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참사 주범 서울메트로에 대한 무죄 판결한 사법부 규탄한다!

위험업무의 외주화 금지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

 

지난 2월 22일 서울중앙지법은 2016년 5월 28일 발생한 구의역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 사망사고에 대한 1심에서 원청에게 관리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당시 서울메트로 사장과 서울메트로 법인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같은 혐의로 기소된 강남역 부역장 등 2명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서울메트로 사장 등에게 관리책임을 물어 징역 1년(집행유예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서울메트로가 스크린도어 관리를 맡은 협력업체의 유지·보수 업무에 대한 감독과 지시 권한이 없고 인력 운용에 개입할 권한도 없으며, 협력업체 관계자들에게 작업자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보고받은 서울메트로 사장이 작업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사고 이후 53개 시민사회단체 단위는 비정규청년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의 원인을 밝히고 이후 비슷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시민대책위를 꾸렸다. 서울시와 합의로 진상조사단을 구성하여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대책을 발표 하였다. 보고서에는“구의역 사고는 안전을 비용으로 간주하고 비용절감의 대상으로 삼은 공공부문 경영효율화 정책의 결과이다....(중략)...안전 수칙을 지킬 수 없는 구조와 작업환경을 만들어놓고 치장물로 전락한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며 사회적 약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전도된 우리사회에 경종을 울린 사건....(중략)...업무의 외주화로 인한 소통의 단절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중략)...유기적 연계 업무에서 소통의 부재는 결국 안전사고로 연결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라고 기술되어 있다. 즉, 위험의 외주화가 불러온 참사인 것이다.

 

구의역사고 이후 서울시는 서울메트로의 외주화된 업무 일부를 정규직화 했다.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를 원청의 관리책임도 없이 하청의 독자적인 업무가 가능하다면, 서울시가 이 업무를 정규직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문재인대통령은 국민과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 가치라고 하였고, 산업현장의 위험을 유발하는 원청과 발주자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는 산재발생시 원청책임자도 하청책임자와 동일하게 처벌하겠다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예고했다. 사법부는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 처한 노동자들은 대다수가 비정규직이다. 위험한 작업이 외주화 되었기 때문이다. 안전의 핵심인 철도와 지하철의 정비, 유지보수 업무조차도 외주화되고 있다. 하청 노동자 산재사망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서, 중대재해 사망자중 40%를 넘어섰다. 산재 사망의 대부분이 하청노동자인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발생한 20대 청년노동자 메탄올 중독사고, 남양주 건설현장사고, 고려아연, 삼성전자 에어컨 설치기사 노동자 사망 등 하청 노동자 사망은 끊이질 않고 있다. 원전의 방사선 취급업무, 노후화된 화학산단의 정비 보수 업무, 병원의 외주화 남발로 메르스 사태 등 각종 시민재해도 급증하고 있다. 원청은 위험을 외주화 하면서, 비용뿐만 아니라 사고에 대한 책임, 처벌까지도 하청에 떠넘기고 있다. 9명이 사망한 고양 시외버스터미널 화재 사고에서 공사발주업체인 CJ푸드빌 인프라공사의 현장책임자와 직원은 무죄를 받은 반면, 시설관리업체와 공사수습업체 등은 징역 1~2년을 처했다. 10명이 사망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의 경우도 마우나오션리조트의 사업본부장과 지배인 등은 금고 수준의 처벌에 그쳤고, 하청 시공업체들은 징역형을 받았다. 사법부는 위험의 외주화와 사고 책임전가의 동조자인 것이다.

 

우리의 법체계상 사고를 유발한 조직과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데 장애는 없다. 다만, 그런 점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법관의 재량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작용하는 것이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무분별하게 위험의 외주화가 만연하고, 사고에 대한 책임도 원청이 지지 않는 현실에서는 제 2의 구의역 참사, 제2의 메르스, 가습기살균제 참사나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없다. 위험에 대한 비용이 노동자·시민 모두에게 전가되고 있는 현실에서 생명과 안전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기업과 정부 관료는 반드시 처벌되어야 하고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사고를 유발한 기업과 정부에 조직적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판결은 위험이 하청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사고에 대한 원청 책임도 물을 수 없는 참혹한 현실을 또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퇴행적인 판결을 내린 사법부를 다시한번 규탄하며 민주노총은 다음을 요구한다. 검찰은 이 판결에 대해 항소하라. 국회는 중대해재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 정부는 말뿐인 위험의 외주화 금지가 아닌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하라. 사법부는 각성하고, 노동자·시민의 생명을 존중하는 판결을 내려라.

 

2018년 2월 23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