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수용 반대 집회’ 주최자들의 근거 없는 난민 비난- 예멘 난민에 대한 혐오 선동 규탄한다

- 정부는 난민 인정 더 어렵게 하는 난민법 개악 방침 철회하라 -

 

최근 몇 개월 동안 예멘인 500여 명이 제주도로 입국해 한국 정부에 난민 지위를 신청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들을 받지 말라며, 무슬림을 혐오하는 선동이 벌어지고 있다. 오는 6월 30일에는 일부 네티즌들이 서울 도심에서 예멘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집회를 연다고 한다.

 

집회 주최 측은 ‘가짜 난민 GET OUT’이라며 난민법과 무사증 입국 폐지를 요구하겠다고 한다. <조선일보>와 같은 보수 언론은 ‘브로커를 낀 억지 난민이 일단 신청하면 최대 5년까지 체류할 수 있는 난민제도를 이용해 몇 년간 눌러 살며 돈을 번다’는 식의 기사를 내보내며, 이런 난민 혐오 선동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들은 ‘21세기 최대의 비극’으로 불리는 예멘에서 전쟁을 피해 떠나온 난민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예멘은 2014년 내전이 발발했고, 미국·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개입해 폭격을 퍼부었다. 그 결과 210만 명이 난민으로 내몰렸고, 아사 직전의 인구만 700만 명에 이른다.

 

한국 정부가 군사협정을 맺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도와 예멘 내전에 가세한 국가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한국 정부가 “사우디와 UAE가 예멘 내전에 개입했을 때 귀한 탄약 … 180억 원어치를 사우디에 반출”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도 예멘 난민 발생에 일부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본국을 떠난 예멘인들을 ‘가짜 난민’으로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 설령 직접적인 박해를 받지 않더라도 전쟁으로 많은 것이 파괴된 곳을 떠나 빈곤에서 벗어나려는 ‘경제적 목적’을 비난해서도 안 된다.

 

또한 소수가 난민제도를 이용해 체류하며 경제활동을 하더라도 이는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가짜 난민’ 주장은 난민이나 이주노동자 유입 때문에 복지와 일자리가 부족해진다는 주장과 연결돼 있는데 이는 근거 없는 이야기다.

 

한국의 난민 신청자는 1994년부터 지금까지 다 합쳐 4만 명이다. 국내 인구의 약 0.08퍼센트에 불과하다. 세계 12위의 경제국인 한국이 수용하지 못할 규모가 아니다. 난민 신청자 1인 생계 지원금은 한 달에 약 43만이며, 그마저도 난민 신청 후 6개월까지만 지급된다. 지난해의 경우 난민 신청자의 2퍼센트만이 지원금을 받았다.

 

난민이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통계를 살펴봐도 난민이나 이주노동자의 유입과 실업 사이에는 상관 관계가 없다. 실업과 복지 부족의 진정한 책임은 조선업 등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복지 예산을 늘리지 않는 정부와 기업주들에 있다.

 

난민이 늘면 범죄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범죄에 관한 통계를 살펴보면, 2011~2014년 인구 10만 명당 검거인원지수는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낮다(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6). 2007~2011년 통계를 보면, 미등록 이주민(소위 “불법 체류자”)은 전체 외국인 중에서도 범죄율이 더 낮았다.

 

‘난민 반대 집회’ 주최 측은 자신들이 특정 종교를 혐오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통계로 나타나는 객관적 사실을 무시하고 그들이 난민과 범죄를 연결시키는 것은 이슬람이 다른 종교에 비해 특별히 여성차별적이라거나 테러집단이라고 여기는 인종차별적 편견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무슬림국가인 파키스탄 등의 나라에서는 이미 1980년대에 총리나 대통령으로 여성이 선출된 사례가 있다. 또한, 서방이 아랍 세계에 가한 잔혹한 정치∙군사적 개입이야말로 테러의 진짜 원인이다.

 

전 세계 16억 명 이상의 무슬림 중에 성폭력이나 테러를 일으키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특정 종교와 그 신자 전체를 성폭력이나 여성차별, 테러와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

 

그런데 법무부는 29일 “보호의 필요성과 관계없이 경제적 목적 또는 국내체류 방편으로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방지”하겠다며 난민법 개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런 조치는 근거 없는 ‘가짜 난민’ 논리를 더욱 확산시키고 난민에 대한 혐오를 조장할 것이다.

 

2017년 한 해 동안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2퍼센트에 불과했다. 전 세계 난민 인정률 37%에 비해 OECD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이것은 한국에 ‘가짜 난민’이 많고 그 중 2%만이 ‘진짜 난민’이라는 말이 아니다. 전쟁을 피해 오면서 박해를 증명할 증거를 따로 챙겨서 오기가 힘든 현실임에도 한국에서의 난민 심사과정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이해 없이 까다롭고 복잡하기로 악명이 나 있다.

 

그런데 이를 더욱 까다롭게 만든다면 난민들의 고통만 커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인색한 난민 인정을 더 어렵게 만들겠다면서 난민심사 절차를 간소화겠다고도 하니, 신속하게 난민이 아니라고 결정하고 쫓아내는 결과를 낳지 않을지 우려된다.

 

만약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대로 난민들을 쫓아낸다면 난민들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그래서 유엔난민기구는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예멘으로 그 어떤 예멘인도 강제 송환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예멘 난민에 대한 혐오 선동은 중단돼야 한다. 정부는 이런 혐오 선동에 명분을 제공해줄 난민법 개악 방침을 철회해야 하다.

 

더불어 정부는 예멘 난민들에 대한 출도 제한을 중단하고 충분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예멘에 대한 제주 무사증 입국 불허 조처를 해제하고 예멘 난민들에게 신속하게 법적 난민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2018년 6월 30일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이주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