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411호 | 2008.11.19

이랜드 투쟁의 향후 과제

홈플러스로의 현장 복귀 이후 노동조합과 사회운동의 역할과 과제

정책위원회
교섭타결

11월 14일 홈에버 월드컵점 앞에서 열린 금요문화제를 마지막으로 510일 간의 이랜드일반노조 파업 투쟁이 마무리되었다. 앞서 이랜드일반노조는 추가 외주화 금지, 16개월 이상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 비정규직 차별 시정, 10% 임금 인상, 노조(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제외) 및 개인에 대한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 매각 위로금 지급, 간부 12명을 제외한 해고자 복직, 3년 간의 노사평화기간, 이랜드노조와의 분리 등에 대해 홈플러스테스코(구 삼성테스코)와 합의하였고, 11일 조합원 총회를 거쳐 13일 조인식을 끝냈다(자세한 합의사항은 www.elandtu.or.kr.과 참세상 11월 13일자 참조)

교섭에서 마지막까지 쟁점은 해고자 복직 문제였다. 대부분의 쟁점은 교섭 초기에 모두 조정 되었고, 이후 3개월간 이어진 교섭에서는 해고자복직 문제가 논의되었다. 홈플러스 측은 끝까지 노조 핵심 간부들의 복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텼고, 사실상 투쟁 대오가 50여명 수준으로 하락한 이랜드일반노조는 현장 복귀를 늦출 수 없다고 판단, 사측 안을 받아들였다. 김경욱 위원장, 이경옥 부위원장 등 홈에버 소속 12명(퇴사 희망자 및 구속자 제외 시 9명)이 자진퇴사 형식으로 홈플러스에서 떠나게 되었고, 동시에 노동조합 분리로 인해 이남신 수석부위원장, 홍윤경 부위원장 등 이랜드 소속 10여명이 조건 변화 없이 해고자 상태에서 이랜드를 상대로 투쟁을 계속하게 되었다. 그리고 해고자 복직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끝까지 파업 상태를 유지한 180여명의 조합원들은 20일자로 현장으로 복귀한다.

경제위기와 임박한 구조조정, 영국의 테스코는 홈플러스테스코를 구원할 수 없다

한편 파업투쟁이 끝났지만 홈플러스로 복귀하는 노동조합의 간부들과 조합원들은 조만간 다시 큰 투쟁을 준비해야 할 듯 하다. 홈에버 인수 시에도 문제가 되었지만 홈에버의 부채가 여전히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인데다가,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홈플러스의 매출 및 영업이익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와같은 경제위기가 계속되면 홈플러스는 조만간 사활을 걸고 대량해고, 점포매각 등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서야만 한다.

현재 홈플러스테스코의 부채비율은 435%로 신세계 148%, 롯데마트 46%에 비해 매우 높다. 또한 2008년 8월 현재 단기성 차입금 역시 7,630억 원으로 전체 부채 2조3천억 원 중 33%에 달한다. 한편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금융비용 대비 영업이익은 홈플러스테스코는 140%로 신세계 530%, 롯데마트 2070%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자료: 한국기업평가 회사채 신용 평가서). 홈플러스테스코의 재무제표는 당분간 더욱 악화될 것인데 앞으로 매장 리모델링 비용과 리모델링으로 인한 영업손실이 더해지고, 특히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경제위기가 시작된 9월 대형마트의 매출 증감율은 전년 동월 대비 -9.2%를 기록했으며, 10월 역시 -0.7%를 기록했다(지식경제부(2008),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글로벌 금융위기의 실물경제로의 이전이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이미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신용평가사에서는 홈플러스테스코의 재무상황에 대해 테스코 본사의 현금 보유량과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강조하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는 않다. 실제로 홈플러스테스코는 홈에버 인수에 사용한 현금 1조 원의 대부분을 영국 모기업으로부터 차입해 왔고(한국기업평가(2008), “삼성홈플러스 회사채 신용평가 보고서”), 앞으로의 부채 역시 필요시 본사의 지원을 받을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과 평가는 2008년 9월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 이전에나 가능했던 이야기이다. 지금은 상황이 180도 변했다. 뉴욕과 더불어 세계 금융의 중심지 중 하나인 런던에 금융위기 폭탄을 맞은 영국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9월 예상치 0.3%보다 2.5% 하락한 -1.7%로 예상되며, 하루가 다르게 경기침체가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소비 심리와 직결되는 실업률의 경우 9%로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었다(Financial Times, 11월 17일자). 테스코의 경우 9월에 이미 한 차례 매출 예상량을 3% 가량 하향 조정한데 이어(Financial Times, 10월 29일자) 조만간 경기침체 심화로 다시 한 번 예상량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테스코의 상황은 비단 영국 유통 시장 침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테스코의 주가는 영국에서 작년 최고점보다 47%가 하락했고, 현재에도 가파르게 하락 중이다. 미국 테스코 역시 마찬가지로 작년 최고점 대비 53%가량 하락하였다(Bloomberg Market Data). 주가 급락과 신용경색으로 인해 테스코 본사 역시 제 코가 석자인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노조재건 사업과 유통서비스노동자 노동권 강화 운동 당장 시작해야

따라서 홈플러스가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최후의 보루 테스코 본사가 홈플러스테스코를 지원할 여력이 없어지면 홈플러스테스코가 선택할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은 다시금 자신의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정리해고 및 임금 삭감 등을 감행할 것이다. 또한 홈플러스가 인수한 홈에버의 점포 중 가양, 구월, 원천, 둔산, 해운대, 칠곡, 전주 등 중복 투자 성격이 강한 점포에 대한 매각 및 폐쇄 등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설 가능성 또한 크다(이데일리 5월 16일자).

현장으로 복귀한 이랜드일반노조는 이제 임박한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책을 당장 세워나가야 한다. 사회단체와 반년 넘게 진행된 비조합원 조직화 활동 및 선전전, 비정규직보호법이 가져올효과에 대한 교육 등등 2007년의 투쟁이 1년 넘는 준비를 통해서 만들어 질 수 있었던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현재 중심 지도부가 현장으로 복귀하지 못해 노동조합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까르푸 노조 건설부터 파업투쟁까지 리더십을 발휘한 위원장 및 이하 간부들이 없는 상태에서 파업 투쟁을 통해 노조 활동을 처음 경험해본 다수 지부장 및 조합원들이 사측의 교묘한 탄압과 파업 투쟁 이후의 후유증을 얼마나 빨리 극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하지만 기독교 교리로 무장한 최악의 기업가 박성수와도 싸웠다는 자신감과 파업투쟁 중에 만들었던 소중한 연대 단위와의 협조를 강화한다면 예상보다 어렵지 않게 투쟁을 만들 수도 있다.
현장으로 복귀하는 노조원들은 우선 무엇보다 기간 파업투쟁에 함께하지 못한 700여 조합원들과 관계를 원활히 만들어내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강한 조직력을 자랑하던 서울지하철노조가 1999년 파업 이후 현장 복귀 과정에서 이탈 조합원들과 현장에서 갈등하며 조직력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렸던 경험을 되새겨야 한다. 감정적 문제들이 없을 수는 없으나 조직의 복구가 첫 번째 목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임단협이 마무리되어 구심력 보다는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할 현장 정서를 감안하면 현장에서의 조합원 간의 갈등은 노동조합 붕괴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경제 위기 과정에서 사측이 동원할 회사 살리기 식의 여론전과 임단협 과정에서 맺은 3년간 무쟁의선언 역시 노조 활동의 큰 장애가 될 것이다. 공동투쟁을 벌인 뉴코아 노동조합에 대해 사측이 복귀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뉴코아살리기운동본부’ 등을 조직해 노조 파괴에 성공한 예가 있다. 특히나 조만간 복수노조가 사업장에서부터 허용되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없는 기존 홈플러스의 노동자들을 이용한 어용노조 조직은 사측이 꺼낼 수 있는 손 쉬운 카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러한 구사심 이데올로기와 어용노조 조직 등에 대해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단체들과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월드컵 지대위, 인천 지대위 등의 연대 과정에서도 보여주었듯이 현장에서의 노동조합이 지역사회와 결합되어 보편적 요구와 정당성을 획득했을 때 사측과 보다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다.

따라서 복귀하지 못한 조합 간부들과 지금까지 헌신적인 연대를 진행해온 사회단체들은 비정규직 문제 및 유통서비스노동자 노동권운동을 보다 활기차게 진행하며 현장을 엄호해야 한다. 서비스연맹에서 올해 초부터 진행하고 있는 ‘유통서비스 여성노동자들에게 의자를’과 같은 캠페인부터 장시간 저임금 노동조건, 사측에 의한 노동조합 탄압 및 비인간적 현장 통제 등 다양한 주제와 이슈에 대해 사회적 여론을 만들어내야 한다.

특히 사회운동이 복귀하지 못한 노동조합 간부들을 다시금 현장과 지역을 잇는 가교로 만들어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결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전사회적 이슈로 만들어 내었고, 510일간의 파업투쟁과 지역연대운동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전망을 만들어 낸 이랜드 투쟁은 다시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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