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성명]
문재인 정부는 ‘낙태죄’ 없는 2021년을 준비하라!
 
지난 8일 국회에서 개최한 ‘낙태죄’ 관련 공청회는 졸속적으로 준비되었을 뿐만 아니라 상당히 편파적인 진술로 구성되었다. 그럼에도 공청회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된 사실은 ‘낙태죄’ 관련 법 개정의 타당한 방향은 바로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 즉 ‘낙태죄’ 폐지라는 사실이다.
 
공청회장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낙태죄’는 여성의 삶의 통제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태아생명권과 여성결정권의 대립구도가 아니라 여성의 생존권이 침해되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신중지는 온전한 의료행위로 접근되어야한다는 의견을 진술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정혜 부연구위원은 수십 년 전에 만들어진 해외 법률을 모방하여 임신주수, 사유, 상담 등의 제한을 둘 것이 아니라, 처벌 조항을 차례로 폐지함으로써 임신중지의 안전성을 높이고 있는 전 세계 법 개정 흐름을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낮은 임신중절 건수는 여성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오히려 임신중지 비범죄화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박주민 법사위원의 발언은 ‘낙태죄’ 관련법 개정을 앞두고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하는 진실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하 ‘모낙폐’)은 국회 안에서 공청회가 진행되는 동안 국회 밖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낙태죄’ 관련 법안은 결코 편파적이고 졸속적으로 처리될 수 없는 중차대한 의제임을 알려냈다. 4시간 동안 이어진 기자회견 참석한 각계각층의 시민들은 목소리를 모아 외쳤다. ‘낙태죄’를 폐지하고 재생산권을 보장하라는 것이 시민들의 목소리이다! 더 이상 누구의 목소리가 필요한 것인가? 문재인 정부와 국회는 헌법재판소가 주문한 사회적 공론화를 위한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낸 것도 모자라, 임신중지 당사자인 여성을 포함한 다수 국민의 목소리마저 듣지 못하는가?
 
여성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삶이 직결된 ‘낙태죄’ 관련 법 개정을 위해 헌법재판소는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그러나 국회와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않고 또다시 책임을 방기하는 사이 ‘낙태죄’ 폐지를 위한 사회적 공론화는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를 염원하는 시민의 힘으로 이루어져 왔다. ‘모낙폐’는 2019년 4월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계속하여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위한 목소리를 높여왔다. 헌법으로 보장된 인간의 존엄이 여성에게도 적용되는 사회, 여성이 존엄한 인간으로서 임신중지/임신유지/출산/양육 등 자신의 삶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사회, 결혼여부와 장애여부, 소득수준, 인종과 성적 정체성 등과 상관없이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가 동시에 온전하게 존중되는 사회는 바로 ‘낙태죄’ 전면 폐지에서부터 시작이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21대 국회의 무능으로 ‘낙태죄’ 관련 법안의 개정, 처벌 대신 권리를 보장하는 새로운 법·제도의 연내 수립은 어려워졌다. 이제 남은 것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여성의 존엄을 침해해왔던 낡은 법이 소멸되는 일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은 시대를 역행하는 꼼수를 궁리할 것이 아니라, ‘낙태죄’ 없는 2021년을 맞이할 준비에 힘쓰는 것이다.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위한 지난한 논의 과정에서 확인된 과제들은 이제 보름 앞으로 다가온 2021년 ‘낙태죄’ 없는 새로운 세계에서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문재인 정부는 1월 1일부터 적용되어야 마땅한 임신중지에 대한 건강보험, 1월 1일부터 시행되어야 할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의료가이드라인, 1월 1일부터 안내되어야 할 임신중지 약물에 대한 정보 등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라. 국회 역시 여성에 대한 처벌이 아닌 권리 보장 입법을 위한 역할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모낙폐’는 ‘낙태죄’가 완전히 폐지되고 재생산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맞이하기 위한 공동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계속하여 외칠 것이다.
‘낙태죄’ 폐지는 시대의 흐름이다! 문재인 정부는 ‘낙태죄’ 없는 2021년을 준비하라!
 
2020년 12월 14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건강과대안, 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노동당, 녹색당, 민주노총,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노동건강연대,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불꽃페미액션,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성과재생산크리스천포럼,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 셰어SHARE, 여성의당, 여성환경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장애여성공감, 전국학생행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진보당, 탁틴내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