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335호 | 2006.11.30

와하카의 투쟁과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은 하나다!

사회진보연대

멕시코 남부에 위치한 와하카(Oaxaca)는 전통을 간직한 곳이며, 그 지리적 환경은 고고학적으로 중요하다. 역사적인 유물이 많아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와하카의 산맥은 과거 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화를 거부하고 자신들의 전통과 생활방식, 정치체계를 지키고자 한 원주민들의 은신처였으며 저항과 인내의 거점이기도 하였다. 와하카 주의 규모는 매우 크며 이곳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16개의 언어가 존재한다. 강고하고 독립적인 자치구들도 많이 존재한다. 와하카 주민들은 오랜 시간동안 고유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자기통치적인 공동체를 유지하며 살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은 와하카 투쟁의 기원이 되었다. 한편 와하카 교사노조는 26년 동안 지속적으로 민주화운동을 경험했다. 22개 지부로 구성된 와하카 교사노조는 전국교사노조에서 가장 민주적이고 강건한 지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최근 몇 년 동안 와하카 교사노조는 와하카 사회운동을 이끌고 있다.

확산되고 있는 와하카 투쟁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멕시코 와하카 지역 교사들의 투쟁은 여섯 달이 넘게 지속되며 와하카 교사들의 투쟁을 넘어 멕시코 전역과 라틴아메리카 민중들의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멕시코 와하카 지역 교사들과 교육종사자 7만 여명은 5월 22일 임금인상과 빈민 아동들을 위한 예산 증액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시작하였다. 즉, 빈민 아동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신발, 교과서, 교복 등의 기본적인 학용품과 기초적인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기위해 예산을 늘리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지사 울리세스 루이스(Ulises Ruiz)는 이러한 교사들의 예산 증액 요구를 거부하였다. 이에 와하카 교사들은 시내 중앙광장을 점거하고 천막농성을 전개하였다.
6월 14일 새벽 와하카 주 경찰은 헬리콥터와 최루가스, 소총 등으로 무장하고 중앙광장의 천막농성장을 급습하여 시위 대오에게 무차별적인 발포와 구타를 가하였다. 당시 100여 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고 3명의 교사가 목숨을 잃었다. 이러한 주지사의 살인적인 탄압으로 와하카 투쟁은 오히려 확산되었다. 6월 17일 와하카 지역 풀뿌리 시민운동조직, 노동조합, 소농, 원주민, 여성운동 단체 등 365개의 단체는 와하카민중회의(Assemblea Popular del Pueblo de Oaxaca, APPO)를 조직하고 주지사 울리세스 루이스의 퇴진투쟁을 전개할 것을 결의하였다. 와하카 전역의 사회민중운동 단체의 단결로 APPO는 곧 와하카 시내 중앙을 접수하고 통제할 수 있었다. 지역 라디오와 TV방송국을 점령하여 줄곧 와하카 투쟁의 정당성과 결집을 호소하는 방송을 내보냈으며 주지사 울리세스 루이스와 주 정부청사를 변두리 호텔로 쫓아냈다. 9월 초 APPO는 대안정부를 구성하였음을 선포하였으며 노동자, 소농, 원주민, 여성들의 권력이 기반을 둔 ‘진정한 권력’임을 선언하였다.
9월 21일부터 APPO는 멕시코 전역에 와하카 투쟁의 의미를 알리고 연대를 호소하는 행진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즈음부터 연방정부와 APPO와 와하카 지역 교사들의 협상이 시작되었다. 10월 중순부터 의회는 주지사 울리세스 루이스의 파면을 고민하기 시작하였으며 연방 대통령은 주지사의 사퇴를 권고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울리세스 루이스는 자신의 통치가 이미 무력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하였다.
폭스 정부는 10월 29일 와하카 사태를 진정시키겠다며 특별한 프로그램을 발표하였다. 천명이 넘는 연방 경찰과 최루가스, 헬리콥터, 장갑차를 와하카로 보냈다. 이들은 빠르게 와하카 시내 중앙을 휩쓸었다. 다음날 멕시코 국가인권위원회(CNDH)는 연방정부의 폭력으로 2명이 죽고 최소한 40명이 체포되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폭스 대통령은 당시의 폭력과 죽음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그저 평화롭고 무혈적으로 와하카를 정상화 시켰다고 발표하였다. 연방경찰이 와하카 시내에 주둔했지만 APPO는 계속해서 전선을 형성하여 그들과 싸울 것을 선포하였으며 중앙광장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다시 천막을 세웠다. 11월 5일 다시 수만 명의 사람들이 와하카를 행진하였다. 하지만 11월 18일 결국 의회는 표결을 통해 울리세스 루이스를 파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와하카 투쟁

와하카 투쟁은 크게 두 가지의 의미를 지닌다.
첫째, 지난 7월 대선에서 각종 폭력과 흑색비방선거, 개표조작 논란을 거치며 집권한, 정당성과 신뢰가 거의 없는 연방정부에 대한 첫 번째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좌파 후보에 대응하여 제도혁명당(PRI)과 국민행동당(PAN)은 야합하였으며 필리페 칼데론을 앞세워 집권하였다. 제도혁명당(PRI)은 지난 70년 동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장기집권을 했으며 국민행동당(PAN)은 제도혁명당(PRI)과 크게 다르지 않게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사회운동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가한 폭스 대통령이 소속된 당이다. 와하카 지역 역시 80년 동안 제도혁명당(PRI)이 장기 집권했으며 주지사 울리세스 루이스도 제도혁명당(PRI) 소속이다. 울리세스 루이스 역시 주지사 당선 당시 부정선거 의혹이 강력하게 제기되었으며 집권 이후에도 와하카의 사회운동에 대한 많은 정치적 탄압을 가하였다. 와하카의 투쟁은 공권력의 무자비한 감시와 추적, 살인, 구조적인 부정부패에 맞서는 지난 멕시코의 민주화 운동의 연장선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특히 지난 대선 이후 민중들의 의지를 반영하고자 했던 재검표운동과 대선 불복종 운동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11월 1일 필리페 칼데론은 정식취임을 했지만 그 역시 와하카 운동을 탄압하고 있으며 이는 와하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나약한 정부라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이는 와하카의 투쟁이 멕시코 전역으로 확대되는 것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둘째, 와하카의 투쟁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항하는 투쟁이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희망을 유포하며 체결한 NAFTA는 이후 18년 동안 멕시코는 전체 인구의 70%를 절대 빈곤 상태로 내몰았으며 매년 50만 명의 불법 이민자를 만들었다. 불안정한 일자리, 착취, 성차별, 환경오염 등만을 증대시켰을 뿐이다. 폭스정부는 집권 후 6년 동안 자신이 사유화 정책의 핵심 인물임을 자처하며 항만, 세관, 도로건설, 철도, 교육, 보건 등의 영역에서 대대적인 사유화를 진행하였다. 이 속에서 멕시코 민중들은 배고픔에 시달리며 유랑할 수밖에 없으며 최소한의 삶의 권리를 박탈당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의 손으로

6월 14일부터 지금까지 와하카 투쟁이 진행되는 동안 145명이 감옥에 가고, 2명의 어린이를 포함하여 17명이 사망하였고 33명은 심각한 부상, 65명은 실종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통계마저도 정확한 것이 아니다. 불법적인 억류와 고문, 표적살인, 폭행이 자행되며 언론에 대한 통제와 조작 속에 인권침해가 매우 심각함을 반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와하카 투쟁은 고립되거나 좌초되지 않을 것이다. 싸빠띠스따는 지난 11월 1일 멕시코와 리오 그란데 북부에서 시내 도로와 고속도로, 버스정류장, 공항 등 집회가 가능한 모든 곳에서 기습시위를 기획했고, 지속적으로 투쟁을 함께 할 것을 다짐했다. 전세계의 멕시코 대사관 및 영사관에 대한 사이버 시위가 기획되고 있으며 미국과 캐나다, 스페인 등지에서 연대 행동들이 조직되고 있다. 한편 유엔은 와하카의 상황이 심각해지자 멕시코 정부에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위한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도 와하카는 전쟁 중이다. 연방 경찰을 와하카 주변과 시내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여 이동을 통제하고 있으며 시위자를 불법적으로 연행, 감금하고 있다. 하지만 연방경찰이 와하카 지역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여전히 와하카 곳곳에서 자신들의 생존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NAFTA를 체결할 당시 멕시코 정부가 국민들에게 내건 슬로나 현재 한미 FTA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의 슬로는 너무나도 똑같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절규하는 노동자와 농민을 방패로 찍어 죽이고 기본권인 집회, 결사의 자유를 무시한 채 모든 집회를 불허하고 원천봉쇄하는 노무현정부의 모습은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를 압살하는 멕시코 정부와 너무도 똑같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가져다주는 것은 저들이 선전하는 장밋빛 미래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 생존권의 파괴일 뿐이다. 우리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이러한 사실을 목도하고 있으며 몸소 체험하고 있다. 때문에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한미 FTA는 이미 실패한 미래다. 저들의 제시하는 장밋빛 미래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 가기위한 싸움을 전개하자. 와하카 민중들의 투쟁과 한미 FTA 저지 투쟁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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