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360호 | 2007.07.21

노동자의, 여성의, 시민의 이름으로 이랜드 전 매장 점거·봉쇄투쟁을!

사회진보연대
지금 노무현 정권이 틀어막으려 하는 것은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다!

노동부 장관은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랜드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7월 19일 최종협상이 결렬되자마자 노무현 정권은 기다렸다는 듯이 경찰력을 투입했고 “불법행위 엄단”을 실천했다. 그들은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며 사태를 장기화시켰고 불순한 외부세력이 개입하고 있어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다.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의 처절한 외침과 그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공권력으로 틀어막으려 한 것이다.
하지만 비정규직관련 노동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날인 6월 30일, 그/녀들이 농성에 들어간 날부터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의 외침은 이미 그/녀들만의, 유통노동자들만의 외침이 아니었다. 그 법은 스스로 천명하듯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의 생존권을 더욱더 나락으로 빠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은 이 악법의 명백한 피해자요 당사자들이었다. 이 법의 폐기를 주장하며 농성한 날부터 그/녀들의 목소리는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아주 분명하게 대변하기 시작했다. 지배세력들이 이 상황을 ‘부정적 사례’로 규정하며 ‘이랜드 사태'로 상황을 축소하려 해도 이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노무현 정권이 공권력을 투입해 틀어막으려 했던 것은 바로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 20일 연행 현장. 몸은 잡혀가도 맞잡은 연대의 손이 있기에 그녀는 웃는다[사진출처:참세상]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은 어떻게 1500만 노동자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었는가?

농성 첫날부터 그/녀들은 자신들의 투쟁이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 모두를 대변하는 투쟁임을 명백히 했다.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에겐 이랜드 회사가 단 한 번의 협상도 제대로 나서지 않았던 것에 분통이 터지기도 했지만, 비정규관련법안의 시행일이 마치 사형선고일이 되듯 계약갱신여부 기준일이 되었던 것에도 분노했다.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은 이 비정규법안이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자식들마저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만들고 말 것이라는 점을 직감했다. 그/녀들은 자신의 요구를 내세우는 것이나 비정규악법에 맞서 싸우는 것이 결코 남부끄러워 할 일이 아님을 깨달았고, 무엇이 진실한 것이며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를 기억해내고 말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노동조합의 참여자로서,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민주화운동을 기억하는 당사자로서, 부정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어머니/아버지로서 자신의 행동을 설명했다. 그들이 풀어놓은 것은 일관된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엉켜 있었지만 한결같았다. 그/녀들은 자신에게 벌어진 일이 한국사회에서는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되며, 이를 다른 이들에게 넘겨줄 수도 없다고 결심했다. 자신들의 투쟁이야말로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 1500만 노동자 아니 전체 시민 모두의 투쟁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요구를 시민들의 보편적인 요구로 전화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녀들은 노동자의 권리, 시민의 권리의 분할을 근저에서부터 뒤흔들어 놓았다.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으로의 단결이라는 기치 하에 정규직·비정규직이라는 분할을 깨뜨렸다. 이 투쟁은 지배세력들이 바람직한 산별 교섭의 상이라고 추켜세우는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위해 정규직이 대신 협상에 나선 투쟁이 아니었다. 같은 매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로서, 같은 지역에 사는 시민으로서, 같은 노동조합의 소속으로서 그/녀들은 정규직, 비정규직 가리지 않고 공동의 요구를 내걸고 함께 투쟁했다. 함께 거리로 나서고 함께 농성을 전개했었던 것이다. 노동자들의 단결은 뒤로한 채 정규직 조합원의 양보(임금동결)와 비정규직 직원의 처우개선(그것도 분리직군·직무급제를 전제로 하는)이라는 양보교섭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동시에 그/녀들은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침해받을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작업 거부와 파업투쟁은 물론 자신의 사업장에 대한 점거·봉쇄도 지극히 정당하다는 점을 천명했다. 모든 대화를 외면한 사측에 압박을 넣기 위해서든 여론을 환기시키는 차원에서든 이 사업장의 명실상부한 주인으로서든 어떤 차원에서든 말이다. 더구나 그들은 자신의 사업장에서의 점거과정에서 소비자로서의 불편함에 대해 노동자로서의 절박함을 호소했다. 그/녀들의 호소에 담긴 절박함과 진실성, 보편성은 대중들 사이에서 지지를 받았고 이른바 소비자로서의 권리와 노동자의 권리를 대립시키는 허구적 이데올로기에 파열구를 냈다. 지역주민들은 할인마트, 백화점 공간이 자신에게 ‘값싸고 무한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공간’만이 아니라 함께 거주하는 주민이 노동자로서 일하는 공간이라는 사실, 그/녀들이 점거하고 있는 바로 그곳이 그/녀들의 작업장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그/녀들은 ‘여성’노동자를 부차적인 노동력으로 취급하는 부당한 차별과 억압을 폭로하고 여성의 정체성을 가족 내로 묶어 두려는 통념에 정면으로 맞섰다. ‘반찬값 벌러 온 아줌마’라며 홈에버와 뉴코아 사업주·관리자들이 자신을 업신여겨왔던 것에 분노했고 자신이 가계 생계의 절반 아니 그 이상을 짊어지고 있는데도 저임금/임금차별이 당연시 여겨지는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 할인마트·백화점노동자의 이직률이 60%가 넘는다는 사실을 내세워 ‘걸핏하면 회사를 그만두고 가정으로 돌아가는 노동자들을 어떻게 정규직으로 고용하냐’며 비정규직 고용을 당연시 여기는 회사 측의 교활한 선동에 이직률이 높은 것은 이곳 노동조건이 저임금에다 화장실도 한번 제대로 못갈 만큼 형편없이 열악하기 때문이지 공연히 남 탓 하지 말라며 반박했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여성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그/녀들은 ‘주부가 어떻게 파업현장, 농성현장’을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속된 통념을 깨뜨렸고, ‘가정으로 돌아가고 싶은 주부’라는 구래의 통념에 맞서, 농성장을 이끄는 투쟁주체로서 전면에 나섰다. 그/녀들은 이 투쟁을 아래로부터 결의하고 그에 기반을 두어 연대전선을 확장하고 강고히 하는데 있어 자신의 발언을 결코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투쟁은 노동자의 조직과 단결, 투쟁에 있어 지역적 차원의 연대가 매우 유효함을 보여주었다. 서울상암, 서울북부, 인천, 경기 지역에서 이루어진 지역적 차원의 연대 활동은 조직을 확대한다는 단순한 미조직 조직화가 아니라 기존의 노동조합 운동을 새로이 바꾸기 위한 토론과 실천을 동반한 새로운 실험이었다. 노동조합은 새로운 조직화의 양식을 경험했고 민주노동당의 지역위원회는 운동을 직접 조직하고, 실험하고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정당운동의 보다 중요한 위치를 새로이 발견할 수 있었다. 오랜 토론에 기반을 둔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에 두었던 헌신적인 지역대책위 활동을 통해 사회운동단체들은 정파적 경계를 넘어 새로운 지역운동의 가능성을 개척했다. 동시에 이런 지역별 연대운동은 단지 지역 안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투쟁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지역에 기반을 둔 운동이 현장에서의 투쟁을 활성화는 것에서부터 투쟁의 전선을 전국적인 차원으로 확장하는 것까지 매우 유력한 형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노동자의 이름으로 시민의 이름으로 이랜드 전 매장 점거·봉쇄투쟁을!

지금 이 투쟁은 새로운 분기점을 맞이하고 있다. 이랜드 사측과 경영계, 그리고 노동부와 지배세력들은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 아니 노동자 전체의 투쟁으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조바심을 내며 공권력을 투입하면서까지 진압에 나서기 시작했다. 사측과 노동부는 ‘불법적 행위’이었음을 강조하지만 이 문제는 합법적 수단/불법적 수단이라는 차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이름만 알량한 ‘비정규직 보호법’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무기계약’, ‘직무급제’는 차별을 영구화할 뿐이라는 점이 폭로되면서 비정규직 문제의 진정한 해법이 무엇인가가 대중들 사이에서 매우 중요한 쟁점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들의 비참한 현실과 용역깡패의 폭력, 경찰폭력에도 굴하지 않는 처절한 투쟁이 침묵해왔던 시민들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렇게 진전해 온 투쟁을 더욱 진전시켜야 한다. 이번 투쟁이 이미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 나아가 전체 노동자들의 권리를 대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별 사업장을 타격하는 것을 넘어 비정규직 악법 자체를 공격해야 한다. 이미 소비자와 노동자의 분할에 금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단지 ‘불매운동’만을 요구하고 다시 소비자로 돌아가라고 해서는 안 된다. 이미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주어진 정체성을 거부하고 ‘여성’으로서 당당한 권리를 요구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현 시기 이 투쟁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일차적 길은 지역연대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매장 봉쇄 투쟁을 벌이는 것이다.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시당, 지역사회단체들이 가능한 형태로 자신의 지역에서 이랜드·뉴코아 매장 봉쇄·점거 운동을 벌여야 하고, 그 공간에서 노동자들의 발언, 시민의 발언을 조직해야 한다. 그/녀들이 명백히 선언했듯 노동자 모두의 권리를 위한 투쟁으로 확산해야 한다. 이름만 알량한 ‘비정규 보호법’이 야기한 비참한 현실을 폭로함으로서 비정규직 고용을 당연시 여기는, 여성노동에 대한 저임금을 당연시 여기는 지배이데올로기에 파열구를 내야한다. 노동의 불안정화에 맞서는 투쟁이, 여성노동권을 향한 투쟁 가능하고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대중들 사이에 심어 놓아야 한다.
이 투쟁의 성공여부는 단지 뉴코아·이랜드 노동조합이 점거 농성을 얼마나 더 강고하게 버틸 수 있는가/혹은 새로운 점거 농성지를 형성할 수 있는가 여부에만 달려 있지 않다. 이 투쟁이 지역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가,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 정당 사회단체 회원들, 나아가 시민들의 참여가 확대될 것인가 여부에 달려 있다. 그 과정에서 신자유주의가 아닌 또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대중들이 스스로 찾을 수 있는가 여부에 달려있다. 우리 모두 뉴코아·이랜드 노동자의 이름으로, 노동자의 이름으로, 여성의 이름으로, 시민의 이름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여성의 권리를, 다름 아닌 시민의 진정한 권리를 선언하고 쟁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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