖게 되는 것이다.
한편, 98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금융·비리사건의 흐름을 추적해보면, 최순영 신동아그룹회장의 해외자본도피사건에서부터 현대전자 주가조작의 주범인 이익치 사건, 대우그룹 김우중회장의 대우정보 매각과정에서의 비자금조성과 해외자본도피 사건, IT열풍을 타고 등장한 젊은사기꾼 정현준- 진승현 금융비리 사건, 마지막으로 이용호사건에 이른다. 이러한 일련의 행각들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핵심이 다름아닌 금융적 팽창의 지대로서 지속적인 기대를 창출토록 하는 것에 있다는 것을 반증해준다. 즉,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본질이 금융적 팽창에 걸맞는 기업지배구조개선에 있으며, 결국 수년간의 사기극들은 금융투기를 활성화시킨 신자유주의 정책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한 금융비리사건들은 사설펀드 로비사건으로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본 사건은 한국경제를 금융에 종속적으로 편입시켜온 김대중정권이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개혁, 그 자체의 총체적 부패상과 반민중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순환 구조와 자본도피

2001년 상반기까지 국내 일반투자자들은 19억3000만 달러 어치의 외화증권에 투자했으며, 이중 CB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 해외주식연계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75.24%(14억5005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또한, 외화증권에 투자하고 있는 국내 기관투자자와 일반투자자들의 88.2%가 유로시장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들은 국내 기업이 유로시장에서 발행한 CB와 BW를 다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렇다면, 어떠한 이유로 인해 사적자본들은 국내외를 오가면서 전환비용을 무릅쓰고 이동시키는가.
일차적으로는, 해외주식연계채권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금융투기에 따라 채권을 사주는 조건으로 상당액수에 이르는 수수료를 초민족적 금융자본가 및 해외펀드에게 이동시킨다. 즉, 자본가들은 해외로의 자본 순환을 이용하여 자본이동의 일정부분을 금융중개기관으로 이전시키는 것이다. 동시에 이들은 해외자본유치의 명목으로 국책은행을 위시한 국가적 차원에서 보증하는 차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재매입시에 주식조작을 통해 초기자본금을 부풀리는 한편, 재투자 비용을 제외한 상당액수의 자본을 초민족적 은행으로 이전시켜 보호한다. 이러한 일련의 자본유출은 일반적인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한국경제의 차입금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속적으로 부를 미국과 유럽으로 이전시켜주는 효과를 낳게된다. 요약하면, 투기적 자본가들은 부당한 방식으로 획득한 금융적 부를 초민족적 은행으로 이전시키고 은행들은 다시 차입하는 방식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방식의 자본흐름은 총외채 부담이 아시아 3위인 한국의 경제를 더욱 나락으로 몰아넣는 행태인 것이다.
주요한 모순은 한국기업들의 지속적인 해외 차입금과 해외 투자금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는 데서 드러난다. 정부의 빚 보증하에 들여오는 차입금을 유로시장과 달러시장으로 재유입시켜 다름아닌 외화증권 구매에 쓰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외국가부채가 늘어나도 국내로 자본이 흡수되지 않고, 일부 금융자본가와 초민족적 은행에게 집중된다. 99년 동아일보 내용에 따르면, 대기업들의 해외자본도피규모가 300억달러(37조원)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으며, 이러한 행태는 IT금융거품에 기생하여 형성된 자본으로 크게 확산되어 천문학적인 액수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의 수혜자와 피해자

결국, 국가가 보증해준 해외차입금에 대한 최종적 책임은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매년 국가로 회수되지 않은 부실채권이 수십조에 이르며, 이 액수가 바로 국민들에게 전가되는 금융세계화편입 비용인 것이다. 해외로 자본을 이탈시킨 자본가들은 경기에 편승하여 엄청난 수혜를 얻는 반면, 그렇지 않은 다수 민중들에게는 정리해고와 세금인상, 그리고 각종 복지혜택의 축소등으로 전가시키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만 해도 정부는 추경예산 5조원의 조기투입, 공적자금의 추가구성을 계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년정부예산안이 사상최 초 100조원을 넘어선 112조원으로 발표됨에 따라 내년 1인당 세부담이 271만원으로 급증하게 되었다. 이렇듯 기막힌 형국에서 진정 수익을 챙기는 계층은 따로 있다. 요약하자면, 금융투자에 따른 위험은 차입금(외채)에 대한 국가 보증을 통해 사회로 떠넘기겨지는 반면, 투자에 따른 혜택은 자기자본을 해외로 이전하고 해외 차입을 해외투자에 이용한 투기꾼들에게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자산시장의 금융펀드화가 낳은 역설

김대중정권이 제시한 상시구조조정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잘 포장된 시장경제의 비전은 모래성과 같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실상 구조조정이라는 것이 향하는 목적은 자산규모를 축소시키고, 노동비용도 줄여냄을 통해 기업의 수익률저하를 막기 위함이고, 이러한 산업기반하에서 자산가치를 펀드화하여 금융투자를 활성화시켜내기 위함이다. 바로 이러한 미국식 구상을 실현해내고자 한 작품이 DJ가 제시한 상시적 구조조정 시스템이라는 것은 모두가 주지하는 바이다.
그러나, 이번 금융비리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워크아웃(기업경영개선작업)과정의 기업 처리를 책임지고 있는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CRC)가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구조조정 자금을 집단적 금융사기행각에 빼돌렸다는 사실이다. 뿐만아니라, 타기업의 M&A를 통해 2배이상의 주가조작을 가능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워낙 일반화되어 있으며, 특별한 사안으로 볼 수도 없다고 한다. 금융화를 추동하는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와 투기꾼들은 M&A나 전략적 제휴등을 통해 주식시장을 주도하면서, 각종 루머와 미디어를 동원하여 전체 투자자들로부터 수천억에 이르는 돈을 끌어모으는 등, 자본철수와 함께 거대 금융사기로 귀결시켜왔던 것이다.

총체적 부패정권, 김대중 퇴진투쟁으로

경제가 어려워 구조조정 밖에 살길이 없다느니, 잠시 어렵더라도 참고 이겨내자던 김대중정권.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과정은 국민의 혈세를 계속 쪼아내어, 투기적 금융자본과의 결탁을 통해 집단적 사기를 자행하는 것에 다름아니었다. 이렇듯,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구조조정 정책과 밀접히 연동되는 금융사기사건들은 단순한 경제적인 사건이 아닌 정치적인 사건이었다.
98년 김대중정부의 집권시기에 취해진 조치만 보더라도, 주식시장의 대외개방상한선의 대폭확대, 외국인 투자개방업종확대, 외국인에 대한 국내기업의 인수합병 전면허용, 외국인의 국내토지취득의 대폭적인 자유화 및 1차 2차 외환자유화조치, 4대부문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한마디로, 한국경제를 초민족적 자본에게 영속적으로 개방·종속시킬 메커니즘을 도입하고자 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김대중정권은 집권내내 20건이 넘는 비리사건들을 몰고다녔으며, 사건의 규모를 보나 성격을 보나 집단적·총체적 금융사기사건은 현재의 지배세력들로서는 절대로 척결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구조조정을 중단시키는 것, 나아가 총체적 부패정권인 김대중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어느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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