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야 할 것은 정몽구 회장의 탐욕이다!
비정규직 다 죽이는 현대기아차 정몽구 구속 및 정규직 전환 촉구 긴급 기자회견


서른일곱, 7년 동안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카렌스와 소울을 만들던 노동자가 자신의 몸에 시너를 끼얹고 불을 질렀다. 광주공장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조직부장인 그는 비정규직 철폐하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자신의 몸이 타들어가는 동안 쉬지 않고 외쳤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세 딸아이의 아빠인 그는 불이 꺼진 후에도 무릎을 꿇은 채 비정규직을 물려주지 말자고 외쳤다. 얼굴과 양팔, 가슴과 등이 타들어간 그는 지금 병원 응급실에서 지옥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62만대 증산으로 일자리가 필요한데 10년 이상 일한 사내하청 노동자를 배제하고 신규채용을 강행하는 기아자동차를 향해 그가 선택한 것은 분신이었다.

지난 4월 14일에는 저녁에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사내하청과 촉탁계약직으로 일하다 지난 해 1월 해고된 사내하청 노동자가 목을 매 자살했다. 그는 현대자동차에서 정년퇴직한 아버지의 권유로 공장에 들어갔고, 아버지처럼 자랑스런 현대자동차 노동자가 되고 싶었다. 2008년부터 정규직이 비운 자리를 돌아다니며 현대자동차를 만들던 스물아홉 청년은 2년까지 계약을 보장해준다는 회사의 회유와 협박에 촉탁직을 받아들였지만 2년이 되기 전에 공장에서 쫓겨나야 했고, 배신감에 몸을 떨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해 8월 2일 시행된 개정 파견법의 직접고용 조항을 피하기 위해 150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2년 동안 일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촉탁계약직’으로 전환시킨 후 차례로 해고시킨 현대자동차를 향해 그가 선택한 것은 죽음이었다.

현대자동차 1만3천명의 비정규직, 기아자동차 5천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지난 10년 동안 청춘을 바쳐 일했고, 그 결과 정몽구 회장의 재산은 2003년 6800억 원에서 2013년 6조 9600억 원으로 10배가 넘게 늘었다. 정몽구와 그의 아들 정의선이 현대기아차그룹 주식배당금으로만 2011년 501억, 2012년 678억, 2013년 709억을 챙겼다. 컨베이어벨트라는 자동흐름방식의 자동차 생산조립 공장에는 합법적인 도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이라는 대법원의 판결도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 앞에서는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의 사내하청 노동자는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개정 파견법도 정몽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불타야 할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육신이 아니라 정몽구의 탐욕이다. 끊어야 할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야 목숨이 아니라 정몽구의 불법이다. 180일이 넘도록 하늘에 매달려 고통을 받아야 하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파견 노동자를 사용해서는 안되는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매년 수만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사용해 조직적으로 불법을 저질러온 정몽구다. 인생의 절반도 살지 않은 젊은 청춘들이 스스로 목을 매고 몸에 불을 지르는 이유는 바로 정몽구 회장의 탐욕 때문이다. 이 죽음의 행렬을 막는 길을 10년 동안 불법을 저지른 정몽구 회장을 구속시키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오늘 우리는 찢기는 가슴으로 정규직 노동조합에 호소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분신과 자살은 정규직 조합원 자녀들의 입사를 위해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불법파견을 은폐하는 회사의 촉탁계약직 전환과 해고를 막아내지 못한 정규직노조에 대한 호소를 뼈아프게 돌아보아야 한다. 대법원의 판결을 따르라며 180일이 넘도록 하늘에 매달려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더 이상 희망을 찾지 못하고 죽음으로 호소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연대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우리는 정규직 노조가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을 간절하게 촉구한다.

이제 우리는 젊은이들이 재벌의 탐욕 때문에 죽어가는 불행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시간 지옥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외쳤던 것처럼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위해 우리는 모든 것을 다 바쳐 싸울 것이다. 오늘 기자회견과 한강성심병원 앞 촛불문화제를 시작으로 정몽구 회장을 구속시키고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연대의 행진을 시작할 것이다.

2013년 4월 17일
제 노동 시민 사회단체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