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331호 | 2006.10.26

재앙만을 불러 올 한미 FTA 즉각 중단하라!

한미 FTA 4차 제주 협상에 부쳐

사회진보연대


제주에서 열리는 한미 FTA 4차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이미 성장동력을 상실한 한국사회에서 노무현 정권은 집권 초기부터 수많은 장밋빛 발전전략을 내세웠지만 이는 공문구에 불과함이 밝혀졌고, 양극화 해소, 땅 값을 잡겠다는 등 서민의 생활을 위한다며 내세운 정책들은 오히려 빈곤을 확산시키고, 불평등을 강화했다. 노무현 정권은 집권 하반기의 핵심카드로 한미 FTA를 제시하며 이를 통해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 재편을 마무리하고, ‘외부충격론’을 들먹이면서 한국 내부의 문제와 갈등을 폭력적으로 눌러 버리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IMF로 대표되는 지난 10년간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생존의 위기, 권리의 박탈을 겪어 온 노동자 농민의 만만찮은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2차 협상을 전후로 한미 FTA의 허상이 낱낱이 밝혀지면서 FTA 반대여론이 들끓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부랴부랴 45억 원을 투자하며 여론 호도에 힘쓰고 있지만 한미 FTA로 인해 생존의 기반 자체를 빼앗기게 될 농민들과 비정규직의 확산, 고용불안을 겪게 될 노동자들, 기본적인 삶의 권리들을 잃게 될 민중의 반대는 단호하다. 제주에서 진행되는 4차협상 반대 시위는 이런 전 국민적인 분노와 위기감의 표현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노동자 민중의 분노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 4.3 이후 최대라는 1만 명의 공권력이 집회, 기자회견을 가로막고, 의사표현의 자유조차 원천 봉쇄하며 제주를 계엄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24일에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또 폭력을 휘둘러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정부는 FTA 반대 여론이 일어나자 다양한 의사를 수렴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의 이익을 옹호하겠다고 분명히 밝혀왔다. 하지만 FTA 협상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노동자 농민의 주장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도를 넘는 폭력으로만 일관하고 있으며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서 이윤만을 추구하는 초국적 자본의 요구에만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노동자 민중이 자신의 삶을 결정할 권리를 박탈하고, 갈등과 불만을 폭력으로만 억누르며, 초국적 자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정권에 대해 노동자 민중은 한미 FTA 즉각 중단, 노무현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 총궐기를 준비하고 있다.

한미동맹 강화하는 한미FTA 중단!

FTA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이번 협상을 앞두고 노무현 정권은 숨을 돌리고 있을지 모른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한반도, 동북아시아의 긴장 고조가 FTA 반대의 모든 논점을 뒤엎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 강화가 한국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선동이 계속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라면 많은 부분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한미 FTA를 조속히 체결해서 군사적인 면만이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미국과의 결합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미 FTA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 윤건영 의원은 ‘성공적인 FTA가 통상대국 대한민국의 출발점이자 한미동맹의 지름길’이라며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또 미국 측 협상 대표 웬디 커틀러는 협상을 시작하면서 최근 북핵 사태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한미 FTA가 한미동맹의 중요한 축이라며 한미 동맹 강화를 FTA 협상의 단서로 달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우리가 한미 FTA를 반대해야만 하는 또 하나의 근거를 제공할 뿐이다. 현재 한반도 전쟁 위협의 근본원인이 미국의 적대정책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전략적 유연성 합의와 전시작전권 환수의 호들갑 속에서 계속되는 한미일 동맹의 강화는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 속에서 계속되는 군비경쟁과 북한의 핵개발과 더불어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한미 FTA가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훨씬 힘을 실어줄 것이며,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된다면 사회운동은 이런 이유에서도 한미 FTA의 즉각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

농산물 개방하고 공산품 시장접근을 따내겠다? '주고 받기'는 재앙을 부를 뿐

FTA 전체 협상 일정이 12월 미국에서 있을 5차 협상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이번 4차 협상은 FTA 체결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무역구제와 관련된 부분에서 협상의 진전이 없으면 미국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 소멸 시점 문제 때문에 연내 타결이 힘들 것으로 보여 구체적인 합의가 꼭 필요하다. 3차까지의 협상에서 이견들이 드러난 것 이외에 뚜렷한 타결부문이 없었기 때문에 한미 양측은 비민감 부문을 중심으로 양허안을 교환하는 것을 이번 협상의 핵심으로 잡고 ‘가지치기’를 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즉 농업, 자동차, 의약품과 같은 의견대립이 첨예한 부분의 협상은 5차로 미루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2차 협상에서 의약품을 쟁점으로 부각시키며 이견대립이 큰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다른 중요한 쟁점들에 대한 물밑 합의를 이룬 것처럼 이번 협상도 쇼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한미 양측은 이번 협상에서 상품 분야의 양허안 마련이 주요 목표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는 미국 측의 상품 분야 수정 양허안이 부실하다고 협상 첫날부터 파행을 겪더니 이튿날에는 곧장 미국이 관세 철폐 품목을 1000개로 늘여서 협상을 재개하는 식이다. 이렇게 협상을 재개하면서 미국 측은 농업의 전면개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 측 대표단은 이번 협상에서 농업은, 쌀만은 손도 못 대게 할 것이라며 큰 소리를 치더니 농업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관세철폐 예외품목 수를 줄일 것이라는 보도도 이미 나온 상황이다. 현재 협상 중인 상품 분야가 한국 경제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지 않을 분야임에도 여기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5차 협상에서 공업-농업 빅딜과 같은 암거래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4차 협상 이후 5차 협상 전까지 비공식 협의에서 막판 빅딜을 앞둔 실질적 사전조율이 비공개로 이루어질 가능성도 크다. 효율성을 빌미로 농업 전체를 포기한다는 것 자체의 위험성은 말할 것도 없으며, 정부가 유리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섬유나 자동차의 경우도 경제적으로 실질적 효과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하나를 내준다고 해도 무엇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현재의 협상에서 빅딜은 재앙에 가까운 위험이다.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한미 FTA 중단시키자

한미 FTA 체결은 대미종속의 경제, 군사, 정치적 강화를 통해 한국사회 전체를 심각한 위기에 빠뜨릴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신자유주의의 완성을 통해 미국 주도의 금융세계화에 편입되는 것은 국내 자본의 활로를 뚫는 사활적 과제일 수 있겠으나 이 대가로 전체 노동자 농민의 생존권이 지불될 것이다. 고조되고 있는 동북아 위기에서 민중들의 선택의 폭은 점점 미국의 선택에서 벗어나기가 더욱 힘들어 질 것이며, 전쟁의 위협 또한 점차 증가할 것이다.
이제 협상 시한 자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권의 무능력을 계속 탓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협상이 졸속적으로 밀실에서 진행되는 것은 자체로 문제가 있지만 협상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행된다고 해도 FTA의 의미와 목적 자체가 바뀌지는 않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한미 동맹의 강화가 지난 10여 년간 노동자 민중이 겪어온 권리의 박탈과 생존의 위기의 원인이며, 한미 FTA는 이를 완성하는 결정적 일보가 될 것이다. 한미 양국 정부가 연내타결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 상황은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란한 수사와 협상 전술 속에 우리의 미래를 가둬둘 수는 없다. 국민의 생사여탈권이 일개 정권에게 있을 수 없다. 11월 민중총궐기에서 초국적 자본의 이해만을 반영하고 노동자 농민의 생존권을 박탈하며 모든 저항을 폭력으로만 억누르는 노무현 정권의 파산을 선고하자.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우리의 미래를 파괴할 한미 FTA를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
주제어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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