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394호 | 2008.06.26

고시강행과 폭력진압으로 촛불을 끌 수 없다

추가협상의 기만성과 이명박 퇴진 투쟁의 의미

사회진보연대


민중의 요구를 수용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이명박 정부

이명박 정권이 국민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뼈저리게 반성’하고 ‘새롭게 출발’하겠다며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인 지 불과 5일 만에 추가협상 내용을 반영한 <미국산 수입쇠고기 위생조건> 고시를 강행하겠다고 결정했다.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은 6월 26일 발효되어 이날부터 2007년 10월 이후 중단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이 즉각 재개된다. 정부의 고시 강행 결정과 함께 경찰은 ‘빠른 시일 내에 법과 원칙을 바로잡겠다며 두 달 가량 지속되어온 촛불 운동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본격화하고 있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 등 촛불시위 주최 단체 집행부 12명에게 체포영장을 발부받아서 엄정 조치를 할 것이며 채증자료를 정밀 분석해서 적극 가담자와 선동자에 대해서 추가 사법조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게시판 및 인터넷 방송에서의 불법 시위 선동과 조중동 광고 게재 기업 불매운동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고, 전․의경 부상 및 장비파손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겠다고 했다. 더불어 서울 시청 앞 광장 앞에 차려진 농성용 텐트도 철거하겠다고 했다. ‘촛불 죽이기’에 나선 보수단체의 폭력 난동은 묵과하더니, 25일 오후 고시 강행에 항의하기 위해 경복궁역에 긴급하게 모여든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했다. 뒤이어 촛불집회와 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134여명의 시민들이 강제연행 되었다. 26일 새벽에는 경찰은 위험성 논란으로 지난 5월 31일 이후로 등장한 적이 없던 살수차까지 동원하여 집회를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지난 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은 민중의 요구를 받아들일 의사가 전혀 없음을 고백했다. 무수한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국익'을 위한 정당한 선택이었으므로 청와대 및 내각 인사들을 몇 명 교체하는 것으로 성난 민심을 달랜 후 그 동안 걸어왔던 길을 계속 가겠다고 했다. 한미 FTA 말고는 경제를 살릴 방안이 없으니 한미 FTA 국회 비준을 서두르겠다고 했다. 공기업 민영화 역시 공기업 선진화로 이름만 바꾸어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이명박 정부는 촛불운동을 폭력적으로 탄압하면서까지 고시를 강행하겠다는 오늘의 작태로 민중의 요구를 수용할 능력 역시 없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추가협의는 기만적인 거짓말일 뿐

정부는 추가협의 결과를 발표하며 “일련의 조치로 국민들이 안심할 수준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추가협의를 통해 그동안 제기되었던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확보했다는 정부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정부가 26일 관보에 게재할 고시 내용은 4월 18일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달 고시하려던 내용과 비교할 때 본문은 한 글자도 다르지 않다. 다만 부칙의 3개 조항에 걸쳐 이번 추가협의 결과를 수록하고 있을 뿐이다. 부칙에 담긴 내용은 ‘30개월 미만 연령 검증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을 통해 과도기적인 민간자율조치를 양국 정부가 지지’한다는 점, 30개월 미만 소의 뇌, 눈, 머리뼈, 또는 척수를 수입자가 이들 제품을 주문하지 않는 한 수입하지 않는다는 점, 대표성 있는 표본에 대한 현지 점검 시 한국 정부가 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특정 작업장을 점검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전에는 수입 금지되었던 곱창, 막창과 회수육(AMR), 분쇄육, 등뼈, 사골뼈, 꼬리뼈, 혀는 제한 없이 수입이 되며, 검역에 대한 권한 역시 수출용 작업장의 승인권과 취소권을 여전히 미국 정부에 두고 있으며, 동물성 사료 규제조치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는 점에서 그동안 제기된 우려를 해소할 만한 요소가 하나도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그마저도 미국 측이 보내온 협상 결과에 따른 서한과 내용상 차이가 커서 정부가 고시를 서두르며 촛불을 잠재우기 위해 협의 내용을 의도적으로 포장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 측 서한은 이번 추가 협의를 ‘협상’이 아닌 상업적 양해에 따른 과도기적 조치를 양국 무역대표가 순조롭게 하기 위한 방안 ‘논의’라고 규정하고 있다. 논의 결과가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뇌, 눈, 척수, 머리뼈 등 4개 부위를 ‘수입중단’했다고 협상 결과를 보고했지만, 미국 측 서한에는 "한국에서 수요가 없는 뇌, 눈, 척수, 머리뼈 부위는 이제까지도 거래가 없었고 한국 내 시장 수요가 있을 때까지 이 같은 상업적 관행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를 확인했다."라고만 적혀있다. 결국 추가협상은 자신이 먹는 음식의 안전성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도록 만드는 국제무역체계에 대한 대중적인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시간 끌기에 불과한 것일 뿐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이명박 퇴진’ 구호 내걸고 신자유주의 반대 전선을 지속ㆍ확장해 나가야

광우병 논란으로 촉발된 광범위한 대중적 저항은 취임한 지 100일이 갓 넘은 이명박 정부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리고 이제 두 달 가까이 지속되어 온 촛불 운동을 잠재우고 7%대까지 하락한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취할 방안은 남은 것이 없다. 추가협상과 대국민 담화, 청와대와 내각 인사 개편이 그 방안이었다. 그러나 촛불집회에 대한 참여도가 줄었고 광우병 위험에 대한 불안감도 해소되었기 때문에 고시를 강행하여 사태를 종결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판단은 오판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방안이라는 것이 민중들이 수십일 동안 거리로 쏟아져 나온 원인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촛불집회 초반 이 운동은 ‘과학적 사실과 무관한 괴담과 근거 없는 공포’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폄하되었으며 따라서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촛불집회가 진행되면서 확산된 것은 괴담이 아니라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절대 다수 국민의 목소리에 모르쇠로 일관하던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였고, 의료 민영화, 상수도 민영화, 학교 자율화 등 이명박 정부의 친재벌/반민중적 정책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물가폭등, 고용불안으로 인해 더욱 커지는 민중의 불안과 고통을 전혀 해결하지 못할 것이었기 때문에 광우병에 대한 우려로 시작된 민중의 저항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투쟁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예상과 달리 고시 강행이 발표되자마자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경찰의 무차별적인 연행과 폭력적인 진압을 무릅쓰고 완강한 투쟁을 전개했다. 이러한 투쟁의 기운이 고시 강행으로 하루아침에 꺾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또 한 번의 오산이다. 범국민 대책회의는 정부의 고시 강행에 반대하는 투쟁을 지속할 것이며 특히 6월 28일~29일 주말 동안 1박 2일 집중 투쟁을 다시 한 번 전개할 방침이다. 7월 2일 총파업을 앞두고 있는 민주노총은 26일 관보 개제와 동시에 검역이 재개되어 곧바로 유통될 미국산 쇠고기를 막기 위해 전국 곳곳에 있는 물류창고 봉쇄투쟁에 돌입했다. 모든 사회운동이 당장에는 추가협상의 기만성을 폭로하고 고시 강행을 규탄하는 이와 같은 투쟁에 온 힘을 다해 참여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FTA 협상의 선결조건으로 제기되어 이명박 정부에 이르러 한미 FTA의 미국 내 비준을 위해 강행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는 현재의 국제무역체계가 초민족자본의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하는 것일 뿐 민중의 권리와는 관련이 없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금융위기, 유가․곡물가 폭등으로 이미 불안정성이 심각하게 노출된 세계 경제에 더욱 깊숙이 편입하는 것 말고는 경제를 살릴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제 촛불집회를 접고 모두가 경제를 살리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민중의 불안과 고통을 계속해서 무시한다면 민중의 분노는 언제고 폭발할 것이다. 국제적인 금융 불안과 유가 및 원자재가 폭등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으며 갈수록 경제성장률은 낮아지고 물가상승률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물가상승과 실업 확대로 인한 고통은 저소득층에게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식품 안전과 건강에 대한 민중의 우려를 철저히 무시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유가를 비롯해 물가인상으로 더 큰 고통을 받는 서민과, 실업이나 비정규직 고용으로 신음하는 노동자에 대해 어떤 실질적인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두 달여 동안 전국을 뒤흔든 민중의 요구를 무시하고 오로지 ‘국제적인 신뢰’를 지키기 위해 고시를 강행한 이명박 정부를 향해 ‘퇴진’ 구호를 지속하는 것은 식품안전과 건강에서부터 물가와 고용에 이르는 삶 전반에 걸친 민중의 요구를 이명박 정부가 결코 실현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두 달 가까이 민중들이 거리에서 외친 권리를 스스로 실현하기 위한 운동을 지속ㆍ확대해 나갈 것을 천명하는 것이다.
주제어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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