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391호 | 2008.05.29

홈에버 매각 이후 이랜드-뉴코아 투쟁

테스코와 이랜드, 두 적에 맞서는 광범위한 투쟁만이 살 길이다

사회진보연대

이랜드자본의 몰락

이랜드 자본은 5월 8일 이랜드 패션 차이나 홀딩스(이랜드 중국법인)의 무기한 상장 연기를 발표하고, 5월 14일 홈에버를 테스코(홈플러스)에 2조 3천억 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박성수 회장이 이랜드가 그룹 전체의 부도 위기를 감내하면서까지 지키려했던 홈에버를 매각한 이유는 홍콩증시상장 계획이 불발되며 대규모 자본 모집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박성수는 노동조합에 무릎 꿇기보다는 자본금 규모로 그룹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홈에버를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이랜드 사측은 의류 시장에 전략적으로 집중하기 위해 홈에버를 매각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이랜드 자본은 6월 말부터 시작된 범사회적 이랜드투쟁에 패배한 것이다. 이랜드공투본과 사회단체의 홍콩원정투쟁이 시작된 5월 초 이랜드 리테일의 최대 투자자 중 하나였던 화인 콘소시엄은 6000억 원 상당의 자본 철수를 선언하며 “노사관계의 계속되는 악화로 인한 리스크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매각 이후 상황

하지만 이랜드 자본이 무릎을 꿇었다고 이랜드 뉴코아 노동조합이 승리한 것은 아니다. 매각 이후 이랜드-뉴코아 노동조합은 두 개의 적을 상대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오히려 상황이 매우 복잡해졌다. 이랜드 일반노조에는 홈플러스와 교섭을 할 수밖에 없는 홈에버 조합원들이 있고, 이랜드를 상대해야 하는 구 이랜드 노조 조합원들이 있다. 그리고 여전히 이랜드 그룹 소속인 뉴코아를 상대해야 하는 뉴코아 노조 조합원들이 있다.
홈플러스는 홈에버 구입 자금으로 5000억 원을 영국 본사에서 빌려오고, 나머지 약 2조 원 가량을 유상증자, 홈에버 채무 조정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조달할 계획이라 밝히고 있다.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할 때 빌린 1조 4000억 원보다 더 큰 빚을 진 셈인데, 테스코라는 초국적 기업이 모기업이니만큼 이랜드만큼의 리스크는 아니겠지만 상당히 큰 부담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리파이낸싱이 시급히 필요한 시점에서 홈플러스 사측은 이랜드노조를 가능한 자극하지 않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무노조를 유지했고, 예전 삼성맨들이 여전히 핵심 경영진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랜드 노동조합을 곱게 받아들일 리 만무하며,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홈플러스 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노조를 부정하는 발언을 했고, 고용승계를 약속했지만, 조건으로 현행 비정규직보호법의 적용, 직무급제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해고자 복직, 이랜드 사측의 각종 손배소 등은 아직 언급조차 안 되고 있다. 또한 홈플러스와 중복되는 매장에 대한 재매각 혹은 구조조정 등에 대해서도 입을 닫고 있다.
여전히 이랜드 자본을 상대해야 하는 조합원들의 경우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우선 이랜드는 그룹 부도라는 급한 불은 끈 상태인데다, 경영진의 노동조합에 대한 태도는 변화가 없다. 뉴코아살리기운동본부 식의 어용노동자모임 등을 통해 여전히 노조를 더욱 탄압할 궁리만 하고 있다. 특히 노동조합 간부들에 대한 손배소와 해고에 대해서는 전혀 타협할 여지를 두고 있지 않다.

사태 해결 없는 홈에버 인수, 그렇다면 홈플러스도 공범이다

이랜드 투쟁은 비정규악법과 이를 이용한 이랜드의 대량해고, 그리고 이랜드 사측의 상식 이하의 노조에 대한 탄압이 그 원인이다. 이랜드가 비정규직 보호법 적용 운운하며 비정규직 문제를 회피하고, 노동조합 간부 및 투쟁 대오에 대해 전향적 자세를 거부하는 이상 해결된 문제는 현재까지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이랜드를 상대로 매각 이전에 선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투쟁의 확대를 통해 매각 자체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이는 홈에버를 인수하는 홈플러스에게도 해당되는 것으로, 홈플러스가 현 사태에 대한 이랜드 측의 선해결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결국 홈플러스가 이랜드를 도와주는 것 이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랜드 뉴코아 노동조합과 사회단체들은 우선 이랜드 불매 운동을 비롯한 매장 봉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여론 형성을 위해 계속 투쟁해 나가야한다.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 홈플러스의 선심성 응답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혹시 홈플러스 측이 전향적으로 나온다 해도, 결국 홈플러스는 제 사회단체와 노동자들이 1년여 간의 투쟁을 통해 쓰러뜨리려 했던 이랜드 자본을 구한 구세주가 되는 것일 뿐이다. 또한 함께 투쟁해온 구 이랜드 노조 조합원들과 뉴코아 노동조합 조합원들에 대한 이랜드 자본의 공격을 도와주는 셈일 뿐이다.

자본의 세계화에 맞서 투쟁의 세계화가 필요하다

이랜드 투쟁이 홈에버 매각 국면에 들어서면서 홈플러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홈플러스가 이랜드 사태의 선해결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지금까지의 이랜드 자본의 작태를 볼 때, 투쟁 국면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랜드의 구세주가 되려 하는 홈플러스는 영국계 자본인 테스코의 소유로, 테스코는 세계 곳곳에 대형 할인마트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테스코는 2004년 홈플러스의 주식을 삼성으로부터 대부분 인수하여 현재 실질적인 홈플러스의 소유주가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테스코에 대해서도 이랜드 사태의 선해결 후 인수라는 요구를 조직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 영국의 노동자들과 세계 곳곳의 테스코 소유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국제적 연대와 압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영국의 테스코 노동자들은 USdaw(Union of Shops, Distribution and Allied Workers) 소속으로 테스코와 여러 차례 단체 교섭을 맺었다. 현재 USdaw가 연대하고 있는 UNI에서는 6월 중순부터 스위스에서 Tesco Alliance 노동회의를 개최, 국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테스코 자본의 노동 문제에 대해 공동 대처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국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이랜드 투쟁 역시 중요하게 다루어질 것이다. 테스코의 홈에버 인수에 대해 선사태 해결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한국에서부터의 투쟁이 국제적 테스코 노동자들의 연대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USdaw가 소속되어 있는 IUF(Internation Union of Food workers) 역시 이랜드 투쟁에 관심을 가지며 연대 방안을 찾고 있다.
이미 이랜드 뉴코아 투쟁은 이랜드 자본의 홍콩증시상장을 저지하기 위한 홍콩원정투쟁을 통해 국제연대의 힘을 확인한 바 있다. 국제 금융 기관들을 통해 노조 파업으로 인한 재정 압박을 덜어보려 했던 이랜드의 기도는 홍콩현지의 노동자들과 사회단체, 그리고 원정투쟁단의 투쟁으로 저지되었다. 그리고 이제 이랜드는 아예 홈에버를 초국적 자본에게 넘기려 하고 있다. 이제 자본이 세계화하는 만큼 우리의 투쟁 역시 세계적으로 펼쳐져야 한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 반드시 승리하자

이랜드 투쟁이 벌써 1년을 향해 가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를 전사회적으로 알려내었고, 민주노총이 승리하지 못하면 자신의 깃발을 꺾겠다고 약속했고, 지역대책위를 비롯한 200여개의 사회단체가 헌신적 연대를 벌였으며, 정규직 비정규직 연대투쟁의 모범, 지역연대운동의 모범이라 불러도 전혀 부끄러움이 없었던 이랜드 투쟁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 한다. 이는 향후 비정규직 투쟁의 사기의 문제이기도 하고, 비정규직 투쟁이 비전을 가지고 앞으로도 전진해나갈 수 있느냐하는 바로미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홈에버 매각으로 이랜드 자본이 숨통을 틔우기는 했다. 하지만 매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며, 우리는 이 국면을 오히려 가장 강력한 투쟁으로 채워야 한다. 사태 해결 없이는 홈에버를 매각할 수도 없으며, 인수하려는 자본 역시 이랜드와 같이 몰락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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