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336호 | 2006.12.11

노무현정권의 정치적 파산은 새로운 보수반동화의 서막인가

열린우리당 내분사태를 보며

사회진보연대


집권여당과 청와대간 다툼과, 열우당 내분사태가 점입가경이다. 대통령은 <못해먹겠다2>발언에 이어 노사모 선동편지를 발표했고, 이에 맞서 당 지도부들은 모든 책임을 대통령 탓으로 돌리며 당 진로를 묻는 설문조사를 들고 나왔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당 사수파와 연합한 친노파 당원 천명이 설문조사 반대와 당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우당 중앙당사 앞에서 열었다. 도대체 이 시끌벅적한 노무현 정권의 정치적 파산의 진정한 의미와 효과는 무엇인가. 두 가지 측면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하나는 신자유주의적 정치위기 비판의 관점에서 노 정권의 실패가 어떤 효과를 양산하는가를 분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같은 조건하에서 그간 우리가 추진해온 정권 퇴진투쟁의 의미와 과제를 새롭게 하는 일이다.


반성 없는 정치적 승부수

우선 노 정권의 파산 자체를 먼저 보자. 노무현 정권은 이미 올 봄 지방선거 이후 일찌감치 정치적 가사상태에 빠져들었다. 거기에 이제는 당청갈등, 당내 반노-친노 대결이 점입가경의 모양새를 띠는 가운데, 집권여당 지도부들조차 어떻게든 노무현을 버리고 살아보려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물론 이 코미디 같은 내분사태의 모든 출발점은 5%이하로 추락한 지지율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내년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지는 몰라도, 열우당 간판이 아닐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구태의연한 정계개편안이었다. 자신들이 저지른 민생파탄, 노동탄압/폭력살인과 아파트 투기대란을 반성하고 돌이킬 의사는 없을뿐더러,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그들의 능력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나마도 당 비대위 지도부와 노무현의 생각이 달랐다. 당 지도부는 민주당과의 합당을 원했고, 노무현의 구상은 친노파 주도의 재창당에 가까웠다. 노무현은 지역당 반대를 명분으로 내세웠고, 당 비대위 측은 평화개혁세력의 재결집을 내걸며 정면충돌했다. 그러나 우습게도 이들이 내건 명분과는 달리, 알고 보면, 두안 모두 민주당 혹은 한나라당의 일부를 파트너로 하는 보수연합 안에 불과하다. 결국 ‘반노파 대 친노파’ 분쟁은 이 정권의 정치적 파산을 부른 진정한 원인에 대한 성찰이라곤 찾을 길 없는 얕디얕은 정치술수이고 뻔뻔하기 짝이 없는 망동에 불과한 것이다. 더 떨어질 것도 없는 판에 이쪽이건 저쪽이건 “TV에 자주 나오게 된 것으로 성공”이라는 농반 진반의 어느 자평만이 이 정권에게 남은 유일한 진심으로 보인다.


노 정권의 정치적 파산이 열어놓은 정세

작금의 집권세력 간 갈등과 정계개편 시도가 진정한 반성 없는 정치도박에 불과한 보수연합 혹은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의 재편과 전반적 보수화 과정에 불과하다면, 이 정권의 정치적 파산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노무현 정권은 민생파탄/아파트대란, 친미FTA, 노동탄압/살인폭력 정권이다. 그러므로 우리로서는 분명 노 정권의 몰락과 내부분열을 마다할 것이 없다. 이 정권은 오랜 실정과 무능으로 인해 정치적 정당성을 잃었고, 그로인해 여론 조사상의 지지율이 바닥에 떨어져 대선경쟁력을 상실했고, 그것이 정권내부의 내부 분열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여론조사로 표현되는 ‘이반된 민심’이라는 힘은 매우 모호하고, 그 진의와 주체도 매우 의심스럽다. 언제든 돌아설 수 있고, 자본과 언론기관에 의해 이렇게 저렇게 조작되기도 한다. 또한 노 정권이 잃은 것은 차기 선거 경쟁력이지, 서슬 퍼런 물리적 통치력과 정책적 권한을 누군가에게 이양한 것이 아니다. 한마디로 노 정권이 정치적 가사상태에 빠진 것은 틀림없지만, 정권이 실제로 물러난 것도 아니고, 노동자 민중의 심판이 이루어진 것은 더욱 아니다. 더구나 집권당과 정권의 정치적 파산이 지배체제의 거대한 정세적 위기를 창출하겠지만,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갈림길일 뿐 그 자체로 노동자민중운동의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부정적 효과와 전망의 가능성 또한 동시에 크게 열린다. 노 정권의 정치적 파산은 또 다른 보수반동의 개막이냐 노동자민중의 심판을 통한 반신자유주의 대안세계화의 여명이냐 라는 거대한 갈림길을 열어 놓았다.


정치위기 비판의 관점에서 본 노무현정권의 정치적 파산의 부정적 의미와 효과

노 정권의 실패는 새로운 보수반동화의 개막으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이유는 우선, 작금의 정치적 현실이 대중의 반정치적 정서와 정치적 허무주의를 더욱 확산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이른바 “좌파정권이 나라를 말아 먹었다”는 보수우파들의 구호로 대표되는 대중의 좌우 방향상실 때문이다. 차례로 보자.
노무현은 국민경선제나 탄핵촛불 등을 통해 제 입맛에 맞게 대중을 효과적으로 동원했다. 그러나 안 그래도 먹고살기 힘든 처지에, 거듭된 정치적 배신과 거짓, 무능에 신물이 난 대중은 점점 더 모든 정치들을 불신하고, 심지어는 공통의 집단적 미래를 만들고 공유하는 연대행위 자체를 점차 회피하게 된다. 이것은 국가 관료와 정치인들에 대한 소극적인 불만을 넘어, 저항적인 사회운동의 토대마저 좀 먹는 데까지 나가기 때문에 더욱 더 우려스러운 것이다. 흔히 현장이 어렵다던가, 대중의 실리적 경향이 운동적 경향을 압도한다는 상황의 주요한 배경중 하나이다. 지배정치 위기의 효과가 정치일반의 위기로 확장되면서 더 이상 대중이 집단적인 상호토론과 연대를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대안으로 신뢰하지 않고, 당장의 실리와 개별적 경쟁을 선택하는 데 더 높은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아가 자연스럽게 이러한 과정을 반복해서 겪은 대중들은 점차로 종교적 근본주의나 인종주의적인 정치선동, 다시 말해서 어떤 과학적이고 연대지향적인 정치참여가 아니라 감정적이고 폐쇄적인 반정치적 정치에 매우 취약해진다. 보수적 반동화의 대중적인 토대가 점차로 확대 구축되어 간다는 말이다.
또한 노 정권의 실패는 신자유주의 개혁의 실패로 이해되기 보다는 386이 표상하는 진보개혁의 실패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박근혜, 이명박이 대표하는 박정희의 망령과 개발독재의 향수가 노무현에 대한 실망의 대안으로 각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노무현과 이들 신 보수 세력들은 치장한 이미지가 다를 뿐 정책적 기본방향과 기조에 있어 전혀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는 현실적인 대중의 삶을 개선하고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는 데 부적합한 거짓과 무능의 비전으로 매도당하기 쉬운 조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노무현정권의 정치적 파산을 민중의 심판으로!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요즘 시중에는 ‘노무현 탓’이라는 유행어가 있다. 길 가던 개가 넘어져도 ‘노무현 탓’이고, 괜시리 속이 불편해도 다 ‘노무현 탓’이라는 식이다. 대중의 반정치적 허무주의를 대변하는 결코 웃지 못 할 말장난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거듭된 패배 속에서, 만연하게 된 우리 운동 내부의 정치적 허무주의는 이것과 얼마나 다를까 자문해 볼 일이다. 그저 내뱉기 편한 ‘노무현 탓’이 아니라, 각각의 고립분산적인 노동자 민중투쟁들의 정치적 단결과 연대확장을 이루기 위한 결정적인 고리라는 면에서, 정권퇴진투쟁은 여전히 주요한 투쟁방향이다. 이는 특히 앞서 언급한 당면 정치정세의 부정적 효과를 노동자민중투쟁의 긍정적인 발판으로 뒤바꾸기 위한 핵심요소라는 점에서 주요하다. 짓밟힌 민중의 삶과 사회를 재건하기 위한 과학적 분석과 갈갈이 끊어진 연대를 복구해내는 일. 코너에 몰린 정권과 자본의 작은 관용조차 기대할 것 없는 엄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며, 오직 희망은 노동자 민중의 아래로부터의 투쟁으로 전진하는 길뿐임을 우리는 다시금 새롭게 재확인해야 할 것이다.
한편 정권의 지지율 추락을 마치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아닌가 여기는 섣부른 의구심도 존재한다. 그러나 정치적 가사상태에 빠진 정권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심판은 수차례의 피맺힌 선고에도 불구하고 아직 집행되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당장 제 발등의 불이 급한 처지에 몰린 노 정권은 지난 총궐기투쟁 와중에 2년을 끌어온 비정규노동악법을 처리했고, 이번 주 중으로 남은 노사관계 노동악법마저 처리하려는 태세다. 반FTA집회에 대한 참으로 비상식적인 탄압 역시 한도를 넘어섰다. 법 개정은커녕 도리어 끊이지 않는 국가보안법 사건들 또한 청와대의 직접적인 의지인지 아닌지의 사실여부를 떠나, 단순한 정권말기적 현상의 하나일 뿐 아니라 노 정권의 실패가 불러온 전반적인 보수화의 한 효과일 것이다.

노 정권의 정치적 파산은 우리에게 또 다른 보수반동의 개막이냐 노동자민중의 심판과 반신자유주의 대안세계화의 여명이냐 라는 엄중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지치고 상처 입은 전선을 추스르고 다잡아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하자. 참혹한 이 겨울의 패배를 뻔뻔한 노 정권에게 되돌려주자. 노무현정권의 정치적 파산을 민중의 심판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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