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282호 | 200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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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일을 여성빈곤철폐의 날로!

<2005 세계 릴레이 여성행진> 24시간 연대행동에 함께하며

사회진보연대
오는 10월 17일은 <2005 세계 릴레이 여성행진>이 마무리되는 날이다.
지난 3월 8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시작하여 10월 17일 서아프리카에 있는 부르키나 파소에서 마무리되는 세계여성들의 행진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전쟁이 야기하는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운동이자 사회운동의 가능성을 열었다.
<세계여성행진>이 지난 7개월 동안 지구를 횡단하며 각 국의 퀼트를 커다랗게 이어붙인 패치워크는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각기 다른 ‘운동’과 ‘운동’들이 연대하고 있음을 상징하며 ‘여성들도 온전한 권리를 지닌 주체로 자유롭고 평등할 수 있는 또 다른 세상’을 의미하고 있다. 또한 2004년 세계여성행진 총회를 통해 채택된 “인류를 위한 세계여성헌장‘은 여성이 겪는 억압과 착취를 폐절하기 위해 크게는 두 가지 과제를 제기하였는데, 세계의 빈곤을 없애는 것과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을 제거하는 것. 이 과제와 요구는 여성들만의 것이 아니라 남성, 여성 모두를 위한 보편성을 담지하고 있다. 이는 결국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맞서는 여성의 투쟁을 여성의 고유한 권리에 대한 문제와 자본주의 사회의 변혁이라는 문제를 동시에 제기한다. 이렇듯 <2005 세계 릴레이 여성행진>의 정신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전쟁이 야기하는 빈곤과 폭력에 맞서 여성들의 자율성과 연대에 기반한 저항은 하나의 ‘운동’으로서 형성되고 있다. 유엔이 지정한 “세계빈곤철폐의 날”이기도 한 10월 17일, 한국에서 구성된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행진>(이하 여성행진)은 “여성빈곤”을 화두로 또 한번에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10.17 빈곤철폐의 날, 여성의 빈곤을 바라보는 <여성행진>의 시각

오늘날 누구나 빈곤문제의 심각성을 말한다. 그 중에서도 여성 빈곤의 심각성은 이제 정부의 빈곤대책에서도 핵심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여성에 대한 각종 통계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다. "전체 여성노동자의 70.5%가 임시·일용직 노동자이며, 임금은 남성노동자의 63%에 불과하다는 것. 빈곤가구 중 여성가구주의 비율은 45.8%. 이는 전체가구 중 여성가구주 비율 18.5%의 2.5배에 이르며, 여성가구주 가구 중 빈곤가구 비율은 21.0%로 남성가구주 가구 중 빈곤가구 비율 7%의 3배에 이를 정도로 심각함. 그래서? 그 다음은? 통계지표들은 장황하게 쏟아지고 있지만, 다음에 나오는 정부의 여성빈곤 대책들은 과연 가난한 여성의 삶의 무게를 덜어주고 있는가? '빈곤의 여성화'란 단지 가난한 여성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진단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 남성가장의 임금에만 의존했던 과거에도 여성들은 가난했다. 그리고 현재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 인한 가계의 파탄으로 인해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자리를 구한 여성들은 더 가난하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정책은 교육, 의료와 같은 공공복지에 대한 가족의 부담은 더욱 가중시키고 있어 추가적인 가계지출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누구나 예상하듯 가사, 육아, 간병의 일차적인 책임자로 규정되어 있는 여성들은 앞으로 더욱 가난해질 것이다. 건강가족기본법, 여성부의 여성가족부로의 개편, 여성빈곤 종합대책으로 이어지는 노무현 정부의 여성정책은 시종일관 '가사와 직장생활의 양립'이라는 전제 하에 여성노동의 출혈판매를 강요하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 극복방안으로서 보육 및 양육서비스 지원, 사회적 일자리 창출방안을 통한 '여성빈곤문제 해결방안'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지만, 그 정책의 적용범위는 매우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정작 극빈층의 여성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문제이다. 더욱 큰 문제는 현재의 여성가족부 등을 통한 여성인력활용정책은 대다수 여성들의 일자리를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로 한정짓는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여성에게 일 할 수 있는 권리를 돌려주겠다는 이유로 여성에게 전가되고 있던 가사, 육아, 간병 등과 같은 재생산 노동을 사회화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여성의 고유한 역할'로 규정되어 있는 이러한 재생산 노동은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또 다시 여성에게 전가되고 있다. 더욱이 문제는 가부장제 속에서 무가치한 것으로 인식되었던 재생산 노동은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저임금, 불안정 노동의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일을 통한 빈곤 탈출이라는 말은 앞에서 살펴본 악순환 속에서 여성에게는 불가능한 것이 되어버렸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여성이 처한 열악한 조건과 출혈착취의 고통은 여성들 내에서만 악순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부담은 사회가 규정하는 "여성의 고유한 역할"이라는 범위를 넘어선 적이 없다. 여성들 사이에서 열악한 조건이 서로에게 전가되는 방식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성노동의 불안정화와 공명하는 여성운동, 노동운동

현재 노동운동 진영은 여성노동자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필요한 조건에 대해 인식이 부재할 뿐 아니라 가족단위의 생존전략을 구사하며 IMF로 인해 가속화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정에서 여성노동자의 우선해고를 받아들이고, 정리해고 저지투쟁과정에서 여성노동자의 정리해고에 합의하는 등 여성노동자의 희생으로 '노동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고 있다. 또한 여성운동은 여성복지정책의 확대를 요구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유연화된, 곧 불안정한 노동, 보호조치삭제를 받아들였다. 국가의 정책을 결정, 실행하는 데에 여성의 관점을 도입하여 양성평등을 위한다는 이른바 ‘성주류화 전략’은 세계적인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를 배경으로 한 것으로 결국 신자유주의가 낳은 결과물일 뿐이다. 역설적이게도 여성운동과 노동운동 공히 신자유주의 여성노동정책의 실행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10.17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행진, 투쟁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서 출발하자!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야기하고 있는 빈곤의 문제는 여성을 정점으로 악순환 되고 있다. 빈곤의 문제는 결국 여성 모두의 문제이며 각기 다른 요구들로 저항하고 있는 여성들 모두의 구조적인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빈곤을 양산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어떻게 투쟁해 나갈 것인가? 먼저 우리는 현시기 한국사회의 빈곤문제의 진실은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 온전한 노동권을 외치는 절박한 목소리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사측의 악랄한 탄압으로 집단 정신질환 판정을 받았으나 산재승인조차 불허된 하이텍 알씨디코리아의 여성노동자들의 단식농성에서, 경찰서의 온갖 잡다한 실무와 잔심부름을 도맡아오며 긴 세월 일터를 지켜왔으나 직권면직된 경찰청 고용직 공무원들의 400일이 넘는 투쟁에서, 사측의 합의사항 불이행으로 3개월만에 다시 투쟁머리띠를 맬 수밖에 없었던 한원CC 경기보조원 노동자의 천막농성에서, 다만 인간다운 대우를 해달라며 마디마디 연골이 닳은 손가락을 굳게 쥐고 서울 본사를 점거중인 엔텍 여성노동자들의 외침에서, 기륭전자 여성노동자들의 50일이 넘는 생산라인 점거투쟁의 현장에서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새로운 여성운동의 목소리를 찾아내야 한다. 투쟁하는 여성들과 함께 하는'운동'이 필요하다는 원칙의 강조는 거듭되어도 결코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신자유주의로 인한 폭력과 빈곤에 맞서 투쟁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화답하고 그녀들과 함께 여성의 노동에 대한 권리, 삶에 대한 권리를 외칠 수 있어야 한다.
<여성행진>은 지난 7월 3일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권리선언'을 통해 20개 항목으로 주장했다. 이러한 권리목록들은 이 땅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 즉 여성노동자, 여성농민, 성매매 여성, 여성빈민, 여성어민들의 삶과 투쟁의 현장해서 거듭 재구성되고, 끊임없이 선언되어야 할 출발지점이다.
10. 17 세계여성행진과 함께하는 24시간 국제연대행동은 기륭전자 여성노동자로부터 구로지역 불법파견 실태를 폭로하고 현재의 투쟁과정을 생생히 전해듣는 증언대회(10.14 오전 10시, 국가인권위원회)와 여성가족부 규탄 기자회견(10.17 정오, 여성가족부 앞), 그리고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한마당 문화제(10.17 오후 6시, 홍대 앞 걷고싶은 거리) 행사로 준비되고 있다. <여성행진>은 여성들의 생존의 목소리로부터 빈곤과 폭력의 현실을 ‘운동’으로써 형성해내고자 한다. 가난한 여성들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투쟁과 연대하고 나아가 신자유주의와 전쟁으로 고통받은 이 땅 모든 민중들의 빈곤에 맞서기 위해,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행진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 작지만 소중한 시작에 함께 연대하자!

여성들은 억압, 지배, 착취, 자기중심주의(egotism)와 불의, 전쟁, 정복과 폭력을 낳는 고삐 풀린 이윤추구의 종식을 요구하며 투쟁해왔다. 여성들은 평등, 자유, 연대, 정의 그리고 평화라는 힘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것이다
-인류를 위한 세계 여성헌장 전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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