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326호 | 2006.09.14

신자유주의와 함께 가는 노동운동의 추악한 말로

9.17 전국노동자대회를 對노무현 정권 투쟁대회로!

사회진보연대
(출처: 매일노동뉴스)

노동자의 권리와 자존심을 팔아넘긴 노사정 야합

지난 9월 11일 한국노총은 경총, 대한상의, 노동부, 노사정위가 참여한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자존심을 팔아 기득권을 유지하는 야합을 단행하였다. 대표적인 내용은 ▲기업단위 복수노조 도입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3년 유예 ▲필수공익사업장 직권중재 폐지, 필수공익사업 범위에 혈액공급, 항공, 증기/온수공급, 폐/하수처리업 추가, 필수공익사업에 쟁의행위 중 필수업무 유지의무 부과 ▲필수공익사업에 대해 대체근로 허용 ▲부당해고 판정시 근로자의 요청으로 복직 대신 금전보상 가능 ▲정리해고 사전 통보기간 차등 설정(현행 60일에서 60일~30일로) ▲부당해고에 대한 형사처벌 벌칙조항 삭제 등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 합의안에 복수노조와 관련된 내용이 빠진 것이다. 복수노조 문제는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특히 이미 노조가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거나 유령노조, 어용노조 민주화 혹은 무노조 사업장에서의 노조 조직화를 위해 기본적인 필요조건이다. 이는 단순히 조직률 제고 뿐 아니라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체 형성과도 연관되어 있다. 복수노조 허용은 지난 97년부터 지금까지 두 번에 걸쳐 10년간 적용이 유예되어 온 바, 이번에야말로 도입하나 했더니 또 다시 정치적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되었다. 전임자 임금문제가 노조 보존을 위해 절박하다면 이를 금지하려는 정부와 자본을 비판하고 광범위한 반대운동을 조직할 일이지 노동자의 기본권을 희생시켜 맞바꾸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보존된 노조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필수공익사업 범위를 늘리고 필수업무 유지의무를 부과하며 파업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것은 파업권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다. 그렇지 않아도 철도, 전기, 가스, 병원, 통신 등 필수공익사업장에서의 파업은 지배세력의 이데올로기 공격과 교묘한 대체인력 투입으로 파업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웠는데, 이렇게 되면 파업의 최소한의 효과마저 봉쇄당할 것이 뻔하다. 부당해고 판정 시 금전으로 보상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해고자의 처지를 이용하여 원직복직 대신 돈으로 해결하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결국 한국노총은 조직보존을 하고, 자본은 복수노조 도입에 따른 노조결성 가능성을 봉쇄하며, 정권은 노사정 합의라는 명분과 파업권 제한을 챙기는 ‘야합’을 했다. 노동자의 대의와 권리는 그들에게 먹잇감이었을 뿐이다.


신자유주의와 함께 가는 노동운동의 추악한 말로

노무현 정권과 자본 세력은 '신자유주의와 함께 가는 노동운동', ‘위기관리 파트너로서 노동운동’을 원한다. 이미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한국노총 위원장은 상반기에 KOTRA와 외국자본 유치를 위한 협력약정서를 체결하고 6월말 미국에서 열린 국가 투자유치설명회에 노동계 대표랍시고 참여해서 투자유치 활동을 펼쳤다. 그것은 '건전하고 책임 있는 노동운동'을 할 터이니 초국적자본은 불안해하지 말고 한국에서 이윤추구 활동을 벌이라는 것이다. 이번 노사정 야합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노조 스스로가 신자유주의 위기관리 체제의 일부가 되어 노동자의 권리를 해체하고 저항을 억압하는 행위를 지속하고 이를 사회적 대화 혹은 사회적 타협으로 포장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노총 스스로가 전체 노동자 앞에 무릎 꿇고 야합을 백배사죄해야 마땅한데도 ‘민주노총 타도’ 운운하며 민주노총 규탄집회까지 연 것은 노조‘운동’이기를 포기한 집단의 추악한 말로를 그대로 드러낸다.


노조운동 무력화를 노리는 노무현 정권

노사정야합에 이어 정부는 그 내용을 그대로 반영하여 곧바로 입법예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무수히 지적된 것처럼 노무현 정권의 노사관계로드맵은 노동운동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의 결정판이다. 즉, 비정규법안이 비정규직을 양산하여 노동의 불안정화를 제도화시키는 것이라면, 노사관계로드맵은 이에 대한 노동운동의 운동과 저항을 봉쇄하는 것으로서 양자가 한 몸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노사관계로드맵은 한미 FTA와도 연결된다. 자본의 자유로운 이윤추구 활동을 촉진하고 투자 환경을 개선하려는 자유무역협정은 한국 노조운동의 무력화 조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미국 자본 측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형법규제에서 민법규제로 전환, 쟁의행위 중 대체인력 투입 허용, 파업 찬반투표 절차 강화, 정리해고 요건 완화 등을 요구해 왔는데 이는 노사관계로드맵의 내용과 일치한다. 노무현 정권은 노조의 권리를 제한하여 초국적자본의 투자환경을 개선시키고 개방에 대비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민주노조운동에 말하는 것

민주노총 역시 이번 야합사태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노총의 맞바꾸기 방안을 충분히 예상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태를 거의 방관했고 제대로 된 항의투쟁을 조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민주노총이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노동운동의 관점을 제대로 정립하지 않은 탓이다. 노사정대표자회의 자체가 협상, 즉 주고받기 공간이며 압도적인 대중투쟁이 담보되지 않으면 협상에서 양보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은 수세적인 상황에서 협상에 참여했고, ‘민주적 노사관계를 위한 8대 요구안’을 내세웠지만 선언적 의미 이상을 띠기 힘들었다. 또한 협상을 중심에 놓다 보니 조합원 대중을 교육하고 투쟁으로 조직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들만의 사회적 합의’에 들러리가 된 것이다. 이번 사태의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협상을 잘 못해서가 아니라, 협상장의 파트너가 된 것이 문제였고 대중 교육과 운동을 중심에 두지 않은 것이 뼈아픈 오류인 것이다. 신자유주의 위기관리 체제 하에서 상층으로부터의 교섭과 협상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새로운 운동과 주체 형성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각인하자.


노무현 정권에 종말을 고하자

뒤늦게 민주노총이 ‘노동자 살인정권, 노동기본권 개악 야합정권’을 규탄하면서 연맹별 규탄기자회견과 10월 총파업 투쟁을 내걸었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지금부터라도 투쟁전선 구축에 매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체 노동운동의 미래가 걸린 문제에기 때문이다. 이번 야합사태에 대한 분노를 결집시키고, 비정규 법안과 노사정로드맵의 본질을 교육/선전하여 투쟁동력을 모아 나가야 한다. 지역과 현장의 다양한 투쟁의 타격대상을 신자유주의 노무현 정권으로 정확히 맞추고 하중근 열사투쟁, 한미FTA/평택투쟁, 비정규법개악/노사관계로드맵 저지투쟁이 하나의 커다란 흐름이 될 수 있도록 하자. 이러한 의미에서 하반기 투쟁의 출발이 될 9월 17일 전국노동자대회를 노무현 정권에 대한 투쟁대회로 만들자.
주제어
노동 민중생존권
태그
노무현 신자유주의 김대중 IMF 김영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