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361호 | 2007.07.27

안전한 원자력, 그 신화를 벗겨라!

일본의 원전 사고를 통해 바라본 남한의 위험천만한 원자력 정책

사회진보연대
지진, 원자력 안전신화를 뒤흔들다

지난 7월 16일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엄청난 인명ㆍ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규모 6.8로 측정된 이번 강진으로 9명이 숨지고, 110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지진 발생 후 하루 동안 강한 여진이 80여 차례나 계속되면서 8백여 채의 집이 부서지고, 6만여 가구에는 수돗물이, 2만 5천 가구에는 전기 공급이 중단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 지진으로 일본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자력 발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방사능이 유출되는 등 심각한 사고가 잇따랐다. 지진으로 발전소 3호기의 변압기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방사능이 포함된 7호기의 냉각수 1.2톤이 방수구를 통해 바닷가로 누출되었다. 7호기의 주배기통을 통해 배출된 공기에서는 보통 검출되지 않는 요오드, 코발트60 등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었으며, 저준위 방사능 폐기물이 들어있는 드럼통 100개가 원전 터 안에서 쓰러져 여러 개의 뚜껑이 열리는 황당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도쿄전력은 방사능 유출이 극히 미미해 환경과 인체에 전혀 무해하다고 강조하고는 있지만 불안감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발전소 설계 기준치를 2.5배나 상회하는 강진으로 내진설계에 관한 한 최고의 기술력과 안전성을 자랑해 왔던 일본의 원자력 안전신화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최근 많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수명이 만료된 고리 1호기의 수명 연장이 추진되고,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가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가리와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수많은 민중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러한 사고는 유독 지진이 많은 일본의 문제가 아니라 원자력을 이용하는 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다. 남한의 원자력 발전 상황과 핵 정책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원자력 이용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할 때다.

지난 7월 16일 발생한 지진으로 구내도로가 구불구불 휘어져버린 가리와 원자력 발전소 내부의 모습


한국은 안전한가?

이번 지진의 특징은 일본 열도의 서쪽 면, 즉 한반도 쪽의 해저 활성단층(100만 년 전 부터 계속 활동하거나 다시 지진활동을 할 가능성이 있는 단층)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2004년 니가타 현 지진(67명 사망)과 지난 3월 노토반도 지진(1명 사망, 300여 명 부상) 등 최근 몇 년 간 규모 6 이상의 강진은 간토 대지진이나 고베 대지진 등 일본 열도 동쪽 면에서 있었던 이전의 지진과는 정반대지역인 일본 열도의 서쪽 면에서 일어났다. 동해 쪽과 맞닿아 있는 이 지역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경우 한반도 역시 지진 해일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파악하지 못한 해저 활성단층의 문제도 있다. 1988년 도쿄전력이 정부에 제출한 원자력 발전소 건설 신청지에는 이번에 진원지가 된 활성단층이 빠져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신진수 지진연구센터장은 ‘국내 원전부지도 일본처럼 부지 물색 당시에 발견하지 못했던 해저 활성단층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건설 예정지 주변에서 활성단층인 읍천단층이 발견된 신월성 1, 2호기의 경우 건설 허가에 무려 5년 5개월이나 걸렸다. 그럼에도 지질 전문가들은 읍천단층의 잠재 지진 규모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되었다며, 신월성 1, 2호기의 안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자력 발전소 20기와 건설 및 준비 중인 8기에 적용되는 내진설계 기준은 0.2g(지반가속도)로, 한국수력원자력은 ‘한반도 지진 발생 상태를 과학적으로 고려할 때 내진설계 기준이 0.2g이면 충분히 안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0.22g인 대형 병원이나 0.3g인 대형 변전소의 내진설계 기준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 수치는 과학적 기준이라기보다는 남한의 초기 원전 건설을 일괄 수주했던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비교적 안정적인 미국 동부지역 내진설계 기준을 참고해 만든 것으로 국내 지질 여건이 충분히 반영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지진 만이 아니다

지난 6월 18일로 한국 최초의 핵발전소인 고리 1호기의 수명이 만료되었다. 1978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해 30년의 ‘설계수명(설계 당시 고려사항과 사용한 부품의 내구연한 등을 바탕으로 정해진 발전소의 수명)’이 만료된 것이다. 그러나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지역 주민들의 동의는커녕 최소한의 사회적 논의도 거치지 않은 채 고리 1호기의 수명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부와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원전 수명 연장은 단체나 주민과의 협의 대상이 아니라며, 고리 1호기 수명연장에 대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보고서’ 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새롭게 원자력 발전소 부지를 선정하는데 따르는 어려움과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실제 정부가 30여 곳에서 추진했던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나 지질상의 문제로 모두 백지화되었다. 또한 원자력 발전소는 보통 2기를 붙여 한 곳에 짓는데, 이 비용은 5조원을 상회하는 것이 보통이다. 정부 측 계산으로 고리 1호기 수명 연장에 들어갈 예상 비용이 2,630억 원이니 비용 절감을 위해 노후한 발전소를 연장 가동하려는 것이다.
2004년 일본에서 발생한 미하마 3호기 배관 파열 사고는 노후한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고리 핵발전소 1호기와 비슷한 1976년에 가동을 시작한 미하마 3호기는 오랜 가동으로 인해 원래 10mm였던 배관이 0.4mm로 얇아지면서 파열했다. 이 사고로 5명이 죽고 6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원자력 발전소는 다른 발전소보다 높은 안전성이 요구된다. 부분적인 교체와 보수를 통해 노후한 발전소를 안전하게 가동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일 뿐이며, 높아지는 반핵 여론에도 불구하고 핵정책을 고수하면서 안전을 위한 비용을 줄이려는 정부와 핵산업계의 눈속임에 불과하다.

‘방사성폐기물관리법’ 입법 예고에서 드러난 검은 속내

산업자원부는 지난 6월 20일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을 입법 예고하면서 방사성폐기물의 처리에 저장․처분이외에 재활용을 추가해 사실상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용인하고 있다. ‘재처리’는 사용후핵연료를 다시 원자력 발전의 원료로 쓰도록 가공하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핵폭탄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는 직접 처분보다 오히려 경제성이 떨어지며, 안전하지도 않다. 실제 핵 산업계는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보다 직접 처분이 약 7% 정도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작년 4월에 진행된 일본 로카쇼무라 재처리 시설의 시험 가동에서는 가동 개시 12일 만에 방사능 누출이 발견되어 재처리 시설의 높은 위험성이 드러났다. 또한 재처리 과정에서 고준위 핵폐기물은 재활용한다 하더라도 중저준위 핵폐기물의 부피가 어마어마하게 증가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려는 것은 고준위 핵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부지 선정이 어려운 이유도 있지만, 핵무기 개발의 원료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오는 11월부터 시작될 로카쇼무라 핵재처리시설의 본격 가동은 일본의 핵무장과 핵확산의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44톤의 잉여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로카쇼무라 핵재처리 시설을 통해 매년 8톤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게 된다. 즉 2010년이 되면 적어도 60톤 이상의 플루토늄 재고를 확보하게 된다는 뜻이며, 이는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 1000개분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 계획은 핵무기 개발의 욕망을 드러내주는 것일 뿐이다. 겉으로는 북한의 핵실험을 비판하면서도 이를 빌미로 한국, 일본 등 각국은 핵무장을 위한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핵산업계와 보수언론들은 ‘사용후핵연료는 재활용하면 훌륭한 자원이 된다’는 명분으로 재처리를 부추기고 있지만, 그들의 선전과는 달리 안전하지도, 경제성도 없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계획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평화를 위한 원자력? 웃기지 마라!

평화적인 원자력의 이용이라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 원자력 발전은 핵무기 개발에서 시작되었다. 핵무기와 원자력 발전의 핵심적 차이는 핵분열의 속도를 어떻게 조절할 것이냐는 문제일 뿐, 근본적인 기술은 동일하다. 원자력 발전 기술을 통해 핵무기 개발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1974년 인도의 핵실험 성공으로 이미 증명되었다.
원자력 발전은 핵 산업계가 선전하는 듯 화력발전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해결할 수 있는 대체 에너지원이 결코 아니다. 태양에너지가 변형된 형태인 다른 에너지원과 달리 핵에너지는 물질의 내부구조를 변형해 이제껏 태양을 중심으로 구성된 에너지 순환 체계에는 존재하지 않던 에너지를 인위적으로 생성해낸다. 따라서 지구의 에너지 총량이 증가하게 되고, 이것이 지속될 경우 지구의 온도 평형이 파괴되고 기후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원료 채취나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을 차치하더라도 원자력 발전 그 자체가 환경 파괴의 커다란 원인이다.
또한 원자력 발전이 시작된 이후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 핵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한 나라는 한 나라도 없다. 기껏해야 냉각하여 임시 보관하고 있을 뿐 영구처분장 장소조차 확보하지 못한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핵폐기물을 지층 깊은 곳에 처분한다고 하더라도 그 지층의 움직임을 장기적으로 예측하여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방사능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덧붙여 핵은 민주주의를 파괴하지 않고는 지속될 수 없다. 원자력 발전과 핵무기는 국가 기밀과 시설을 보호하고, 절멸의 전쟁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민중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국가 폭력을 정당화한다. 이 과정에서 원자력 발전과 핵무기에 대한 민중의 의사는 철저하게 배제된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민중의 거부를 ‘지원금’으로 유린했던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리장’ 문제나, 이번 ‘고리 1호기 수명 연장 시도’에서 과학기술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취하고 있는 태도는 이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계속해서 원자력을 이용하는 한 결코 안전한 삶을 보장받을 수 없으며 핵무기의 공포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 이번 가리와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민중의 안전과 의사는 무시한 채 고리 1호기의 수명 연장이 추진되고,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가 시도되는 시점에서 대단히 상징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의 안전 신화가 뒤흔들린 지금 원자력 발전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아야 할 때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자신들이 진행시켜온 핵무장 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세계 여러 나라의 움직임을 제어하고 진정한 평화의 길을 열어나가기 위해서라도 원자력 발전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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