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346호 | 2007.03.20

99주년 세계 여성의 날, 그녀들의 저항이 보여준 것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연대, 사회서비스 시장화 정책 반대 공동투쟁에서 시작하자

사회진보연대
[출처: [울산노동뉴스]]


지난 3월 7일 울산과 광주에서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알몸 시위를 했으나 처참하게 강제 해산되었다. 그녀들의 절박한 저항이 보여주는 것은 벗은 몸이 아니라 생존의 권리를 박탈당한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이다. 2007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노조결성의 자유와 노동3권을 요구했던 99년 전의 미국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역사’로 기념하기에는 오늘날 여성들의 처한 현실이 99년 전과 너무도 닮아 있다. 남녀평등과 여성의 노동권, 단결권은 헌법에만 명시되어 있을 뿐, 여성노동자에게는 현실의 권리가 아니다.

그녀들은 이미 폭력 앞에 벌거벗겨져 있다

울산과학대 청소용역 여성노동자 8명은 사측의 일방적 계약해지 통보와 사직서 서명을 거부하고 지난 2월 26일부터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탈의실에서 농성을 벌여왔다. 광주시청의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 역시 해고를 하루 앞둔 3월 7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청사 안에서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직원들은 농성중인 여성노동자들을 완력으로 끌어내고자 했고, 그런 상황에서 그녀들이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만질 수 없도록 옷을 벗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시위조차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녀들은 일자리를 지키려는 절박함으로 스스로를 또 다른 폭력에 노출시켰지만 몇 년 동안 일하던 바로 그 일터 밖으로 간단히 내동댕이쳐졌다.
99년 전 미국의 봉제공장 여성노동자들은 불에 타 죽었고, 경찰은 여성의 일할 권리와 단결·저항할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총을 겨누었다. 울산과 광주의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은 법이 보장해 놓은 최저임금과 연장근로수당,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를 받기 위해 노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해고되었다. 저임금의 불안정한 고용 속에 빈곤으로 내몰린 여성노동자들에게 그런 상황을 스스로 바꿀 수 있는 저항할 권리조차 없는 것이 100여년의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여전히 존재하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이미 여성노동자들은 폭력 앞에 벌거벗겨진 채 살아가고 있다.

왜 여성들은 더 빈곤한가?

여성들은 왜 더 빈곤하고, 왜 많은 여성들은 저임금과 불안정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는가? 여성들 역시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생존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남성가장들이 벌어서 가족을 부양한다는 ‘가족임금이데올로기’는 여성가장, 일하는 여성노동자의 존재와 현실을 가릴 뿐만 아니라 여성노동자의 저임금과 여성노동의 가치절하를 정당화한다. 또한 출산, 양육, 노인부양, 가사의 1차적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는 성별분업이데올로기와 이러한 노동을 가족 내에서 이루어지게 하는 제도는 재생산 노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개별가족에게 전가하고 여성들의 이중노동의 부담을 강화시킨다. 따라서 여성들은 가족 내에서 이러한 노동을 하거나 그러한 의무로 제한받기 때문에 일자리에 대한 선택권이 넓지 않아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도록 강요받는다. 이러한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여성들은 끊임없이 빈곤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은 재생산 노동의 상품화, 시장화 전략이다.

노무현 정부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부족과 사회적 재생산 부담의 증가를 해결할 방안으로 ‘여성인력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리고 지난해 9월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간병과 보육 등과 같은 ‘사회서비스’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이란 정책을 발표했다. 정책의 골자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매해 20만개씩 80만개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만들어, 사회서비스를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치 정부가 간병과 보육과 같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여 여성들의 부담을 경감하고,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선전되고 있어 이 정책의 문제점이 사회운동 내에서 폭넓게 공유되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정부재정을 투여해 만들겠다는 일자리의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 일자리들이고 간접고용 또는 시간제 노동으로 안정적 고용조차 보장받지 못할 일자리들이다. 이러한 노동조건은 ‘시장’에서 만들어질 일자리의 선례가 될 것이다. 또한 80만개의 일자리는 정부재정을 투여하는 10만여 개의 일자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각종 규제완화와 기업의 세제지원을 통해 사회서비스 ‘시장’을 활성화하여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서비스 제공 방식 또한 이러한 서비스를 시장에서 구매할 능력에 없는 빈곤계층에 한해서만 서비스 이용쿠폰을 제공하는 바우처 방식을 확대할 계획인데 이는 결국 재정 투여를 통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공적 인프라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간병, 보육을 시장에서 구매해야만 하는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은 겉으로 보기에는 서비스 수요자에 대한 직접적 지원(2007년 약 15만명의 노인·중증장애인·산모신생아 가정 등에 대해 월평균 20만원의 바우처 제공)의 형태로 보이지만, 실상은 경쟁적인 서비스 시장을 통해 제공되는 차별적 서비스 혜택을 정당화하는 방식이다.
이에 지난 3월 8일 여성노동자들은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이 정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가졌다. 그동안 공식/비공식 부문에서 이러한 서비스 노동을 해왔던 보육, 간병, 자활 노동자들은 이 정책이 현재 자신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는커녕, 이러한 열악한 노동조건을 고착화하고 확산시킬 것이라며 비판하고 사회서비스 정책의 공공성 강화를 요구했다.

서비스 구매자와 제공자를 넘어 ‘여성’의 연대로

정부의 사회서비스 시장화 정책은 결국 여성노동자들을 서비스 구매자와 제공자로 만나게 하여 여성노동자의 요구와 권리를 개별화하고 대립시켜 여성노동자간의 연대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우선 이러한 시장화 정책에 반대하는 여성노동자들의 공동의 요구와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해온 여성노동자들의 경험과 권리를 존중하는 것을 전제로 사회서비스가 평등하고 보편적으로 제공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고용형태와 조건에 따라 그 혜택이 달라지는 출산·육아휴가제도와 보육료 지원 등의 개별화된 요구를 넘어 누구나 안전하게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고, 치료받고 쉴 수 있는 사회적 제도와 권리를 노동자운동의 집단적 요구로 구체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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