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307호 | 2006.04.27

투기자본의 천국

론스타 게이트의 원인과 쟁점

사회진보연대


금융사기극은 누구의 책임인가?
해외 사모펀드인 론스타와 검은 머리 외국인 스티븐 리, 외환은행 매각 당시의 외환은행 경영진들, 재경부, 금감원, 정부 관료들과 이들을 이어주는 굴지의 마당발 로비스트 김재록, 김&장 법률사무소, 회계법인 KPMG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모두 ‘외환은행 매각’ 사기극의 출연진들이다. 이렇게 많은 출연진들의 네트워크는 점점 드러나고 있지만 아직도 전체적인 그림과 총연출은 밝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외환은행 매각 사기극의 핵심적인 쟁점들
대한민국 3대 로비스트 중 한 명이라는 김재록에 대한 수사가 3월 30일 론스타 압수수색으로 이어지면서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논란은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현재까지의 수사과정에서 드러나는 핵심 쟁점은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BIS비율 조정과정에서의 불법 여부가 가장 큰 축이고, 다음으로 4조 5천억의 외환은행 매각을 통한 시세차익에 대한 과세문제, 그리고 사기극에 빠질 리 없는 로비문제다.

① 사기극의 시작 - BIS 비율 조작
2003년 당시에 외환은행은 주로 하이닉스, 현대건설, 쌍용에 주로 대출을 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부실기업이어서 자산 건전성의 악화를 겪고 있었다. 여기에 SK글로벌 사태, 외환카드 부실문제가 겹치면서 부도위기에 몰리게 된다. 결국 매각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닥치지만 국내 산업자본은 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고, 다른 금융사들 역시 SK사태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 국내자본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은 힘들었다. 결국 론스타 4호 펀드가 외환은행 지분 50.53%를 주당 4525원으로 1조 3832억원을 들여서 헐값에 인수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 외환은행 매각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 과정이 ‘헐값’이 아니라 ‘불법’매각이었다는 것이다. 원래 은행법상 금융기관, 금융지주회사가 아니면 금융기관 대주주가 될 수 없다. 즉 법적으로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자격이 없었다. 하지만 은행법 시행령에 BIS비율 8%이하의 부실금융기관 정리에는 예외가 있다고 정해져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의 BIS비율이 6.16%라는 이유로 금감위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해준다. 하지만 당시 외환은행의 BIS비율은 금감원 공식 발표에 따르면 3월말 8.55, 6월말 9.56이고, 매각 직전 외환은행이 은행이사회에 제시한 비율은 10%다. 결국 부실은행이 아닌 외환은행의 BIS비율이 조작되어서 법적으로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 넘어갔다는 것이다. BIS비율 조작과정에 수없이 많은 인물과 기관들이 얽혀있다는 것이 확실시 되지만 누가, 어떻게 개입했는지가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론스타 게이트의 핵심쟁점이다. 론스타가 이 과정에 불법로비를 통해 개입했다면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무효화되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적으로 인수무효결정 자체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②투기자본의 막대한 시세차익에 대한 정권의 무능력
다음으로 압수수색 이전에 가장 핵심적으로 제기되었던 과세문제다. 1조 3,832억 원에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2006년 주당 1만 5400원, 5조 181억 원으로 국민은행에 지분을 전량 매각하려는 중이다. 매각이 성사된다면 3년간의 시세차익만 4조 5천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현행법상 주식양도차익이 비과세 대상이고, 외환은행을 인수한 곳이 형식적으로 조세피난처인 벨기에에 설립된 LSF-KEB로 되어있다. 결국 법적으로 과세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론스타의 경우에는 외환은행 이외에도 2001년 6,332억 원 매입, 2004년 싱가포르 투자청에 9,300억원에 매각한 스타타워 빌딩에 대해서도 과세문제가 제기되었었다. 하지만 이미 스타타워 빌딩을 샀던 론스타 3호 펀드는 이미 청산되어서,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익금을 이미 나눠준 상태고, 과세 대상이 마땅치 않은 상황인 것이다. 이미 외국계 자본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꾸준한 탈세를 해왔지만 론스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자본 철수 직후에 과세요구가 제기되었고, 또다시 정권의 무능력에 대한 한탄만 이어지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논란이 점점 커지자 론스타 미국 본사의 존 그레이켄 회장과 엘리스 쇼트 부회장이 여론을 달래기 위해 1,000억 원의 사회발전기금 기부와 세금추징에 대비해 7,250억원을 예치하겠다고 밝혔다. 이것 또한 눈에 익은 장면들이다. 제일은행을 인수했던 뉴브릿지 캐피탈도 3,000억 원 정도의 세금을 내지 않고 한국을 떠나면서, 200억 원을 기부하했다. 외국계 자본만이 아니다. 삼성의 8,000억 원 사회 환원, 최근 현대의 1조원의 사회 환원 발표까지, 비리사건의 말미에는 항상 사회 환원-기부 발표가 이어졌다. 거대자본들에게 정당한 과세조차 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대중들의 분노가 일어나면 얼마간의 돈으로 당당히 면피를 하는 것이 이제는 일상적인 수순인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③ 부패/비리는 자리를 옮겨가면서 계속된다.
이런 금융비리 사건에 빠짐없이 끼어있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한 것이 로비문제다. 특히 ‘회전문 현상’을 주목할 만하다. ‘회전문 현상’이란 미국에서 군 장성들이 은퇴해 국방부 관리가 되고 국방부에서 물러난 뒤 방위 산업체 간부로 들어가 군과 정부, 그리고 군수산업간 이해관계를 형성하면서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외환은행 매각과정에서는 정부 특히 재경부 관료, 금감위, 금감원과 로펌, 회계법인, 금융권이 자리를 옮겨가는 회전문 현상과 그 속에서의 인맥들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장 법률사무소와 이헌재 전 재경부장관이 많은 이목을 끌고 있다. 국내 최고의 법률사무소인 김&장은 이미 제일, 한미은행, 진로 매각, SK의 소유권 분쟁, 외환은행 매각과 같은 굵직한 외국계 자본의 국내 투자 대부분에 대해서 법률자문을 맡아 왔다. 그리고 김&장 법률사무소에 이헌재를 포함해서 재경부, 금감위, 국세청, 국세심판원 고위 관료들이 전/현직 고문으로 들어가 있다. 김대중 정권에서 IMF 이후의 구조조정 전반을 지휘하고, 노무현 정권에서도 재경부 장관을 지낸 이헌재와 그 인맥들은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한 과정 전반에 포진되어있고, 이 네트워크를 통한 로비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투기자본의 천국을 향한 끝없는 신자유주의 개혁
1,000억원 기부를 발표하면서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인수와 재매각 과정을 통해서 우량 은행을 만들어 한국이 동아시아 금융허브가 되는데 일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시아에서 금융허브가 된다', ‘금융세계화를 주도할 한국’ 등 그가 언급한 말의 속뜻은 한국을 론스타와 같은 투기자본들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시장으로 만들고, 그들에게 과세를 하지 않고, 그들의 편익을 최대한 돌봐주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말이다.
IMF 위기 이후 외국인의 한국기업에 대한 소유의 전면 자유화, 외환 시장의 자유화는 한국사회가 금융세계화로 편입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흥시장에 수없이 많은 자본들이 차익을 목표로 판돈을 대기 시작했고, 지배계급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금융세계화로의 편입은 초민족적 자본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점점 더 많은 거품과 동시에 불안정성을 만들고 있지만 이미 한국사회는 초민족적 자본들의 적극적인 외자유치, 금융세계화로의 편입 자체가 생존조건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또한 막대한 투기이윤이 남는 곳에는 여기에 기생하는 세력들이 필연적으로 생기기 마련이며, 이미 그들만의 끈끈한 네트워크는 누가 옷을 벗는다고 끊어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미 IMF직후인 1998년에서 2005년 사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에서만 약179조의 자본투기 이득을 얻어갔다. 그리고 이 중의 반을 미국계가 가져가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서 현재 추진중인 한미 FTA는 외국인 지분제한의 철폐를 지향하고, 외국으로의 직접적인 송금제한의 해제, 외국인 법률회사, 회계법인의 국내활동 보장 등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제하려고 한다. 이는 한국이 그들이 말하는 동아시아 금융허브, 즉 완벽한 투기자본의 천국이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수많은 사기극들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필연적인 결과다
아직까지 로비스트 김재록에서 시작된 수사는 진행중이다. 외환은행 매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누구이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완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IMF가 시작되면서, 김대중 정권 시기의 20여 건이 넘는 금융비리 사건들과, 노무현 정권에서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사기극들의 공통점들이 있다. 정-관-로비스트-자본의 부패, 비리의 끈끈한 네트워크들은 모든 비리사건마다 항상 드러나고 있다. 또한 초민족적 투기자본들의 고율배당, 막대한 시세차익, 자본도피와 외환은행 매각 이후 진행된 1,000명의 정리해고와 같은 상시적인 구조조정, 민중의 삶의 위기의 가속화도 공통적이다.
이런 공통점들은 수많은 금융사기극들이 몇몇 개인의 부패, 비리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수많은 금융 사기극들은 세계경제의 위기 속에서 이윤을 얻기 위해 초민족화, 금융화하는 자본과, 여기에 발맞추어 투기성과 기생성을 부추기며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세계화로 편입하려는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다. 결국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제일은행, 한미은행에서부터 외환은행에 이르기까지 반복되었던 똑같은 사기극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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