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대란으로 파국을 맞은 전력산업민영화 12년,

재벌·대기업 배만 불리고 국민에게 고통 전가하는

에너지산업민영화 철회하라 !


이상기후로 인한 이른 무더위에 전력난이 연일 지속되고 있다. 2011년 9.15 광역정정을 넘어 전국정전(블랙아웃)의 가능성도 예고되고 있다. 원전 부품성적서 위조 사태로 원자력 3기가 가동을 멈췄지만 이는 “불난 집에 부채질” 정도였다. 우리나라 총 발전설비 용량은 8,300만kW이다. 실제 지난 1월 최대전력이 7,600만kW까지 올라갔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설비용량은 9,000만kW이다. 현재 700만kW가 절대 부족한 상태에서 전력계통이 아슬아슬하게 운영 중이다. 정부는 민자발전을 포함하여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하였으나 실제로 사기업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불가능하여 필요한 발전설비를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건설하지 못하였다. 그동안 민자 발전회사들이 임의로 취소하거나 포기한 발전설비만 해도 전체 발전설비의 10%인 8,000MW에 이른다. 이로 인해 적정 설비예비율 15%가 무너지고 예비율이 6% 안팎으로 떨어져 만성적인 전력난시대가 야기된 것이다. 결국 정부는 전력계통 운영능력을 상실하였고 공급위주의 전력정책은 파국을 맞았다.




지난 12년간 국민 1인당 전력소비량으로 계산하면 5,500kWh에서 9,200kWh로 거의 2배 증가하였다. 그러나 이중 국민들이 가정에서 쓴 전기는 고작 430kWh 증가하여 1,280kWh으로 전력소비량이 비슷한 프랑스, 독일, 일본의 절반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전체 전력소비량의 55%를 차지하는 원가이하의 산업용 전기는 국민 1인당 2,000kWh이나 증가하여 가정용 전기보다 5배 늘었다. 정부의 전력수요관리 정책도 실패하였음을 알 수 있다.


정부의 전력산업 민영화 정책에 따라 재벌·대기업들은 영리목적의 민자 발전산업에 대거 진출하였다. 2012년 SK, 포스코, GS, 메이야율촌(중국계) 등 민자발전사가 거둬간 순이익은 9,627억원에 달한다. 이것은 민자 발전보다 열배나 큰 발전공기업(6개)의 이윤을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 이들의 막대한 이익은 전력난이 심화되고 있는 최근 몇 년간 폭증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자신이 생산한 자가소비용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한전에 비싸게 팔고 대신 원가보다 낮은 저렴한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여 돈을 챙기는 도덕적 해이까지 보이고 있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 낮은 전기요금으로 이윤을 취하는 동시에, 민자발전소를 만들어 전기를 한전에 내다팔면서 또한 폭리를 취하는 이상한 구조가 생성된 것이다. 정유, 제철 등 에너지다소비 기업을 가지고 있는 SK, GS, 포스코 등이 SK E&S, 포스코 에너지, GS EPS, GS 파워 등의 민자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그룹들은 한전으로부터 산업용 전기요금 약 80원(81.23원)을 적용 받아 전기를 사용하는 반면, 그들이 생산한 전기를 민자발전 전기공급가격 약 170원(169.85원)에 내다팔면서 또 한번의 이윤을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순 때문에 이들 회사는 2012년에 SK E&S 6,097억원, 포스코에너지 1,818억원, GS EPS 915억원, GS 파워 79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민자발전회사의 영업이익률은 화력평균으로 계산시 11~12%, 반면 한전의 자회사인 발전 5개사는 영업이익률이 3%대 밖에 안 나온다. 이 모순은 그대로 공기업의 적자와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이 모순을 바로 잡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한편 산업용 전기의 30%를 사용하는 삼성과 현대 등 10대 재벌·대기업들이 원가이하의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한전에 30조원의 막대한 누적적자를 안기면서 가져간 돈도 1조원을 넘어선다. 이것만이 아니다. 정부는 이들에게 전력수요관리 명목으로 정부보조금 4,000억까지 얹어 주면서 전력산업을 재벌․대기업의 돈 파티장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지난 12년간 정부의 전력산업 민영화는 국민에게는 정전과 전력난 그리고 전기요금 인상의 고통을 전가하면서, 재벌대기업에게는 돈 다발을 선사해온 것이다.


SK, GS, 포스코 등 민자 발전회사들은 자가소비용 가스를 직수입하고 있다. SK, GS, 대성, 삼천리 등 에너지대기업들이 지역을 분할하여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이 가스 직수입을 확대하고 가스 판매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가스산업도 몽땅 이들 재벌·대기업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박근혜 정부는 에너지산업을 재벌·대기업에 나누어 주고 있다. 민자 발전 확대와 지능형 전력망 사업을 통한 배전부문 민영화 그리고 재벌·대기업의 가스직도입 확대와 가스거래업 허가를 통해 에너지산업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핵발전소는 모두 23기다. 또한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것만 해도 총 9기에 이른다. 미국 스리마일섬, 구소련 체르노빌, 일본 후쿠시마에서 볼 수 있듯이 핵사고는 인류에게 큰 재앙을 내리고 있다. 안면도와 부안 주민들의 핵폐기장 건설 반대 항쟁, 삼척주민들의 핵발전소 건설 반대투쟁 그리고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건 밀양주민들의 송전탑 건설 저지 투쟁이 보여 주듯이 지역을 희생으로 하는 전력수급정책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최근의 유럽 대홍수, 미국의 폭풍우의 빈발, 세계 곳곳에서 폭우․한파․폭서 등 이상기후를 야기하는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체제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정부가 탈핵, 석탄발전 축소, 대체에너지 개발과 확대를 긴급한 현실의 정책과제로 추진하지 않으면 핵이 몰고 올 생명 절멸,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 그리고 끝없이 일어날 사회적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전력산업의 민영화와 자유화를 15년 이상 먼저 추진했던 영국과 미국은 만성적인 전력난과 대규모 정전사태 그리고 요금폭등을 일으켜 국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국유화하거나 규제를 강화하였다. 또한 에너지 선진국 독일은 이미 탈핵을 선언하고 석탄발전을 지양하고 있으며 대체에너지 확보와 확대를 국가적인 목표로 정하고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유럽연합의 전력시장 개방 압력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전력공사를 소유하면서 사회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많은 나라들이 에너지산업을 에너지안보와 환경문제 차원에서 자국의 에너지산업을 수직 및 수평적으로 통합하고 있다. 따라서 박근혜정부는 에너지산업 민영화를 철회하고 전력산업과 가스산업을 통합하고 정부·회사·노동조합·환경단체·시민단체가 사회적으로 운영하고 공공성이 강화되도록 전책기조를 바꿔야 한다.



이에 우리는 전력수급 비상사태를 맞이하여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정부는 공급중심의 전력정책을 수요관리 중심으로 전환하라 !


- 정부는 재벌․대기업에 막대한 이윤만 보장하는 전력거래 제도를 폐지하라 !

- 정부는 전력대란과 대규모 정전 그리고 전기요금 폭등을 야기하는 전력산업 민영화를 철회하라 !

- 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여 실질적인 전력수요관리에 나서라 !

- 정부는 재벌․대기업들이 전기를 싸게 쓰고 비싸게 파는 도덕적 해이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라 !

- 정부는 재벌·대기업의 가스직도입 확대와 가스판매업을 허용하는 가스산업 민영화를 철회하라 !

-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핵발전소 건설과 증설 그리고 수명연장을 중단하라 !

-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화석연료 사용을 축소하고 대체에너지를 확대하는 정책을 수립하라 !

- 정부는 전력산업과 가스산업을 통합하여 공공성을 강화하고 사회적 운영을 보장하라 !



2013. 6. 13

공공부문민영화 반대․공공성강화 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