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328호 | 2006.10.02

물 사유화 반대 투쟁, 자본의 세계화를 넘어 민중의 대안을 형성하는 투쟁으로 !

사회진보연대
현재 한국의 물 시장 규모는 상수도 5조1400억원, 하수도 4조8000억원에 이른다. 1993년에 시작된 생수시장 매출액은 연 3천 5백 억 원에 이르고 있고, 정수기 시장은 1조 원을 넘어섰다. 전국적으로 상수도 보급률은 86%, 유수율(정수장에서 보낸 물 중 손실 없이 도착하는 비율, 사라지는 비율은 누수율)은 84%에 이른다. 반면, 지방상수도의 경우 평균 유수율 78.4%, 농어촌 지역의 상수도 보급률 33%, 섬 지역의 상수도 보급률은 28.7%에 불과하다. 국민의 11%인 519만 명에게 여전히 상수도가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6월 수도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물 관련 산업 육성 정책’ 등을 발표함으로써 민간자본, 특히 초민족 물자본이 상수도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경로를 사실상 완전개방 하였다.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이 진행된 이래, 한국의 물 관련 정책은 ‘단계적 사유화’의 과정을 밟아왔는데, 최근의 일련의 조치들로 외국자본에 의한 물의 완전 사유화가 머지않았음이 분명해 졌다. 지난 7월, 인천시가 세계 1위의 물 기업인 프랑스 베올리아사와 사업 위탁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은 그 분명한 징표라 할 것이다. 이러한 정부와 초국적 자본의 물 사유화 기도에 맞선 사회운동의 대응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9월 21일 ‘물 사유화 저지․사회 공공성 강화 공동행동(추)’가 출범하였고, 이에 앞서 인천에서도 지난 9월 7일 ‘사회공공성 강화․민영화 반대 우리물 지키기 시민공대위’가 출범했다. 이미 지난 몇 년 간 전주, 안동, 서울 암사정수사업소 등에서 상수도사업 민간 위탁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에서 승리를 이루어낸 바 있는데, 다시 한 번 전면적 민영화, 초민족 물자본의 진입에 맞선 투쟁이 시작되고 있다.



지역 간 불균형과 양적 확대 중심의 한국의 물 정책

한국에서 물과 관련한 체계적인 국가 정책은 1960-70년대에 마련되었다. 당시 정부 주도 하에 각종 개발 정책들이 수립되었는데,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년), 국토 종합개발계획(1972년) 등이 수립되던 시기 수자원 종합개발 10개년 계획(1966년)이 만들어졌다. 그 후 1981년에서 2001년까지 수자원 장기종합개발기본 계획을 시행해 왔다. 이와 같은 각종 개발정책들은 발전주의적 한국 경제 전략의 중요한 요소였다.
근 30년에 이르는 한국 정부의 물 관련 정책은 댐 건설 계획과 상수도 보급률 확대 등이 중심이었다고 평가된다. 1960년에서 1990년 초까지 700여개의 댐이 건설되었는데, 전체 물 사용량 중 댐이 담당하는 분량은 40%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댐 건설 사업은 상수도 사업에 대한 과잉 중복투자에 의해 주도 되었고, 건설산업의 호황을 부추겼다. 이와 같은 댐 건설 사업은 주로 인구 증가와 산업단지 조성에 대응한 물 사용량 확보를 명분으로 했다. 당시의 산업의 발전은 불균등한 지역개발의 기초 위에서 대도시 및 공업도시를 집중 육성하는 방식을 통해 이루어 졌다. 이러한 방향 하에서 물을 비롯한 공공서비스 및 공공재의 확대, 가격 안정화를 위한 국가의 개입은 저임금 노동력의 활용, 그리고 값싼 산업용수 제공을 통한 생산비 절감을 위해 필수적이었다. 또한 각종 공단지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폐수에 의한 물의 오염은 발전을 위한 기회비용쯤으로 간주되었다.
현재 한국의 물 관련 정책의 주요 문제점으로 물 공급, 가격, 재원 등에 있어 지역 간 불균형 문제와 환경적 요인까지를 고려한 종합적인 물 관리 정책의 부재 등이 지적된다. 이는 발전주의적 경제전략 하에서 추진된 기능주의적 물 정책의 필연적인 결과이다.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의 ‘단계적 물사유화’ 정책

재정적 독립과 투자 유치를 통한 지방정부의 자립적 발전을 강제하는 신자유주의 하에서 1960-70년대 이후 누적되어온 한국의 물 정책의 문제는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 1990년대 이후 상수도 사업의 부분적 민간참여는 꾸준히 확대되었고, 민간 위탁의 제약조건은 완화되어 왔다. 민간 위탁은 민간 기업이 지방정부로부터 상수도 사업의 운영 및 관리에 대한 권한을 양도받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사유화의 초기 단계라 볼 수 있다. 이런 정책방향이 종국적으로 완전한 물 사유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은 정부가 추진해온 수도 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구상을 정리하여 발표한 ‘물 관련 산업 육성방안’을 통해 극명하게 확인된다. 정부는 한국의 물 산업 방향이 “공급과 관리, 감독 기능을 분리”하여 민간이 공급을, 정부는 관리, 감독 기능을 하는 것으로 “역할을 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특별․광역시 상수도 사업을 지방공사화하고, 수자원 공사가 지역의 상수도 사업을 통합 및 위수탁 하도록 함으로써 공공부분 내의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수자원공사 스스로가 국제 물 산업시장으로 진출, 세계 3위의 기업에 도전해 보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인천시가 베올리아와 체결한 양해각서는 주목의 대상이다. 베올리아사는 매출액및 급수인구 기준 세계 1위 업체로써, 온데오사(에너지 관련 그룹인 ‘수에즈’의 물 서비스 부문)와 함께 세계 민간 물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초국적 물 기업이다. 베올리아사의 경우 유수율 제고 사업, 고도 정수 처리 기술, 사업 공동 추진 등을 내용으로 하는 협약을 수자원공사와 이미 체결한 가운데, 2002년부터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작회사를 통해 인천 송도․만수 지역의 하수처리 사업에 진출해 있을 뿐 아니라, 2001년에는 마산에서 수자원공사와 공동으로 유수율 제고사업에 진출하려다 지역 사회운동의 반대로 계획이 무산되었던 경험이 있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가 유수율 제고, 신기술 접목을 통한 장기발전 등을 명분으로 베올리아사와 사업 추진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이다. 인천시 당국과 상수도사업 본부는 기술협조 차원의 협약이라고 해명하지만, 인천시가 외국자본에 의한 상수도 사업 사유화를 최초로 시도하는 지역이 될 가능성이 오히려 더 유력한 현실로 보인다.
결국 신자유주의 정책개혁 하에서 추진된 한국의 물 사유화 정책은 단계적 사유화라 볼 수 있다. ‘정부중심, 민간의 부분 참여 체제(상수도공사)’ - ‘민간참여 확대 및 상수도 사업자 민영화 추진’ -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을 통한 완전 사유화’로 이어지는 정책 흐름 가운데, 현재는 2단계를 지나 3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시점이라 하겠다. 정부가 이와 같은 단계적 사유화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몇 개의 다른 경로들을 통해 추진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통합․수렴해 나가는 것이 전제가 될 것이다. 즉, 수도법 개정, ‘물 관련 산업 육성 정책’ 등을 통한 상수도사업 구조 개편 뿐 아니라, 공공부분 구조조정과 ‘총액인건비제’로 상징되는 정부부문 구조조정을 통한 정부의 관련 사업 및 기능 축소, 그리고 한미 FTA, WTO 도하개발 아젠다 협상 등을 통한 공공부문 시장개방과 외국인 투자의 확대 등이 종합적으로 추진되었을 때만 정부의 물 사유화 구상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위한 철의 삼각동맹이 강제하는 공공서비스 사유화

세계적으로 물을 비롯한 공공서비스 사유화 정책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과 동일한 경로를 그리며 확대되어 왔다. 특히 주변부-반주변부에서 공공서비스 사유화는 1980년대 이후 세계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출현한 금융위기와의 연관 하에 추진되었다. 세계은행과 IMF와 같은 국제금융기관들은 금융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경제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개발․실행했는데, 외채와 차관을 제공하는 대가로 각국 정부에 공공서비스에 대한 구조조정 압력을 가하면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의 자산매각을 요구했다. 특히 상수도 사업 사유화에 대한 개입은 세계은행의 주력 사업 중 하나로, 전 대륙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으며, 전체 투자액의 절반 가량이 아시아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세계은행과 연관되어 활동하는 대륙별 개발은행이나 각종 신용평가 기관들도 공공 서비스 개발 프로그램이나 기술 지원에 개입하여(물론 이들이 물을 비롯한 공적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을 지원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 수익성 확대를 조건으로 내거는 방식을 통해 공공서비스 사유화를 부추긴다.
한편 WTO나 FTA와 같이 무역과 투자의 규범을 강제하는 국제적 기구, 협약들도 공공서비스 사유화를 직․간접적으로 추동한다. WTO의 GATS(서비스 교역에 관한 일반협정) 하에서 회원국들은 “모든 서비스의 점진적 자유화”를 추진해야 하며, 현재도 진행 중인 DDA 협상은 개방을 위한 협상 방식으로 집단적 형태를 도입하려 한다. 이러한 일련의 협약 내용들을 통해 각국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종의 최소개방 기준이 설정되는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한미 FTA 협상에서 다루어지는 ‘투자조항’은 외국인 소유 지분 제한을 완화할 것을 목표로 하는데, 이로써 공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전면 개방되는 길이 열리게 된다.
금융위기를 경험하고 국제기구들로부터 개방과 구조조정을 강제 당한 많은 국가들은 경제적 기반을 침식당했고, 국가의 재정수단은 극도로 약화되었다. 반면, 실업은 급증하고, 빈곤은 확대되었다. 그러나 각국 정부는 그러한 압력에 굴복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적극적인 구조조정, 투자유치 전략을 선택했다. 물론 여기에는 각종 인민주의적 수단을 활용하여 대중의 불만에 영합하면서 실제로는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세력들이 성장하고, 사회운동이 후퇴한 정치적 조건이 주요한 기반이 되었다.
결국 공공서비스 사유화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을 제도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각종 기구와 협약들, 특히 IMF, 세계은행 등의 국제금융기구들, 그리고 WTO, FTA 등의 무역기구 및 협약, 그리고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의 능동적 실행주체인 각국 정부 간의 철의 삼각동맹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국제기구들은 공공서비스 사유화를 강제하면서, 가난한 나라의 공공서비스가 발전하지 못한 것이 공공부문의 실패 때문이라고 설파했다. 그러나 공공서비스 사유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1980년대 제3세계 국가 집권세력의 대부분은 초국적 자본과 결탁하여 그들과 스스로의 이해를 위해 국가의 자원을 팔아치우고, 사유화의 실패를 더 많은 사유화와 초민족 자본의 이해를 보장하는 정책으로 일관한 자들이었다.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그리고 경제적으로 이행기에 있는 많은 동유럽의 구사회주의권 국가들이 이러한 조건 속에서 물과 각종 공공서비스 사유화 정책을 시행해 왔다. 세계적으로 물이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완전히 사유화되었다고 볼 수 있는 정도는 10-20% 수준에 불과하지만, 사유화에 대한 압력은 더욱 거세지고 있고, 그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민중의 대안을 형성하기 위한 토론과 투쟁의 장으로!

물 사유화가 가져올 파괴적 결과는 이미 우리 앞에 도착한 현실이다. 우선, 민간자본의 참여가 확대 될수록, 이윤을 확대하고 상승한 운영비를 보존하려는 목적에서 수도요금의 인상은 불가피하다. 온데오가 진출해 있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경우 2001년에서 2004년 사이 세 차례에 걸쳐 수도요금이 35%, 40%, 30%나 인상되었다. 남아공의 경우도 온데오가 진출한 1994년에서 1996 사이 요금이 600%나 증가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이 양산하고 있는 실업과 빈곤을 감안한다면, 물 사유화 아래서 엄청나게 많은 인구가 물을 사용할 권리 자체를 박탈 당하게 될 것이다.
또한 물 사유화는 공공부문(정부부문과 공기업을 포함)의 구조조정과 함께 추진되기 때문에, 관련 노동자들에 대한 대량해고, 노동권 후퇴 역시 필연적이다. 사실 한국의 상수도 산업이 낙후한 것은 이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충분한 인력확보 문제가 깊이 관련되어 있다. 인천의 경우만 해도 베올리아와의 기술합작의 주요 근거가 유수율 제고지만, 공무원노조는 “유수율 업무와 관련 각 사업소별로 현재 1년에 2개소 정도의 신규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에 완료된 구역에 대해서는 유지관리가 어려우며, 유수율 업무는 최소 4인 이상이 팀을 이뤄야 하는 사업으로 담당자들이 지속적인 인력 확보를 요구하였으나 묵살당해 왔다”고 시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즉, 상수도사업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공적 책임구조를 유지하면서 인력, 재정 등을 확대, 정상화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술제고라는 사유화의 명분은 많은 국가들에서 사실상 인력감축의 명분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물 관련 공기업의 노동자 7,600명 중 사유화 정책으로 절반이 넘는 4,000 여명이 명예퇴직을 당했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역시 1,000여명의 노동자가 정리해고를 당했다.
또한 사유화 정책은 유수율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안했다. 대표적으로 필리핀 마닐라의 서부지역의 경우, 누수율을 56%에서 32%로 줄이기로 합의하고 마이닐라드라는 물기업과 계약을 체결했지만, 누수율은 오히려 14%나 증가하여 70%에 이렀다. 뿐만 아니라, 물 사유화를 시행한 대부분의 지역의 누수율이 공공부문이 담당하는 것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 밖에도 기술혁신, 사업의 확장을 위한 투자 등 사유화의 청사진으로 제시되었던 대부분의 조항들은 실현되지 않았다. 반면 운영비용은 급증했다.
결국 물 사유화 정책은 직접적인 사업수익, 그리고 공기업에 대한 주식 지분 확대 등을 통해 초민족 자본의 이윤을 확대하는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또한 정부부문을 포함한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위한 수단이다. 그 결과는 대량해고와 실업, 그리고 공공서비스에 대한 시민의 권리 후퇴, 초민족 자본의 투자 확대로 인한 경제적 불안정성의 증대 등의 이중, 삼중의 형태로 노동자 민중들에게 전가된다.
이러한 결과들이 지구 곳곳에서, 반복해서 나타나면서 물 사유화에 저항하는 사회운동, 시민들의 저항과 대응도 그만큼 성장해 왔다. 브라질,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등 많은 국가들에서 물 사유화를 저지하는 투쟁을 넘어, 시민들의 연합적 힘을 통해 물에 대한 민중적 통제를 실험하는 대안들을 발전시키고 있다. 현재의 물 사유화 저지 투쟁은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공서비스 사유화를 강제하는 삼각동맹이라는 구조적 제약 안에서 민족국가 스스로가 보다 적극적으로 구조개혁을 수행하며, 세계화 정책에 편승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물 사유화 및 공공서비스의 사유화에 맞선 투쟁은 초민족 자본의 이해를 중심으로 공공서비스를 재편하려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비판을 기초로 해야 한다. 그러한 지향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물 사유화에 반대하는 투쟁, 공공부문 및 공무원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투쟁, 한미 FTA를 비롯한 세계화에 반대하는 투쟁들이 해당 지역, 노동조합 등 각각의 현장에서부터 상호 결합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민중의 기본적 권리를 어떻게 공격하고 파괴하는지, 권리의 주체인 시민들과 함께 토론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획을 준비하자. 물 사유화 반대투쟁을 통해 자본의 세계화를 넘어 민중의 대안을 형성하는 투쟁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자.
주제어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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