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정치‧한반도 위기 분석

박근혜 정권 집권 후반기 정세 분석

<요약>
2016~17년 박근혜 정권 집권 후반기 특징은 한국 경제의 장기 저성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계급적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정치세력들이 대안을 내놓고 경쟁하겠지만 공급측면의 4대부분 구조개혁이든 수요측면의 소득주도성장이든 경제위기의 구조적 성격 탓에 현실에서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다.
 
미국으로의 자본도피로 미국이 성장할수록 나머지 나라의 경제가 더 침체되는 불황기 제국주의 모순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세계경제를 떠받쳤던 중국 경제는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성장속도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고, 일본과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전통적 통화정책을 더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은 수출 감소로 인해 경제침체가 더 심각해질 것이다. 재벌들은 세계경제위기 당시 오히려 투자를 더 늘린 탓에 큰 폭의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부터 재벌들이 손실을 효과적으로 사회화시킬 수 있도록 노동시장구조개혁을 추진하고 구조조정 관련법 제도를 손보고 있다.
 
이미 임계에 달한 가계부채는 박근혜 정권 후반기 경제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부동산시장 활성화로 상위 소득자의 부채 위험을 완화시키려 하나, 경기 침체로 효과가 감소하고 있다. 하위 소득자 부채에 대해서는 정부가 점차 대출을 줄이면서 이들을 국민경제에서 배제시키려 하고 있어, 저소득 가계의 생존권 위기가 심각해 질 것이다. 경제 조건 상 적극적 재정 정책이 필요하지만, 불안정한 통화조건으로 인해 정부가 국가부채를 맘껏 늘릴 수 없는 딜레마도 심화된다.
 
세계적 경제 침체는 정치조건도 변화시키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경제적 불평등 확대로 기존 자유주의 정당 내에서 급진좌파 세력이 성장 중이다. 반대로 남미와 남부유럽에서는 경제위기에 대처하지 못한 좌파 정부가 몰락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시리아 난민 급증과 경제위기가 맞물리며 유럽 전역에 인종주의 정당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경제위기는 기존 세력에 도전하는 좌파에게는 기회이지만, 집권 세력이 된 좌파에게는 위기가 되기도 한다. 향후 몇 년간 이런 양상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권 후반기는 한반도 군사 긴장감이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아시아로 회귀 전략에 따라 한미일군사동맹은 계속 강화될 것이나 이는 북한 정권의 강경책을 부추기고 중국도 반발하게 한다. 한국의 개성공단 폐쇄와 미국의 대북제재는 포괄적인 경제봉쇄로서 북한의 반응이 훨씬 격렬해지도록 만들고 있다. 사드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이 중장기적으로 중국과의 정치적 대결구도를 염두에 두고 있어 한반도 위기는 훨씬 복잡하게 발전할 것이다.
 
경제위기, 민생위기에도 불구하고 정권과 여당의 정치적 영향력이 더 커지는 것도 박근혜 정권 후반기 특징이다. 여론조사에서 정권심판론과 야당심판론이 엇비슷하게 나온다. 민주당의 무능은 리더십 붕괴와 분열로 표현되지만 근본적으로는 집권 세력을 비판할 수 있는 노선 자체가 무너진 것에서 비롯되었다. 재벌개혁, 탈중화학공업을 핵심으로 한 민주당의 새누리당 비판은 역사적, 정세적 유효성을 상실했다. 더군다나 경제정당을 표방하며 사회정치적 개혁을 상대화해 위기를 더 키웠다. 새누리당도 한국 자본주의 구조적 위기에 무능하긴 마찬가지지만 영남과 반공세력이라는 정치기반이 있다는 점에서 다른 정당을 월등히 앞선다. 총대선 이후 새누리당의 장기집권 체제와 민주당 붕괴 가능성이 점쳐진다.
 
취업자수가 2016년 1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자영업자와 임시직노동자부터 무너지고 있다. 청년고용은 수년째 최악인 가운데 최근에는 아예 취업을 위한 학업까지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특징이 나타난다. 전반적 임금정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소사업장, 비정규직 임금인상 수준이 더 낮아 임금격차는 이 와중에도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정부가 일반해고를 입에 올리자마자 2015년부터 권고사직이 급증했다. 재벌 구조조정과 일반해고 도입으로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체감도가 그 어느 노동자 그룹보다도 높다. 이런 양상은 몇 년간 계속 심화될 것이다.
 
노동자운동은 한 동안 대중조직의 이완과 정치세력들의 각개약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시장구조개악 저지와 박근혜 퇴진을 내걸고 오랜만에 민주노총 중심으로 총파업을 성사시키면서 사회적으로 노동자운동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계급대표성 확대라는 측면에서 성과가 제한적이었고 올해도 노동개악 및 공안탄압 공세가 이어질 것이다. 게다가 총선을 앞두고 정파들의 이견으로 통일된 정치방침을 세우는 것도 어려워 민주노총 투쟁의 객관적 한계가 더 커지며 조직이 이완되고 있다. 금속노조는 중앙교섭 동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현대차계열사 공동교섭을 돌파구로 삼고자 한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를 대변하는 것을 넘어 그룹사로 포괄되지 않는 사내하청 및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성과연봉제와 퇴출제 저지 투쟁을 올해 핵심 투쟁으로 내세웠지만, 지난 공공부분 정상화 저지 투쟁에서 공공기관노조 상당수가 개별적 타협 했던 것과 달리 강고한 실제 전선이 구축될 수 있을지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구통진당 진영이 민중정치연합정당 창당을 계기로 갈라졌다. 민주당과의 야권 연대에 무게를 두고 있는 통합정의당은 노동운동과 거리가 오히려 더 멀어지고 있고, 내부 갈등도 커져 총선 후 진로가 불투명하다. 최근 창당한 변혁당이나, 노동당, 녹색당 등도 별다른 통합적 흐름 없이 각개약진 중이다.
 
 
장기저성장으로 표현되는 한국 자본주의 구조적 위기에 대한 근본적 비판을 통해 노동자운동은 체제에 도전하는 대중운동을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 대안을 둘러싼 투쟁이 본격화되는 것이 현 정세의 특징이다. 재벌 발 구조조정과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 속에 노동조합이 각개전투가 아니라 단결해 싸울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 역시 중요할 것이다. 특히 재벌을 상대로 한 현실의 여러 투쟁들을 엮는 역할을 총연맹이나 산별노조가 적극적으로 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투쟁 속에 대선을 노동자운동이 최대한 단결해 치룰 수 있도록 미리부터 준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