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지침 개정 규탄한다
한국 정부는 어제(10월 7일) 오후 새로운 ‘미사일 정책 선언’을 발표해 11년 만에 미사일 지침을 개정했다. 이번 지침의 개정으로 300킬로미터로 제한되었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800킬로미터로 크게 늘였다. 탄도중량의 경우 기존의 500킬로그램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사거리를 줄일 경우 탄도중량을 늘리는 방식(트레이드 오프)을 채택해 사거리를 300킬로미터로 할 경우 최대 4배인 2톤까지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중부권 기준으로 북한 전역이 미사일 사거리에 포함된 것이며, 트레이드 오프 방식을 통해 미사일의 파괴력을 훨씬 더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정부는 이번 개정이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유사시 민첩하게 대응할 종합대책이라고 주장한다. 보수언론을 포함한 일부 호전세력들은 한술 더 떠 이번 지침 개정도 부족하다며,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아예 지침을 폐기해 미사일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북한 위협을 빌미로 지속적으로 군사력을 증강해왔다. 특히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태 이후에는 남북간 평화와 화해의 노력은 사라지고 남북 관계는 오로지 강경 대결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국민들의 생명과 안정을 보호하고 전쟁을 억지해야 하는 정부의 의무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한국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북한을 비롯한 주변국들을 자극해 한국의 안보를 강화하기보다는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훨씬 더 위험하게 만든다. 언론을 포함한 호전 세력들은 이번 지침 개정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한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의 미사일 지침 개정이 발표되자마자 중국은 관영 매체인 신화통신을 통해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근 도서 지역의 영토분쟁이 격화되는 등 복잡하게 얽힌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국의 군사력 증강이 다른 나라를 자극하고, 이것이 또 다른 군사력 경쟁의 도미노를 불러올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정부는 이번 미사일 지침 개정이 한국형 MD 구축 과정일 뿐 미국의 MD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가 미국의 MD 참여를 협상카드로 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요구해왔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으며,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해서는 미국의 MD 시스템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주장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하루가 다르게 격화되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긴장과 대결 구도 속에서 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아니라 민중들의 평화적 생존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동북아시아 주변국들의 군사력 경쟁을 불러오고, 미국의 MD 체제에 깊숙이 참여하게 될 한국 정부의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2012년 10월 8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