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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2.6.26호

대우조선이 노동자를 살인적으로 탄압하고 있습니다.

이재윤 | 대우조선 노동조합 산업안전1부장
지난 해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한 달에 한 명씩 11명의 노동자가 비참하게 죽어야만 했습니다. 모두 대우조선자본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것입니다. 아직도 유가족들의 한 맺힌 절규와 울음소리가 귀에서 맴도는 것 같습니다. 안전시설이라도 있었으면, 두 명만이라도 함께 작업할 수 있었더라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습니다.

이윤에 눈이 멀어버린 회사는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내몰았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회사는 한 명이라도 노동자가 죽어 나가야 안전시설을 설치하고는, 작업장 주위의 동료에게 안전 교육을 진행하며 조심해서 작업하라는 말만 할 뿐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기가 찬 것은 고된 노동으로 온 몸에 파스를 붙이고, 근골격계 질환으로 밤잠을 설치는 노동자에게 한다는 소리가, 일인 일조작업을 유지하고 노동강도를 더 강화해야만 회사가 살 수 있다는 겁니다. 아예 노동자보고 죽으라는 거죠.

하루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노동자가 저에게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진하게 베어 나오는 파스냄새, 용접 불똥으로 곳곳이 타 들어가 버린 손등. 근골격계 질환으로 몸이 쇠약해질 데로 지다가, 고통으로 한 숨도 못 자서인지 붉게 충혈된 눈을 하고, 달려온 것입니다. 고통을 견디다 못해 출근도 못하고 노동조합으로 온 것이지요.
‘근골격계 질환이 뭐지요?’ 근골격계 질환이란 옛 어르신들이 이야기하는 골병 같은 것이라 말씀드렸습니다. 상담을 나누다 정말 어처구니없었던 것은 담당 부서 관리자들이었습니다. 이 분이 매일 통증을 호소하는 것을 잘 알면서도, ‘조금만 더 참아라. 조금 더 있으면 치료해주겠다. 정 아프면 오전에는 물리치료실 가고 오후는 잔업하지 말고 청소만 해라’고 이야기하며 그동안 내내 수수방관했던 겁니다. 삼 개월 동안 내내 일만하고,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말입니다.
지금 대우조선에는 휴직계를 낸 채, 한 달에 수십 만원의 돈을 치료비와 진통제 등 약 값으로 써가며 개인적으로 치료하는 분이 너무도 많습니다. 수많은 대우조선 노동자들이 치료도 못 받고, 병을 키우고 있는 겁니다.

우리 노동조합은 작년부터 근골격계 환자의 산재요양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노동조합과 근골격계 질환 노동자를 탄압하는 회사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인체공학 역학조사와 노동환경평가 과정을 거쳐서 248명 대우조선 노동자들이 근골격계 질환 유소견자로 판명 받았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돕기는커녕 되려 이를 방해하고 탄압할 뿐이었습니다. 근로 복지공단에 산재요양 신청서를 접수하면 해고하겠다느니, 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느니 이 따위로 근골격계 질환자를 협박하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중 겨우 76명만이 근로복지 공단 심사 과정에 참여했던 겁니다. 물론, 이들 모두는 지금 산재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 와중에도 회사는 반성할 줄 몰랐습니다. 아니 반성은커녕 더 광폭 하게 탄압했습니다. 76명의 근골격계 질환 노동자들이 병원에서 입원 치료하는 것을 틈타 그들이 일하던 일자리를 불법파견, 물량 외주화로 채워 넣은 것이지요. 노동조합은 근골격계 환자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불법파견, 물량 외주화를 철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이를 선전하는 노동조합 간부를 폭행할 뿐이었습니다. 관리자들과 인력부, 구사대를 동원해서 노동조합 간부를 집단적으로 폭행한 겁니다. 더 이상 회사의 폭력 앞에 물러설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인력부를 점거했습니다. 그리고는 근골격계 환자 대책을 마련하고, 불법파견․물량 외주화를 당장 중단하고, 폭력가담자는 바로 처벌할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회사는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없었습니다. 해머로 벽을 부수고 들어와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분말소화기를 쏘아대고는, 시너를 온몸에 붓고 결사적으로 요구 안을 외치는 노동조합 간부를 무참히 짓밟은 것입니다. 사측은 취재 나온 기자의 출입까지 막아 폭력진압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막았습니다. 상황이 끝나고 난 뒤에야 취재진을 불러서는 되려 농성장을 촬영하게 하는 따위의 수법으로 모든 책임을 노동조합에 전가했습니다.

지금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공권력으부터도 부당하게 탄압 당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 정당한 요구를 하였는데, 구사대의 폭력에 맞서 죽음을 각오하고 평화적으로 외쳤는데, 점거농성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갖가지 죄명을 붙인 채, 노동조합 간부를 감옥에 가둬버린 겁니다. 옥포경찰서의 편파적인 수사로 김정곤 위원장님을 포함해 5명의 노동조합 간부들이 통영에 있는 차가운 철장에 감금되었습니다. 지금도 이들은 철장에 갇혀 외롭게 투쟁하고 있습니다. 노조간부의 임금은 이미 가압류된 상황이고, 김점식 수석 부위원장이 옥포성당에 거점을 두고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우조선 사측은 산재환자들의 일일동향보고서를 만들고 비디오, 사진촬영으로 압박을 가하는 등, 조기에 퇴원시키려고 온갖 비열한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불법파견과 물량 외주화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대우조선 사측의 만행을 전국에 알리고 노동자 연대투쟁의 힘을 모아 건강권과 민주노조를 사수할 것입니다. 서울 대우조선 본사 건물 앞에서 항의농성을 한 지 14일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기본적인 요구 안이 쟁취될 때까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투쟁할 것입니다. 더 이상 대우조선소 노동자가 근골격계로 희생될 수는 없습니다.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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