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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2.9.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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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비정규직 투쟁의 전망

정영섭 | 노동차장
하반기 비정규 투쟁의 전망


1. 비정규투쟁, 어디까지 와있나?

2000년부터 불붙기 시작한 비정규 노동자 투쟁은 2001년 투쟁의 대중적 확장을 거쳤으나, 일반화되지 못하고 2002년에 와서는 '소강기'로 접어들고 있다. 이것은 비정규 운동주체의 노력에도 비정규 투쟁 자체가 가지는 조건, 즉 노조건설과 동시에 해고나 계약해지 되어 모든 것을 내걸고 싸울 수밖에 없고 자본의 전방위적인 공세로 인해 투쟁이 장기화되어 조직보존조차 어려워져서 끝내는 해소되는 상황에 일차적으로 기인한다. 또한 기존의 조직된 정규직 노동운동이 공동투쟁을 벌이지 못하는 이유도 크다고 할 것이다.

2002년 상반기 비정규 투쟁을 돌아보면, 기존의 노동조합 단위에서는 임금단체협상투쟁에서 부분적인 성과를 얻었으나 (현자-직영인원 충원, 성과금 지급, 복지개선, 기아 - 직접 생산공정에 채용시 노사합의, 신규인력 채용시 비정규직 우선채용, 금속노조 - 비정규직관련 통일요구안 제시하여 원안합의 13개, 부분수정합의 16개 사업장 등) 아직은 예외적인 상황이다. 그리고 비정규 노조의 건설과 투쟁은 하나로테크놀로지, 한진면세점, 시설관리노조법조타운, 한통산업개발, 대성산소, 인사이트코리아, 집배원노동자협의회 등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투쟁의 사회적 파급력이나 쟁점확대 측면에서 커다란 파고를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 노조설립과 그에 이은 생존권, 고용안정 투쟁의 연장선상에서 새롭게 제기된 것이 '최저임금제' 투쟁이다. 최저임금제 인상 문제만이 아니라 민중생존의 최저선을 둘러싸고 최저생계비, 최저임금 양자에 대한 동시적 문제제기를 비정규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직접 제기한 올해 최저임금 투쟁은 기존의 캠페인식, 교섭과 청원위주의 최저임금 대응에서 한걸음 진전된 형태였으나,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리는 동안만 시기적으로 이루어지는 투쟁을 넘어서야 하고 임금인상 요구를 넘어 저임금 노동구조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를 함께 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비정규 투쟁의 주체형성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정규직 노조나 연맹에서는 담당자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것은 그동안 꾸준히 전개된 비정규 노조 투쟁이나 관련 단체들의 문제의식 확산의 결과이다. 하지만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으며 관건이라 할 비정규 노동자 주체형성이 더딘 상황이다. 자생적으로 비정규 투쟁이 촉발되는 것을 예외적이라 친다면 역시 핵심은 기존의 민주노조운동이 목적의식적으로 비정규 노동자를 조직하는 것이다.


2. 하반기 비정규 투쟁의 방향성

그렇다면 '소강기'를 넘어 2003년 비정규 투쟁의 전면화를 위해서 하반기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비정규 투쟁의 문제의식을 민주노조운동 전체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우선 그러한 계기를 목적의식적으로 조직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제안되고 있는 비정규 차별철폐 100만인 서명운동은 이러한 맥락에서 의미를 가진다. 즉, 100만인 서명운동은 대선정국에서의 압박이나 혹은 100만인 서명이라는 성과 그 자체에 핵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명실상부하게 민주노총 전조합원이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의미와 요구를 공유하고 공동투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과 서명운동의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비정규 철폐를 쟁점화하고 비정규 노동자를 조직하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둘째, 진행되고 있는 비정규 투쟁에 최대한 결합하여 이를 사회적으로 쟁점화하고 성과를 축적하는 것이다. 현재 하나로테크놀로지노조와 한진면세점노조는 간접고용과 불법파견에 맞서 싸우고 있다.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업주, 불법파견을 조장하는 파견법에 의해 이중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러한 노동자들의 투쟁에 가감없이 결합하여 사회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승리하는 모범을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 비정규 투쟁의 주체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훈련하는 것이다. 사실 비정규 투쟁주체들은 투쟁과정에서 단련되지만 활동가로 체계적으로 훈련되지는 않는다. 투쟁하는 비정규 주체들이 투쟁하는 과정과 그 이후에도 활동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발굴하고 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불안정노동철폐연대에서는 하반기 '특수고용 노동교실'과 2003년 '비정규직 노동교실'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연맹이나 지역본부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이러한 기획은 더욱 많아지고, 풍부해져야 하며 그 결과로 활동가의 역량 강화와 훈련구조의 안정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넷째 결과적으로 2003년 전면적인 비정규 투쟁이라는 방향을 민주노조운동 전체의 결의를 모아내는 것이다. 비정규 100만인 서명운동, 간접고용 및 불법파견 철폐투쟁, 특수고용노동자 기본권 쟁취투쟁 등 비정규 투쟁을 바탕으로 노동자대회에서 이러한 결의를 모아내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 노동자대회는 무엇보다도 2003년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전체 노동자가 결의하는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비정규직 철폐'를 전면에 내걸고 노동자가 단결해서 투쟁을 결의하는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노동자총단결대회'로 만들어가자.


3. 투쟁의 주요 사안

1) 비정규직 100만인 서명운동
현재 비정규직 차별철폐 100만인 서명운동본부에는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사회당, 비정규공대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민중연대, 한국노총이 참여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철폐,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3권 보장을 3대 기조로 하여서 5대 핵심요구와 10대 요구사항을 중심으로 진행될 서명운동은 서명과 함께 전국순회투쟁, 대국민 선전전, 특수고용노동자 권리찾기 한마당, 파견법 철폐 및 불법파견 고소고발 투쟁, 대국회·대정당 투쟁 등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단위가 참여함에 따라 자칫 서명 그 자체에 매몰될 가능성도 있는 바, 앞서 언급했듯이 민주노총 전조합원으로 문제의식을 확장하고 그 과정에서 비정규 노동자를 조직화하는 것에 중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2) (가칭) 불안정노동철폐, 노동권·생활권 쟁취를 위한 민중연대한마당
2001년 「민중의 복지, 노동권·생활권 쟁취를 위한 연대한마당」의 문제의식과 성과를 계승하고 2002년 불안정노동철폐, 노동권·생활권 쟁취 투쟁을 총화하며 이를 전체 노동자의 과제로 정립하기 위한 계기로 민중연대한마당이 제안되고 있다. 작년에는 불안정노동층이 한데 모여서 서로의 요구를 확인하고 이를 공동으로 제기하는데 의의가 있었다면 올해에는 투쟁의 요구를 보다 정치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즉 김대중 정권하에서 5년 동안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민중의 삶을 총체적으로 위기에 빠지게 했으며 파탄냈음을 사회적으로 선언하고,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공동으로 제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동의 요구를 가지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이주, 실업, 여성, 장애, 산재 등 모든 노동자가 만나 연대하고 투쟁하는 기획이 되어야 할 것이다.

3) 간접고용, 불법파견 철폐투쟁
현재 한진면세점노조와 하나로테크놀로지노조는 간접고용과 불법파견으로 인해 직접고용 투쟁을 벌이고 있다. 간접고용에 있어서 핵심적인 문제는 불법파견에 대해 아무런 보호도 하지 않는 파견법 철폐와 사측의 '사용자성 인정'이라 할 것이다. 한진면세점의 경우 고용주라 할 대한항공은 계속 교섭을 회피하고 있고 한진관광 본조의 임단협 타결로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상태지만 다시금 조합원 수련회를 거쳐 투쟁방향을 가다듬고 집중집회를 계속 가져가고 있다. 하나로테크놀로지노조 역시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고 조직력을 복원하면서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상태이다. 한편 민주노총 차원에서는 간접고용 대책모임을 진행하면서 계속적인 대응을 모색하고 있고 특히 비정규 100만인 선언운동 과정에 파견법 철폐와 불법파견·용역근절 투쟁의 일환으로 10월에 불법파견 실태조사 및 고소고발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요컨대 투쟁결합을 통해 간접고용과 불법파견의 문제를 끈질기게 쟁점화시켜야 한다.

4) 특수고용노동자 기본권 쟁취투쟁
특수고용노동자의 요구는 '노동자성 인정'을 쟁취하여 노동3권을 보장받고 4대 보험을 전면 적용 받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노조로 조직되어 있는 학습지 분야의 경우에도 임단협 과정에서 사측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일부에서는 유령노조나 어용노조를 내세워 복수노조금지를 강요하는 상태이다. 일단 특수고용노동자 기본권 쟁취투쟁 역시 하반기는 '준비기'라고 할 수 있다. 하반기 중심사업으로 준비되고 있는 것은 '특수고용노동자 권리 찾기 한마당'이다.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 주도로 제안된 이 사업은 한마디로 조직화의 연결고리라 할 수 있다. 즉, 특수고용노동자들을 광범위하게 (1만명) 결집시키는 대중적인 행사를 통해 노조로 조직하는 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5) 집배원노동자협의회(준) 투쟁
집노협의 투쟁은 비정규직 철폐투쟁, 장시간노동 철폐를 통한 건강권 쟁취투쟁, 민주노조 건설투쟁의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다. 집배원노동자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5000명이 넘는 인원이 감축되었으며 그 결과 인력부족과 하루평균 16시간이라는 장시간노동으로 인해 지난 5년 동안 170여명의 집배원노동자가 사망하였고 1년 단위 계약직인 상시위탁, 대무, 재택, 시간제, 아르바이트 등 수많은 형태의 비정규직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집배원노동자협의회는 '살인적인 장시간노동 철폐,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규직 비정규직 총단결로 민주노조 쟁취'의 목표를 가지고 준비위원장이 상경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체신노조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장시간노동 철폐, 상시위탁 정규직화, 기능직 승진적체 해소, 주5일 근무제 실시'등 5대 요구안으로 정통부를 압박하면서 9월 1일 2만 조합원의 투쟁을 선언하고 있었으나, 8월 24일 전격적으로 정통부와 합의하고 투쟁을 취소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노협은 집배원 노동자를 직접적으로 조직하고 전국적 질서를 건설하여 선도적인 투쟁을 조직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그리고 투쟁에 결합하는 단위들을 대상으로 지원대책위 건설을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6) 경제특구법안 저지투쟁
지난 7월 24일 정부는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을 내놓았고, 얼마전 8월 19일에는 재정경제부가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 하였다. 그 내용은 인천국제공항과 부산항, 광양항을 동북아 물류중심지로 만들고 그 인근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하여 기업활동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경제특구 내에서 근로기준법상 월차유급휴가 및 생리휴가,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상의 파견기간등을 적용하지 않도록 규정하여 한마디로 노동기본권은 말살하고 자본이윤은 무제한으로 추구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내용이다. 그나마 단기적 투자이익만을 추구하는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동자를 팔아 넘기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입법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경제특구법안은 반드시 저지되어야 할 것이다.


4.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본조직 발족의 의미
비정규 투쟁의 흐름에서 하반기에 주목해야 하는 것 중의 하나는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본조직 발족이다. '불안정노동철폐' 과제를 실현하는 활동가단위로서 2001년에 준비위원회로 출범한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과 불안정노동 철폐를 위한 전국연대(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9월 14일 본조직 발족을 맞이하게 된다. 그동안 각종 비정규 투쟁사업장 결합, 불안정노동철폐의 문제의식 확산, 비정규 투쟁주체 발굴과 조직화,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투쟁, 비정규 투쟁과 관련한 조사 및 정책연구 사업 등을 정력적으로 벌여온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본조직 발족은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 불안정노동철폐를 자기과제로 하는 활동가들의 단일한 조직이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들은 자기가 속한 대중단위 속에서 불안정노동철폐의 과제를 실현하는데 노력하고 또한 전국적으로 제기되는 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속된 정규직 활동가, 비정규직 활동가, 노동·사회단체나 연맹활동가의 노선 차이에 상관없이 노동조합 내외부에서 동시적으로 불안정노동철폐 투쟁을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된 것이다.
둘째, 불안정노동철폐에 관한 전국적인 사업단위이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지역모임을 기본으로 하여 전국적인 체계를 갖추었다. 서울 중심이나 혹은 지역별 단체 수준이 아니라 전국적인 체계를 갖춤으로써 불안정노동철폐 투쟁을 중앙과 지역 양자에서 동시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지역 차원에서는 지역사정에 맞게 일반노조나 미조직특위, 비정규 공대위 등의 다양한 틀거리를 통해 투쟁을 외화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투쟁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측면을 가진다.
셋째, 노동유연화시대 노동운동 혁신을 위한 유력한 거점이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비정규직 주체를 세우는 사업,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으로 쟁점화하는 투쟁사업, 비정규직 투쟁의 일반화와 노동의 불안정화에 대한 정책연구 사업 등을 과제로 삼고 있다. 기존의 노동운동이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하고 있고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에 대해 대응하는 자기전략을 가지지 못하는 것에 비춰볼 때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비정규직을 비롯한 불안정노동철폐 투쟁에 주력함으로써 민주노조운동의 전략과 조직구조 등 총체적인 측면에서 혁신을 제기할 수 있는 거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의미에서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본조직 발족은 그 자체로 주목될 필요가 있으며 그 투쟁에 함께 해야 할 것이다.


5. 2003년 비정규 투쟁의 전면화를 향하여

2001년의 폭발적인 비정규 투쟁에도 불구하고 2002년 그 투쟁의 흐름이 이어지지 못한 것은 우리에게 더욱더 목적의식적인 투쟁의 조직화가 필요함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누구도 비정규 투쟁에 대해서 부정하거나 거부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민주노조운동 전체가 단결해서 조직하고 투쟁하지는 못하다. 자본이 이윤창출의 위기를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극복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노동의 불안정화는 필연적이라고 할 때 향후 더 많은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노동자들의 권리가 파괴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하반기 투쟁의 계기들을 통해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결의를 전체 민주노조운동 진영이 모아내고 2003년 비정규 투쟁의 전면전을 열어 젖혀야 할 것이다. 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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