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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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321호 | 2006.08.03

파괴와 학살의 레바논 침략을 즉각 멈춰라!

사회진보연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민간인 거주지역이 완전히 파괴되었다. 이스라엘은 무차별 공습을 퍼부어 민간시설을 집중 파괴하였고, 심지어는 병원과 앰불런스에까지 정확하게 타격을 가하였다. 이미 500명에 가까운 레바논인들이 사망하였으며 공격이 계속될 경우 사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 AP통신)


파괴와 학살의 3주

이스라엘에 레바논을 전면 침공한지 3주 가까이 지났고, 팔레스타인을 침공한지는 한 달이 넘었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으로 인해 이제까지 800명에 달하는 레바논인이 사망하였고 특히 7월 31일 새벽에는 피란민 거주지를 폭격하여 65명이 한꺼번에 사망하기도 하였다. 또한 이스라엘은 직접적인 인명 살상과 함께 헤즈볼라의 활동기반을 무력화시킨다는 명분으로 공항, 방송국, 발전소, 도로, 교량, 병원, 학교 등 사회기반시설들을 완전히 파괴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무차별 공중폭격으로 인한 학살이 지속되자 이스라엘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높아갔고, 이스라엘은 일방적으로 48시간 휴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만 하루가 지나자마자 다시 폭격을 시작하였고 곧 레바논 남부지역에 대규모 지상군 투입과 1만5천여 명의 예비군을 소집할 것을 밝혔다.
특히 이스라엘은 미국으로부터 황급히 구입한 ‘정밀유도폭탄 M483A1’을 원하는 목표에 마음껏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M483A1’은 대표적인 대량살상무기로 꼽히는 것으로서 이스라엘은 자국 병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명분으로 이 무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레바논 민간인 밀집지역과 피란민 거주지역, 심지어는 응급수송차량, UN감시단원들의 초소에까지 ‘정밀한 폭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필연으로서의 학살

며칠 전 카나 지역에 대한 폭격으로 인해 여성과 아동들이 대부분이었던 65명의 레바논인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이들을 방패막으로 썼다”고 주장하였다. 폭격을 당한 건물 옥상에 로켓포를 설치하여 이스라엘군이 어쩔 수 없이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정말 그 건물 옥상에 로켓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떠나서 이스라엘 측의 주장은 일면 타당성이 있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실제로 이스라엘과 미국의 기준에 따른 ‘평범한 레바논인’들과 ‘헤즈볼라’는 한자리에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마을에 함께 살고 있을 수도 있고, 한 가족일 수도 있다. 헤즈볼라의 탄생과 활동의 역사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전면 침공하여 18년간의 점령을 시작할 당시 레바논인들의 자발적인 저항운동이 발전하여 헤즈볼라를 탄생시켰다. 산발적인 저항이 조직적인 무장항쟁으로 발전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헤즈볼라는 치열하고 끈질긴 무장항쟁 끝에 레바논을 18년간 점령했던 이스라엘군에 지속적인 피해를 입혔고, 동시에 이스라엘에서도 반전평화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져 결국 2000년에 이스라엘군이 완전 철수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는 레바논인들이 침략군을 몰아내는 데 가장 커다란 역할을 해왔던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 아닌가? 결국 ‘평범한 레바논인’들과 ‘헤즈볼라’의 경계는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제거를 전쟁의 제1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결국 레바논 내 반이스라엘 세력을 완전히 뿌리 뽑겠다는 뜻인데,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사용하는 방법은 ‘무차별 폭격’이다. 폭격한 후에 그곳이 헤즈볼라의 거점이었다고 발표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레바논 남부 지역의 특정 마을들을 포위 공격하여 사상자가 발생하면 헤즈볼라를 사살하였다고 발표한다. 모든 레바논인들은 일단 표적이 되는 것이다. 이는 이라크에서 미군들이 이라크인들을 학살한 후 저항세력이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레바논인들 대다수는 헤즈볼라를 절대지지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이야말로 이스라엘이 레바논인들을 마음껏 죽여도 되는 이유일 것이다.
최근 이스라엘은 시리아와 레바논을 왕래하는 모든 차량을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시리아가 헤즈볼라에 물자공급을 하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는 것이 군사작전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모든 차량에 대한 무차별 공격, 이것이야말로 이 전쟁이 어떤 것인지 분명히 보여준다. 마치 1996년 레바논 앰블런스를 헬리콥터로 공격하였듯 말이다.

전쟁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석유의 발견 이후 물밀듯 밀려온 유럽 점령군들과 아무렇게나 그어진 국경선,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독립국가 선언과 함께 시작된 60년에 걸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유대인들의 단일 민족-종교 국가 건설을 위한 시오니즘 운동, 미국의 중동 전략. 이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현재의 전쟁을 만들어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이 독립국가 건설 시기부터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해 극단적인 배제와 탄압 정책을 사용하였다는 것이며, 팔레스타인인들은 60년 가까이 전쟁의 공포와 고통 속에 살아왔다는 것이다. 특히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 때문에 언제라도 전쟁이 발생할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들이 연출되곤 하였다. 또한 이스라엘의 지나치게 가혹한 점령과 보복이 사태를 더욱 걷잡을 수 없게 만들어왔다. 현재 이스라엘의 수용소에 불법 구금 중인 아랍인들은 총 9천여 명에 달하는데 이들은 중동 각지에서 이스라엘에 납치되어 길게는 수십 년 동안 불법 구금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부당한 행동들은 중동지역을 제1의 화약고로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여기에 덧붙여 이스라엘이 미국의 전략적 교두보 역할을 하면서, 통제하기 힘든 중동국가들에 대신 개입하는 역할을 하는 것 역시 중동 지역의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곤 한다.
또한 몇몇 국가들의 지배계급들의 위선적인 작태 때문에 상황이 전혀 나아지고 있지 않기도 하다. 이제까지의 모든 평화협상안을 거부하고 노골적으로 이스라엘의 편을 들고 있는 미국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 입으로는 평화적인 해결을 말하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국가들은 정작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거나 실제로는 방해하고 있다. 프랑스는 팔레스타인에 대해 본격적인 침공이 이루어진지 며칠이 지난 후인 7월 6일 카타르가 제시한 평화협상안에 대해 이스라엘에 대해 불리하다는 이유로 거부하여 전쟁을 더욱 확대시킨 책임이 있다. 영국 역시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강조하면서 전쟁을 정당화한다. 그리고 독일은 영국과 함께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유럽연합(EU)의 공동성명 초안을 거부했다. 이들 국가들이 주도하는 NATO를 “No Action Talking Only”, 즉 “말만 많고 행동은 없다”고 비꼬아 부르기도 하는데, 실은 행동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침략전쟁을 비호하는 점에서는 미국과 다를 것이 전혀 없는 것이다.

침략과 학살을 즉각 중단하라!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은 명백한 침략전쟁이며, 대규모 학살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갖고 있다. 이스라엘이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이상 앞으로도 훨씬 많은 레바논 민중들이 자신의 목숨을 빼앗기고 삶의 터전을 빼앗기게 될 것은 자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가능한 것은 무조건적인 즉각 휴전일 뿐이다. 물론 즉각 휴전이 팔레스타인, 레바논, 그리고 이스라엘에 영구적인 평화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스라엘과 미국, 그리고 이들의 동맹국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헤즈볼라가 완전히 제거되는 것 등 역시 평화와는 매우 거리가 먼 것들이다. 헤즈볼라 등 저항세력을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목표는 중동 민중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무한전쟁을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중동재편전략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 이번 레바논 침공이다. 미국은 이미 무력 침공으로 이라크 정권을 교체하였고, 대규모 지상군을 주둔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의 경제재건 과정에서 ‘신자유주의적 경제구조’를 건설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중동 지역 전체에서 미국의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들을 고립시키는 데 중동전략의 대부분을 배치하고 있다. 이번 전쟁을 통해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야기하는 ‘항구적인 평화’는 중동 재편 전략에 걸림돌이 되는 정권 혹은 저항세력을 완전히 무력화시키고 신자유주의 질서재편을 완성할 때 비로소 얻어지게 된다는 것을 숨기지 않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략은 결국 전쟁이 전쟁을 낳는 악순환으로 귀결될 뿐이다.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서는 팔레스타인의 자주적인 독립국가 수립을 이스라엘이 보장해야 하며 아랍인들 역시 이스라엘을 이미 존재하는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와 동시에 이스라엘은 현재 불법 구금 중인 9천여 명의 아랍인들을 즉각 석방해야 하며 아랍인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상호 인정과 신뢰 구축 과정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은 자신이 저질러온 엄청난 전쟁범죄들을 인정해야 하고 1948년에 벌어졌던 부당한 일들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평화를 향한 일련의 방안들은 정치적 협상과 신자유주의 질서재편의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중동지역 민중들의 평화적인 생존권 문제로 접근해야만 비로소 가능하게 될 것이다. 정치적 협상의 대상이 되는 순간 모든 종류의 평화협상안은 휴지 조각으로 전락할 것이며 전쟁은 언제든지 다시 발발할 수 있다. 진정한 평화를 위한 방안들은 아랍과 유대인 민중들의 입에서 발언되고 논의되어야 하며 이것만이 전쟁을 멈추는 유일한 방법이다. 민중들에게 더 많은 고통만을 선사할 뿐인 점령-전쟁 정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은 중동지역의 평화운동 세력이며, 전세계 반전운동과 함께 중동지역 평화 운동이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 [SOLA]
주제어
평화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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