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314호 | 2006.06.13

한미 FTA에 민중의 미래는 없다!

한미FTA 1차 본협상의 의미와 우리의 과제

사회진보연대


한미FTA 1차 본협상, 양국 정부의 ‘입장차이’의 의미는?

지난 6월 10일까지 5일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FTA 1차 본협상에서 양국 협상 대표단은 앞으로 진행될 협상의 토대가 될 ‘통합협정문’을 작성했다. 전체 15개의 분과 중 상품무역, 원산지/통관, 투자, 서비스, 금융서비스, 통신/전자상거래, 경쟁, 지적재산권, 노동, 환경, 총칙/분쟁해결의 11개 분과에서는 협정문을 작성했고, 농업, 위생검역, 섬유, 무역구제의 4개 분과는 양 국 정부의 입장차이가 커서 쟁점에 관한 논의 결과를 반영하여 추후에 협정문을 작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김종훈 협상단 수석대표는 “한-아세안 FTA 협상 때보다 빠른 진도”라며, 이번 1차 협상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협상 경과에 관한 언론 보도는 양국의 입장차이가 커서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며 몇 가지 쟁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농업 분과에서 한국은 ‘농산물 특별세이프 가드’도입, ‘농산물 저율관세할당(TRQ)’관리를 통해 농업 개방의 충격을 흡수하고자 했으나 미국은 농업 개방에서 ‘어떠한 예외도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 정부가 주장한 ‘개성공단 생산품 한국산 인정’문제에 대해 미국은 이를 논의 대상으로조차 상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섬유 분과에서 한국은 한국산 섬유가 대부분 중국산 원사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라서 원산지 기준을 ‘원사’가 아닌 ‘직물’ 기준으로 완화하여 관세를 철폐할 것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기존의 기준을 고수할 것과 ‘세이프가드’를 도입해 자국 섬유시장을 보호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협상 대표단은 마치 한국 측이 제시한 입장을 관철시키는 것이 국민 전체에 커다란 이익을 가져오는 것인 양 이 같은 쟁점을 협상의 핵심 내용으로 부각시켰다. 정부 협상 대표단이 국민 전체의 이해를 대변하여 한미 FTA를 통해 발생할 ‘민족적 이익’을 최대한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협상 개시 전부터 이미 합의된 사항들, 즉 ‘내국민대우’, ‘이행의무부과금지’, ‘투자자가 상대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는 권한’ 등 민중의 어떤 권리보다 투자자의 권리를 우선시하는 내용들이 민중의 삶과 직결된 중대한 문제라는 사실은 제쳐둔 채.

한미FTA에 민중의 이익은 없다

‘논쟁을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자세로 한미 FTA 협상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는 노무현정부의 계산에 ‘민족적 이익’은 처음부터 들어있지 않았다. WTO, OECD에 가입하여 재벌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어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던 김영삼 정부, 1997-98년 경제위기에 대한 처방으로 도입된 IMF 정책개혁 프로그램을 통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본격화한 김대중 정부, 세계적인 추세인 FTA 체결에 적극 나서 ‘선진통상국가’로 거듭나겠다는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경제위기 극복전략은 ‘금융세계화’에 적극 편입하는 것이다. 노동의 불안정화, 빈곤의 확산으로 인한 노동자 민중의 삶의 위기는 제쳐두고, 스스로 초민족자본이 된 소수의 재벌을 중심으로 생존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사회 전반에 글로벌 스탠더드, 즉 미국식 기준을 확산하여 초민족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활동을 최대한 보장하고, 서비스 산업을 성장 동력 산업으로 육성하여 금융화한 세계 경제에 효과적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한미FTA를 추진하는 배경인 것이다. 이렇게 추진되는 한미 FTA에 민족적 이익이란 없다. 오직 초민족자본의 이익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정부에 필요한 협상기술이란 더 많은 ‘민족적 이익’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본의 생존전략을 구사하는 데에 따른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민중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일 따름이다. 우리는 ‘미국의 지나친 욕심’을 제어하고 민족의 이익을 지키려 최선을 다하고 있는 양 구는 정부의 호들갑에 현혹되지 말고, 지금껏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노동자 민중의 삶과 권리를 철저하게 파괴해 왔음을 기억해야 한다.

금융·군사세계화를 넘어 민중적 대안으로!

한미FTA에 반대하는 노동자 민중의 투쟁은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생산과 고용이 아닌 금융적 팽창을 통해 자본의 위기를 지연시켜가는 세계 경제에 편입하여 소수의 재벌만 살아남겠다는 지배세력의 전략에 결코 노동자 민중의 이익은 없다. 그를 위하여 “투자자”의 권한을 극대화하는 반면 민중의 모든 권리를 초민족 금융자본의 이윤활동을 방해하는 ‘장벽’으로 취급하고 철저하게 짓밟는 것이 한미 FTA의 본질이다. ‘국가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화’하는 동안, IMF의 처방에 따라 한국 사회 전반을 ‘구조조정’하는 동안 신자유주의 정책에 적응한 일부 기업은 주가폭등, 수출확대를 통해 팽창에 성공했지만, 노동자 민중의 삶의 위기는 가중되었다. 농업·농촌은 붕괴되고, 빈곤은 확대되었으며, 노동권 · 여성권 · 건강권 · 교육권 등 민중의 권리는 파괴되었다. 이러한 현실에 저항하는 민중들에 대한 국가의 탄압과 폭력은 더욱 거세졌다. 그러는 동안 고삐 풀린 초국적 투기자본은 막대한 이득을 챙겨갔고, 한국 경제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확대해갔다.
그러므로 사회운동의 시급한 과제는 지배세력이 그동안 ‘한국경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목 놓아 외쳤던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이렇듯 파괴적인 결과를 낳았다는 점을 분명하게 제기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파괴적인 결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의 동아시아 지배 전략에 적극 동조해가며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하고 한미 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는 노무현 정부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위기에 대한 재벌 중심의 ‘생존’ 전략에 편승해 그 혜택을 기대하는 것이 아닌, 이와 전혀 다른 노동자 민중의 대안을 형성하는 운동을 개시하는 것이다. 한미 FTA 저지투쟁은 그 출발점이다.

7월 10일~14일, 2차 본협상 저지투쟁을 한미 FTA 저지투쟁의 분수령으로!

지난 4월 15일 1차 범국민대회를 기점으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가 활동을 본격화했다. 또한 13개에 달하는 부문별 공대위가 꾸려져 한미 FTA와 관련된 다양한 의제를 제기하고 있다. 범국본은 최근 이번 1차 협상을 겨냥하여 6월 3일 한미 FTA 저지 총력투쟁의 날, 미국 워싱턴 원정투쟁을 전개했고,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거점 농성을 펼치고 있다. 한미 FTA의 중대한 의미만큼이나 범국본의 규모와 외형은 화려하다. 그러나 한미 FTA 저지투쟁을 아래로부터 힘 있게 조직하기 위해 정작 중요한 것은 다양한 부문이 분명한 정치적 목표아래 연대와 단결을 강화하는 것이다. 한미 FTA 저지투쟁이 금융·군사세계화를 동아시아에서 완성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맞서는 투쟁이자, 민중의 삶의 위기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더욱 확대할 금융·군사세계화에 적극적으로 편입하는 것을 한국사회의 비전으로 제시하는 노무현 정부에 맞서는 투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더불어 각 부문의 이해를 방어하는 데에 머무르지 않고 금융·군사세계화에 대한 민중적 대안을 형성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범국본은 오는 7월 10일부터 14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FTA 2차 본협상을 저지하는 것을 목표로 대규모 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2차 본협상 저지투쟁을 한미FTA 저지투쟁의 분수령으로 만들기 위한 전열의 정비가 시급하다.


주제어
경제 민중생존권
태그
한국경제 경제위기 이윤율 경제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