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403호 | 2008.09.10

비정규직 투쟁 한 번 이겨봅시다!

최근 비정규직 투쟁 현황과 과제

정책위
악화되는 비정규직의 상황

공식 통계에 따르면 비정규직 규모는 2004 -2005년을 정점으로 대체로 안정화된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등 정부에서 주장하는 비정규직 규모는 2004년 37%를 기점으로 매년 1-2% 정도의 증감을 보이고 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의 진보진영 통계 역시 2004년 56%를 기점으로 매년 1-2% 정도의 증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급격한 인구 변화나 경제적 구조 변화가 없다면 이제 1,580만 경제활동 인구 중 850만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 시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비정규직 규모보다 더욱 큰 문제는 이제 비정규직의 고용 질이 더욱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의 통계를 보면 2006년 8월 대비, 2007년 8월의 비정규직 규모는 1.9% 상승하였지만 파견근로 및 용역근로는 각각 33.1%와 18.8% 가 증가하였다. 즉 기존 직접고용 비정규직이 대거 간접고용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한 용역, 파견, 사내하도급 등의 간접고용은 이제 제조업뿐만이 아니라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어가고 있는 추세이며,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정착되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비정규직 사업장인 이랜드, 뉴코아, 코스콤, KTX 등이 모두 외주용역화 등 간접고용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점은 우연이 아니다.

이러한 비정규직 고용 질이 악화된 결과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격차는 더욱 확대되었다. 비정규직 임금은 2001년 정규직의 56.9%에서 2007년 51.1%로 하락했는데, 특히 용역근로는 47%에서 39.7%로 하락하여 비정규직 평균 임금 격차보다 더 확대되었다. 특히 비정규직보호법 도입 이후 급격히 증가한 외주 용역화 흐름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올해 다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98년 IMF 구조조정 이후 비정규직 (차별) 철폐는 노동자 운동의 주된 요구 중 하나였지만 현실은 비정규직의 확대 이후 비정규직의 고용조건 악화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노동자 운동 진영의 정치적 도덕적 요구 이상으로 자본은 사활을 걸고 노동 유연화 강화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체 비정규직 중 85%가 고용되어 있으며 경기에 민감한 중소 영세사업장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상승, 내수 부진 등으로 최근 중소제조업의 가동률 수준은 작년 2월 이후 최초로 70% 이하로 떨어졌고, 고용축소 현상도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소제조업체의 52.4%가 중단기적으로 직원을 늘릴 계획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올해 7월 1일부터 확대 적용된 비정규직보호법이 이들 기업들에게 외주 용역화의 동인으로 작동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요컨대 향후 비정규직 규모보다는 비정규직의 노동조건 하락이 더욱 큰 문제로 등장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중소영세 사업장에서의 외주 용역화와 저임금 문제 등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 현황

하지만 비정규직의 고용, 임금 등 노동조건 하락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최근 비정규직 투쟁은 고착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보호법 확대 적용에 대한 투쟁은 전혀 조직되고 있지 못하고, 기존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은 사측의 완강한 버티기에 그 끝을 알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랜드 비정규직 투쟁의 경우 홈에버 인수자인 삼성테스코의 교섭 외면과 이랜드 박성수 회장 측의 노조 탄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사회화와 노동> 391호 참조). 현재 삼성테스코는 사실상의 사용자임에도 불구하고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 발표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노동조합과의 공식적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비공식적으로 이랜드 일반 노동조합과 제반 사항을 협의하고 있으나, 투쟁 과정에서 해고된 조합간부 문제 등에 대해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합원들에 대해 고용승계를 하더라도 노동조합 자체는 가능한 힘을 빼놓겠다는 것이다. 한편 삼성테스코의 이러한 기류와 맞물려 최근 이랜드는 노동조합 간부 및 조합원 수 십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였다. 이미 매각이 몇 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조합원 징계를 하겠다는 것은 해고자 징계자를 늘려 노동조합 교섭에 더 큰 부담을 주겠다는 의도이다.

한편 지난 1년 동안 공동투쟁을 벌였던 뉴코아 노동조합은 지난 8월 31일 사측과 비정규직 조합원 36명 재고용, 2010년까지 무파업, 외주 용역화 인정, 노조 간부 및 조합원에 대한 손배소 철회 등을 내용으로 협상을 타결하였다. 외주 용역화 반대를 내걸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공동투쟁의 모범을 만들어왔던 뉴코아 노동조합은 2008년 초부터 시작된 조합원들의 대규모 업무 복귀와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조합원들이 주축이 된 뉴코아살리기비상대책본부 등의 노조 파괴 공작, 서비스연맹을 비롯한 민주노총의 지지 엄호 약화, 연대 투쟁 대오의 축소 속에서 결국 안타까운 선택을 하게 되었다. 유니온 숍이었던 뉴코아노동조합의 특성 상 조합원 대부분이 회사에 복귀한 상황에서 노동조합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 지난 5월 이랜드의 홈에버 매각 결정으로 투쟁의 주축이었던 이랜드 일반노조와의 공동투쟁 고리 역시 약화된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사측의 계속되는 탄압과 뉴코아노동조합의 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랜드일반노조는 연대단체들과 함께 추석불매운동과 매장봉쇄 투쟁을 벌이고 있다. 두 달 전부터 시작한 월드컵 점 천막농성장을 거점으로 이랜드와 홈플러스 양자를 압박하며 해고자 및 조합원 전원 복직 요구를 중심으로 투쟁을 다시금 확대해나가고 있다.

코스콤 비정규직 투쟁은 최근 비정규직 노조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이종규 사장과 낙하산 논란을 일으킨 정연태 사장의 연이은 사임으로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지난 7월 18일 법원의 원청 사용자성 인정 판결이 있었지만, 사측은 지난 8월 5일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하였다. 2심 재판에서 역시 원심 판결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350여일을 넘어가고 있는 파업 대오를 조금 더 약화시키고자 사측이 버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측의 태도와 더불어 정규직 노동조합의 비정규직 노조 탄압 또한 큰 걸림돌이다. 비정규지부는 지난 5월 사측과 교섭 타결 직전까지 갔던 상황도 있었는데, 매번 정규직 노조의 반대와 방해가 있었다. 공기업 평균 연봉 상위권에도 랭크되었던 코스콤 정규직 노동조합은 십 수 년 간 사우회를 통해 불법 파견 판정을 받은 외주 용역회사를 운영하며 큰돈을 벌 정도로 악질적인데, 현재도 공공연히 비정규직의 복직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전국증권산업노조 코스콤비정규지부는 현재 증권거래소 앞 촛불시위를 중심으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으며, 사무금융연맹과 함께 비정규직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할 사장 선임을 촉구하고 있다.

90일이 넘는 단식투쟁, 한나라당 원내 대표실 점거 등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다시 사회적 이슈로 만들어 낸 기륭 비정규직 투쟁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 이후 네티즌들의 자발적 참여와 금속노조의 집중 투쟁 결정으로 투쟁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2005년 7월 불법파견과 부당해고에 맞서 투쟁을 시작한지 근 1,200일이 되어가는 기륭 비정규직 투쟁은 지난 7월 10일 사측과 교섭이 진행되는 듯 했으나, 사측이 다시 기존 합의를 뒤집고 정규직화 원직복직 대신 하청회사를 통한 복직 요구를 해오면서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현재 기륭 사측은 지난 7월 부지매각을 통해 재정 압박을 벗어나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미 올해 초 중국 공장 설립을 마치고 생산 준비를 마친 기륭 전자는 구로 공장 부지매각까지 마치며 더 이상 아쉬울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9월부터 투쟁을 시작한 성신여대 청소용역 노동자 투쟁은 현재 대학생들의 큰 지지와 지역 사회단체들의 헌신적 연대 속에서 투쟁의 기운을 높여가고 있다. 이 투쟁은 울산과학대, 경기대, 안동대, 창원대, 연세대 등에서 몇 년 전부터 활발하게 진행된 대학 내 청소 용역 노동자 투쟁의 발전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투쟁이라는 점에서 공공노조 및 지역 노동 사회단체 역시 비상한 각오로 투쟁에 임하고 있다. 투쟁은 9월 초 학교 당국의 노동조합에 대한 보복성 계약 해지로 시작되었고, 현재 행정관에서 농성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 밖에 KTX 여승무원 노동자들은 여름에 투쟁의 방향을 둘러싸고 다소간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다시 조직을 정비하고 8월 27일부터 서울역 철탑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실질임금 삭감과 사측의 노조탄압에 맞서 지난 2007년 6월부터 투쟁을 시작한 학습지노조 재능지부는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에서 250일이 넘는 농성투쟁을 계속하고 있으며, 5월 일부 조합원 복직에 합의한 지엠대우자동차 비정규지부는 다시 조직을 추스리며 나머지 조합원의 복직과 지엠대우의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비정규직 투쟁, 이제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

2007년 여름 이랜드 뉴코아 노동조합의 매장 점거 투쟁으로 전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올해 8월 기륭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단식 농성으로 다시 한 번 사회적 쟁점이 된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적 관심과 지지 여론에도 불구하고 매우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정규직화, 외주용역화 저지 등의 요구 사항 대부분은 사측의 완강한 버티기에 따라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원직복직, 손배소 철회 등으로 요구를 점정 후퇴시킬 수밖에 없었고, 심지어 노동조합의 생존조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특히 앞으로 비정규직 투쟁은 이랜드 뉴코아, KTX와 같은 외주용역화, 파견근로 시행/확대 문제가 아니라 성신여대 청소 용역 노동자와 같은 용역 계약 해지 등의 간접고용 상태에서의 문제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자본은 통계상에 보이는 것처럼 비정규직보호법 등을 계기로 기존 비정규직을 간접고용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해나가고 있다. 여러 간접고용 형태로 나누어진 상태에서 이랜드 뉴코아 같은 대규모 투쟁 사업장이 등장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파업 등의 투쟁 효과 역시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최근 점점 더 심각해지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단결보다 노동자 내부의 갈등과 경쟁 상황이 격화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비정규직 노조를 탄압하는데 앞장선 코스콤 정규직 노동조합의 경우나,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 방관으로 일관한 지엠대우 정규직 노동조합, 주간연속2교대제를 둘러싼 하청노동자와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의 관점 차이, 1사1노조를 둘러싼 금속노조 내 갈등, 끝내 승리보다는 패배의 기억으로 남은 뉴코아노조의 정규직/비정규직 연대투쟁 등 긍정적 전망보다는 부정적 결과가 현재 노동자운동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따라서 향후 비정규직 투쟁은 투쟁대오를 다시 정비하는 가운데 긴 호흡 속에서 다시금 투쟁의 조건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파업 사업장 중심의 연대 운동은 당연히 계속되어야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많이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따라서 비정규직이 투쟁이 활성화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드는 데도 힘써야 한다. 비정규직 투쟁의 활성화는 노동자운동 전체의 활성화와 분리할 수 없다. 현재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단결을 가로막고 있는 여러 가지 장벽 중에 임금격차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문제에 접근하는 한 가지 사례로 빈곤운동진영에서 제기한 생활임금 쟁취 혹은 최저임금의 현실화 등의 캠페인에 대해 더 많은 힘을 실을 필요가 있다. 6월 최임위의 최저임금결정 시점에 맞추어 반짝 집회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역차원의 최저임금 관련 조례 제정운동에서부터 전국적 차원의 법 개정 및 최저임금현실화를 위한 단호한 투쟁을 조직해보는 것과 같은 투쟁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노동조합, 진보정당, 사회단체가 함께 면피식 캠페인이 아닌 단호한 범시민적 운동을 조직해나가며 비정규직 투쟁에 유리한 사회적 조건들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비정규직 연대운동 역시 긍정적인 조직화와 투쟁 사례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현재에도 지역사회단체들의 많은 참여를 만들어내며 지역운동의 가능성을 보여준 이랜드 월드컵지대위 활동이 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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