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유도제의 신속한 도입을 촉구하는 성명]
유산유도제는 필수의약품이다. 식약처는 미프지미소 허가 더 이상 지체말라!

지난 7월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유산유도제 ‘미프지미소’의 정식허가신청이 완료되었다고 알려졌다. 지난 2월부터 4개월 넘게 지난한 사전검토과정을 거쳐서 미프지미소의 허가절차가 카운트다운을 시작한 것이다. 평균적으로 한국 식약처의 허가심사 기간은 300일이 소요되지만, 희귀의약품과 같이 신속한 의약품 접근권이 요구되는 경우는 176일 가량 소요된다. 낙태죄가 폐지되었음에도 유산유도제 사용과 안전한 임신중지가 보장되지 않아 기본적 건강권이 계속해서 침해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미프지미소의 신속한 허가 절차가 필요하다.

미프지미소는 약물적 임신중지에 필수적인 의약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년 가까이 필수의약품 목록으로 지정해왔다. 프랑스나 중국에서 1990년부터 이 약물을 사용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의약품 접근권은 30년 넘게 지연된 것이다. 약물이 안전한 임신중지와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매우 중요한 만큼 헌법재판소의 결정문 취지에 맞게 국가는 불필요한 절차에 의해서 미프지미소의 사용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최근 산부인과의사회 등에서 미프지미소 허가를 위해 가교시험 자료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가교시험은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에서 제정한 E5(외국 임상시험 평가시 고려해야 할 민족적 요인) 가이드라인에 따라 민족적 요인에 차이가 있어 외국 임상자료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 실시하는 임상시험이다. 하지만 ICH 가이드라인은 불필요한 임상시험의 중복을 최소화하도록 하고, 환자들의 치료받을 이익을 지연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불필요한 임상시험의 재실시는 의약품 개발 자원을 낭비하고, 최적의 치료법의 이용 가능성을 지연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프지미소의 주요 성분인 미페프리스톤은 동양인이 많이 이주해 살고 있는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주요국가에서 아무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으며, 중국, 베트남, 몽골, 북한 등 한국과 민족적으로 유사한 국가에서도 임신중지를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약물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미프지미소의 가교시험 요구는 제도의 취지를 완전히 왜곡하는 주장이다.

우리는 이미 30년이나 당연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의약품의 접근권을 제한당해 왔다. 식약처는 작년 12월 31일에 유산유도제를 신속하게 심사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럼에도 사전검토로 4개월이나 허가를 지연시켰으며, 미프지미소의 신속심사는 지켜지지 않고 있고 심지어 가교시험 자료 제출까지 검토하는 것은 또 다른 재생산권 행사를 정부가 가로막는 행위이다. 식약처는 온라인상 불법 임신중지 약물 적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올해 내에 미프지미소를 허가하여 모두에게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해야 한다.


2021년 7월 29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