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민영화․사유화에 다름 아닌

서울시 상수도 공사화 계획을 강력히 규탄한다


지난 8월 10일, 서울시는 산하 19개 사업소를 민간위탁하고, 그 중 상수도사업본부는 2012년까지 공사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상수도 공사화 계획의 첫 단계로서 지난 8월 24일에는 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 중 231명을 타 부서에 배치하거나 감축한다는 정원조례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 통과시켰다.

서울시 상수도 공사화는 비록 당장은 “공기업”으로 전환한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점진적으로 천만 서울시민의 수돗물을 민영화․사유화한다는 계획이기에 가히 충격적이며, 우리는 이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서울시는 오랜 동안 상수도 공사화 또는 민영화 계획을 고민해왔으나 시민들의 반발을 의식, 보류해왔다. 그러나 7월 16일 정부가 “물산업 육성 5개년 세부추진계획”을 공표, 국가 정책으로서 물 민영화․사유화 정책을 추진하기로 하자,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서울시는 정부의 발표 이후 터져 나온 전 사회적 반발을 의식했는지, 상수도 공사화 계획을 심지어 부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공무원노조의 상수도사업본부장 면담과 언론보도를 통해 공사화 계획이 확인되었으며, 최근 상수도노동자 144명 재배치 및 87명 감축 계획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공사화 계획이 공식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나 서울시는 상수도를 공사화, 즉 공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공사화 함으로써 해외에 진출할 수 있다는 등 그럴싸한 그림으로 포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기만이다. 정부의 물산업화 정책에 의하면, 공사화는 공사화로 끝나지 않는다. 일단 소규모 상수도를 수자원공사로 통폐합하고 대규모 광역시 상수도는 공사화 한 다음, 이 여러 개의 공기업을 상호경쟁 시키면서도 동시에 민간기업과 초국적 기업의 동참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시장경쟁 논리를 도입하여 전국 수도 사업을 민영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국가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서울시 상수도 공사화 계획이 어찌 민영화․사유화 계획이 아닌가?


더군다나 지자체 직영 서비스에 대한 ‘공사화’는 정권과 자본의 새로운 민영화․사유화 정책임을 우리는 이미 목격하고 있다. 공기업․공공서비스에 대한 소유권을 단번에 매각하려 하다가 노동자 파업 등 전 사회적 반발에 부딪히자 정권과 자본은 이제 전략을 바꾸어 주식상장이니 위탁이니 공사화니 법인화니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공공서비스를 자본에 팔아넘기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이번 서울시 상수도 공사화는 1천만 서울시민의 생명줄을 단계적으로 민영화하고 자본에 넘기겠다는 술책이다.


사실, 서울시 상수도를 공사화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수년에 걸쳐 인원 자연감축과 자동화로 자체적인 효율화를 이루어 왔으며, 대대적인 노후 수도관  교체와 선진 기술 도입으로 수질도 한층 개선됐다. 유수율과 보급률도 90%를 넘겼으며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미 누누이 지적되었고 세계 곳곳에서 증명되었듯이, 물 민영화․사유화는 재앙이다. 수도요금에 대한 지자체의 보조금이 없어지면서 수도요금은 폭등하여 물 양극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오로지 경영성과와 수익성 높이는 데 혈안이 되면서 공급은 불안정해지고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명목 하에 수질 개선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불안은 물론이다. 공무원 퇴출제와 함께 이미 구조조정의 칼날이 노동자들을 겨누고 있지 않는가.

서울시는 서울시민의 생명줄을 이윤논리에 내맡길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참여와 감시기능을 확대하고, 시민들이 믿고 바로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만들어 제공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열악한 전국 곳곳 소규모 상수도를 재정적, 기술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오히려 공공성을 더욱 강화하고 확대해야 한다.


오늘은 유엔이 지정한 빈곤 철폐의 날이다. 또한 사유화 반대 국제 공동행동의 날이기도 하다. 유엔 경제․사회․문화권위원회는 “물은 생명과 건강에 필수적인 공공재”라고 규정한 바 있으며, “국가는 물과 물 시설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할 의무를 지니며, 물과 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모든 차별을 방지해야 한다.”라고 선포한 바 있다. 그런데 유엔 사무총장까지 배출한 이 나라 정부는 오히려 물을 민영화․사유화하여 빈부격차와 양극화를 악화시키려고 있다.


우리는 빈곤 철폐의 날을 맞이하여 오히려 빈곤을 초래하는 서울시 상수도 공사화 계획을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며, 나아가 지방상수도에 대한 위탁관리 등 모든 형태의 물 민영화․사유화 계획을 철회할 것을 정부와 각 지자체에 요구하는 바이다.

우리 시민사회단체, 환경단체, 노동조합과 빈민단체는 빈곤 철폐를 염원하면서 자연자원과 공공재를 지키고자 하는 전 세계 민중들과 연대하여 정부와 서울시, 각 지자체의 물 민영화․사유화를 무효화시키기 위해 투쟁할 것임을 공언하는 바이다.


2007년 10월 17일

물 사유화 저지․사회공공성 강화 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