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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5호 | 200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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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2일 3차 평택평화대행진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맞선 투쟁의 의미

사회진보연대
2006년 1월 19일 워싱턴에서 날아온 소식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미양국이 워싱턴에서 열린 장관급 전략대화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합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또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에 한국이 참여키로 결정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패권전략에 한국정부가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지금까지 노무현이 말해왔던 ‘자주외교, 자주국방’, ‘동북아균형자론’이 모두 굳건한 한미동맹을 전제해왔던 이상 남한의 군사안보전략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즉 이번 전략대화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은 주한미군의 침략적 재편을 노골적으로 수행하면서 결국 전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고 민중들의 삶의 권리를 말살할 것이다. 당장 한국정부와 미군은 이번 공동성명 발표를 기회 삼아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더욱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다. 그렇지만 평택에서는 강제적인 토지수용과 제국주의적 군사재편에 저항하며 평화로운 삶을 요구하는 민중들과 미제국주의-국가권력과의 한판 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 합의 : 침략군으로서 주한미군의 재편

반기문 외교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한미동맹 동반자 관계를 위한 전략대화’에서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 군사전력 변화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란 전 세계 어느 곳이든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을 포함한 전 세계 주둔 미군이 기동성과 신속성을 갖춘 기동타격대 성격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신속기동군’으로 재편된 주한미군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미국의 저강도, 중강도, 고강도 분쟁에 투입될 것이며 이는 곧 한반도가 동북아분쟁을 비롯한 주한미군 해외침략의 전초기지, 병참기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전략적 경쟁자로 보고 있는 중국에 대한 포위와 봉쇄, 북한 선제공격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엄청난 위협이 될 것이다.
현재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반도가 외부로부터 공격을 당하면 주한미군이 개입한다”는 주한미군의 존립근거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는 주한미군이 더 이상 “방어적”으로 주둔하는 것이 아니라 “침략적”공격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주한미군이 외부로 군사행동을 전개할 경우 한국도 어떠한 형태로든 이를 지원하게 될 것이다. 이미 한미동맹은 “한국방위는 한국군이 주된 임무를 맡고 주한미군이 이를 지원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위협의 경우에는 미군이 주도하고 한국군이 이를 지원한다”는 내용아래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긴밀한 연계망을 형성하기 위한 계획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신속기동군화에 발맞춰 한국군 역시 신속기동군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침략적 군사패권전략에 한국군이 더욱 깊숙이 관여하게 될 것임이 너무나 분명하다.
또한 한미양국은 이번 한미동맹의 적용범위를 비군사적 영역으로까지 확대할 것을 합의하였다. 한미동맹을 군사적 영역 뿐 아니라 “민주적 제도 및 인권증진, 테러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 초국가적 전염병 퇴치,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제, 다자간 평화유지활동․위기 대응 및 재해관리”로 넓혀가겠다는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의 문제는 한미관계에서 항상 논란이 되어 왔는데 노무현은 “한반도는 평화와 번영을 위한 균형자 역할을 해나갈 것이며 주권국가로서의 당연한 권리와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등 정치적 수사를 남발하며 자주적인 한미동맹이 가능한 것인 양 떠들어댔다. 하지만 균형자론, 주권국가 운운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평택미군기지확장을 추진한 노무현정권에게 처음부터 ‘자주적인’ 해법은 없었다.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정책의 철저한 하수인역할을 하고 있는 남한 정부은 민중들의 평화적인 삶과 생존의 문제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으며 화려한 입놀림으로 민중들의 저항을 기만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 제재에 동조하는 PSI 참여 결정

이번 공동성명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한가지가 바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이다. 한국정부가 PSI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PSI는 핵․생화학 무기․미사일 등 막대한 인명피해를 가져오는 WMD(대량살상무기)나 그것의 부품이 실려 있다고 의심되는 선박․차량․항공기를 정지시키고 검문․검색을 통해 차단하자는 구상이다. 미국에 의해 구상된 이 계획은 2003년 6월에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11개국이 동의하며 실시되었으며 현재 70여 국가가 가입했다. 미국은 꾸준히 한국에게 참가를 종용해 왔는데, 이 계획이 대테러전쟁을 명분으로 하는 미국의 군사전략을 지원하는 것이며 사실상 북한을 표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 2002년 12월, 미 정보기관이 중동을 향해 운항 중이던 북한 국적 소산호를 포착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미국은 스페인 해군에 협조를 요청하여 지중해에서 소산호를 나포하여 스커드 미사일 15기 등 다수의 무기를 발견했다. 그런데 당시 공해 상에서 제3국간 교역을 규제하는 국제법규가 없었고 예멘정부가 적재무기의 소유권을 주장함에 따라 소산호를 풀어줄 수밖에 없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한국정부는 PSI의 미국측이 요구해온 8개의 항목 중 5개에 참여하기로 했는데, △한미 군사훈련에 WMD(대량살상무기) 차단훈련을 포함하는 방안과 △PSI 활동전반에 대한 브리핑 청취, △PSI 차단훈련에 관한 브리핑 청취, △역내 차단훈련 참관, △역외 차단훈련 참관이 그것이다. PSI는 미국이 규정한 불량국가들, 특히 북한을 봉쇄하기 위한 전략이다. 한국정부는 이러한 미국의 전략에 동조함으로써 한반도 평화를 스스로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는 최근 미국이 달러 위폐 문제를 제기하며 북을 강경하게 압박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군사적인 수단뿐 아니라 전 방위적인 압박을 통해 미국의 군사안보목표를 달성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실제 미국은 PSI에서의 대량살상무기의 범위를 미사일이나 무기의 넘어 확장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미국은 해상이나 공항봉쇄를 통해 이른바 ‘불량국가들’로부터의 재래식 대량살상무기 수출의 차단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었다고 판단하고 각종 위조나 밀매, 돈 세탁 등의 범죄를 차단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금융제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PSI는 미국주도의 대북 봉쇄의 가장 실질적인 조치인 것으로, 한국 정부가 결국 미국의 대북 제재를 승인하고 적극 동조하겠다는 의미이다.
PSI참가 결정은 이번 공동성명을 통해 발표되었지만 실제 지난 해 말 '국가안전보장회의(NSC)'회의를 통해 그 결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민중들의 평화적 삶과 생존에 관련된 문제를 밀실에서 합의하고 비밀에 부치면서 정보를 통제해 왔던 것이다. 정부는 이번 PSI참여방침이 ‘참가’가 아니라 ‘참관’이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술책일 뿐이다. 정부가 PSI에 협력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3월에 실시될 연합전시증원(RSOI)연습이나 8월 을지포커스렌즈(UFL)연습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 형식의 대량살상무기 차단훈련이 시작될 것이다.

평택 미군 기지 확장 이전의 의미

이번 공동성명의 내용을 기반으로 해 한미양국은 평택미군기지확장을 더욱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다. 평택미군기지는 미국의 동북아 군사패권장악을 위한 물적 토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평택에는 두 개의 미군기지가 있다. 캠프 험프리(K-6)와 오산공군기지(K-55)가 그것인데, 한미양국은 서울 용산기지와 동두천, 의정부, 파주에 걸쳐 있는 미2사단을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캠프 험프리에 285만평, 오산 공군기지에 64만 평이 확장된다. 현재 457만 8천 평까지 더하면 평택에는 총 806만 8천 평의 미군기지가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2004년 9월 미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캠프 험프리가 해외 주둔 미군기지 가운데 최상등급에 해당하는 주요작전기지가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주요작전 기지는 미군이 영구 주둔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는 곳을 말하는데, 최첨단 무기체계와 지휘통제시설의 강화, 미군과 가족의 숙소 및 편의 시설 등이 포함된다. 평택항과 고속도로가 트여 있고, 북한의 장사정포가 닿지 않는 평택은 신속한 이동과 정밀타격을 위한 최적의 장소다. 한반도 전쟁시 미군의 피해를 크게 줄이면서도 공격 능력은 강화하는 형태로 주한미군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택은 북에 대한 선제공격을 위한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진 것이다. 또한 오산 공군기지를 포함한 평택권을 중심으로 수원-평택-군산-광주를 잇는 ‘미 공군력과 MD 벨트’는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의 심장부와 가장 가까운 미군기지다. 전략적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노골적인 견제가 더해지고 있는 지금 미-중간의 분쟁시 주한미군의 투입은 피할 수 없게 되며 중국은 한국의 미군기지를 공격하게 될 것이다.

2월 12일 3차 평택 대행진으로!!

이렇듯 평택은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재편전략에서 핵심적인 지역이다. 한국정부와 미군은 미군기지재편이 지역발전을 가져올 것이라 선전하며 ‘국제평화도시’, ‘평화신도시’ 등의 이름으로 지역개발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평택시민들은 이를 반대하며 3년 넘게 싸워오고 있다. 한국정부는 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모든 법적 절차를 마쳤고 대추리, 도두리, 안정리 등 미군기지 주변일대 마을이 국방부의 소유로 넘어갔다. 그와 동시에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며 싸우고 있는 주민들은 지금 국유지를 점거한 ‘불법 거주자’가 되었다. 농사를 못 짓게 하겠다는 국방부에 맞서 올해에도, 내년에도 농사를 짓겠다는 것이 주민들의 목표가 되었다.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이 싸움은 2006년 평택에서 부당한 국가권력과 민중들간의 한판 격돌을 야기할 것이다. 이는 미 제국주의의 군사패권주의에 맞선 저항이며, 한반도 전쟁위협에 맞서 전 세계의 평화를 지키는 싸움이다. 따라서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평택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평화로운 삶의 권리를 지키고자 하는 이 땅 모든 민중들이 함께 싸워야할 일이다. 제국주의 군사전략과 민중들의 평화적 생존이 충돌하는 이 곳 평택에서의 싸움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동맹을 파기하는 투쟁의 핵심적인 고리가 될 것이다.
2006년 2월 평택에는 행정대집행이 예정되어 있다. 이에 맞서 인간방패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마을로 들어가고 있고, 2월 12일에는 3차 평화대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지배세력이 두려워하는 것은 국민들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본질에 대해 인식하고 미군기지 확장을 저지하기 위해 평택으로 구름 떼처럼 모여드는 것이다. 그들은 민중들의 분노가 커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민중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중대사안에 대해 정보를 통제하고 밀실협약으로 결정했으며, 또 한편에서는 미군기지확장이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줄 것처럼 떠들어 대고 있다. 평택미군기지를 막아내는 싸움은 기만적이고 야만적인 국가권력에 파열구를 내고 전면적인 불복종을 선포하는 것이다. 500일째 비닐하우스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는 주민들의 외로운 싸움에 함께 하는 것만이 우리 모두의 평화적 삶의 권리를 지키는 일임을 잊지 말자. 그리고 2월 12일 평택으로 모이자. 대추리의 드넓은 들판인 황새울 들녘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반미-반전운동만이 미군기지를 막아내고 전 세계의 평화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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