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고통과 절망, 이제는 끝내야 한다!
 
 
젖먹이 아이가 중학생이 돼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고,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이가 나라를 지키겠다고 군대에 입대했다. 정정하시던 칠순의 부모님이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났고, 40대 후반 젊은 인생이 정년퇴임을 눈앞에 둔 늙은 노동자가 됐다.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 10년, 해고노동자의 절망은 감옥보다 깊었고, 가족이 함께 겪어야 했던 고통은 고문보다 더했다.
 
쌍용차 정리해고 10년, 고통과 절망의 늪에서 신음하던 스물아홉의 영혼이 하늘나라로 떠났다. 해고자 복직 합의로 멈췄던 연쇄 죽음이라는 비극이, 복직의 희망이 멀어지면서 다시 고개를 내민다. 해고자 100명 중 94명은 복직이 기약 없이 미뤄진다면 건강이 심각하거나 상당히 악화될 것이라고 했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최루액이 폭포처럼 쏟아지던 굴뚝에서 86일, 15만 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에서 171일, 거대한 냉동고가 된 굴뚝에서 101일을 버텼다. 한 회사에서 세 번의 고공농성과 세 번의 단식농성, 육신이 찢겨져나가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싸움을 계속한 이유는 단 하나, ‘함께 살자’는 호소였다. 더 이상 죽이지 말라는 절규였다.
 
정리해고 10년, 함께 살기 위한 싸움 10년을 맞아, 오늘 우리는 다시 투쟁을 선언한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 남아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우리는 회사가 마음을 열어 해고노동자들의 손을 잡길 바란다. 하지만 회사가 10년의 기다림을 걷어찬다면, 우리는 돌아오지 못할, 최후의 길을 갈 것이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과 해고자 복직을 바라는 시민사회는 해고자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길에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
 
2018년 2월21일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 및 해고자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