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태죄’없는 2021년! 3·8 세계여성의 날 맞이 기자회견>
“임신중지를 공적 의료서비스로 보장하라!”
- 일시장소 : 2021년 3월 8일(월) 오후2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 주최 :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 순서
사회 : 문설희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사회진보연대 사무국장)
1) ‘낙태죄’없는 2021년! ‘모낙폐’ 활동 경과 및 향후 계획
2)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운동에 함께 한 시민 발언 (로리, 승은, 혜영)
3) 건강보험 적용! 임신중지를 공적 의료서비스로 보장하라!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회 간사)
4) 유산유도제 도입! 임신중지를 공적 의료서비스로 보장하라!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
5) 모두를 위한 임신중지 접근권 보장하라! (나무,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6) 기자회견문 낭독 
 
<영상보기> https://youtu.be/unCkMBy9zsU
<기자회견문>
 
 
임신중지를 공적 의료서비스로 보장하라!
 
 
2021년,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맞이한 지 어느 덧 2개월이 지났다.
그간 우리는 임신중지 비범죄화는 최소한의 시작일 뿐이며 임신중지를 포함하여 성과 재생산 권리의 실질적인 보장을 이룰 수 있는 법과 정책, 사회경제적 지원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그리고 이제 임신중지 비범죄화로 이를 실현해 나갈 출발점에 섰다.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할 수 있는 보건의료 인프라와 전달체계를 마련해야하며, 이와 연계될 수 있는 상담 체계를 갖추고, 노동, 교육, 사회복지 등 각 영역에서 임신중지로 인한 차별이나 불이익 조치가 이루어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 또한 연령, 장애나 질병, 지역, 이주 상태, 성별,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등에 따른 차별없이 임신중지에 대한 보건의료, 상담, 정보와 자원에 대한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성·재생산에 대한 권리는 부재한 채 임신·출산의 책임과 의무만을 여성과 개별가족에게 전가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 모두가 보장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법과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난 2개월은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의 변화에 대한 가능성과 여전한 한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이제 처벌에 대한 걱정 없이 병원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의료현장 또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보다 나은 의료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하는 책임을 맡게 되었으며, 임신중지 상담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연구와 상담 가이드 구축, 간담회와 공청회 등을 통한 지원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법적 제약이 사라짐에 따라 유산유도제 도입을 위한 준비도 본격화되어 제약회사에서 허가 신청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법의 실효가 사라짐으로써 시작될 수 있었던 중요한 변화이며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나가는 데에 중요한 기여를 하게 될 절차들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등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주무부처가 여전히 매우 보수적이고 수동적인 입장에 머물러 있는 점은 개탄스럽다. 보건복지부는 임신중지 관련 의료인 인식 제고와 관련 교육 및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할 수 있는 보건의료 전달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한 체계 마련, 지역 간 인프라 격차 해소, 사회적 소수자의 접근성 제고를 위한 노력 등을 체계적으로 기울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관련 법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언제까지 법 개정 핑계를 대며 책임을 방기할 것인가? 식약처 또한 제약회사의 신청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며 조금이라도 빠른 시일 내에 안전한 유산유도제를 정식으로 도입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국회에서는 이미 지난 해 발의된 권리 보장 방향의 모자보건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올해 비범죄화 상황에서 불필요한 현행법의 제약을 없애고 임신중지 관련 의료 행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위한 법안들이 제출되었음에도 관련 논의가 미뤄지며 여전히 계류 상태로 남아있다.
 
국회와 관련 부처의 이러한 책임방기로 인해 여전히 안전한 임신중지에는 상당한 제약이 잇따르고 있다. 체계적인 정보 제공과 상담이 이루어지지 않아 조금이라도 이른 시기에 병원이나 상담기관을 찾기가 어려우며, 건강보험이 아직 적용되지 않아 병원마다 다른, 종종 지나치게 높은 시술비용으로 인해 경제적 상황에 맞는 의료기관을 찾기도 어렵다. 많은 여성들이 여전히 인터넷상의 유통업체를 통해 성분이나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유산유도제를 찾아 복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더해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한 제약 또한 임신중지 관련 의료서비스에 접근하는 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국회와 보건복지부, 식약처의 책임 방기를 용인할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는 안전한 임신중지의 보장을 필수적인 공공보건의 과제로서 제시하고 있다. 임신중지 서비스에 대한 평등한 접근권을 제약하거나 이를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 이미 해외 각국은 코로나 팬더믹 상황에서 좀 더 안전하고 빠르게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들을 완화하는 조치들을 취해왔다. 정부와 국회는 임신중지 관련 보건의료 체계를 마련하고 그에 따른 권리 보장 체계를 마련할 수 있는 법 개정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임신중지를 공적 의료서비스로 보장하라!
임신중지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고, 유산유도제 도입을 신속하게 승인하라!
 
여성의 존엄과 권리를 억압해왔던 ‘낙태죄’가 비로소 폐지된 2021년, 오늘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은 안전한 임신중지가 보편적인 권리로, 공적인 의료서비스로 보장되는 출발점이 될 것임을 선포한다.
모두에게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접근권이 평등하게 보장될 때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싸워나갈 것이다.
 
2021년 3월 8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