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논평
- 박근혜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쥐꼬리 만 한 한 자릿수 인상 웬 말인가?

2014년 최저임금이 시급 5,210원으로 결정되었다. 이는 올해보다 7.2% 인상된 것으로 2013년 최저임금 4,860원보다 350원 가량 인상된 금액이다. 소득격차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를 무시한 처사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늘 새벽 3시 40분 민주노총 위원 3명과 사용자 위원 전원이 퇴장한 가운데, 2014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이제야 5000원대를 겨우 넘어선 최저임금 결정을 두고 논란이 많다. 애초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했던 경총은 오늘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하는 입장을 발표하였다. 이들의 주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 2008년 8.3% 이후 최대치라며, 이번 결정은 기업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며 30인 미만 영세기업의 추가 인건비 부담액이 1조 6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과연 이번 최저임금 결정이 이들이 이야기하듯 어마어마한 인상 결정인가?

최저임금은 지금과 같은 결정 방식이 도입된 이래 꾸준히 상승해왔지만, 저임금 기준선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만큼 높아지지는 않았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최저임금의 상승폭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2009년 결정된 2010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2.75%에 불과해, 물가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첫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자연히 이러한 상황이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

뻔뻔한 경총, 최저임금은 생활임금이 아니다???

경총 관계자는 오늘 오전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최저임금은 생활임금이 아니라고 말하였다. 단신근로자가구 생계비를 결정과정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은 최저임금이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설사 이들 주장대로 1인가구의 생활임금 수준이더라도 지금의 최저임금 수준은 얼토당토 않은 금액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4세 이하 단신근로자의 평균생계비는 163만원이며, 한국노총은 단신근로자 표준생계비를 월 189만원으로 발표한 바 있다. 주 40시간 일했을 때 2014년에도 최저임금은 100만원을 겨우 턱걸이하는 수준이다. 더구나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들의 상당 수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보고는 수도 없이 발표된 바 있다. 이번 인상액 350원, 월 7만원 가량은 임금과 소득격차를 해소하기에는 절대적으로 적은 액수다. 올 1월 전체노동자 임금이 약 4.5% 인상되었고, 100인 이상 사업장 평균임금이 400만원 수준으로 나타나, 18만원 가량 인상되었다고 한다. 전체노동자 평균 임금의 34% 수준에 불과한 최저임금이 더욱 큰 폭으로 올라야, 임금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을텐데, 이번 인상액은 그러한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

최저임금, 정부가 직접 책임져라

민주노총은 올해 정액급여 219,170원, 시급 5,910원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내건 바 있다. 이는 전체 노동자들의 동일정액 임금 요구안으로서 노동자들 사이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요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은 미약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최저임금이 항상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바로 최저임금 결정방식에 있다. 금번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 위원이 퇴장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사용자 위원을 빼고 논의하자.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의 협상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실상은 기업 편에 선 정부가 선임한 공익위원들이 노동자의 요구의 반대편에 서 있는 형국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국가가 고시하고 국가가 기업에 책임을 묻는 방식의 임금제도라면, 정부가 노동자와 일대일로 대면해 협상에 나서야 하는 것이 옳다.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서 중재자인 양 하는 행세를 그만두고, 가난한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에는 저임금과 비정규직이 만연해있다. 전체 노동자 중 23.7%, 400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120만원도 벌지 못하는 저임금 노동자다.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노동자도 170만 명에 달한다. 용역, 파견업체를 통한 비정규직이 전면화 되어있고, 이들의 임금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최저임금이다. 박근혜 정부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하여 고용율을 높이겠다며 노사정 협약까지 체결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임금체계를 손봐 고용을 유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사용자 위원의 불만을 뒤로 하고 노동자 권익을 높이기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제대로 인상되지 않았던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아주 조금 만회하는 수준에 불과한 것이며, 여전히 저임금 노동자가 이 최저임금을 가지고는 도저히 생계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다.

박근혜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의 절규를 들어라

지난달 삼성 휴대폰 하청업체 아모텍에서 일하던 서른 살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하였다. 이 노동자는 주당 84시간, 월 348 시간 일을 했지만, 이 노동자가 가져갈 수 있는 월급은 수당을 포함해 20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었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운운하며, 더 많은 노동자들을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내모는 정부의 정책이, 법정 근무시간대로 일했을 때 생활 유지조차 불가능한 열악한 최저임금이 노동자들을 죽이고 있다. 경제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막대한 이윤을 챙기는 재벌 대기업 밑에 그물망 같은 하청, 파견기업들이 있고, 그 밑에 저임금에 묶여 격무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있다. 독점 기업들에 막대한 수수료 떼어가며 힘겹게 장사하는 영세자영업자들이 있고, 그 밑에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하는 알바들이 있다. 정부가 할 일은 이런 위계적이고 불평등한 경제 구조를 바로잡고, 이윤을 독점하는 재벌, 대기업에게 저임금노동자의 생계를 책임지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이를 방관한 채, 한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에 생색내는 정부는 노동자 살인행위에 직접 동조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박근혜 정부는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최저임금은 이제 전체 국민의 문제이며, 전체 노동자의 문제이기에 우리는 다시금 힘을 모아 함께 싸워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한 생활임금으로서 최저임금 현실화를 쟁취해나갈 것이다.

2013년 7월 5일

빈곤사회연대
공공노조사회복지지부, 관악주민연대, 광진주민연대, 금융피해자연대 해오름, 노들장애인야간학교, 동자동사랑방, 민주노총,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반빈곤네트워크(대구), 반빈곤센터(부산), 불교인권위원회, 빈민해방실천연대(민주노점상전국연합‧전국철거민연합),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서울복지시민연대, 성공회나눔의집협의회,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여성공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빈민해방철거민연합‧전국노점상총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주거권실현을위한비닐하우스주민연합,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진보신당,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최옥란열사추모사업회,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빈곤문제연구소,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한국주민운동정보교육원, 향린교회,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홈리스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