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345호 | 2007.03.07

전쟁중단, 파병철회. 민중의 평화행동으로!

아프간 파병군인의 죽음이 말해주는 것

사회진보연대


지난 2월 27일 아프가니스탄 저항세력의 폭탄공격에 의해 파병 한국군 부대의 윤장호 병장이 사망했고 3월 5일 장례식이 있었다. 그 일주일 동안 정부는 그를 베트남전 이후 최초의 전사자로 인정하여 하사로 일계급 특진시켰고 훈장을 수여했으며 막대한 보상금 지급계획을 밝혔다. 미국 정부 역시 훈장을 보냈다. 보수언론은 조국의 부름에 목숨을 바쳤다는 식으로 그의 영웅성을 부각시키기에 바빴다. 이러한 국가주의적 행태는 그의 죽음의 원인과 의미에 대한 인식을 가로막는다. 그는 미국의 대테러 전쟁과 이에 동참한 한국군 파병의 희생자이다. 그래서 우리는 파병반대 여론을 차단하고 이 사태의 여파를 빨리 가라앉히기에 급급한 정부의 영웅만들기를 거부하고 그를 대테러전쟁의 희생자로 기억해야 한다.


아프간을 황폐화시킨 ‘테러와의 전쟁’

2001년 9.11 사태 이후 부시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전면에 내세웠다. 알-카에다를 9.11의 배후로 지목하고 그 지도자인 오사마 빈라덴을 제거하기 위해 아프간을 침략했다. 그러나 알-카에다는 1979년 아프간에 군사적으로 개입한 소련에 맞서기 위해 미국이 CIA를 통해 육성한 이슬람 무장세력이었고, 1990년대 부상한 탈레반 역시 아프간 내전에서 1996년에 승리를 거둔 이후 미국에 의해 합법정부로 거의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은 대테러 전쟁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미국은 중동의 반미세력을 봉쇄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미국 중심의 지배질서에 대한 저항세력을 소탕하기 위해 아프간부터 침공했다.
그러나 아프간 전쟁 개시 이후 수도인 카불 이외의 지역에서는 상황이 호전되지 않았다. 아프간 민중들은 전쟁과 빈곤에 시달렸고 혼란은 끝없이 계속되었으며 마약밀매가 재개되었다. 이제 아프간은 전 세계 아편 보급량의 90%를 차지한다. 또한 전 국토의 60%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었고 국민의 80%가 식수 공급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전쟁을 시작한지 5년이 지났지만 미군과 나토군은 어떠한 안정도 가져다주지 못했다. 탈레반은 세력을 회복하여 3만 명에 달하는 다국적 점령군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급기야 나토는 작년 9월 증파를 요청했고 최근 영국은 1천4백 명 추가 파병을 발표했다. 미국 역시 3천2백 명을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병력 증원이 아프간에서 군사적 승리를 가져올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점령군의 공격으로 인한 피해와 고문, 구타 등의 만행으로 인해 민심은 이미 떠난 지 오래고 최근에는 구호활동을 펼치는 탈레반 지지로 돌아서고 있으며, 또한 국토 대부분이 산악지대라서 게릴라전에 강한 탈레반을 제압하기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쟁과 점령, 파병에 의한 죽음

미국이 아프간에서 만든 이 모든 갈등과 폭력, 혼돈 가운데에 한국군 파병부대가 있다. 이러한 범죄적 전쟁과 야만적 점령을 지원하기 위해 주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군이 주둔하는 바그람 기지에는 미군을 비롯해 다국적군 1만여 명이 있고, 이들은 공격의 타깃이다. 더욱이 이 기지는 미국의 해외 불법수용소 가운데 하나로서 500여 명이 감금되어 있다. 이곳에서 자행된 고문과 학대, 살인은 이미 2002년부터 인권단체들에 의해 폭로되어 왔다.
결국 미국의 무모한 대테러 전쟁이 빚어낸 참상, 그 전쟁과 점령을 지원하는 한국군 파병이 윤병장 죽음의 밑바탕이 된 것이다. 그 전쟁과 파병은 이라크에서 최대 65만 명, 아프간에서 1만 명 이상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윤병장의 죽음도 그 비극 전체의 일부이다.

이미 지옥의 문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할 때부터 열렸다

노무현 정부는 파병을 일컬어 ‘남는 장사’라고 했다. 그러나 침략전쟁에 동참하여 점령군의 일원이 되고, 아무 죄없는 사람들과 병사들을 희생시키는 전쟁파병 정책이 과연 남는 장사인가? 권력자들은 미국에 체면을 세우고 이익을 남겼는지 모르지만 민중은 생명을 잃었고 평화를 짓밟혔다. 파병을 장사로 생각하는 노무현 정부에게도 윤병장의 죽음은 악몽일 것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는 파병 주둔부대의 최대의 목표를 사망자가 나오지 않게 하는 것에 두었다. 이를 위해 이라크의 자이툰 부대, 아프간의 다산․동의부대는 거의 바깥에 나오지 않고 부대에만 주로 틀어박혀 있었고, 위험한 정보가 들어올 때마다 모든 영외 활동을 중단해 왔다. 그런데도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은 정세의 심각성을 더욱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이미 지옥의 문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할 때부터 열렸다. 미국이 아프간과 이라크를 침략하고 노무현 정부가 그에 따라 파병을 해서 오무전기 노동자들과 김선일씨가 죽었고 이제는 병사까지 죽었다. 이 미친 전쟁과 파병을 계속 따라가는 것은 더 깊은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쟁에서 평등한 것은 민중의 고통뿐이다.

글로벌 대테러 동맹을 해체해야

이라크에서는 미군의 점령이 불러온 종파 갈등으로 극단적인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미군 사망자도 9.11 사태의 희생자 숫자를 훨씬 넘어서 3천 2백여 명에 이르렀다. 이미 미군은 철수하지 않는 이상 이라크의 정치․사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미국은 아프간, 이라크뿐만 아니라 작년에 소말리아, 레바논에서도 전쟁을 벌였다. 미국의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레바논인 3천여 명이 희생되었다. 더욱이 미국은 이제 중동 반미블록의 핵심으로 지목하고 있는 이란에 대해서까지 전쟁을 확대하려고 한다. 아프간, 이라크, 레바논을 전쟁으로 망쳐놓은 미국이 이란에 대해서까지 전쟁을 벌이면 그 파멸적 결과는 예측하기도 힘들다. 이란에 대한 군사적 행동은 필연적으로 이라크보다 더한 비극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또한 미국은 작년에 나토와 한국의 협력을 제안하면서 군사동맹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 제안에는 한국, 일본, 호주, 스웨덴, 핀란드 등이 포함되는데, 이는 나토와 아시아태평양, 중동 지역 간의 군사 활동을 강화하려는 것이며 ‘글로벌 대테러 동맹’을 완성하려는 것이다. 한국과 나토의 군사적 협력이란 아프간에 병력을 더 파병하라는 요구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은 아프간에 한국군 전투병을 보내라고 요구한 바 있다. 글로벌 대테러 동맹은 전쟁동맹일 뿐이다. 신자유주의 군사세계화를 확산시키는 대테러 전쟁을 중단하고 동맹을 해체해야 한다.

민중의 평화행동으로 전쟁과 파병을 중단시키자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계화, 빈곤과 불평등, 배제와 적대가 만들어낸 갈등과 폭력을 군사행동으로 진압할 수는 없다. 전쟁과 파병을 지속하는 한 비극은 계속될 뿐이다. 제2, 제3의 윤장호가 나오는 것을 막는 유일한 길은 민중의 평화행동으로 이 야만적인 전쟁과 거짓투성이 파병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파병을 철수시킬 의지도 능력도 없다.
아프간 전쟁으로부터 6년째, 이라크 전쟁으로부터 4년째이자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될지도 모를 올해에는 반드시 군대를 철수시키자. 오는 3월 17일에 개최되는 국제공동반전행동에 모두가 결집하여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행동에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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