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392호 | 2008.06.05

이명박 정부의 6.3 자율규제 요청 이후 민중운동의 투쟁 과제

민중의 주권과 생존을 위협하는 이명박 정부 퇴진하라!

사회진보연대
한나라당은 6ㆍ4 재보선에서 참패했다. 한나라당은 전국 9곳 기초단체장 중 후보를 낸 6곳(수도권 3곳) 선거에서 단 한 석을 얻는데 성공했다. 재보선 투표율은 전국 평균 23.2%에 머물렀다. 이명박 대통령은 6월 9일 월요일에 전국에 생중계하려던 국민과의 대화를 무기한 연기했다. 대통령이 장시간 이야기하는 모습이 TV에 나왔다간 오히려 여론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해서는 수출 제한하도록 미국 측에 요청”했다는 정운찬 농식품부장관의 발표를 대국민사기극으로 규정했다. “새로운 사료조치 공포 후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수입한다”는 협정문을 바꾸지 않는 한 자율규제 조처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며, 설사 요청이 받아지더라도 한국이 30개월 미만 소의 특정위험물질(SRM) 주 수입처가 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위험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렇지만 현재 정부는 미국 쇠고기 수출업계의 월령 구분표시,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는다는 국내업계의 결의,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미국업계의 결의라는 3단계 절차로 최종 가닥을 잡고 있다. 6월 3일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재협상은 없을 것”이라며 “한국 국민들이 과학에 대해 더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고, 6월 2일 어청수 경찰청장은 경찰폭력을 정당화하며 “무저항 비폭력 시민이라고 하지 마라. 시민들이 폭력시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대규모 촛불집회와 국정운영 난맥이라는 여론의 질타 속에 갈팡질팡하고 있으며, 정부의 고시연기 조처는 더욱 강력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미국과 경찰의 대응은 대중의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 대책회의는 다가오는 6월 10일 100만 촛불항쟁을 호소하고 있다.



촛불집회의 확장 과정

지난 4월 17일 한미 쇠고기협상이 타결된 후 4월 29일 MBC PD수첩에서 방영된 ‘미국산 소고기, 과연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가’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5월 2일까지 이명박 대통령 탄핵 온라인 서명에 60만 명이 참여했다. 인터넷카페로 출발한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2MB탄핵연대)가 처음으로 개최한 5월 2일 촛불문화제는 11시 경 해산할 무렵 참여인원이 약 2만 명에 육박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은 각양각색의 구호를 적은 피켓을 들고 나왔다. “우린 미친 소 먹고 너는 한우 먹고 좋냐”, “내가 왜 이 나이에 목숨 걱정해야 돼”, “야자 튀고 왔다. 내일 모레 시험” 등등. 이를 생중계한 인터넷언론의 동영상 창에 댓글만 3만 개가 달릴 정도로 이 집회는 또 한 번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대규모 촛불집회가 연일 열리면서 5월 6일 인터넷 카페와 네티즌 모임, 사회단체 등이 대책회의를 결성했다. 이 자리에서 대책회의는 4대 요구사항으로 협상 무효화와 재협상, 협상경위 규명과 책임자 파면, 이명박의 책임인정과 공개사과, 광우병예방특별법(가칭) 제정을 결정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다음날인 5월 24일(토), 17번째로 열린 촛불집회부터는 가두행진이 시작되었고, 가두행진에 참여한 시민 37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5월 29일(목)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 발표를 강행하자 청와대를 향한 가두행진과 시위는 더욱 격렬해졌다. 5월 2일 첫 번째 촛불문화제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넘은 6월 4일에도 28번째 촛불집회가 전개되었다.
이번 광우병 촛불집회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인터넷을 통한 적극적인 활동(이명박 탄핵 서명, 실시간 생중계나 동영상 유포, 촛불집회에 악의적 비난을 가한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비판 등), 연설과 구호, 가두행진을 선도하는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전의 촛불집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초기 과정에서 인터넷카페가 집회를 개최하고 여기에 시민들이 폭발적으로 호응함으로써 민중운동에게 놀라움을 주었다. 또한 민중운동이 어떤 구호를 외쳐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집회를 이끌어 가야할지 주저하는 가운데 집회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구호와 행동방식을 선도하는 모습은 더욱 큰 충격이었다. 참가자들의 일부가 자연스럽게 ‘이명박 퇴진’ 구호를 외치고, 한반도 대운하, 의료보험 민영화, 상수도 민영화를 비롯한 공공부분 민영화 반대를 함께 주장하는 모습은 민중운동이 어떻게 이명박 정부에 맞서 싸워야할지 고민을 한꺼번에 날려 보내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초기에 깃발을 든다든가, 경찰과 충돌을 유도한다든가, 이명박 탄핵을 외치며 평화집회를 과격하게 몰고 가려는 참가자들은 한나라당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유언비어가 인터넷에서 돌았지만, 점차 투쟁이 고조되면서 이러한 구분선도 거의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광우병 촛불집회와 민중운동

이러한 사태의 전개과정에서 민중운동의 대표성이나 주도력이 취약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보인다. 물론 대책회의는 대부분의 촛불집회를 주관하고 있으며 대정부, 대언론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그렇지만 집회와 시위 현장에서 대책회의는 투쟁의 지도부라는 대중적 인식을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가두행진 중에도 ‘대중을 통제하려든다’, ‘집회를 정리하려든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물론 이렇게 참가자들로부터 항의를 받게 된 것은 민중운동의 관행적인 집회문화가 참가자들의 열의를 담아내는 데 한계를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민중운동의 문제는 좀 더 앞선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는 한미 FTA 협상을 위해 미국이 암묵적으로 요구한 4대 선결조건의 하나였고, 이번 쇠고기 협상 역시 미국 의회의 한미 FTA 비준을 위한 우호적인 분위기 형성을 위해 시급히 진행되었다. 따라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한미 FTA 문제는 뗄 수 없는 문제고, 한미 FTA 저지 투쟁을 전개했던 운동 흐름은 이미 2006-7년 투쟁 과정에서 광우병 위험 문제를 함께 제기해왔다. 그렇지만 한미 FTA 역시 초기에 광범위한 반대 여론이 형성되었지만 결국 국익논란을 통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되었다. 한미 FTA 저지 투쟁이 수그러들게 되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는 한미 FTA 문제와 분리되었다. 더 이상 민중운동이 상황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을 잃은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나타난 광우병 쇠고기 반대 흐름은 두 가지 극단으로 경도될 우려가 있다. 한편으로 ‘미친 소 너나 먹어’로 집약되는 운동의 흐름은 감정적 호소와 선정주의적 선전 방식, 즉각적인 분노의 표출과 단일이슈 중심의 이슈 파이팅으로 쉽게 경도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방식의 활동은 참가자들이 사회적 변화를 위해 무언가 행동한다는 만족감이나 성취감을 제공할 수 있지만, 사태의 원인에 대한 포괄적 인식을 결여한다면 일관된 운동의 형성으로 나아가는 데 곤란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기존에 시민운동이 곧잘 취했던 방식으로, 현재와 같이 가두투쟁이 장기화되는 것을 우려스러운 경향으로 보고 국회 내의 여야협의 방식으로 정국을 수습해야 하고, ‘장외투쟁’은 그러한 흐름에 호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6월 5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도 “국제적 신인도보다 국민의 신뢰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한나라당도 통합민주당 등 야당이 제안한 재협상 촉구 결의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사실상 밝히고 있다. 따라서 국회가 재협상을 요구하여 미국을 압박함으로써 정부의 운신 폭을 넓히고, 가두집회와 시위로부터 주도권을 빼앗아 오겠다는 것이다. 이런 양자의 경향 속에서는 민중운동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이 매우 힘들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의 6.3 자율규제 요청 이후 민중운동의 과제

수입 농산물이나 식품의 건강 유해성에 대한 폭로기사가 수시로 나오고, 조류독감이나 구제역과 같이 가축 전염성질병 문제가 반복해서 나타나면서 식품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그러나 국제 무역규범은 이러한 위험성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1989년 유럽연합은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소의 역내시장유통을 금지시고, 호르몬이 과다 투입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했다. 그러자 미국은 WTO에 제소로 맞섰고, 생산방식을 기초로 한 수입의 차별화를 인정하지 않는 WTO는 미국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거부와 미국의 제소가 잇따르면서 유럽-미국 간 쇠고기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러한 상황은 WTO가 초민족기업의 무역투자자유에 우선권을 두기 때문에 발생하는 당연한 결과다.
따라서 민중운동은 우선 정부의 쇠고기협상과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문제가 단지 이명박 정권의 국정운영능력 부족 때문에 벌어진 문제가 아니라 국제 무역투자규범의 필연적 귀결이며 이 배경에는 초민족기업의 강력한 압력이 작동하고 있다는 인식을 더욱 널리 확장시켜야 한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 결과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이 90%에 육박하지만, 한미 FTA 반대 여론은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하며, 광우병 투쟁이 한미 FTA 비준 반대투쟁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6월 3일 KBS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미 FTA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 뒤 비준해야 한다는 조건부 찬성이 68.6%, 빨리 통과돼야 한다는 의견이 13.7%, 국익에 도움이 안되므로 통과되선 안된다는 의견은 11.4%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현재 대책회의마저 한미 FTA 반대를 구호의 하나로 선택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한미 FTA가 노무현정권 시절에 타결되었고, 현재 광우병 촛불집회 참가자들 중에 과거 노무현 지지자나 현재 야당 지지자들이 상당수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어림짐작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광우병에 이어 상수도 민영화, 의료보험 민영화, 한반도 대운하 등이 괴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이 단지 괴담이 아니라 국제무역투자규범과 친재벌정책의 필연적 결과라는 사실이 대중적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현재 국면의 주도권을 국회 안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야당과 일부 운동세력의 경향을 경계해야 한다. 운동진영의 일부는 투쟁의 고양기에 일정한 타협점을 제시해 성과를 얻는 것이 지혜로운 행위라고 생각할 수 있다. 대책회의가 주관하는 집회에서는 정부의 자율규제 요청 이후 ‘이명박은 물러가라’는 구호가 급속히 축소되고 ‘재협상’이란 구호가 이를 대체하고 있다. 재협상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한 최소 ‘7대 안전조건’만을 재차 강조하는 것은 의도와 무관하게 확장된 투쟁의 국면을 협소한 이슈로 다시 좁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시각에서 볼 때 이명박 정부와 신자유주의 정책들과의 싸움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민주노총은 “광우병위험이 없는 쇠고기를 안전하게 먹을 권리를 지키고 이명박 정부의 민생파탄을 심판하기 위해 6월 10일 총회 개최와 촛불집회 참여를 결의하고, 6월 10-14일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며, 공공부문 사유화, 시장화 저지와 민주노총 5대 요구 쟁취를 위한 6-7월 총력투쟁을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중운동은 광우병 촛불집회로 개시된 국면을 노동자, 민중투쟁으로 한 단계 전진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민중의 주권과 생존을 위협하는 이명박 정부 퇴진하라!
광우병 확산하는 초민족자본 주도 농업체계를 넘어 민중의 식량주권을!
한미 FTA 저지하고 민중적 교역과 상호지원을!


주제어
생태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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