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398호 | 2008.07.25

금속노조 중앙교섭 ‘완전한 실패’?

산별노조 위상정립 기로에 선 금속노조

편집실

2008년 2월 25-26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가 열렸다. 대강당에는 "15만의 산별협약쟁취 중앙교섭 돌파" "가자! 투쟁의 중심 금속노조"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정갑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2008년 금속노조는 사용자들을 중앙교섭에 참가시키고 산별교섭을 확보하기 위해 운명을 건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에야 대공장들의 산별전환이 결정되었고 2007년에 초기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면, 2008년에는 기필코 15만 중앙교섭을 성취함으로써 금속노조를 본궤도에 올려야 한다는 조직적 과제의 반영이었다.

그러나 지난 7월 16일 금속노조가 중앙교섭 의견일치를 발표했고, 그에 앞서 7월 11일 정갑득 위원장은 금속 쟁대위에서 GM우와의 의견일치안을 강압적으로 통과시켰다. 이러한 합의가 발표되자 ‘부도수표에 무쟁의로 무릎 꿇은 금속노조’, ‘완전한 실패로 끝난 중앙교섭... 중앙교섭 정신마저 훼손’, ‘노사협조주의에다가 실리 없는 실리주의’ 등 강력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가? 금속노조 건설 이후 중앙교섭의 맥락과 2008년 금속노조 투쟁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금속노조의 산별전환과 중앙교섭

1998년 금속부문의 3대 조직인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맹, 전국자동차총연맹, 민주금속연맹은 조직통합을 통해 약 19만 명 규모의 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을 건설했다. 금속산업연맹은 2000년 대우차 해외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완성4사 공동파업을 전개하기도 했으나, IMF 이후 한층 강화된 구조조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산별전환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금속연맹 내에서 확산되었다. 2001년에 주로 100-500명 규모의 자동차부품 중소기업의 노동조합을 주축으로 4만 명 규모의 금속노조가 출범했다. 금속노조는 산별노조를 표방했지만 대공장이 참여하지 않음으로 인해 반쪽자리 산별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2001년부터 집단교섭 확보를 위해 활동했다. 금속노조는 규모가 크지 않았으나 상대적으로 강한 조직력을 통해 집중적인 투쟁을 전개할 수 있었고, 2003년부터 중앙산별교섭이 성사되었다. 100개 사업장이 교섭권과 체결권을 금속노조에 위임했고, 금속노조가 쟁의권을 행사했다. 2003년 중앙교섭에서 주40시간 노동, 비정규직 보호, 근골격계 대책, 조합활동 보장에서 진전을 이루었고, 2004년에는 금속산업 최저임금 700,600원, 손해배상 가압류 금지, 산업공동화 대책 마련, 사용자단체 구성, 지부별 전임자 확보에서 진전이 있었다. 2005년에 사용자단체인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사단법인)’가 설립되었고, 2006년에는 노동법이 정식으로 적용된다는 의미에서 사용자단체와 첫 중앙교섭이 실시되었다. 2005년 단체협약에서는 불법파견 판정 시 정규직화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합 활동 보장이, 2006에는 해외공장 설립이나 신기술 도입 시 노사합의라는 합의를 이끌어 내었다. 2008년 3월 현재 사용자협의회에는 95개 사업장(조합원 23,197명, 종업원 35,537명)이 가입되어있고, 여기에 가입되어 있지는 않지만 중앙교섭 합의안이 적용되는 사업장은 111개(조합원 25,000명)다.

2007년 기아, 현대, GM대우, 쌍용 등 완성차 대공장 조합원 9만 명이, 2008년 금호타이어 4천 명이 가입함으로써 금속노조는 15만 명 규모로 급격히 확대되었고, 산별노조로서 위상이 급상승했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는 완성차 4사를 금속사용자협의회에 가입시킨다는 방침을 세웠고, 2007년 사업장별로 중앙교섭 참여 확약서를 받았다. 완성차 4사 경영진이 산별교섭준비위원회를 통해 2008년부터 산별교섭에 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금속노조는 중앙교섭이 본궤도에 오르고, 지부교섭, 사업장보충교섭 구조가 안착되면 산업적, 사회적 차원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고,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여 효과적인 교섭과 투쟁을 전개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미 금속노조는 지금까지 중앙교섭을 통해 법정 최저임금보다 상향된 산별 최저임금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합 활동 보장, 불법파견과 용역 금지, 장기 임시직의 정규직화를 합의했으며 산업공동화나 하도급 불공정거래 시정 등의 요구를 제기했다. 따라서 중앙교섭이 본궤도에 오르면 금속노동자의 임금과 고용, 노동조건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아가 장차 단체협약의 효력을 산업별, 지역별로 확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중앙교섭이 금속노동자 전체의 이익을 제고하고, 금속노조가 대표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보았다. 우선 금속노조는 동종 노동자의 2/3이상이라는 단협적용 요건규정을 동종 조합원 1/2이상으로 개정하는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2008년 중앙교섭 요구

따라서 2008년 금속노조 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15만 조합원을 포괄하는 중앙교섭 성사 그 자체였다. 완성차 4사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에 가입한다면 기존에 완성차 4사는 금속노조가 사용자협의회가 체결한 단체협약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금속노조는 올해 15만 산별교섭을 반드시 성사시켜서 명실상부한 산별협약을 확보하며, 이를 위해 중앙교섭 타결 없이는 지부지회 교섭도 타결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천명했다.

또한 2008년 산별교섭의 주요 요구로 1)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선, 2) 금속산업 최저임금 994,840원 확보, 임금 기본급 134,690원(8%) 정액 인상, 3) 원하청불공정거래 시정(완성사부터 표준하도급기본계약서 작성), 4) 사내하청 처우 개선, 단계적 정규직화(생산공정 업무중 비정규직 공정의 5%를 매년 정규직화), 고용보장, 5) 노동안전 보장, 6) 교육시간 확대를 내걸었다.

올해 대의원대회에서 확정한 중앙교섭 요구에서 가장 큰 특징은 금속노조 위원장이 임금교섭권을 직접 행사한다는 것이었다. 2003-7년 지난 5년 동안 금속노조가 중앙교섭을 진행했지만 임금은 지부 집단교섭 의제였고, 실제로는 사업장 보충교섭으로 이월되었다. 금속노조 중앙에서는 임금교섭 돌입시점을 전반적으로 조정함으로써 투쟁 완급을 조절하는 역할에 만족해야 했다. 이는 금속노조의 조직구성이 50인 이하 사업장부터 4만 명 이상 사업장에 이르기까지 편차가 크고, 임금체계도 수당이 200여 가지에 이를 정도로 난삽하고, 기업 간 지불능력 차이가 실존하는 복잡한 상황에서 통일적인 임금교섭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현실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8년에는 이러한 객관적 어려움 속에서도 금속노조 중앙이 교섭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이 천명된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이는 곧 산별노조로서 금속노조의 존립 근거와 관련된다.

먼저 금속노조 내 노동자간 임금과 노동조건의 격차가 너무나 심각하다는 점이다. 2006년 조합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금속노조 내 임금 격차는 기업규모별로 네 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내부격차가 축소되지 않는다면 금속노조의 존립 근거 자체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또한 임금구성비를 보면 기본급 비중은 자동차의 경우 전체 총액의 35.1%, 비자동차 39.9% 수준이다. 나머지 65~60%는 각종 수당과 초과근로, 특별급여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임금체계를 개편해야지만 금속노동자의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개선하고 조합원 간 경쟁을 완화할 수 있으며, 실질적인 임금격차 축소도 용이해질 수 있다. 따라서 임금에 관해 금속노조 중앙이 권한을 행사할 필요성을 사용자뿐만 아니라 조합원에게도 명확히 인식시킬 필요성이 큰 것이다. 덧붙여 금속노조는 원하청불공정거래 개선, 납품단가 현실화, 다단계하도급 과정에서의 중간착취 근절을 통해 재벌기업과 중소영세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과 기업복지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했다. 한편 금속노조가 임금을 중앙교섭 의제에 포함시킨 또 하나의 상황 요인이 있다. 중앙교섭을 확보하려면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임금이야말로 조합원의 관심이 집중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즉 임금을 중앙교섭에서 다룬다면 조합원을 투쟁으로 조직하기에 더 유리한 조건이 형성된다는 뜻이다.


2008년 중앙교섭 타결 선언

이처럼 금속노조는 조직의 명운을 걸었다고 매번 강조할 정도로 2008년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러한 언사가 무색해질 정도로 지난 7월 16일 금속노조는 급작스럽게 중앙교섭 의견일치를 발표했다. 4월 15일 금속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가 1차 교섭을 시작한 지 3개월만에 가합의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합의가 발표되자 ‘완전한 실패로 끝난 중앙교섭’ 등 강력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금속노조 스스로 대의원대회를 비롯해 주요 계기마다 강조했던 15만 산별교섭 확보에서 뚜렷한 성과도 없이 교섭타결을 사실상 선언한 것이다. 정갑득 위원장은 완성4사가 중앙교섭에 나오지 않는다면 “첫 눈 올 때까지 싸우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번 결과는 15만 산별교섭 쟁취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금속노조 집행부는 완성사 중에서 GM대우가 금속노조 기본협약에 대해 ‘의견일치안’을 낸 것이 성과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GM대우 의견일치안의 요지는 2009년 사용자협의회와 중앙교섭 참가 문제를 사용자들 간 논의와 노사공동위원회 논의 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미 2007에 완성사들이 작성한 확약서와 대동소이한 것이므로, 현실적으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금속노조 지도부에서는 GM대우와의 의견접근안이 현대차와 기아차를 압박하는 효과가 있으리라 기대할지도 모르겠으나, 그것이 압박 카드로 얼마만큼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한 중앙교섭 과정에서 금속노조가 채택한 투쟁 전술은 산별노조의 의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금속노조는 중앙교섭에 참여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투쟁 자제’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중앙교섭에 참여하지 않는 사업장에게만 타격을 가한다는 그야말로 새로운 전술을 공공연하게 천명했다. 이러한 전술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7월 16일 새벽 잠정합의 이후 금속 총파업의 실질적 철회다. 금속노조는 잠정합의 직후 불참 사업장에 한해서만 부분파업을 전개한다는 파업지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투쟁 지침은 명실상부한 산별노조의 투쟁지침일 수 없다. 중앙교섭이 체결되지 않은 사업장은 그러한 사업장끼리 투쟁을 지속하라는 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금속노조 지도부는 GM대우 의견접근안을 폐기하라는 지역지부장 등의 강력한 주장도 시종일관 무시했다. GM대우 의견접근안이라는 것이 공수표에 불과하다는 명백한 현실 때문에 상당수가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금속노조 위원장은 투쟁 조직화를 위한 실질적 노력 없이 쟁대위에서 의견접근안 수용을 강요했고, 사용자협의회와의 교섭타결을 서둘러 선언해 버렸다.

그리고 사용자협의회와 체결했다는 합의안도 대의원대회에서 확정한 주요 요구안 중에서 제대로 관철된 것을 찾기 어렵다. 금속노조 중앙에서 임금협상을 한다는 결연한 선언도 물거품이 되면서 임금협상은 다시금 사업장별 논의로 이월되었다. 또한 애초 요구안은 산별 최저임금을 994,840원으로 확정했지만, 실제 합의된 것은 시급 4,080원(월급으로 환산하면 95만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치솟는 물가를 고려하면 이는 실질임금의 하락을 의미할 수 있이다. 원하청불공정거래나 비정규직 관련 요구,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선 요구는 2008년 투쟁에서 가장 역점을 기울였던 것이지만, 대부분 노사공동위원회 논의로 유보되거나 폐기되었다. 금속노조가 2007-8년 연속으로 사용자협의회에 우롱당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금속노조의 명운, 진정 어디로 가고 있나?

금속 중앙교섭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쏟아지자 금속노조 집행부는 7월 18일 <사용자협의회와의 의견일치 내용과 의미>라는 별도의 입장을 발표했다. 요지는 이렇다. 첫째, 다른 완성차가 최소한 GM대우 의견접근안 수준에 동의하지 않는 한 사용자협의회와 중앙교섭조인식은 연기될 것이고, 완성차의 임단협은 종료되지 않을 것이다. 둘째, 합의안을 통해 산별최저임금을 정부 인상률 6.1%보다 높은 6.25%의 인상을 확보했고, 다른 부분에서도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되는 진전이 있었다.

이러한 금속노조에 입장에 따라 다른 완성차 노동조합은 최소한 GM대우에 준하는 합의안을 각 기업으로부터 받아내기 위해 8월 중 투쟁을 전개해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 현재 해당 노동조합의 투쟁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방식의 투쟁은 현대차나 기아차 개별 사업장 노조의 '나홀로 투쟁'이라는 측면에서 산별노조가 책임성과 실행력을 담보하는 명실상부한 산별노조 투쟁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조건이라면 GM대우에 준하는 합의안 수준을 달성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완성사들의 약속 파기로 인해 휴지조각이 된 2007년의 확약서가 다시 반복되지 않으리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한편 금속노조가 사용자협의회와 합의한 의견일치안은 금속노조원 전체가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그러나 개별 기업수준에서 합의안 찬반투표가 즉각 실시되고 부결되면 새로운 투쟁국면이 열리던 것과는 달리 금속노조 찬반투표는 투쟁이 실제로 마무리된 후 한참이 지난 다음에야 실시된다. 따라서 합의안에 대해 조합원 토론과 의견표출을 조직하는 것에는 실제로 큰 어려움이 따르다. 아무리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2009년 1월부터 적용되는 산별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해 갱신된 협약의 적용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지도부의 의도대로 다시금 완성사들이 어떤 수준에서든 중앙교섭 문제를 언급하고, 중앙교섭안을 조합원이 승인한다면, 2008년 금속노조의 투쟁은 대충 모양새를 갖추며 마무리될지도 모른다. 금속노조 지도부는 앞서 언급한 <내용과 의미>에서 밝힌 것처럼 “올해 중앙교섭 조인식에 완성차4사 사용자들을 불러내어 ‘15만 산별교섭권 확보’ 틀을 갖추고, 내년에 ‘산별중앙교섭 요구안 쟁취’를 해낸다면 금속노조의 3단계 산별완성 전략은 차질 없이 수행되고 있는 것”이리고 주장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3단계 산별완성 전략은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이 아니다. 결정사항은 실제 15만 산별교섭을 쟁취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금속노조가 용두사미 식으로 투쟁종결을 선언하더라도 당장 큰 난리가 나고 머리위로 벼락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족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금속노조가 초기에 확실히 초석을 세우고 기틀을 잡아야 할 시점에서 맥없이 자포자기하거나 사후 정당화에 골몰하는 것은 금속노조의 미래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대의원대회에서는 아름다운 중앙교섭 요구안과 사회적 요구안의 밑그림을 그리지만, 이것이 실제로 관철되리라는 노동자 대중의 기대나 신뢰가 사라지고, 투쟁 의지와 사기는 저하되는 악순환이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노동조합 지도부는 더욱 더 자의적으로, 상황논리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게 되고, 이러한 풍토에서 필연적으로 관료적 보수주의나 노사협조주의 행태가 자라나게 되며, 이는 결국 노동조합운동의 급격한 노쇠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금속노조의 명운은 진정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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