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대책은 비용과 효율이 아니라 생명의 안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 서울시 ‘지하철 안전업무 직영 전환 및 메피아 근절방침’에 부쳐

서울시는 6월 16일 구의역 승강장 안전문 수리 노동자의 사망 사고에 대한 대책으로 ‘지하철 안전업무 직영 전환 및 메피아 근절방침’을 발표하고, ‘서울메트로 7개 분야의 업무를 직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지하철 비정규직 사망재해 해결과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는 서울시가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안전업무인 PSD 유지보수, 전동차 경정비, 차량기지 구내운전, 특수차(모터카 및 철도장비) 운영, 역사운영 업무를 모두 직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을 환영한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의 방침은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그 방향을 훼손할만큼 심각한 문제가 있다. 
 
시민대책위원회에서는 ‘직영화’와 ‘인력충원’을 요구해왔다. 직영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그 일에 필요한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여야 한다. 그런데 서울시의 방침은 지금 현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776명의 절반 숫자인 344명을 고용승계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메트로는 안전을 위해서는 인력이 충원되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목소리를 수용하지 않아왔다. 그런데 안전대책을 발표하는 지금도 여전히 인력충원에 대한 세부계획은 없다. 직영전환으로 절감된 비용 47억원 중 일부를 안전인력 증원에 사용한다는 추상적인 계획만 있을 뿐이다. 당장 용역계약이 만료되는 은성PSD에 대해서도 서울메트로 전자사업소 직원을 투입해서 스크린도어 관리를 하겠다고 하는데 이것은 사람들을 돌려막기 하는 것일 뿐 당장의 안전 대책도 되지 못하다. 서울시는 직영화와 함께 인력충원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시민대책위원회가 ‘정규직화’를 요구한 것은, 안전업무를 하는 이들이 충분하게 교육을 받고, 안전장치를 둔 상태에서 일을 해야 하고 업무 간 소통도 충분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용역’ 구조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함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서울시가 발표한 ‘직영화’는 ‘안전업무직’이라는 무기계약직을 신설해서 기존 노동자와 일반 지원자를 대상으로 신규 채용을 한다는 내용이다. 안전업무는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 세월호참사 이후의 일관된 흐름이다. 그런데 정규직과 차별이 존재하는 ‘무기계약직’ 형태를 고집함으로써 안전업무를 하는 이들이 여전히 적은 권한을 갖게 된다. 안전업무직의 경우 지하철 종합상황실인 관제와 소통 권한 등이 제한되어 외주하청과 안전 문제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직군을 분리하여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결코 ‘정규직화’라 부를 수 없다. 
 
서울시가 인력충원 계획 없이, 안전업무를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으로 신규 채용하려는 것은 여전히 ‘비용’ 담론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위탁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절감과 소위 ‘메피아’ 퇴출에 따른 인건비 절감으로 직영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현재의 비용 수준에서 대책을 내려고 하니 제대로 된 대책이 되지 않는 것이다. 지하철의 안전대책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비용’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안전대책은 처음부터 제대로 구축되어야 한다. 물론 정부가 총인건비제도로 인건비 예산을 묶어두고 정원을 관리하는 상황에서 인력충원과 정규직화에는 난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구의역 사고를 계기로 정부의 총액인건비 방침에 대항하고, 제대로 된 안전대책을 만들어야 이후 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겉치레 행정이 될 뿐이다. 
 
서울시의 대책이 ‘안전업무 직영전환’이라는 의미있는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그 실행에서 제대로 된 안이 나오지 않는 것은 여전히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들여다보았다면 은성PSD와의 계약이 끝난 이후 서울메트로 전자사업소 직원으로 돌려막기 하겠다는 발표를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인력이 부족해서 허덕이는 정비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있었다면 직영으로 전환되는 인력을 위와 같이 산정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고용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현장의 의사소통이 방해되는 현실을 제대로 알았다면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고려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서울시는 현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서 대책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온다. 
 
우리는 구의역 승강장 안전문 수리 노동자의 사망을 계기로, 비용절감과 효율성을 내세운 외주화가 얼마나 심각한 안전의 문제를 낳는지를 똑똑히 보았다. 다시는 이런 위험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시민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그리고 서울메트로와 유가족과의 합의에 따라 ‘진상조사단’ 구성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시민대책위는 노동자의 안전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비용’과 ‘효율’을 중요하게 여기는 정책을 바꿔 사람의 생명이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겨지는 정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망한 청년노동자들의 뜻은 겉치레 행정으로는 담을 수 없다. 서울시는 제대로 된 안전 대책 마련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다시 들어라. 
 
2016년 6월 17일 
지하철 비정규직 사망재해 해결과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