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최저생계비 결정에 대한 규탄 성명]
“가난한 이들의 현실을 외면한 밀실야합 중생보위의 졸속적 최저생계비 결정 규탄한다”



보건복지부는 8월 14일 열린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에서 최저생계비를 결정하여 발표하였다. 2014년 최저생계비는 올해보다 5.5% 인상된 163만 820원(4인가구 기준)으로 복지부는 이를 두고 역대 세번째로 많이 오른 금액이며, 계측년도 평균 최저생계비 인상률 수준을 상회하며 작년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인상되었다고 평하였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당사자와 관련 노동-사회-시민단체로 구성된 민생보위는 이러한 결정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지 13년이 된 올해, 법에 규정된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으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열악한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사회여론과 지적이 각계각층에서 활발히 일어난 바 있다.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도 최저생계비 계측과정의 비현실적인 측면을 개선하고 최저생계비를 대폭 인상하리라는 기대감이 존재했는데, 이러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첫째, 최저생계비가 대폭 올랐다는 주장의 기만성

최저생계비 결정과 관련한 언론의 보도는 대체적으로 최저생계비가 대폭 올랐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는 복지부의 보도자료의 편향적 태도에 근거한 것이다. 역대 세 번째 높은 인상률이라고 하지만, 1999년 최저생계비가 계측된 이래, 계측조사는 총 5회에 불과했고, 인상률을 측정할 수 있는 조사는 4차례이다. 그 중 세 번째 높은 인상률이라는 것은 꼴찌에서 두 번째에 불과한 인상률에 대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복지부는 역대 ‘세 번째 높은 인상률’이라는 말만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왜곡된 태도다. 최저생계비는 처음 도입된 99년 당시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의 40% 수준이었다가 점점 낮아져 현재 30%에 불과한 실정이다. 소득 격차를 해소하고 실질적인 빈곤대책을 강화하는 데 그만큼 한계가 있다는 얘기이다. 점점 바닥을 향한 최저생계비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혁신적인 인상안이 제시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물가인상률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인상한 것을 두고 대폭 인상안으로 선전하는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국민생활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생활의 질 변화를 반영했다는 왜곡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주거비 산출 기준 면적 조정, 피복신발비의 내구연수 조정 등으로 생계비 계측을 현실화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 구성변화 품목을 살펴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교육비로 초등학생 줄넘기, 후프를 각 1개씩 추가했는가 하면, 주거비 산출의 기분 면적을 37㎡에서 40㎡로 소폭 상향하는 것에 그쳐 실질적인 빈곤가구의 주거비 부담수준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 내구연수를 높였다는 피복신발비 품목을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신사·숙녀복의 내구연구는 기존 12년에서 10년으로 조정, 동내의, 속치마의 내구연수를 기존 6년에서 3년으로 조정, 장갑을 기존 6년에서 2년, 허리띠 6년을 3년으로, 운동화를 4년에서 2년으로 조정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여전히 빈곤층의 생활 기준을 최저의 밑바닥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도저히 납득 불가능하였던 기존의 기준을 소폭 조정한 것에 그치는 내용을 대폭 상향이라는 언사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매일 출근해야 하는 가장이라면 단가 9만원짜리 동복신사정장 2벌로, 단가 8만원짜리 춘추복정장 2벌로 10년을 버티고, 당신이 주부라면 단가 9만원짜리 동복숙녀복 2벌, 단가 7만원짜리 춘추복정장 2벌로 10년을 입을 수 있겠는가? 당신이라면 매일 입어야하는 동내의 단가 2만원짜리 3벌로 6번의 겨울을 날 수 있는가?

한동안 휴대폰을 생필품에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로 논란을 벌이더니, 한 벌의 동내의와 장갑으로 몇 년을 버티느냐는 것을 가지고 전문가 위원 몇 명이서 대단히 자의적으로 결정해버리는 중생보위는 빈곤한 사람들을 또 한 번 좌절하게 하고 있다. 전문가가 자의적으로 계측하는 최저생계비 조사과정이 실생활에 들어맞지도 않을뿐더러 수많은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뿐이라는 것을 보건복지부와 중생보위는 아직도 모른단 말인가?

셋째, 제도 개편을 준비하는 시점에 이루어진 졸속적 밀실야합 최저생계비 결정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금번 최저생계비 결정 내용은 내년 1월부터 9월까지 적용될 것이며, 10월부터는 개별급여 전환과 함께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한 상대적 방식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중대한 제도 개선 논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참여를 요구해온 수급당사자와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을 철저히 배제한 채, 숱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만의 제도 개편안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제도 개편안은, 기존 7개의 통합급여를 생계/주거/의료/교육급여 등으로 각각 분리하고 별도의 선정 및 급여 기준선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종합적 빈곤대책으로서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약화를 불러올 수 있으며, 열악한 수준의 최저생계비의 현실화, 100만의 사각지대를 낳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으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계획 없이는 권리를 쪼개버리는 위험한 안임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바 있다. 우리는 기존의 최저생계비 결정과정이 전문가들에 의해 자의적으로 계측되어왔음을 지적해왔고, 상대빈곤선 도입을 주장해 왔고, 최저생계비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계측되고 이에 따른 빈곤 정책이 수립되어야 함을 지적해왔다. 그런데, 지금 복지부는 추진 중인 개별급여 방안에서 생계급여의 선정 기준선을 중위소득의 30% 수준으로 예정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기초생활보장제도 선정기준 및 급여 기준선에 훨씬 미치지 못 하는 수준으로, 분명한 ‘개악’안이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별급여 도입방안을 밀어붙이며, 금번 최저생계비 계측과 결정과정을 또다시 예산에 짜 맞추는 야합의 형태로 진행해버린 것이다.

우리 기초생활 수급당사자와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기초법 개악 저지!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민/생/보/위>를 구성하여 수급당사자의 실생활을 알아보는 가계부 조사 사업을 진행하며, 우리의 요구를 마련하고 있었으며, 수차례 복지부에 우리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제기하고, 중생보위의 최저생계비 결정 및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논의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중생보위는 우리의 이러한 목소리를 일관되게 무시한 채,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예년보다 서둘러 졸속적으로 최저생계비를 결정 발표한 것이다.

최저생계비 결정 발표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정부에서 ‘이렇게나 많이 올려주었다니?’ 하고 놀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 지급되는 현금급여는 4인가구 기준 최대 131만원 수준이며, 1인가구의 경우 48만원에 불과한 금액이다. 더군다나 이에 대한 계측은 중소도시에서 전세 아파트에 거주하는 건강한 4인가구(40대 가장, 30대 부인, 초등학생 자녀 두명)를 표준가구로 설정하여 계측한 것을 채택하였기에 의료비가 더 필요한 장애인가구나 노인가구,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가구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며, 학령기 자녀가 있어서 교육비가 더 들어가는 가구에도 맞지 않는 금액이다. 그 뿐인가? 대도시에 거주하면서 다달이 월세를 지불해야하는 세입자에게는 글자그대로 턱도 없는 수준의 금액이다.

복지부는 이러한 상황은 언급하지 않는다.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지만, 시집장가 간 아들이나 딸의 소득까지 조사하고선 수급자와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인데도 수급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엄격한 제도운영 때문에 발생하는 100만에 가까운 우리사회의 가난한 이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양의무자 일제조사를 통해 대규모 삭감, 탈락을 자행하고 있다. 또한 모든 급여와 복지혜택을 수급자가 되어야만 받을 수 있도록 해두어서 빈곤한 사람들이 수급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복지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대폭’ 인상되었다고 선전할 뿐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는 분명히, “물가상승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소득ㆍ지출수준, 수급권자의 가구유형 등 생활실태를 반영하여 최저생계비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법 제6조) 허나 실제는 물가상승률만 형식적으로 반영할 뿐이다. ‘복지’를 내걸고 당선된 박근혜 정부의 복지가 결국 생색내기, 말 뒤집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2014년 최저생계 결정과정에서 또 다시 목격하였다.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최저생계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로 생활하는 약 140만 명의 수급자에게는 당장의 생존의 문제에 닿아있으며,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많은 이들에 대한 복지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한 기준선이 되는 중요한 지표이다. 따라서 우리사회의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기준선으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최저생계비는 전문가 조사에 의한 전물량방식으로 계측되면서, 가난한 이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실질적인 빈곤선으로 기능하지만 사회적 빈곤선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사회적 합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먼저 최저생계비 계측과 결정방식을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개별급여 도입 중심의 제도 개편안을 졸속적으로 밀어부칠 것이 아니라, 기존 제도에서의 사각지대 해소, 수급가구의 현실을 제대로 돌아보는 계획이 필요하다.

우리의 목소리, 가난한 이들의 외침을 외면한 채 또 다시 일방적으로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 결정을 내린 복지부와 중생보위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위험한 제도 개편안을 준비하면서, 졸속적으로 최저생계비 결정을 강행하고 상대빈곤선 방식에 대해서도 ‘앞으로 검토하겠다’는 기약 없는 말을 앞세워 마치 실제 계측과정에 반영할 것처럼 하다가 흐지부지되는 행태의 기만성은 이미 지난 시기의 결정과정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여러 요구를 수용하고 대폭 인상안을 제시하는 듯 하지만 실상은 비현실적인 계측방식 그대로를 고수해 실질적인 인상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이번 최저생계비 결정과정을 규탄하는 바다.

민생보위는 기초생활수급당사자 24가구의 가계부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발표를 8월 22일에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최저생계비 현실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올바른 개선을 위한 우리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8월 23일에는 보신각에서 기초생활수급권자 한마당이 열린다. 우리는 가장 가난한 국민을 위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수급당사자의 목소리로, 수급당사자의 힘으로 바꾸어낼 것이다.

복지부와 중생보위에 2014년 최저생계비 결정에 대해 재논의할 것을 촉구한다. 내년도 최저생계비 공식 발표일인 9월 1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미비한 점을 인정하고 즉각 재논의에 돌입하라. 우리는 8월 22일 수급가구 가계부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최저생계비 현실화와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을 위한 요구를 마련할 것이다. 여기에 보건복지부 장관과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위원을 정식으로 초대하는 바다. 이 자리에 와서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수급자의 현실을 똑똑히 보실 것을 당부드린다. 복지부와 중생보위가 우리의 이러한 절실한 요구를 외면한 채 결정을 강행한다면 수급당사자와 광범위한 노동-사회-시민단체의 힘으로 이에 맞설 것이다. 거듭, 복지부와 중생보위는 2014년 최저생계비 결정에 우리의 요구를 반영하여 재논의할 것을 촉구하는 바다.


빈민의 현실 외면한 채 이루어진 밀실야합 최저생계비 결정 무효다!
보건복지부와 중생보위는 졸속 결정 사과하고 최저생계비 대폭 인상하라!
올바른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을 위해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2013년 8월 15일
민/생/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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