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333호 | 2006.11.17

평택 대추리를 잊었는가!

미군기지 확장저지투쟁은 평택 주민들만의 싸움이 아니다!

사회진보연대
(사진 출처: 민중의 소리) [출처: (민중의 소리)]

2006년 11월 9일은 평택 대추리 주민들의 ‘우리 땅을 지키기 위한 촛불행사’가 800일이 되는 날이었다. 2004년 9월 1일 국방부의 기만적인 공청회에 항의하다 연행된 사람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평택경찰서 앞에서 밝힌 촛불이 2006년 겨울의 길목에서도 끝나지 않고 있다. 촛불집회가 열리는 농협창고에는 올 겨울을 나기 위해 나무난로가 설치되었고 저녁 7시가 되면 70-80대 노인들이 구부러지지 않는 무릎으로 날마다 촛불행사장으로 향한다. 5월 4일 자행된 무시무시한 국가폭력의 잔해 속에서, 철조망과 구덩이로 파헤쳐진 논 바깥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농민들은 지금 한창 밭에서 배추와 무를 뽑아 김장을 하며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듯 힘들게 일상을 살고 있는 대추리에 11월 8일 국방부는 또 다시 철조망을 추가 설치했다. "팽성 지역이 5월에 군사보호구역으로 설정되었는데, 이전 부지 내 14만평 규모의 불법영농 때문에 사업추진에 차질이 빚어져 철조망 추가설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힌 국방부는 그나마 살아있는 논에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의 숨통을 이렇게 죄어 오고 있다. 기존의 29km길이의 철조망에 더해 2.8km의 철조망을 추가로 설치하고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헤쳐 야만적 국가폭력의 끝을 보여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덤벼들고 있다. 주민들이 겨울 보리를 파종하거나 내년 모내기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국방부의 행위에 대추리 주민들은 더 이상 절망할 것도 없다며 여느 때처럼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주민들은 지쳐있다. 지난 4년간의 투쟁으로, 5월 4일 이후의 충격과 공포로 인한 피로감은 누적되었고 숨 막히는 불심검문과 통행차단으로 인해 외부와의 고립감은 커져가고 있다. 마을 안에서의 처절하고 끈질긴 싸움은 끝나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주민들만의 투쟁으로 협소해지며 싸움의 동력은 형성되지 않고 있다. 평택미군기지확장을 막아내기 위한 전국적인 투쟁의 흐름이 만들어 지지 않을 뿐 만 아니라 언론의 왜곡보도와 외면 속에서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의 싸움이 끝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방부의 계속되는 회유와 협박

반면 한국정부와 국방부는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사활적 과제인 평택미군기지확장사업을 관철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2008년까지 완성해야 하는 사업이 그들의 의도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항하는 주민들을 고사시키기 위해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5월 4일 이후 엄청난 공권력과 물리력을 동원한 폭력행위 뿐 만 아니라 보상금을 미끼로 주민들에 대한 회유와 협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방부 직원들이 날마다 집으로 전화를 하고 논에서 일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찾아와 하루빨리 이주 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싸움이 진행된 4년 동안 마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농사밖에 모르고 살던 농민들이 투사가 되었고, 땅을 지키기 위해 처절한 시간을 보냈지만 보상에 대한 유혹과 국방부의 회유와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마을을 떠나간 사람들도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빈집은 많아졌고 주민들끼리 소리 높여 싸우는 일도 잦아졌다. 지난 4년은 그렇게 우애 좋게 살았다던 대추리 도두리 공동체가 균열을 내며 무너지는 시간들이었다. 땅을 지키며 싸움을 이어온 사람들도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공탁금을 찾아 생활을 이어오기도 했고 어려운 순간순간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들을 다스리면서 힘겨운 시간들을 채워왔다. 지난 10월 20일 국방부는 주민들에게 마지막 기회라는 말로 택지 신청서를 내밀었다. 2013년 착공되는 고덕 국제화 지구 예정지에 한 가구당 상가 8평과 택지 75-80평을 조성원가 수준으로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평당 300만원에 이르는 그 땅을 사려면 적어도 2-3억은 있어야 하는 데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싸움에 지친 많은 주민들은 분양신청서에 도장을 찍었다. 도두2리에서는 한 가구를 제외하고 전부가, 대추리에서는 3-4 가구가 택지 신청서에 서명을 했다. 도두2리가 그렇게 정부의 회유에 넘어 간 것에 대해 대추리 주민들은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고 그렇게 조금씩 국방부의 미끼를 물기 시작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더욱 커졌다. 촛불행사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수도 줄어들고 있지만 남아있는 대추리 46가구 주민들은 적은 수라도 포기하지 말자며 꿋꿋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김지태 이장을 즉각 석방하라

지금 주민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는 대추리 김지태 이장이 아직도, 벌써 5개월 넘게 감옥에 있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법원은 평택 대추리 김지태 이장에게 징역2년을 선고했다. 11월 3일 열린 김지태 이장의 1심 판결에서 수원지법 평택지원 성지용판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7가지 혐의를 들어 실형을 선고하고,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죽봉과 쇠파이프가 난무하는 대규모 폭력사태를 초래한 점 등을 볼 때 죄질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재판부는 주민들의 법정소란을 이유로 들어 “안정된 판결과 판사의 의견개진을 위해서” 방청권을 교부했고, 경찰에 시설보호요청을 했으며, 법정에 CCTV를 설치했다. 경찰의 방패에 가로막힌 주민들은 서둘러 끝낸 재판을 결국 보지 못했고 법원 앞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앉아 징역 2년 선고 소식을 들었다. 팔순을 바라보는 부모님조차 재판을 보지 못했고 법원 앞에서 오열해야만 했다. 초범인 김지태 이장에게 이 같은 판결이 내려진 것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여전히도 정부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지태 이장의 실형선고는 미군기지확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정치재판이며, 공정한 법집행을 해야 할 사법부가 법을 이용하여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김지태 이장을 볼모로 삼아 주민들을 더욱 더 지치게 하고 시간을 끌며 포기하게 하려 한다는 것을 주민들은 알고 있다. 이미 검찰은 여러 차례 재판을 연기하면서 김지태 이장을 가둬두려 했고 재판부는 그런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한국정부와 국방부는 지금 주민들에게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싸움을 포기하라, 그러면 김지태 이장을 풀어줄 것이다.”라고. 실형선고를 받은 김지태 이장은 지난 11월 13일 평택구치소에서 안양교도소로 이감되었다. 싸움이 시작된 처음부터, 차가운 감옥에 있는 그 시간동안에도 김지태 이장은 끝까지 싸우자고 말하고 있다. 주민들의 정당한 저항을 폭력으로 누르며 보상금으로 해결하려는 정부에게 김지태 이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 너른 들판을 사시겠다고? 그 금액은 너무 어마어마해서 나는 상상을 못할 지경이니깐. 힌트를 드리자면 대추리, 도두리 들판에서 지금껏 거두었던 벼의 낱알의 개수만 하다고나 할까. 그것을 일구기 위해 굽혔다 폈던 관절의 운동 횟수만 하다고 해도 될 것 같다. 한 가지 더. 그들의 시간, 한숨, 울음, 웃음 그것을 내려다보았을 별빛이나 시름을 달래주던 바람의 총량까지 합하면 대충은 나올 것 같다.” 대한민국 법원은 당장 김지태 이장을 석방해야 한다. 자신의 양심에 따라 살고자 하는 시골마을 이장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권력에 휘둘리는 사법부의 정치재판을 그만두어야 한다.


정부, 주택 인도가처분신청 기각에 불복해 항고

얼마 전 주민들은 두꺼운 서류뭉치가 담긴 우편물을 받았다. 지난 7월 28일 정부는 주민을 강제로 쫓아내기 위해 법원에 주택에 대한 명도소송과 인도단행가처분신청서를 접수했다. 법원은 8월 24일 인도단행가처분신청을 기각했고 정부는 이에 대해 불복해 항고를 제기한 상태여서 주민들에게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내용의 우편물을 보낸 것이었다. 정부는 법원의 가처분 기각으로 인해 미군기지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2008년까지 사업이 완료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올해 11월까지는 가옥인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옥의 인도가 지연되면 농민들이 이를 거점으로 “광활한 토지에 대한 불법영농행위를 도저히 막을 수 없어 사실상 미군기지이전사업전체를 방해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정부는 “이 사건 가옥에 추가적인 불법 전입신고가 이루어지고 있는 바, 이는 의도적으로 항고인의 이 사건 가옥에 대한 소유권을 방해하려는 행위”라며 마을에 살고 있는 지킴이들을 거론했다. 주민들이 “제 3자의 추가적인 위장전입을 허용함으로써 가옥에 대한 소유권 행사를 중대하게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며 위장전입자에 대한 추가적인 소송제기까지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마을에 사는 지킴이들은 ‘위장’전입을 한 사람들이 아니며 국방부의 요구로 팽성읍사무소 직원들이 마을에 들어와 지킴이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지 확인했다. 정부는 지킴이들에 대한 추가적인 소송까지 하겠다며 눈에 가시 같은 지킴이들에 대한 압박 또한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인도가처분 기각은 법원이 처음으로 대추리 주민들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지만 정부의 항고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지켜봐야 하며, 아직 명도소송에 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지난 9월 13일 살인적인 공권력을 동원해 빈집을 강제철거했던 국방부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주택을 철거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밟으며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성토작업을 반드시 막아내자

지금 대추리 1반 뜸 캠프 험프리즈 기지 안에서는 대형트럭이 모래를 실어 나르고 포크레인이 작업을 하고 있다. 펜스 바깥의 부지를 높이는 작업이 2달 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미군은 팽성 지역 부지의 지대가 낮아 홍수의 우려가 있다며 기지이전 예정지 285만 평을 5-6m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5천억 원의 예산이 논란이 되자 9월 25일 국방부는 “미국에 얘기를 잘해 성토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며 비용문제만을 언급하고 있다. 성토작업은 국방부가 미군기지확장을 추진하기 위해 실제로 물리적인 조건들을 갖추는 것이다. 주택에 대한 강제철거를 하지 않고도 외곽에서부터 작업을 해 주민들을 압박해 올 수 있고, 이는 마지막까지 저항하며 남아있는 사람들을 더욱 고립시키고 힘들게 할 것이다. 지난 5월 덤프연대 노동자들이 성토작업을 위한 운송작업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평택으로의 성토작업을 막아내기 위한 구체적인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


국가폭력∙인권침해의 집합소, 대추리를 지켜내자

내년 3월까지는 주택강제철거를 하지 않을 거라는 말도 들린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을 부수기도 쉽지 않을 뿐 만 아니라 개개인에 대한 회유와 협박으로도 사람들을 내 보낼 수 있는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한국정부는 ‘합법적인 국책사업’임을 강조하며 폭력적으로 주민들을 누르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며 거짓말을 해왔다. 여전히도 정부와 국방부는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 주한미군의 침략적 역할확대와 전략적 유연성을 위한 토대라는 것을 숨긴 채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2004년 12월 대한민국 국회가 용산기지 이전과 연합토지관리계획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킨 뒤 약속한 청문회는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고 있다. 지금 시골마을 대추리는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얼마나 야만적이고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모든 정보를 은폐하고 차단하며 저항하는 사람들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11월 1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평택 대추리와 도두리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심검문에 대해 “국민의 신체의 자유 및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로 규정하고 불심검문을 중단할 것을 경기도지방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경찰은 지금 당장 대추리에서의 불심검문과 통행제한을 그만 두어야 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추리로 들어오는 것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있고 그렇게 마을은 고립되고 있다. 많이 지치고 힘들지만 겨울을 견디며 싸우고 있는 주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대추리로, 도두리로 들어와야 한다. 평택의 평화를 지키는 싸움이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일임을, 결코 이곳 주민들만의 싸움이 아님을 다시 한번 각인하며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내는 한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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