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은 어업이주노동자의 포르말린으로 인한
백혈병 피해에 대하여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상을 규명하라!
 
 
올해 1월 18일 한 어업이주노동자가 화순전남대학교병원에서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작년 5월부터 온몸에 열이 느껴지고 뼈마디가 아프고 쉽게 피곤해졌다. 부딪힌 적도 없는데 몸에 점상출혈이 나타난 것을 의아하게 여겨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결국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이 노동자는 2010년 한국에 들어와 1년간, 그리고 2018년부터 3개월간 양식장에서 발암물질 포르말린을 수조에 뿌리는 작업을 했다. 그는 어떠한 보호구도 없이 포르말린을 다뤘다. 일하는 내내 포르말린 때문에 눈물, 콧물을 흘리고 기침을 했다. 수조가 있는 비닐하우스 안에는 창문이 없었고 환기가 거의 되지 않았다. 첫 근무지에서 6개월 정도 일했을 때부턴 호흡 곤란이 생겼고, 당시 폐렴과 천식으로 진단받고 더 이상 일할 수 없어 다른 근무지로 옮겼다.
 
그 누구도 그에게 포르말린이 발암물질이라 말해준 적이 없었다. 올해 초 백혈병으로 진단받고 나서도 왜 백혈병에 걸렸는지 모르다가, 6월 말에 포르말린이 발암물질이란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하지만 그의 친구들은 지금도 양식장에서 포르말린을 계속 쓰고 있다.
 
양식장에서 사업주들이 유해화학물질인 포르말린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어떠한 보호구도 없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실을 고용노동부는 알고 있는가? 해양수산부가 공업용 포르말린 사용을 단속할 동안 그곳의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관리감독을 들어간 적이라도 있는가? 암은 잠복기를 거쳐 수년 뒤에 나타나는 병이다.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고 나서 암이 발생하면 그때는 누구보고 책임지란 말인가?
 
백혈병에 걸린 이 노동자는 가족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작년부터 1년 넘게 자신의 몸 상태를 숨겼다. 가족이 너무 그립지만 지금 출국하면 한국에 돌아올 수가 없어 매일 화상통화만 한다.
이 노동자는 작년 말 비전문취업 비자가 만료되어 건강보험 가입이 자동 해지됐고 한 달에 140만원이나 되는 백혈병 치료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일할 수도 없고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몸으로, 생계와 가족에 대한 걱정, 병으로 인한 고통, 외로움과 홀로 싸우고 있다. 이것이 그 이주노동자 개인의 문제인가?
 
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어업 포르말린 사용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라. 피해자의 절박한 호소에 응답하라.
근본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감시 감독 체계를 점검하라.
근로복지공단은 어업 이주노동자의 포르말린으로 인한 백혈병 피해에 대하여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상을 규명하라!
 
2021. 8. 24.
 
광주·전남 이주노동자 인권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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