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금양물류 사장의 성희롱 피해 배상책임을 인정하라!
- 금양물류 성희롱 사건 손해배상청구 판결에 부쳐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자가 가해자들인 현대자동차, 금양물류 사장, 조장, 반장에게 청구한 민사상 손해배상에 대해 8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현대자동차와 사내하청인 금양물류 사장에 대한 배상청구를 기각하고, 조장과 반장에게만 배상하도록 했다.

성희롱 가해자들과 공모한 실질적인 주체, 현대자동차에게 면죄부를 주는 판결이다.

판결은 현대자동차가 금양물류와 파견관계에 있는지 여부는 별개로 하더라도, 사용자로서 성희롱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가해자를 비호하며 사건을 은폐하려고 적극적으로 공모한 실질적인 주체다.
성희롱 사건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자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인 금양물류는 단시간 안에 형진기업으로 간판을 갈아치웠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가해자를 비롯한 기존의 인원이 고스란히 형진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이는 원청인 현대자동차의 승인과 입김 없이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현대자동차는 작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국회의원 사무실을 직접 돌며 ‘금양물류 성희롱 주장 사건에 관하여'라는 문건을 배포하였다. 배포한 문건에는 '피해자가 이혼녀로 남자편력이 심한 것으로 소문이 나있고', '여러 남자와 부적절한 관계로 소문이 파다하다.'라는 등의 내용을 서술하여 근거 없는 악의적인 소문을 양산하였다.
이는 성희롱 문제와 무관하다며 책임을 회피하던 현대자동차 스스로가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는 실권자임을 실토한 사건에 다름 아니다.
최근 고려대학교 의대생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 어머니가 피해자를 모함하여 실형을 구형받아 구속되었다. 가해자를 비호하고,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피해자를 비난하는 행위가 무거운 죄임을 인정한 것이다.
현대자동차 역시 그 죄가 가볍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은 면죄부를 주면서 도마뱀 꼬리만 잘라낸 격이다.

금양물류 사장에게 면죄부를 주며 하청 여성노동자들의 권리를 박탈한 판결이다.

또한 판결은 현대차의 사내하청인 금양물류 사장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았다. 금양물류 사장은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밝히자, 이를 수용하기는커녕 피해자를 징계 해고했다. 금양물류 사장은 사용자로서 성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직장에서 교육을 실시하고, 사건이 발생할 시에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하나 실행한 바가 없다.
이에 따라 2011년 11월에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은 금양물류 사장이 ‘남여고용평등과 일 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300만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에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다.
그 근거는 사건의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금양물류라는 법인격체이지, 대표이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사내하청 업체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간판만 갈아치우는 방식으로 폐업하고 창업하는 일이 관례일 정도로 비일비재하다. 금양물류 역시 폐업하고 형진기업이라는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기존에 일하던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가해자도 함께 고용이 승계되어 일했다.
이처럼 사용자가 고용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손쉬운 수법을 법원이 인정한다면, 사내하청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권리를 침해당해도 책임을 묻지 못하게 된다. 귀찮은 일만 발생하면 거리낌 없이 간판을 갈아치우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업체들에게는 날개를 달아주고, 여성노동자들의 권리는 박탈하는 판결이다.

직장 내 성희롱을 개인들 간의 분쟁으로 축소시킨 판결이다.

이번 판결은 성희롱을 개인들 간의 분쟁으로 여겨, 원치 않는 신체접촉과 불쾌한 언행을 자행한 조장 반장에게만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직장 내 성희롱은 피해자와 가해자 당사자들만의 우발적인 갈등이 아니다. 상사와 부하직원이라는 위계질서와 성별 권력관계가 작용하여 피해자는 성폭력적인 상황을 거부하거나 저항하기 어렵게 만들며, 이러한 점을 노린 가해자들의 폭력행위가 속출하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심지어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자는 최초로 성희롱을 산업재해로 승인받았다. 이는 성희롱이 여성노동자들이 일터에서 경험하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 또한 성적인 폭력이 여성들의 일할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요소라는 것을 인정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결은 성희롱을 개인들 간의 분쟁으로 축소시켰다.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자의 노동권을 비롯하여, 유사한 처지에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권리를 부정하는 판결이다.

성희롱 피해자를 모함하고 가해자들과 공모한 현대자동차의 책임을 인정하라!
성희롱 피해자를 해고하고 가해자를 비호한 금양물류 사장의 책임을 인정하라!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부정한 판결을 규탄한다!


2012년 8월 27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