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368호 | 2007.09.23

다시 부활한 노조파괴 공작과 노동자 테러

금융세계화와 노동의 불안정화에 맞서는 노동자운동의 부활이 필요하다

사회진보연대
GM대우 부평공장에서 비정규직노조가 지난 3일 점심 시간을 이용해 노조 설립을 알리는 선전전을 하려는 가운데 원하청 노무팀 관리들이 몰려 들어 이들의 현수막을 빼앗고 조합원들에게 달려들어 집단 구타를 하는 장면. ⓒ인권단체연석회의


돌아온 노조파괴 전문가 “제임스 리”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민주노조 운동이 활발해 지면서 기업들의 노동자 탄압 행태가 폭로되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하나가 128일간의 총파업을 전개한 현대중공업의 현대그룹해고자 협의회에 대한 사측의 식칼 각목 테러이다. “제임스 리”라는 이름으로 상징되던 노조파괴 전문가들이 민주노조 건설 운동이 활발한 곳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테러와 회유, 협박을 일삼았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이 20년 지난 지금, 이러한 노조파괴 공작이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상대로 예전과 비슷하게 다시 나타나고 있다. GM-대우 부평 공장에서 벌어진 비정규직 노동조합 조합원들에 대한 구사대의 집단 폭행과 일체의 선전 활동 금지 조치와 노동조합 활동가들에 대한 해고, 코스콤 노동조합 투쟁 현장에서 벌어진 용역 깡패들의 조합원 감금 사건,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에 대한 구사대의 집단 구타, 이랜드 뉴코아 파업 현장에 등장한 손도끼와 죽봉 등으로 무장한 천 여 명의 용역 깡패 등, 최근 두세 달 사이의 폭력 사태들은 80년대의 그것만큼이나 끔찍하다. 다만 20년 전 그것이 어용노조에 대한 민주노조 건설운동에 대한 폭거였다면,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조가 일정한 합법적 권리를 획득한 지금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건설에 대한 폭거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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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고민과 해법

GM-대우, 코스콤, 이랜드-뉴코아, 기아 화성공장의 모두 투쟁의 원인은 외주 용역화에 따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 고용 불안정성 증대 등 이다. 외주 용역화는 98년 이후 빠르게 증가했는데, 특히 지난 7월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이후 사용자들의 외주 용역화 요구는 더욱 커졌다(사회화와 노동 350호, 354호).
이랜드 뉴코아의 경우 다들 잘 알다시피 7월 1일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에 맞추어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하는 대신 외주용역화 한 경우이다. GM-대우는 올해 생산성 15% 상승 목표를 추진하기 위해 대규모 외주화와 비정규직 정리해고를 실시했다. 진합, 욱산 등의 외주 용역사들은 원청의 이러한 목표에 따라 추가로 정리해고 하였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청인 GM 대우에 대해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지만 GM 대우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콤의 경우 외주 용역화가 더욱 노골적인데, 코스콤의 이사들이 새운 종이 회사로 노동자들을 고용하여 외주 용역화 하였고, 종이 회사에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코스콤에 정규직화 요구를 하고 있다. 기아 화성공장의 비정규직 노조의 요구 또한 원청의 교섭 참가와 노동조건 개선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자본의 입장은 단호하다. 일체의 교섭에 나가지 않는 것은 물론 불법적 폭력을 동반한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사실 자본의 이러한 태도는 자본의 수익성 저하를 비정규직의 확대와 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통해 극복하려는 전략의 산물이다.
한국은행의 2006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6년까지의 한국의 전 산업 매출액 영업 이익률은 1% 정도 상승한 반면 매출액 경상 이익률은 7% 가량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차이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영업외수익 즉 금융 관련 수익에 기대어 경상이익을 높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본은 투자 확대를 통한 생산성 향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보다는 노동자의 외주 용역화, 사업부서 아웃 소싱 등을 통해 비용절감을 추구하며 이익을 남기는 가운데, 그 이익의 대부분을 생산적 투자확대가 아닌 금융 관련 투자에 사용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패턴은 기업들의 현금 보유 추이에서도 나타나는데, KDI의 2006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현금 보유액은 1990년 5조원 규모에서 2005년 말 40조원에 이를 정도로 상승했다. 기업들의 유동성 선호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GM이 수익성 하락에 대처하는 자본의 전략을 보여주는 한 예인데 2007년 8월 경영 보고서에서 GM 자본은 원자재 값 상승에 대한 대응책으로 노동 비용을 적극적으로 줄이려고, 미국과 유럽 내 공장의 축소와 아시아 기지(GM Daewoo, Shanghai Motors) 등과의 협력을 강조한다. GM의 글로벌 전략, 즉 미국에서의 공장 폐쇄 예정에 따른 생산기지의 세계화는 외주 용역화를 통한 노동 비용 극소화를 전제로 하여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 민중의 해법

하지만 자본의 이러한 노동비용 축소와 금융적 해법의 추구는 노동자들에게는 재앙에 다름 아니다. 사실상 원청이 작업 지시와 관리를 담당하면서도 외주 용역화를 구실로 책임 회피가 용이하므로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 기본권은 심각하게 위협받는다. 이는 임금 삭감, 고용 불안만의 문제를 넘어서 민주주의의 기본적 인권에 대한 위협으로까지 나아가는데, 자본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탄압하기 위해 용역 깡패까지 동원 폭력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자본이 이렇게까지 극악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정규직 노동자의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외면으로 인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립도 있다. GM 대우 정규직 노동조합의 사내 폭력에 대한 미온적 대응, 기아차 화성 공장에서 정규직 조합원들까지 구사대에 가담한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자본은 이러한 정규직/비정규직의 갈등을 조장하고 확대하여 노동자들의 분할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 이익이 수익성을 떠받치는 가운데 생산 부분의 이익 저하를 노동 유연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자본의 전략이 계속되는 한 정규직의 밥그릇 역시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GM 대우의 비정규직 확대의 이면에는 지구 저편 미국 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리해고가 있는 것이다.
집회 한 번을 하려면 무수히 두들겨 맞아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오늘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내일일 수도 있다. 금융화와 노동 유연화라는 자본의 전략에 맞서 체제를 변혁하기 위한 노동자 민중의 단결된 투쟁이 없다면. 20년 전 자본의 노동자 테러는 결국 민주노조운동의 분출과 성장을 막을 수 없었다. 부활한 노조파괴 공작과 노동자 테러를 격퇴하는 길은 새로운 노동자운동의 분출과 성장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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