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은 그만, 이제는 대화
북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에 상응하여
한미연합 군사연습을 과감히 중단하라!
 
남북•북미 합의에 이은 북중 합의로 한반도 정세의 질적 전환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진 가운데 오늘부터 한미연합 키리졸브/독수리연습이 시작된다. 이 연습의 대북 공세적 성격과 약 32만 명에 달하는 참가 병력, 2달에 걸친 훈련 기간으로 볼 때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의 실시가 대화보다는 대결을 부추기고 정세의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남북•북미회담의 성공적 성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임은 명확하다. 이에 우리는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핵•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약속한 북의 조치에 상응하여 한미 당국이 한미연합연습을 과감히 중단함으로써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성공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북은 최근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며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 북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의 중단과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 이에 한미당국이 진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북에 대한 적대정책 폐기를 확약하는 평화협정 체결과 한반도에서의 군축과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나서야 마땅하다. 대북 적대정책의 징표인 한미연합연습을 중단하거나, 그 공세성을 제거하고 규모와 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은 그 출발에 해당한다.
 
한미당국이 이러한 정세의 요구에 반하여 기어이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을 강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비판받아 마땅한 것이다. 더욱이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은 대북선제타격을 전면화한 작전계획 5015의 전쟁시나리오에 따라 최대한 실전처럼 실시된다. 연습 참가 병력과 기간도 극단적 핵 대결을 벌였던 2017년과 비슷한 정도다. 미국 전략자산이 훈련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하나 한반도 해역에 들어오지 않았을 뿐 로널드 레이건 등 미 항공모함 3척도 서태평양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공격훈련인 한미 해병대 상륙훈련에는 준항모급 와스프 상륙강습함과 F-35B 등 공격전력이 참가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 시 북한에 대해 선제타격을 하겠다는 작전계획 5015가 반영된 지휘부 연습도 실시한다.
 
더구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의 정권 교체를 주장한 폼페이오를 국무장관에 임명하고 북에 대한 폭격과 불법적 예방전쟁을 주장했던 볼턴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앉힌 것은 대북 군사옵션의 실행을 상정한 ‘전쟁내각’ 구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에 키리졸브/독수리 한미연합연습을 과감히 중단하는 것은 북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지속시키고, 대화국면을 안정적으로 유지•관리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협상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한편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한미가 선의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노력에 답해 와서 평화•안정의 분위기를 만들고 평화 실현을 위해 단계적, 동보적 조치를 취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된다고 밝혔다. 이는 대화의 성공을 위한 조건으로 북의 조치에 상응한 한미 당국의 조치로 상호 신뢰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이는 또 남북•북미 회담의 성공 여부가 회담 당사국의 안보 이해와 요구를 공정하고 균형 있게 반영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동시 병행에 달려 있음을 뜻한다. 우리는 이러한 측면에서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성사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도 한미연합연습의 중단을 엄중히 요구한다.
 
한편,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의 중단은 한반도 핵 대결과 전쟁위기를 부추기는 속에서 무장을 강화하며 호시탐탐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노리는 일본 아베 정권의 음흉한 기도를 제어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일본은 수년 전부터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빌미로 집단자위권 행사를 불법적으로 추진하며 미일방위협력지침을 개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위대 법 등 안보법제를 다듬고 국방예산을 대폭 증액하며 군사대국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2년 사이 미일 연합연습은 3배가량 확대되었다. 또 최근에 열린 한미일 안보토의(DTT)에서도 북한을 겨냥한 “상호운용성을 증진”, “미사일 경보훈련과 대잠전 훈련의 지속” “불법 환적행위를 포함한 북한의 불법적인 해양활동을 억제‧와해, 그리고 근절”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번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에도 일본 자위대가 직접 참관 또는 참가 여부가 확인되지 않지만 일본 사세보 항을 모항으로 하는 와스프 등 주일 미군전력이 참여하는 등 한미, 미일 군사훈련이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강화되는 한미일 군사훈련은 한미일 미사일방어체계 및 한미일 동맹 구축을 위한 것으로 정세의 요구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결국 오늘부터 실시되는 한미연합 군사연습은 정세의 요구에 반해 대화의 동력을 약화시키고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의 불확실성을 키우게 될 것이다. 특히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성사에도 걸림돌이 될 우려가 매우 높다. 이에 우리는 한미연합 군사연습을 과감히 중단하고 한반도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의 길로 적극 나설 것을 한미당국에게 강력히 촉구한다.
 
2018년 4월 1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AWC 한국위원회, 사월혁명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부정선거진상규명시민모임, 사회진보연대, 전국학생행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평화재향군인회, 향린교회 통일선교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