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사드 배치 비용 부담 합의와 이를 담은 약정서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요구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10억 달러 청구로 국방부가 체결한 약정과 합의는 효력을 상실했다

사드 배치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한미 당국이 야밤에 기습적으로 사드 장비들을 성주 소성리로 반입한 지 이틀 후, 미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비용 10억 달러를 한국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밝힌 인터뷰가 공개되었다. 한국 정부는 한미 양국이 사드 비용 부담 원칙에 합의하였고, 미국이 사드 장비 및 운영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한국 정부의 해명은 의미 없다는 듯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한국이 비용을 부담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취임 100일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언급된 10억 달러 청구, 지난 1년 2개월간 박근혜 정부는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10억 달러 발언 이후 국방부와 정부 관계자들은 사드 배치 비용 부담에 대해 한미 간 합의한 사항이 있으며 이를 담은 약정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인 토머스 밴달 미 8군 사령관이 서명한 약정서에 ‘한미는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관련 규정에 따라 한국 정부는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국방부가 사드 배치 비용 부담에 대해 미국과 합의했으며, 이를 약정서에 담아 서명했다는 설명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하며 다음과 같은 사항을 포함한 면밀한 검증을 요구한다.

 

첫째, 국가 간 비용 부담을 합의한다는 것은 국가의 재정 부담에 관한 사항으로 조약으로 체결하여야 한다. 국방부가 주한미군사령부와 체결한 약정서는 조약이 아니라 기관 간 약정에 해당한다. 정부를 대표하여 체결한 내용이 아니라, 국방부를 대표하여 체결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왜 비용 부담이라는 국가의 의무를 명시한 합의를 기관 간 약정으로 체결했는지 밝혀야 한다.

 

둘째, 국방부가 비용 부담을 명시한 약정서를 언제 체결했는지 검증해야 한다. 언론은 작년 3월 또는 작년 7월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작년 3월 4일 국방부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협의하기 위한 한미 공동실무단 구성 관련 약정을 미군 당국자와 체결했다고 밝히고, 공동실무단은 비용 문제를 포함한 몇 가지 사항을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비용 문제를 협의할 공동실무단이 협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사드 배치를 결정하기도 전에,  비용 부담에 대해 미리 약정했다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작년 7월 한미가 사드 배치를 결정하고 그 예정지로 성주를 발표할 때 비용 부담에 대한 합의 및 이를 담은 약정서를 체결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국방부는 한미 간 사드 배치 결정 당시 작성한 문서는 한미 공동실무단의 결과 보고서뿐이고 이는 합의문 형식이 아니라고 해왔다. 따라서 7월에 비용 부담을 명시한 약정서를 체결했다면 국방부는 국회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셈이다.

 

셋째, 국방부가 미군과 체결한 약정서에 비용 부담 ‘원칙’ 외에 ‘예외’ 사항을 담았는지 검증해야 한다. 국방부가 국회와 국민을 속여 비용에 대한 약정을 체결하고 이를 2급 비밀로 규정하여 비공개한 것은 숨기고자 하는 무엇이 있기 때문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4월 30일 청와대가 밝힌, 주한미군 사드 배치 비용 부담 관련한 한미 ‘양국 간 기합의’된 내용의 실체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국방부는 양국 국방부를 대표하여 약정서를 체결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청와대는 '양국 간 합의'라고 밝혔다. 언제 '국가 간 합의'가 있었는지, 그 형식과 내용은 무엇인지, 누가 양국의 '국가 간 합의'를 협의하고 서명했는지 밝혀야 한다.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지금 청와대는 '국가' 간 합의가 아닌 것을 '국가' 간 합의로 거짓말하는 셈이 된다. 또한 기존의 합의가 국방부의 약정에 담긴 합의 사항이라면 양국 국방부 장관이 통화하고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이를 설명하는 것이 상식이다. 왜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미국 정부로부터 설명을 듣고 청와대가 보도자료를 배포했는지 밝혀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억 달러를 청구한 것은 실언이 아니라 그들의 협상 전략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지금 상황을 수습하려면 첫째 한미 간 합의와 그 내용이 담긴 약정서를 검증해야 하고, 둘째 약정서와 달리하는 10억 달러 청구라면 약정을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10억 달러 청구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성주 소성리에서는 미군 차량 및 장비들의 출입에 저항하는 주민들과 경찰 사이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의 폭력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이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성주, 김천 주민들과 후대를 위한 의무다. 국방부는 합의사항과 약정서를 공개하여 검증을 받아야 한다. 미국 대통령이 10억 달러의 비용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효력을 상실한 합의문을 폐기하고 사드 배치를 원점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차기 대통령에 도전하는 후보들은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국민과 국회 모르게 비용 부담을 다룬 약정서를 체결하고 그 존재를 숨겨온 국방부, 국방부의 기관 간 약정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간 합의라고 주장하는 청와대의 설명을 그대로 인정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10억 달러 청구에 대한 차기 정부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밖에 없다. 사드를 조기에 배치하자거나 국가 간 합의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국방부와 청와대의 행태를 그대로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합의사항과 약정서를 검증하고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2017년 5월 1일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