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420호 | 2009.02.07

용산참사 검찰조사 발표 이후 투쟁방향

용산 범대위로 결집해 민중운동의 단결을 도모하자!

정책위원회
살인자 무죄-희생자 유죄, 달라질 것 없는 검찰 조사 결과

애초에 2월 5일로 예정되었다가 6일로 미뤄졌던 용산참사 조사발표가 9일로 연기되었다. 용역업체 동원여부에 대해 조사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발표 연기는 이미 정해진 결론을 달성하기 위한 시간벌기에 불과하다. 용산참사 수사본부는 참사 발생 당일 빠르게 구성되었고 27명의 검사와 100여 명이 넘는 수사 인력이 보름 넘게 동원됐다. 이들은 참사 당일에 유족 동의도 정당한 사유도 없이 사망 철거민들을 부검한 것에 이어 농성자 6인 구속, 전철연 위원장 계좌 추적, 입원 중인 용산철거민대책위 위원장 구속, 칼라TV 압수수색 등 ‘철거민 책임’, ‘전철연이 배후’라는 정해진 결론을 향해 일관되고 발 빠른 조사를 진행했다. 그럼에도 마땅한 증거 없이 화염병이 발화의 원인이라는 ‘주장’만이 되풀이되고 있고, 보수언론의 추측성 편파 보도와 경찰의 여론조작 및 책임전가가 검찰조사를 뒷받침하고 있을 뿐이다.

검찰은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조사하지 않다가 발뺌할 수 없는 증거가 나오면 어쩔 수 없이 조사를 한 후 결국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 조사 발표 연기도 6일에 결과발표를 할 경우 7일 열리는 3차 범국민추모대회의 확장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타이밍 계산에 불과하다. 동시에 1인 시위를 하려는 유족들을 폭행한 후 강제로 차에 실어 병원으로 후송하고, 매일 저녁 촛불 집회를 탄압하고, 7일 집회에 대한 원천봉쇄와 불법집회 강경대응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9일로 예정된 조사결과 발표도 ‘희생자에게 책임전가-책임자에게 면죄부’라는 결론이 달라질 리 없다.


안하무인 대응은 이명박 정권의 불가피한 선택

건설재벌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막개발, 진압 당시 살인적인 경찰 진압, 철거 현장에 언제나 있었던 용역깡패 폭력에 대해서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권이 편파 조사와 공권력 강경 대응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용산 참사가 정권 존립의 핵심적인 문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이명박 정권의 국정 폭을 제약하는 상시적인 불안요소는 매우 많다. 집권 1년의 후퇴를 수습하고 국정 쇄신을 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이 사건이 정부의 입지를 축소시키게 된다면 더욱 어려움을 면치 못할 것이다.

지금 이명박 정권은 금융부문에서 실물부문까지 이어지는 경제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 발 경제위기에 취약한 국가들 중 한국은 최상위권이다. 금융위기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환율인상, 물가인상, 신용경색, 주식시장 하락, 금리인상 등으로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자산가치 하락, 건설사 부도, 수출경기 위축 등 금융위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고, 급격한 환율하락과 외환보유고를 훨씬 초과하는 순국제투자 적자로 외환위기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IMF 이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로 편입을 심화해 온 한국경제는 초민족적 자본의 이탈, 거대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의 파산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은 고통분담 이데올로기를 동원해 노동자들에게 고용불안과 임금삭감 공세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 장기불황 속에서 노동자민중의 위기와 고통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이것이 경제위기 하에서 이명박 정권의 통치를 위협하는 상시적 위험이다.

한편 이명박 정권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려고 하는 핵심 법안들(신문/방송 겸업 허용, 대기업 방송진출 허용, 사이버 모욕죄 도입, 산업은행 민영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금산분리 완화, 휴대전화 감청 합법화 등)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다. 이 법안들은 금융규제 완화 및 개발정책을 통해 경제위기를 돌파하려는 계획을 보충하고 민중들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억압하기 위해 추진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은 필수 처리사안에서 제외되었고, 비정규악법 시행 기간 4년 연장도 반대 여론에 밀려 주춤한 상태다. 한나라당에서도 박근혜 등 핵심 법안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입장이 등장하고 있고 민주당을 포함한 야4당은 시민단체연석회의, 민주노동당 등과 손을 잡았다 놨다 하며 이명박 정권을 상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경제위기 책임 전가와 즉각적인 저항 진압이라는 이명박식 위기대응의 양날개가 초반부터 국민 6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참사로 귀결된 상황에서 정권이 조금이라도 후퇴한다면 앞으로 닥칠 위험 속에서 정권은 결코 제 갈 길을 갈 수 없게 된다. 이것이 검찰조사가 사건의 진상을 인정할 수 없는 이유, 정권이 용산 참사 관련 모든 투쟁에 강경대응 일변도인 이유다.


용산 범대위로 결집해 민중운동의 단결을 도모하자

장기화될 경제위기에서 이명박 정부가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부동산 개발정책은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은 경제위기를 축소 은폐하고 위기의 책임을 떠넘기는 시도가 민중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사건이다. 용산 참사의 책임을 정권과 공권력, 건설재벌에게 묻고 참사의 원인을 없애는 투쟁은 경제위기 하에서 생존의 벼랑에 내몰릴 노동자민중의 삶을 지키기 위한 투쟁과 함께 가야한다.

경제위기로 인한 노동자 생존의 후퇴와 운동역량의 위축이라는 2009년의 상황에서 용산 참사는 운동진영이 결집을 도모하는 촉매가 되었다. 용산 참사가 철거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불도저식 개발정책으로 인해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공감이 광범위하게 형성되었다. 또 고무적이고 중요한 조건은 유족들을 비롯한 철거민 주체들이 사건의 원인을 정권 차원의 개발정책과 살인진압으로 명확히 인식하면서, 용산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의 투쟁이 정권 규탄 투쟁의 선봉이 되는데 뚜렷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용산 투쟁은 경제위기에 대항하는 각각의 투쟁들이 결합해 경제위기와 운동주체의 위기를 넘어설 태세를 구축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매일 저녁 진행되는 촛불추모제가 경찰에 의해 원천 봉쇄되고, 희생자를 범죄자로 둔갑시키며 유족들에게마저 폭행을 가하는 정권의 파렴치한 행태를 지켜보면서도 이에 맞서는 강력한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 우리 운동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상황을 넘어서야 한다.

우선 민중연대의 구심에 서야 할 민주노총은 용산 범대위에 결합하고는 있지만 투쟁에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고 소극적이다. 그러나 고용불안, 임금삭감 등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시기를 앞당겨 3월 대응을 준비하려면 용산 참사 투쟁 과정에서 그 계기를 형성하는 것이 절실하다. 또 한국진보연대, 민주노동당이 민생민주국민회의를 중심으로 민주당과 시민단체연석회의 등과 함께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규탄 투쟁, MB악법 저지투쟁을 벌이고 민주노동당-민주당 공조 강화를 추진하는 것은 우려되는 지점이다. 1월 31일 용산 범대위의 추모제를 불허하고 2월 1일 민생민주국민회의 및 야당들의 추모제를 허가한 것은 민중운동 내 갈등을 고조시키려는 것이 정권의 의도다. 또 민주노총의 위기라는 객관적 조건에서 민주노동당이 2010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노린 공조를 강화하는 것은 노동자운동의 단결과 복원, 전체 운동 전선의 확장보다는 정치공학적 쟁점과 선거 대응에 스스로를 가둘 위험이 크다. 더욱이 노동자 간 격차가 커지고 노동조합 운동 내부에서도 정규직, 비정규직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 더해 진보정당 분열로 인한 민주노총의 분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공조의 강화는 노동자운동의 단결과 통합을 추진하는 것을 더 어렵게 한다. 민주노동당이 준비하고 있는 MB악법 저지 2말 3초 투쟁 또한 용산 살인진압 규탄투쟁과 결합하면서 경제위기 하 민중운동의 단결된 대응 태세를 구축하고 노동자운동의 분열을 극복하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러섬 없는 투쟁에 나서자!

경제위기의 민중전가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이번 용산 참사에 대해 민중운동은 정권의 책임을 뚜렷이 하고,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규탄투쟁 승리를 통해 운동의 위기를 돌파할 계기를 형성해야 한다.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대위를 중심으로 결집해서 연이어 계획되어 있는 경제위기 대응 투쟁, 악법 저지 투쟁, 민주노총의 투쟁 등이 결합되고 확장되는 과정에서 노동자민중의 연대를 확장하고 강화해가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권에게 이번 사건은 중대한 기로이고 향후 대대적인 공안탄압 등의 역풍이 있을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경제위기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고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대안을 창출하기 위한 우리의 투쟁도 정권에 의한 참혹한 살인 앞에 결코 물러설 수 없다. 물러섬 없는 투쟁으로, 단결된 투쟁으로 힘차게 나가자!

주제어
빈민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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