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 쫓아내지 말라는 요구는 아직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동절기 강제철거를 중단하라

 

겨울은 여름보다 잔인하다고 한다. 추위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욱 잔혹하고, 죽음의 공포로 이어진다. 따뜻한 삶터에서, 가게에서 한순간에 거리로 내몰리는 것의 아픔이 어디 따뜻한 봄이라 해서 덜하겠냐마는 차가운 거리로 내동댕이쳐질 때의 서러움과 두려움은 다른 계절보다 더욱 크다. 추운 겨울 집이 철거된 후 비닐 한 장을 치고 잠을 자야 하는 철거민들은 말 그대로 생존의 문제를 겪기 때문이다.

 

법대로 하면 모두가 쫓겨난다

2009년 1월 20일. 동절기 강제철거에 맞서 싸우던 철거민들이 경찰의 강제진압에 의해 돌아가신 용산참사가 있던 날이다. 서울시는 용산참사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2012년 동절기 강제철거 예방대책을 만들었다고 홍보했고, 그 이듬해에는 이주 과정에서 조합과 철거민이 사전협의체를 구성해 갈등을 조정하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아직은 소용이 없다. 이 예방대책에 따르면 “법원이 정한 집행관이 정당하게 진행하는 강제집행은 막을 수 없다”고 하기 때문이다. 철거민들이 동절기 강제집행에 대해 항의하자, 담당자는 강제철거는 막을 수 있으나, 강제집행은 막을 권한이 없다고 대답했다. 쫓겨나는 것은 매한가지 인데, 강제철거냐 강제집행이냐는 말장난을 하며 ‘권리를 보장해줄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도심 내 재개발 재건축 지역들은 관리처분 인가가 나면 이주 공고를 하고, 이주하지 않는 주거지나 상가에 대해 조합에서 명도소송을 제기한다. 그러나 법원은 거의 대부분 철거민의 편이 아니다. 법원이 철거민의 편이 아니기에 대부분의 지역들은 명도소송에서 패소하고 그 후에 이뤄지는 강제집행은 법적으로 ‘정당화’된다. 때문에 2016년 1월 12일에 있었던 신수동 상가 강제집행 과정에서도 집행관은 용역깡패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철거민들을 내쫓는 현장에 함께 ‘정당’하게 존재했고, 7월에 있던 신사동 우장창창 강제집행과정에서도 집행관은 용역깡패들이 칼을 들고 천막을 찢는 과정에서도 ‘정당’하게 가만히 있었다. 집행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살인적인 폭력마저 정당화되는 현실 속에서 서울시의 행정지침인 <동절기 강제철거 예방대책>만으로 거리로 쫓겨나는 삶들을 전혀 예방할 수 없다. 지침이 있다하더라도 법원에서 동절기 강제집행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지침은 동절기 강제집행 과정에서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상 동절기 강제철거 규제 조항을 제정하라

현재 서울 내에서 이주 공고 후, 명도소송이 끝나고 강제집행 계고장이 붙은 지역들이 많다. 이는 곧 언제 법적으로 강제집행이 정당화되어 한겨울에 거리로 쫓겨날지 모르는 시민들이 수없이 많다는 뜻이다. 면목동, 대흥동, 아현동, 대림동, 서부 트럭터미널, 청량리 등 동서남북의 서울시민들이 추위 속에서 언제 강제집행이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한겨울에 집에서 사람을 쫓아내는 것은 잔인하다”라는 국민적 공분은 있으나, 법적으로 동절기 강제철거는 대부분 규제되지 않는다. 2014년 언론과 정부는 동절기 철거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실상 이 조항은 「도시개발법」 상의 조항이다. 「도시개발법」은 주로 신도시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적용되는 법률이기에 신도시가 형성되는 농촌이나 임야에만 해당된다. 대부분의 동절기 강제집행이 도심에 있는 거주지와 상가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것을 볼 때, 「도시개발법」상의 동절기 강제철거 규제 조항은 아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오히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의 동절기 강제철거 규제 조항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용역깡패의 폭력을 국민의 세금으로 구매하지 말라

이수역 7번 출구에 있는 노점상들은 최근에 동작구가 고용한 용역깡패들에 의해 강제집행 되었다. 올해 동작구의 행정대집행 예산은 3억 원 정도라고 한다. 이 예산으로 동작구청은 수십차례 철거를 시도했고, 9월 29일 용역 약 300명, 10월 2일 100명, 11월 5일 100명을 부른 것도 모자라, 12월 14일에는 추경예산까지 편성하여 동작구청은 용역깡패 70명을 대동하여 노점상들을 철거했다. 거리에서 잠을 자며 장사하는 노점상들에게 비닐포장마저 뺏어가는 것이다. 구청에서 나서서 폭력을 구매하는 지금, 서울시의 <동절기 강제철거 예방대책>으로 무엇이 예방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올 한해 서울의 각 구청들은 어마어마한 행정대집행 예산들을 책정해왔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용역깡패에 의한 폭력을 구매하여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해온 것이다. 일례로 중구청은 행정대집행 예산으로 6억원을, 동작구청은 3억원, 종로구청 3억 4861만원, 서초구청 1억 7419억원 등이 책정되어 있었다. 더 이상 지자체들이 자의적으로 행정대집행 예산을 책정하는 행위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한겨울에 거리로 쫓겨나고, 거리에서 또다시 비닐 한 장 없는 길바닥으로 쫓겨나는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일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영하의 날씨 속에서 이 겨울이 조금 더 따뜻해지기 위해서는 동절기 강제철거부터 규제되어야 한다. 또한 서울의 지자체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용역깡패에게 돈을 주며 시민들을 강제집행하는 행위 또한 근절되기를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2016년 12월 29일

빈곤사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