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309호 | 2006.05.10

이주 여성들에게 자유롭고 안전한 이주의 권리, 정주의 권리, 노동의 권리를!!

국제결혼을 통해 바라 본 한국 이주여성노동자의 현실

사회진보연대
4.25일 조선일보사 앞에서 항의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베트남 여성유학생들 (출처=프레시안)


희망의 땅 코리아로

지난 4월 21일 <조선일보> 사회면 머리기사는 “베트남 처녀들 희망의 땅, 코리아로-한국 왕자님들, 우리를 데려가 주오”라는 카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가슴에 번호표 달고 한국남자와 어색한 만남, 에이즈검사∼결혼식 이틀 만에 전쟁 치르듯, 이국 땅 가는 게 낯설지만 가난을 탈출 할 수 있으니….”의 부제로 이어지는 이 기사는 다수의 베트남 여성과 한국남성의 맞선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였다. 하지만 기사는 베트남에서 이런 결혼중개업 자체가 불법이자 성매매로 간주되고 이로 인해 추방당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베트남 여성들은 최소한의 보호도 받을 수 없고 인권침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다분히 한국남성의 시각에서 베트남 여성들의 행복은 마치 한국 남성에게 달려있고, 대부분은 베트남 여성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양 국제결혼의 과정을 묘사할 뿐이었다.
이에 대응하여 지난 4월 25일 베트남 여성유학생들은 광화문 <조선일보>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성유학생들은 “우리는 상품이 아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베트남여성연합회는 4월27일 한명숙 국무총리와 여성가족부 등 정부기관은 물론 여성경제인협회, 여성개발원, 여성의 전화 등 여성단체에 베트남 여성에 대한 인격과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고, <조선일보>에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문제가 조선일보 차원을 넘어 한국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자 베트남 당국은 이를 애써 무마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언론을 동원하였다. 베트남 당국은 국제결혼중개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이것이 외화 유입의 통로이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를 은근히 묵인하고 있다. 이는 베트남 당국이 국제결혼을 하는 베트남 여성들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주의 여성화의 본질

2000년 집계된 세계 국제이주의 여성 비율은 이미 49%를 육박했다. 이러한 이주의 여성화는 90년대 들어 매우 급격하게 증가했다. 과거 여성의 이주는 남성 이주노동자의 가정유지를 위한 형태였다. 대규모 남성노동의 이주가 있은 뒤 국가적 ‘가족 재통합’ 기제로 여성이주가 뒤따른 것이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가족단위가 아닌 노동을 목적으로 한 여성의 이주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1970~80년 이후 중심부 국가들의 중산층 이상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출이 활성화되고 여기서 발생하는 틈새시장(재생산노동)에 이주여성들은 대거 투입된다. 신자유주의는 소수의 첨단 금융 산업과 대량의 가정부, 보모와 같은 재생산노동, 시설관리, 청소 등 하층노동(노예노동)으로 노동을 분할하고 양극화했다. 한편 서비스 산업의 확대와 성산업의 유례없는 팽창 역시 여성이주를 확대한다. 또한 국제결혼이라는 형태의 여성이주 역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여성의 일자리를 위한 이주는 여성의 빈곤화와도 맞닿아 있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세계를 극단적으로 분할하고 있으며 대다수 민중들은 빈곤으로 내몰리게 된다. 하지만 빈곤은 ‘성별화’되어 나타나는데 전 세계 빈곤층의 70%가 여성이며 한국 여성노동자의 8~90%가 비정규직노동자라는 통계수치는 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여성들의 노동은 부차화 되고 저임금/불안정한 노동에 내몰린다. 또한 노동조건/승진 등에서 차별대우를 받는다. 한편 여성은 생산-재생산노동의 이중부담을 떠안으며 힘겹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은 더 나은 삶의 조건, 노동의 조건을 찾아 국경을 넘나들게 되는 것이다. 90년대 이후 나타나는 여성 이주의 확대 양상은 바로 이러한 맥락 속에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결혼 중개업체는 여성을 노골적으로 상품화하고 배우자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함한다.


국제결혼의 현실: 한국사례를 중심으로

외국인과의 혼인에 관한 통계청 자료(통계청 인구동태-혼인, 이혼)에 의하면 우리나라 혼인의 11.4%가 될 정도로 한국인과 외국인의 혼인이 증가하고 있다. 1990년에서 2004년까지 한국남성과 혼인한 외국인 여성의 수는 총 197,634명이다. 1990년에 한국남성과 혼인 신고한 외국인 여성수가 불과 619명이었는데, 2004년에 35,447으로 나타난다. 10년 사이에 10배 증가했다. 국적별 분포를 보면 2004년도 한국남성과 혼인 신고한 25,594의 여성들 중 중국(조선족) 국적자가 64.7%, 베트남이 7%, 일본국적자는 10.6% 필리핀이 8.2%, 그 외 태국, 러시아, 몽골 등의 국적자가 각각 2%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증가하고 있는 국제결혼의 경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흔한 경우가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한 유입이다. 이 외에 통일교 등 종교단체의 알선을 통한 결혼이나 개인적 소개를 통한 결혼, 이주노동자 생활 과정에서 만난 사람끼리의 연애결혼 등이 있다.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한 이주여성의 유입은 그 과정부터 문제를 지닌다.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은 여성을 노골적으로 상품화하며 여성들에게 배우자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인신 매매적 요소, 결혼 중개업체의 횡포 등의 문제도 존재한다. 남성의 한 두 차례 방문으로 결혼이 이루어지고 대부분 그 과정에서 중개업체는 성관계를 갖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여성은 원하지 않는 성관계, 임신,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여성이 결혼을 거부할 시에는 소요된 비용을 여성에게 지불하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실상 이주이성에게는 결혼여부와 배우자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다.
이주 여성에 대한 폭력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국제결혼을 한 한국남성은 대부분 불안정한 직업, 빈곤과 같은 상황에 처해있거나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소농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주여성은 일상적으로 경제적 빈곤에 시달린다. 정부발표에 따르면 현재 국제결혼 이주여성 가정의 52.9%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이고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23.6%가 의료보장에서 배제된 상태라고 한다. 또한 여성이 가족 내에서 다양한 ‘기능’을 할 것을 강요받는다. 자녀의 출산과 양육, 가사 노동, 노부모 간병, 유급노동 등 이주여성은 가족 내에서 무급가정부, 간병인, 성적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을 수행해야한다. 이렇듯 이주여성의 현실은 신자유주의 하에서 가족제도가 여성에게 부과하는 일반적인 지위와 정확하게 일치하며 이주여성의 ‘기능’은 극단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편으로 이주여성은 문화 언어 민족적 차이 등을 악용한 언어 정서적 학대 등을 감내해야한다. 이주여성은 여성과 이주자라는 ‘이중의 곤란’ 속에 존재한다.

이주 여성들에게 자유롭고 안전한 이주의 권리, 정주의 권리, 노동의 권리를!!

지난 26일 정부는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이주여성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 대책을 내놨다. 국제결혼중개업을 관리하는 내용을 담을 법률을 2007년까지 제정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수급권자에 포함되는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폭을 확대하고 이주여성에 대한 보건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 대책은 혼인상태의 이주여성, 한국 국적을 가진 자녀를 양육하는 이주 여성에게만 한정되어 있다. 정부는 다문화 사회를 운운하지만 사실은 한국사회 유지에 복무하는 구성원만을 ‘관리’ 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다. 사실상 이주여성들의 가장 큰 문제는 한국 땅에서 ‘시민’으로서 어떠한 권리도 없는 것이다.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이주여성들은 방문동거비자로 체류자격을 취득하고 있고 어떤 이유라도 결혼사유가 해소되면 불법체류자가 된다. 이주 여성은 일 년마다 비자를 갱신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신청권은 남편에게 있으며 2년 후 취득할 수 있는 국적도 남편이 보증을 서야 가능하다. 때문에 이주여성은 결혼과정과 생활에서 어떤 폭력과 불평등을 당하더라도 참고 있을 수밖에 없다. 설령 이혼을 한다 하더라도 아이의 양육권을 따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자본에게만 자유로운 이동을 허락하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이주노동을 발생시키고 인간을 국적에 따라 차별하고 배제한다. 그 속에서 여성은 ‘여성’과 ‘이주자’라는 이중의 고통 속에서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자유주의와 이에 복무하는 가족제도의 이중주 속에서 탄생한 국제결혼중개업소를 통한 국제결혼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속에서 국제결혼에 대한 제도개선을 넘어 이주 여성들에게 자유롭고 안전한 이주의 권리를, 정주의 권리를, 노동의 권리를 요구하자! SOLA
주제어
여성
태그
노동조항 한미자유무역협정 NAFTA 미국노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