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347호 | 2007.03.23

협상 잘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신자유주의와 한·미 FTA를 끝장내는 투쟁을!

사회진보연대


한·미 FTA 협상, 타결되고 마는가?

한·미 양국정부가 FTA 협상을 마무리 짓는 데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미 행정부가 의회로부터 부여받은 무역촉진권한(TPA)의 기한을 넘기지 않고 신속하게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목표에 따라 오는 3월 30일까지 모든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것이 이들의 계획이다. 지난 3월 초 서울에서 열린 8차 협상을 거치고도 처리되지 못한 쟁점들을 이번 주 서울과 워싱턴에서 열린 고위급 협상을 통해 처리하고, 그래도 남는 쟁점은 3월 26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간 협상을 통해 처리한다는 것이다.
현재 미 무역협상대표부(USTR)는 무역규모 7위 한국과의 FTA 협상의 ‘성공적인 타결’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고 여기에 모든 힘을 쏟아 붓고 있다. 지금껏 진행된 협상의 결과를 놓고 한국 측은 어느 것 하나 얻은 것이 없는 ‘일방적인 퍼주기’ 협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3월 20일 한·미 FTA 관련 미 하원 청문회에 나선 미국의 자동차, 농업, 제약업 등 업계 대표들은 한국이 ‘철의 경제 장벽’을 치고 있다며 ‘더 많은 자유화’를 이루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미 FTA를 통해 철저하게 국익을 챙기자”던 노무현 대통령은 더 이상의 농업 파탄을 막기 위해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농민들을 “정치적으로 손해지만 한미 FTA를 체결하여 농업구조조정을 1차적으로 시작하자.”, “농업도 철저하게 시장의 원리에 따라야 한다.”는 망언으로 꾸짖기까지 했다. 뒤이어 22일 농업부문 고위급협상 막판에 미국 측은 “쌀 개방 문제도 다음 주 통상장관급 협상 의제로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쌀이 협상 의제로 올라오는 것은 기필코 막을 것”이라는 정부 협상단의 호언장담을 무색케 한 것이다. 결국 정부 협상단은 ‘미 의회 일정에 따른 타결 시한 내에 협상을 타결한다.’는 정해진 결론 외에는 아무런 목표도 없이 무조건 내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퍼주기 협상에는 이유가 있다

한미 FTA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협상결과를 둘러싼 대차대조표가 여러 곳에서 제시되고 있다. 얻는 것 없이 마구 퍼준 협상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그 동안 정부는 몇몇 분야에서 희생이 따르더라도 무역구제, 섬유세이프가드 철폐, 전문직비자쿼터 도입 등 몇 가지만 따내면 기업의 수출이 늘어나 큰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처럼 떠들어댔다. 그러나 이렇듯 협상을 통해 얻어내겠다던 의제들 중 관철시킨 것은 없고, 투자자국가소송제, 신약특허 연장, 비위반제소 등 그 파괴적 효과가 고스란히 민중에게 전가될 문제들은 모조리 받아들였다.
눈에 보이는 대차대조표상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이토록 심각하지만, 정작 중요한 사실이 또 있다. 노무현정부가 한·미 FTA를 체결함으로써 얻으려는 효과는 몇 가지 품목의 수출 확대를 위해 미국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한국경제 자체를 구조조정하는 것이다. 협상 초반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FTA가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한다’는 의미가 “서비스를 가지고 우리가 미국에 더 팔자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시장을 열어서 우리 서비스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는 자발적 자유화 조치를 단행해온 터라 이 분야에 대해서는 아무런 쟁점 없이 일찌감치 타결되었는데 노무현대통령의 계산대로라면 모든 것을 다 내주더라도 이렇게 해서 한·미 FTA를 타결하기만 한다면 이익이라는 결과라 나오는 것이다. 초민족자본이 국내 시장에 들어와 이윤을 창출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투자를 유치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금융화된 세계 경제에 더욱 밀착하면 경쟁력을 갖춘 몇몇 자본이 이윤을 확대하는 데 좋은 조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 민중은 이 지겹도록 반복되어 온 국가경쟁력 강화가 소수의 자본이 살아남기 위해 다수 민중에게 혹독한 고통을 안겨주는 과정이었음을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3저 호황 이후 1990년대 초반 불어 닥친 경제위기를 WTO, OECD에 가입해서 해결하자던 김영삼 정부의 해법, 이 때문에 발생한 1997년 IMF 외환위기를 IMF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받아들임으로써 해결하자던 김대중 정부의 해법은 한국경제의 불안정성을 더욱 확대하는 과정이었고 그 결과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의 확산에 따른 고용불안과 빈곤의 확산, 농촌·농업의 붕괴와 농민 생존권의 파탄, 공적 서비스의 축소와 양육·노인부양에 대한 여성의 의무 강화였다. 이러한 결과를 ‘사회양극화’로 인식하며 이를 한미 FTA를 통해 해결한다는 노무현정부의 해법은 전혀 새로울 것도 없을뿐더러 전반적인 민중 삶의 위기를 더욱 가중 시킬 뿐인 이미 실패한 해법이다.

민중의 삶과 권리를 우려한다면 한미 FTA 자체를 문제삼아라

한미 FTA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그 결과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협상결과가 대선을 앞둔 정치공방의 소재로, 정계개편을 위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의원 38명이 ‘반의회적, 반민주적 협상과정’을 규탄하며 ‘졸속협상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미 FTA 협상을 즉각 중단하라’는 입장을 발표한 데 이어, 김근태, 정동영 등 여권의 주요 대선주자들도 현재의 협상이 ‘이 대로는 안 된다’며 차기정부로 협상과 비준을 넘길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FTA 체결을 원론적으로는 찬성한다는 한나라당 대선주자들 역시 농업을 비롯한 민감한 분야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하며, 협상 결과에 따라 비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통합신당준비모임, 민생정치모임 등 구 여권 세력들도 일방적인 퍼주기식 협상을 성토하며 현재의 FTA 협상이 중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제출하고 있다.
그러나 협상 결과만이 문제인가? 노동자 민중의 제반 권리를 파괴하여 초민족자본의 자유를 확대한다는 FTA 자체가 문제고, 이렇듯 노동자 민중의 삶에 중대한 문제에 대해 노동자 민중은 정작 아무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반민주적인 협상 추진 과정이 문제고, 자신의 삶과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한미 FTA 협상을 저지하겠다고 나선 노동자민중의 정당한 주장을 폭력으로 짓밟은 것이 문제다. 이들의 말대로 FTA 협상과 비준을 차기 정부로 넘긴다면, TPA가 연장되어 협상기간이 늘어난다면 결과가 달라질 것인가? 한미 FTA가 한국경제의 성장을 위한 발판이라고 칭송했던 사실은 뒤로한 채 협상결과만을 놓고 뒤늦게 협상단의 협상력이 문제의 핵심인양 호도하는 이들의 관심은 민중의 삶과 권리가 아닌 대선을 앞둔 정계개편에서의 주도권일 따름이다.

신자유주의와 한·미 FTA를 끝장내는 투쟁을!

3월 26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통상장관급협상이 끝나고 나면 협상 타결 여부가 가려지게 된다. 그리고 그 동안 정부가 주장해왔던 한미FTA가 가져다 줄 ‘국익’이 무엇인지, 그것이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인지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그 뒤에는 정해진 절차에 따르면 국무회의에 협상 결과가 보고되고, 국회가 검토하고 나면 오직 양국 대통령의 ‘서명’만으로 협상이 ‘체결’되고 만다. 이 과정은 미국의 TPA 시한을 맞추기 위해서는 오는 6월 말까지 마무리되어야 한다. 그 뒤 양국 정상이 체결한 협상 내용에 대해 국회가 사후 비준하는 절차를 거치게 되면 이 협상은 효력을 발휘한다.
지배세력들은 국회비준이라는 절차를 통해 협상 결과를 심판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운동진영이 이를 기다릴 이유는 전혀 없다. 6월 말이 되기 전, 노무현과 부시 단 두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지게 될 한미 FTA 체결을 저지하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운동이 할 일은 협상결과의 대차대조표를 놓고 양국 협상단간의 게임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따지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한미 FTA를 통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완성’이라는 지배세력의 전망이 이미 파탄난 것임을 선언하고, 그 동안 한국사회에서 추진된 자본 중심의 세계화가 가져온 노동자 민중의 삶의 위기에 대한 해법을 스스로 조직해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광범위하게 진행되어 온 한미 FTA 반대투쟁의 과정에서 사회운동은 이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출했다. 자본의 효율성이 아닌 노동권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농업포기가 아닌 식량 주권이, 제약자본의 배만 불리는 특허권이 아닌 노동자 민중의 건강권이, 이윤이 아닌 필수 서비스에 대한 민중의 접근권이 바로 대다수 민중이 처한 삶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바탕이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민중들의 대안이 바로 한미 FTA 체결을 저지할 수 있는 힘이다. 미국 주도의 금융세계화에 적극적으로 편입되어 초민족 자본의 수탈과 착취를 강화하는 ‘자유무역’의 메커니즘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것인가 아니면 노동자 민중의 필요에 부합하는 교역의 메커니즘을 새롭게 세워내고 민중의 권리를 바탕으로 더 많은 민주주의를 쟁취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더 많은 논쟁과 토론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3월 25일 시청에서 열릴 한미 FTA저지 범국민 총궐기를 대중적으로 성사하고 한미 FTA 체결저지 투쟁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위한 힘을 모아내자.
주제어
경제 민중생존권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